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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기계가 우는 소리를 들어라!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철학서: 투박한 인본주의 경영관으로 55년 연속 흑자기업 키워 


일본 교세라 그룹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인간관계의 기본을 기업 경영에 착목한 매우 보수적인 경영의 달인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 기연 창업자)와 함께 ‘일본의 3대 기업가’로 꼽힌다. 고집스러운 경영철학으로만 치면 3인 중 그가 으뜸일 것이란 평가도 있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하다.

그의 인본주의 사상은 일견 고리타분하다. 강자가 약자를 도와야 하며, 능력보다는 심성이 좋아야 개인도 기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경영 목표도 투박하고 가족주의적이다. “불타는 투혼으로 일하고, 이익을 남겨서, 그 수익으로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이 지론을 아주 철저히 실천했다는 점이 오늘의 교세라와 이나모리를 만든 요소다.

그러나 회사 운영은 철저히 계획적이고 과학적이다. 무차입 경영과 아메바 경영을 내세운다. 아메바처럼 언제든지 모였다 헤쳤다 할 수 있는 독립채산제로 회사를 운영했다. 효율 경영의 모델을 만들어낸 셈이다. 철학은 보수적이지만 그 시스템은 매우 스마트하다.

올해 83세인 그는 38권의 책(공저 포함)을 썼고 총 740만 권을 팔았다고 한다. 20년 전부터 세이와주쿠란 경영학교를 차려 젊은 중소기업인들에게 경영관을 전파해왔다. 소프트 뱅크 사장인 손정의도 젊은 시절 세이와주쿠의 학생이었다. “항상 가장 앞줄에 앉아 나의 이야기를 눈을 반짝이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들었다”는 것이 이나모리의 회상이다.

1932년 가고시마에서 태어난 이나모리는 스물일곱 살 되던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토세라믹(교세라)을 설립했다. 파인세라믹스에 관한 기술 개발력을 토대로 각종 전자 부품, 산업용 부품 등의 제조사로 급성장했다. 현재 통신기기, 정보기기, 카메라, 장식품 등의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으며 159개 자회사에 매출액 4조 엔, 5만8천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나모리 경영관의 요점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명분과 비전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자와 직원이 강력한 투혼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세계 제일의 세라믹기업이 돼 직원의 행복과 인류사회의 진보를 꾀한다”는 이념을 세웠다. 이런 명분과 비전이 공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경영자와 직원이 한마음이 될 때 누구도 예상 못한 힘이 발휘된다고 그는 믿는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해보기는 했느냐?”고 물었다면 이나모리는 “신에게 빌어봤느냐?”고 직원에게 묻는다. ‘손이 베일 듯한’ 완벽함을 위해 ‘기계가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릴 만큼 노력과 도전을 거듭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에 번역돼 출간된 <남겨야 산다>도 같이 읽으면 좋다. 창업 후 55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고 하니 그 ‘고수익의 비밀’이 궁금하지 않은가?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 경영으로 잠 못 이루는 CEO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방법론적 노하우다.

-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201507호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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