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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연구] 소비자 불신 위험수위! 방부제의 세계 - 음료수, 가공식품, 화장품, 의류… 당신의 가족이 위험하다! 

거의 모든 식품과 생필품에 인공 보존료 함유 … 안전성 입증 안 돼 섭취량 줄이고 사용 전 씻어내는 지혜 필요 


▎현대인은 생활 속에서 공기만큼이나 방부제를 자주 접촉한다. 종류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음식과 피부를 통해 체내로 들어온 방부제는 차곡차곡 쌓인다. ‘안전한 수준’이란 말로 위험성을 포장하지만 과연 그럴까? / 사진·중앙포토
10년 차 주부 강정원(38) 씨는 요즘 가족의 식단에 각별한 신경을 쏟는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남편과 아이들의 아침식사는 반드시 챙겨 먹인다. 대체로 아침 식단은 간편히 만들 수 있고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준비한다. 강씨네 가족의 아침 풍경은 이렇다. 일어나면 모든 가족이 100% 과즙 음료를 마신다. 제철과일을 직접 갈아서 먹이고 싶지만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아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즙 음료수 중 품질이 좋다고 소문난 브랜드를 이용한다. 이어서 본격적인 아침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식빵을 굽고 달걀을 부친다. 약간의 채소와 치즈, 햄 또는 참치 통조림을 이용해 샌드위치를 만든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이 외에도 케첩, 머스터드 소스, 버터가 있다. 때론 베이컨이나 소시지를 구워내 우유를 곁들인다. 강씨는 “만들기가 간편하고, 거리에서 사먹는 토스트보다 직접 만드니까 건강에 좋을 것 같아 늘 아침식사를 이렇게 챙긴다”고 말했다.

당신의 아침식단은 안녕하십니까?


▎자연상태의 과일(왼쪽)에도 보존료인 아황산나트륨을 바르면 산화되지 않고 싱싱한 모습을 더 오래 유지한다. 보존료는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 음식의 산패를 막고 상품성을 높이는 데 쓰인다. / 사진·중앙포토
강씨의 말처럼 과연 이 가족의 아침식사는 건강식에 해당할까? 영양학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등 다양한 영양소가 골고루 섞여 있다. 맵거나 짜지 않고, 음식의 양도 속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여서 과식 걱정도 없다.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를 얻기에 충분한 식단이다.

하지만 강씨가 놓친 게 있다. 바로 식재료에 들어가는 방부제다. 음식이 일정기간 동안 상하거나 썩지 않도록 넘는 식품 첨가물이다.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는 들어가는 첨가물이다. 방부제는 보통 식품보존료나 산화방지제 두 가지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보존료는 10여 종이 있고, 산화방지제는 29종류가 사용된다. 이는 첨가물 기준이 정해진 것일 뿐 실제로 쓰이거나 금지된 첨가물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강씨가 준비한 아침 식단에 얼마나 많은 방부제가 들어 갔는지 살펴보자. 우선 식빵에는 8~13가지 첨가물이 들어간다. 부드러운 식감을 주는 유화제, 팽창제인 염화암모늄과 황산칼륨, 단맛을 내는 포도당, 합성 착향료, 밀가루 자체에 포함된 각종 농약 성분 등이 있다. 부패를 막아주는 방부제는 프로피온산 칼슘(나트륨)이 들어간다. 달걀을 부치고 빵을 굽는 데 사용한 식용유와 마요네즈에는 (차)아황산나트륨, L-아스코르빈산나트륨, 이산화황 등의 산화 방지제가 들어간다. 버터에는 트리드록시부티로페논, 옥틸갈레이트가 포함돼 있다. 산화를 막아주는 보존료다. 강씨가 각별히 고르고 고른 음료수는 어떨까? 역시 다양한 보존료가 들어간다. 대표적인 게 ‘구연산’이란 산미료다. 신맛을 내고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대부분의 음료수에는 산미료가 들어간다. 치즈에도 보존 효과를 높이기 위한 산도조절제(수산화나트륨, 황산, 구연산 등)가 들어간다.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에는 방부제와 발색제(아질산나트륨), 표백제(아황산나트륨, 무수아황산 등)가 들어있다. 참치 등 통조림 식품에는 ‘퓨란’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주로 식품가공 과정에서 발생했다가 밀봉하면서 잔류하는데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강씨의 까다로운 재료 선택과 정성에도 불구하고 방부제를 피할 도리는 없다.

어디 그것이 식품뿐인가. 강씨와 그의 가족이 사용하는 화장품과 각종 세정제에도 수많은 방부제가 섞여 있다. 화장품은 보존기간이 길어서 식품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방부제가 들어간다. 아침과 저녁은 물론이고 일과 중 수시로 화장을 고치는 강씨가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하는 방부제의 양을 고려해보면 결코 무시할 수는 양이 된다.

화장품에 주요 사용돼온 보존료는 파라벤이다. 유해성 논란 끝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을 금지했다. 파라벤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어 호르몬의 교란작용을 일으키고 유방암을 발생시킨다고 학계에 보고돼 논란이 일었다. 남성의 경우에도 정자 수 감소와 고환암 유발의 위험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파라벤은 구강청결제와 치약 등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덴마크는 파라벤이 내분비계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모든 영유아제품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이렇게 거의 모든 식품에 들어있는 방부제는 안전한 것일까? 그렇다, 아니다 어느 쪽도 단언할 수는 없다. 섭취량에 따라서 유해성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화학적 방부제는 대부분 인체에 독성을 갖고 있다. 법적으로 사용 대상 식품과 최대 허용량을 규제하는 건 이 때문이다. 허용량 이내라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섭취 빈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은 방부제 첨가를 금지하고 있다. 섭취량을 고려하면 허용 기준치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서다.

끊이지 않는 보존료의 유해성 논란


▎어묵, 햄, 소시지 등 육류 가공식품에는 산도조절제, 합성보존료, 산화방지제 등 여러 가지 인공 방부제가 쓰인다.
방부제의 위해성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중 한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보존료인 소르빈산과 안식향산류, 파라옥시안식향산류에 대한 위해성 연구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 28호(2013)에 실린 ‘한국인의 소르빈산 및 안식향산 섭취수준 평가(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광현 박사 외 7명)’ 보고서에 따르면 수집한 식품시료 506개 품목 중 252건(49.8%)에서 소르빈산류 보존료가 검출됐다. 가장 함량이 많은 건 가공 치즈로 1㎏당 761.69㎎이 검출됐다. 이어서 어육가공품과 건조저장육, 젓갈류, 소시지, 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안식향산류 보존료가 가장 많이 검출된 품목은 음료수, 버터류, 인삼·홍삼음료, 탄산음료 등이었다. 연구팀 관계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섭취량이 안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보존료 함유량이 많은 일부 식품들의 경우 섭취량이 많으면 보존료의 섭취량을 초과할 수 있어 선택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안식향산나트륨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방부제의 일종인 안식향산나트륨은 음료수에도 많이 쓰이는데 비타민C와 반응하면 발암물질인 벤젠이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식음료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방부제에 대한 법적 허용기준이 안전성을 100%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전히 많은 제품에서 안식향산류 보존료를 사용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최성희 연구원은 “안식향산류의 경우 탄산음료류에 많이 함유돼 있어 음료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일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르빈산의 경우에도 학계 보고에 따르면 특이체질의 경우 두드러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독성은 약하지만 천식, 비염, 과민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옥시안식향산계열의 일부 방부제는 남성의 생식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살균력이 강해 오랫동안 주류의 혼탁방지용으로 사용됐던 살리실산은 강한 독성이 확인돼 최근에야 사용이 금지됐다. 현재 허용된 보존료라 하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독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론도 있다. 방부제를 비롯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주장이다. 회원제 농산물 직거래 쇼핑몰 ‘실버스푼’ 대표 김태진 씨는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에 대한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아질산염은 육포나 햄, 소시지 등 육류 가공식품에 첨가하는 대표적인 발색제다. 거의 모든 육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이다. 육류가 검붉게 변하는 것을 막고 선홍색을 띠게 해 시각적으로 신선하다는 느낌을 준다. 또 육류 속 단백질 추출을 도와 탄력과 식감을 높이고 산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아질산염을 다량 섭취하면 메트헤모글로빈이 형성돼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를 떨어뜨리고 빈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다른 음식물의 단백질 속 아민과 결합하면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원들이 식료품의 방부제 등 인공 첨가물 검사를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위험한 아질산염 사용을 계속 허용하는 걸까? 김 씨는 “식중독 균의 하나인 보툴리눔균 생성을 억제하는 유일한 물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툴리눔 독소는 상한 소시지나 통조림에서 생성되는데 19세기 초 독일에서 식중독으로 200명 이상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원인균으로 처음 발견됐다. 이 독소는 근육의 신경 전달을 차단해 수축작용을 일으키는데, 피부 미용과 성형에 이용되는 ‘보톡스’로 활용되기도 한다. 김씨는 “아질산염은 시금치와 무 등 채소류에도 함유돼 있고, 소시지에 배합된 상태에서 반감기가 하루를 넘지 않는다”며 “육가공식품을 훨씬 많이 먹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보툴리눔균에 의한 식중독 위험이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방부제나 보존료 등의 첨가물이 몸에 좋지 않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식품첨가용 방부제의 유해성과 허용 기준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 보존을 위해 방부제가 처음 사용된 것은 미국이다. 놀랍게도 최초의 식품용 방부제는 포르말린과 보락스(붕사)였다. 포르말린은 시체의 부패를 막는데 사용하는데 지금은 식품용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포르말린은 최근에도 간접적으로 식용 방부제로 사용된다. 지난 2011년 국내 한 유제품 생산업체는 농림수산식품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포르말린이 첨가된 혼합사료를 먹인 젖소에서 얻은 원유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업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허용 기준치 이하라고 반박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진 못했다. 결국 포르말린 사료를 먹여 생산한 원유 가공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포르말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특히 한의학계나 식이요법 연구자들은 이런 첨가물의 유해성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박모 한의사(한의학박사)는 “방부제의 기본 원리는 식품을 썩지 않도록 하려고 미생물의 활동과 번식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방부제가 함유된 음식은 인체 내에서 이로운 미생물의 활동까지 막는다”고 주장했다.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멀쩡한 세포까지 함께 죽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그는 “방부제 등의 합성 첨가제가 섞인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트림이 자주 나오는 것은 방부제가 소화를 돕는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신체 균형이 깨져 장기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기한 늘리기 위해 보존료 개발 활발


▎한 초등학생이 방부제 함량을 줄인 건강라면을 먹고 있다. 뜨거운 물에 면을 데치기만 해도 방부제 함량을 크게 낮출 수 있다. / 사진·뉴시스
많은 유해성 논란 속에서도 보존료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정크푸드(junk food)의 소비가 확대되고 화장품 사용 인구가 늘면서 유통기한을 최대한 늘리는 게 기업 이윤창출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회사인 BCC리서치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보존료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6.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30억 달러에서 2017년 44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다른 보존기술 시장(포장, 기타 소비기한 연장기술)의 성장세(연평균 3.3%)를 압도한다. 업체들이 이미 한계에 이른 포장 등 보존기술의 돌파구를 재료와 가능성이 무한한 보존료 첨가제 기술에서 찾을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처럼 보존료 시장이 커지면 현재 진행 중인 보존료 유해성 논란이 새로운 보존료 개발과 더불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해성 논란을 잠재울 결정적인 근거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다. 보존료의 유해성이나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무엇보다 인체 임상실험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장기간 극소량을 섭취하는 보존료 특성상 그 유해성 여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유해성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한 예로 업체들이 인공화합물 보존료 대신 천연 보존료 개발과 제품 적용을 서두르고 있는 점이다. 식용 가능한 꽃가루와 유산균, 식물, 생약 소재를 이용해 식품의 오염 미생물을 제어하는 천연 보존료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방부제가 들어간 가공식품 대신 천연 식재료를 사용하는 작은 노력이 우리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지킨다. / 사진·중앙포토
서울의 한 대학부설 식품 관련 연구소의 관계자는 “국내 연구기관과 식품업체들이 천연소재 보존료 개발에 나서는 것은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지만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합성 보존료 허용 기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공 합성물을 무조건 위험하다고 할 순 없지만 천연 재료보다 확인되지 않은 위험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했다.

인공화합물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도 보존료 허용 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기도 하다. 최근 식품안전당국은 식품에 허용하는 방부제 품목을 13개에서 12개로 줄였다. 소르빈산류, 데이드로 초산류, 파라옥시안식향산류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에 비해 규정이 느슨한 편이다. 미국은 안식향산칼륨을 제외한 12개 품목을 허용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파라옥시안식향산메틸을 제외한 11개 품목을, 일본은 데히드로 초산과 안식향산칼륨, 안식향산칼슘을 제외한 9개 품목만 허용한다. 이미영 장안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식품 첨가물을 다량 섭취하면 암, 생식기능 장애, 아토피, 호흡 곤란 등이 생길 수 있다”며 “되도록 덜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존료 줄이고 안전하게 먹으려면?


▎한 주부가 제과점에 진열된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당장 식품에 들어간 보존료를 아예 안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국물과 각종 장류, 양념류와 같은 소스를 즐겨 먹는 한국의 식단은 육류 가공품을 많이 먹는 유럽만큼 보존료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여 방부제와 보존료가 덜 들어간 제품을 고르는 선택의 지혜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또 번거롭더라도 조리 과정에서 첨가물들을 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가장 쉬운 건 물에 씻어내는 방법이다. 산도조절제, 산화방지제, 살균제 등은 찬물에 쉽게 녹는다. 단무지나 맛살, 두부 등은 찬물에 헹구기만 해도 첨가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름기가 많은 육류 가공품(햄·소시지·어묵 등)이나 라면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면 좋다. 몸에 해로운 트랜스지방과 함께 첨가물도 물에 녹기 때문이다. 물을 끓일 시간이 없다면 물이 담긴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서 1~2분 정도 가열하면 간편하게 첨가물을 제거할 수 있다. 통조림 식품은 기름기를 빼낸 뒤 키친타월로 한 번 더 식품을 닦아 최대한 기름기를 덜 먹는 게 좋다. 특히 통조림 밀봉 과정에서 잔류한 발암물질인 퓨란은 뚜껑을 열어 1분 정도 두면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내용물을 미리 꺼내뒀다가 섭취하는 게 좋다. 암유발 위험이 있는 방부제와 산화방지제, 발색제가 많이 든 음식은 채소와 과일을 곁들여 먹으면 부작용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식물에 함유된 천연 비타민 성분이 항암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딸기와 토마토, 귤, 레몬, 메론, 브로콜리, 감자 등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가 좋다.

음식 외에도 피부에 직접 닿는 생활용품을 통해 방부제와 보존료에 노출될 수 있다. 화장품의 경우에는 가급적 방부제가 적게 든 천연원료 제품을 쓰는 게 좋다. 유통기한을 지켜 사용하는 것도 꼭 지켜야 할 수칙이다. 옷의 재료인 합성섬유와 모피제품에는 유연성을 위해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된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기구가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한 독성 물질이다. 장기간 노출되거나 기체 상태의 포름알데히드를 흡입하면 아토피 피부염과 불임, 월경 장애,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따라서 새 옷은 반드시 세탁한 뒤 입어야 한다. 가급적 면직류와 같은 천연 섬유로 된 옷을 입는 게 조금이나마 포름알데히드에 노출을 줄이는 방법이다.

사실 합성 방부제나 보존료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천연재료로 대체 불가능해 대안 없이 사용되는 합성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또 천연재료도 안전성이 완벽히 입증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노출 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인공 합성 첨가제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소비자의 지혜와 노력에 달려 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201506호 (201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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