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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중국의 대반격 신(新)실크로드 

파키스탄에 사상 최대의 투자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경제회랑 구축 … 중국-유럽 잇는 육상 통로와 중국-중동-아프리카 잇는 바닷길 열린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월 20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회랑 건설과 관련한 30여 개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50여 개의 양자 협력관계에 관한 각서를 체결했다
파키스탄 남서부의 발로치스탄주에 있는 과다르항. 아라비아해에 면하고 있는 과다르항은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4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쪽으로 400㎞, 파키스탄의 수도 카라치에서 동쪽으로 434㎞ 거리에 있다. 이 항구의 수심이 14.5m로 파키스탄에서 유일하게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다. 과다르항은 석유가 풍부한 중동, 천연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석유와 천연자원을 대량 소비하는 중국과 아시아를 잇는 물류 요충지다. 또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군사기지로서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요충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1년 파키스탄과 과다르항 개발 및 건설 투자협정을 맺고 2억4800만 달러를 투자해 현대화 1단계 사업을 지난 2005년 마무리한 바 있다. 하지만 항구 운영권은 미국과 인도의 압력으로 중국 기업이 아닌 싱가포르 기업이 차지했다. 당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 동맹인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과다르항 운영권을 싱가포르의 항무국제공사(PSAI)에 넘겼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의 결정에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과다르항을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 정부에 각종 지원을 약속하는 등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중국 정부의 끈질긴 공세 덕분에 과다르항 운영권은 지난 2013년 2월 싱가포르의 PSAI에서 중국해외항구유한공사로 넘어갔다. 국유기업인 중국해외항구유한공사는 2억3100만 달러를 투입해 과다르항의 현대화 2단계 사업을 벌여왔다. 과다르항은 지난 4월 20일 정식으로 문을 열고 항무를 시작했으며, 중국해외항구유한공사는 40년간 과다르항에 대한 독점 운영권도 따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과다르항의 운영권을 확보한 것은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온 셈이다. 중국은 석유 수송로의 안전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인도양과 중동 및 아라비아해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에너지의 대부분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입해 인도양과 믈라카 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를 통해 자국으로 수송해왔다. 만약 에너지 해상 수송로가 봉쇄될 경우 중국으로선 안보의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에너지 해상 수송로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믈라카 해협을 봉쇄할 경우 자국의 생명줄을 죌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중국이 ‘믈라카 해협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에너지 해상 수송로에 위치한 국가들과 정치, 외교는 물론 경제와 군사 협력까지 맺는 전략을 적극 추진해왔다.

특히 중국은 미얀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의 항구들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왔다. 중국은 미얀마의 차우크퓨항을 비롯해 방글라데시의 치타공항,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과 콜롬보항,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확보했다. 중국이 확보한 항구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마치 진주 목걸이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진주 목걸이(String of Pearls) 또는 진주 사슬(珍珠縺) 전략이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미국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이 2005년 1월 미국 국방부 의뢰로 작성한 ‘아시아에서의 에너지 미래’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진주는 바로 ‘검은 진주’인 석유를 말한다. 중국의 과다르항 운영권 확보는 믈라카 해협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과다르항 운영권 확보를 계기로 중동, 인도양,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파키스탄과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 강화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20일과 21일 파키스탄을 국빈 방문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 9년 만에 파키스탄을 찾은 시 주석은 엄청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시 주석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460억 달러(50조원)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카스(喀什)까지 무려 3천㎞를 연결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은 고속도로, 철도, 송유관, 광케이블, 산업단지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460억 달러는 중국 정부의 해외 단일 국가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항구 연결하는 진주 목걸이 전략


▎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 해군 군함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50%가 오가는 믈라카 해협을 해적과 테러에서 보호하기 위해 연합 경비를 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스는 중국이 구상하는 육상 실크로드의 거점도시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해상 실크로드와 육상 실크로드의 연결고리가 완성된다.

일대일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대(One Belt)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지대(Silk Road Economic Belt)’를 말하는데, 중국 서북지역에서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대륙과 유럽을 관통하는 육상 무역통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일로(One Road)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21st Century Maritime Silk Road)’로, 중국 동남 연해지역에서 동남아, 인도양,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바닷길을 말한다. 일대일로 전략의 영향권에는 60개국 30억 명의 인구가 포함된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1조6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올해가 일대일로 전략의 원년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전략을 위해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설립했다. 중국 정부는 4월 15일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34개국, 유럽 20개국, 아프리카 2개국, 남미 1개국 등 57개국을 AIIB의 창립회원국으로 확정했다. 올 연말 출범할 AIIB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첫 사업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은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합류점에 위치해 ‘일대일로’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도 “일대일로가 거대한 교향곡이라면 경제회랑은 교향곡을 시작하는 달콤한 첫 멜로디”라고 강조했다. 샤리프 총리는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은 파키스탄을 위한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 “이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면 파키스탄은 중국,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경제를 아우르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샤리프 총리는 또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전략과 AIIB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AIIB의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은 무엇보다 에너지 수송의 안전한 통로 확보와 수송비용 절감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유관이 건설되면 중국은 과다르항에서 신장위구르 지역까지 전략적 우회로를 확보하게 된다. 또 중동산 원유를 과다르항에서 환적해 경제회랑을 통해 운송하게 되면 현재 1만2천㎞의 거리를 2395㎞로 단축할 수 있다. 수송 거리를 최대 85%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경제회랑 경비를 위해 군 병력 1만2천 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 경제와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AIIB는 일대일로 전략을 위한 징검다리


▎실크로드 사막 여정의 시작이자 끝인 둔황의 밍사산 사막에서 사람들이 일몰을 감상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파키스탄과 신(新)밀월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시 주석은 샤리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천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allweather strategic cooperation partners)’로 격상해 다음세대까지 우호관계를 유지키로 합의했다. 양국은 지금까지 ‘전천후 협력 관계(all-weather friendship)’를 맺어왔다. 시 주석은 “양국은 비가 올 때나 햇빛이 비칠 때나 항상 협력했다”면서 양국 관계를 ‘의지할 수 있는 친구’, ‘바다보다 깊은 우애’, ‘형제국’이라고 표현했다. 샤리프 총리도 “양국간 우의는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으며 꿀보다도 달고 강철보다도 강하다”면서 “국제정세가 변화하더라도 서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실제로 양국은 지난 1951년 수교한 이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파키스탄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오다 1947년 독립했는데, 바로 이웃한 인도와 영토 문제로 세차례 전쟁을 벌였다. 중국도 인도와 영토 문제로 두 차례 전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난 1965년 파키스탄과 인도가 벌인 두 번째 전쟁 때부터 파키스탄에 각종 무기를 지원해왔다. 중국은 지금도 파키스탄 최대의 무기 공급국이다. 파키스탄은 대만이나 티베트, 중국 내 인권문제 등에 대해 언제나 중국 편이었고 테러, 분리주의, 극단주의 등 지역과 국제 주요 현안에서도 중국과 항상 같은 입장을 취해왔다.

중국은 지난 2006년 파키스탄과 FTA를 체결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주는 등 전력난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에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카라치 인근 해안가에 공사 중인 1천㎿ 규모의 원전 2기도 모두 중국이 차관과 기술을 제공했다. 중국은 지난 2000년과 2011년에도 300㎿ 규모의 원전 2기를 파키스탄에 공급한 바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2003년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의 대부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이란, 리비아, 북한 등에 핵기술을 판매했다고 폭로한 이후 서방으로부터 민간 핵기술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때문에 중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파키스탄은 원전을 보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적(敵)의 적은 친구? 파키스탄과 손잡고 인도를 누르다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일부 미군이 철수하기 위해 카불 북쪽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화력·수력·풍력·태양광 발전소 등 모두 약 1만7천㎿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파키스탄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만성적인 전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많은 가정과 공장은 하루에 20시간 정도만 전력이 공급되고, 상당수 지역에서 거의 하루 종일 전기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기 공급 중단에 분노한 주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은 또 이번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파키스탄에 잠수함 8척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총 가격은 60억 달러로 중국의 무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파키스탄 해군은 현재 8척의 프랑스제 디젤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잠수함은 경쟁국인 인도의 잠수함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노후화됐다. 인도는 디젤 잠수함 13척과 핵잠수함 1척을 보유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번에 인도와의 잠수함 전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잠수함을 구입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판매할 잠수함은 디젤로 추진되는 최신예 041형으로 제원을 보면 전장 92.6m 전폭 10m 평균 잠항심도 160m, 최대잠항심도 200m 이며, 30일 동안 잠수작전이 가능하다. 중국 해군군사학술연구소의 리제(李杰) 군사평론가는 “파키스탄에 수출하는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체제(AIP)를 갖추고 있어 수중에서 훨씬 더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고 적에 잘 탐지되지도 않아 수중 전투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키스탄이 중국으로부터 잠수함 8척을 도입하면 해군 잠수함 전력이 2배가 된다. 리제 평론가는 “파키스탄의 잠수함 도입 목표가 인도 해군의 인도양에서의 제해권 장악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잠수함 전력을 증강시켜 인도가 보유한 항공모함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속셈이다. 또 중국 해군이 인도양에 진출해 활동하는 것도 쉬워진다.

중국은 이와 함께 제3세대 전투기인 샤오룽(梟龍·FC-1) 50대를 3년 안에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샤오룽 전투기 50대를 파키스탄에 인도한 바 있다. 파키스탄 공군은 시 주석의 전용기가 자국영공으로 들어올 때 샤오룽 전투기 8대로 구성된 편대를 띄워 전용기를 호위했다. 샤오룽 전투기의 제원을 보면 길이 14.93m, 날개 너비 9.45m, 높이 4.75m이며 최대 속도는 마하 1.6이다. 공대공·공대지 등 미사일 7기와 GBU-82 레이저유도 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작전 반경은 1352㎞다. 파키스탄의 중국 잠수함과 전투기 도입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파키스탄과 신밀월관계를 구축하려는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크게 볼 때 유라시아 패권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유라시아 패권을 차지하려면 무엇보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해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올 연말을 기점으로 아프간에서 군사력을 철수할 계획이다. 이 경우 미국의 아프간은 물론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의 의도는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과 중앙아시아에서의 힘의 공백을 틈타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다. 파키스탄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프간의 주류 민족인 파슈툰족이 파키스탄에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파키스탄에 3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강화하면 아프간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의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은 강력하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아프간 대선에서 친중 성향인 아슈라프 가니를 적극 지지한 바 있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중국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중국은 앞으로 4년간 20억 위안(3424억원)을 무상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휴전 협상도 중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아프간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인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과 파키스탄을 합쳐 ‘육상 실크로드 경제지대’를 구축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영향력 키우고, 신장위구르 안정화 꾀해


▎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중인 미국 해군의 원자력잠수함
또 다른 이유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안정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과거부터 동투르키스탄이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면적 160만㎢인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전체 영토의 6분의 1이나 되며,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가장 크다. 이 지역에는 투르크계 민족이자 이슬람 수니파인 위구르족이 살고 있다. 위구르족은 생김새나 말투, 종교가 한족과 완전히 달라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가장 이질적이다. 위구르족 분리독립 세력은 그동안 분리독립운동을 벌여왔고, 이 때문에 여러 차례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테러 공격도 끊이질 않았다. 위구르족 분리독립 세력들 중 가장 강력한 단체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들의 잇따른 테러 사건의 배후로 이 단체를 지목해왔다. 이 단체는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은 물론 아프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과 연계해 ‘전사’를 양성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특히 파키스탄에는 ETIM의 훈련기지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과의 연대를 위한 연락사무소도 있다. ETIM은 최근 들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도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위구르족 전사 수백 명이 국경을 넘어 IS에 가담한 사실도 밝혀졌으며, 이들 중 일부가 중국으로 다시 잠입하려다 체포되기도 했다.

신장위구르 지역은 육상 실크로드 경제 지대의 핵심 거점이자, 파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으로 나가는 출발점이다. 중국 정부는 카자흐스탄과 맞닿은 신장위구르 지역의 호르고스에 200억 위안(3조5900억원)을 투자해 육상 실크로드 경제 지대의 거점 도시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간쑤성 성도 란저우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구도인 우루무치를 잇는 총 연장 1776㎞의 ‘란-신 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중국으로선 신장위구르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가 ETIM 소탕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또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과의 경제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이란과 총 길이가 1600㎞에 달하는 이른바 ‘평화의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을 추진해왔다. 이란은 이미 자국의 천연가스 생산지대에서 파키스탄 국경까지 900㎞ 구간의 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파키스탄은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자국 내 700㎞ 구간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원유와 가스 수출금지 등 경제제재를 해 온 미국은 파키스탄에도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이란 핵협상의 첫 수혜자는 중국


▎중국의 일대일로 경제회랑 건설 계획은 유라시아 패권 장악 전략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4월 2일 미국 등 주요 6개국(P5+1)과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잠정타결안이 도출되자 파키스탄 정부는 가스 파이프라인 공사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에 자국을 대신해 가스 파이프라인 공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며, 중국은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전체 공사비용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17억 달러를 투자해 파키스탄 남동부 나와브샤와 서부 과다르항을 잇는 구간의 공사를 맡기로 했다. 이란 핵협상의 첫 수혜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국이 된 셈이다. 중국과 이란은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란의 최대 교역국도 중국이다. 특히 이란에서 수출하는 석유 중 절반 정도는 중국이 사들여왔다.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막히자 중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가 해제될 경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신밀월관계를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얼마 전 중국이 파키스탄에 잠수함 8대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나섰다. 인도 첸나이 중국학 센터의 D.S. 라잔 소장은 “파키스탄이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장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의 잠수함 판매를 강하게 비판했다. 인도는 중국의 전략이 자국의 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대응방안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는 무엇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월 뉴델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당시 두 정상은 중국을 겨냥해 ‘미국-인도 아시아·태평양·인도양 지역 공동 전략 비전’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도는 숙적인 파키스탄과 중국이 신밀월관계를 구축하자 지금까지의 외교 전략을 수정해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있으며 무기 도입도 늘릴 계획이다.

인도는 또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해온 남중국해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원유탐사 확대 계획에 합의하기도 했다. 인도는 또 중국과는 사이가 나쁜 일본과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양국은 인도양과 남중국해의 해상운송 정보 공유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합동훈련도 확대하고 있다.

인도는 또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구축과 과다르항 개발에도 맞불을 놓는다. 인도가 추진하는 계획은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항 개발이다. 과다르항에서 서쪽으로 72㎞ 떨어진 차바하르항은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있으며 인도가 이란을 거쳐 내륙국가인 아프간을 비롯해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다. 인도는 그동안 파키스탄과 적대관계 때문에 아프간을 비롯해 중앙아시아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도는 차바하르항 개발을 위해 8500만 달러(917억원)를 투자해 양국 합작법인을 만든 뒤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과 다목적 화물터미널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따른 파키스탄 진출이 앞으로 인도양·서남아·중앙아시아 등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201506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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