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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 법률시장 개방과 한국 로펌의 대응 

법률시장 ‘진입장벽’은 ‘진출장벽’ 될 수도 있어 

송창현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법무부, 최종 개방 앞두고 외국 로펌 진입 규제 높여… 불필요한 규제 줄여 법률산업 성장 도모해야

우리나라는 EU, 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법률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6월 기준으로 23개(영국계 4개, 미국계 19개) 로펌이 국내에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를 개설했다. 법률시장 개방은 외국 로펌의 국내사무소 설치, 국내외 로펌 간의 사안별 협력, 합작회사 설립의 3단계로 이뤄진다. EU는 2016년 7월 1일, 미국은 2017년 3월 15일에 3단계 개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법무부는 최종 3단계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지난 3월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은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 본사가 국내에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해 법률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는데, 설립 요건이 엄격해 국내외 로펌 간의 합작을 통해 국내 변호사 고용을 도모한다는 3단계 개방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합작의 당사자를 국내 로펌과 외국 로펌 본사로 하고 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는 합작의 당사자가 될 수 없게 했다. 한국의 법률시장 규모와 지난 3년간 외국 로펌의 국내사무소에 대한 투자 등을 고려하면 이런 제한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또 설립 후 5년 이상 된 국내 로펌만 합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로펌의 업무 능력이 구성원 변호사들의 역량과 법조 경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따라서 합작법무법인에 참여하는 변호사의 경력을 중심으로 자격요건을 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외국 로펌은 합작법무법인의 49%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고, 파트너급 외국법 자문사의 수가 국내 변호사의 수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는데, 법률서비스를 통신·방송 등 공공재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산업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외국인 지분 비율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소수지분을 보유한 외국 로펌에 합작법무법인의 과오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게 한 것은 권한과 책임의 배분에 있어 형평에 맞지 않는다. 법률업무 오류로 인한 수요자 보호는 합작 당사자의 무한책임이 아니라 변호사책임보험으로 해결하면 된다.

셋째, 합작법무법인과 이에 소속된 한국 변호사는 공증·친족·상속뿐만 아니라 소송·노동·부동산·지적재산권 등의 업무 수행이 금지되는데, 업무범위 제한이 과도하여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자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국내 법률시장의 선진화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업무는 복잡한 이슈가 결합된 섭외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외국 로펌과 공동작업을 해야 수요자에게 적절한 자문이 가능하다.

법률시장 개방, 과도한 규제 풀어야

최종 3단계 법률시장 개방은 변호사 및 로펌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 수요자에게 양질의 자문을 제공하고 법률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위 개정안은 합작법무법인의 설립과 운영을 과도하게 제한해 외국 로펌의 투자 동기를 떨어뜨리고, 한국 변호사의 외국 로펌과 협업, 국제 법률시장 진출에도 장애가 될 우려가 있다.

최근 King & Wood, Dacheng 등 중국계 로펌들이 영미계 로펌와 대규모 합병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법률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 로펌의 업무 역량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도 외국 로펌과의 합병,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국내 로펌은 외국 로펌의 시장 진입에 대응해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업무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재 유치와 합리적 보상 등 체계적인 경영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송창현 -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법과대학원 석사(L.L.M.), 미국 UC버클리 법과대학원 법학박사(J.S.D.), 사법연수원 제26기 수료,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M&A·기업소송·정부규제)

201508호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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