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한·일 언론 공동기획] 서울주재 일본 특파원 8인에게 물었다 - 붕괴한 한일 관계 복원의 전제조건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외교 기본 지켜야”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정상회담 없는 정상화는 어려워 … “반일 감정이나 혐한 감정은 두 정상의 언동만 조명한 언론 탓도”

▎한국에서는 반일감정이, 일본에서는 혐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4월 17일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회원 100여 명은 부산에 위치한 일본영사관 앞에서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독도의 일본영토 및 한국의 불법 점거’ 등 역사 왜곡을 규탄하는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 사진·중앙포토
한일 관계가 기로에 섰다. 올해 8월 15일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특별한’ 광복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 넘도록 일본 방문을 하지 않았다. 정상회담도 없었다. 1965년 6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한·일 양국의 국교관계에 관한 조약’) 이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색국면이다. 고위급 외교관계는 사실상 단절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는 사이 두 나라는 서로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일본 서점에 ‘혐한 코너’가 있고 인터넷에도 ‘혐한 정보’가 넘쳐난다.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시민단체 <언론NPO>가 올해 4~5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본을 믿을 수 없다’는 한국인이 84.9%이고 일본인의 반한 감정은 73%에 이른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인에 호감을 나타낸 일본인이 72%였던 것에 비하면 정반대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에 있는 일본의 언론인들은 이런 극적인 상황과 마주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 관련 추측 기사를 쓴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이 기소돼 재판에 계류 중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그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자 그들은 놀라움을 나타냈다. 일본 특파원들은 한국 외신기자협회 등을 통해 항의도 하고 여론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혐한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들 특파원이 최일선을 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일 관계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균형감각을 주요 덕목으로 하는 언론인이기에 양국의 과거와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열정을 품었다고 하겠다. 일본 특파원들은 한일 간 외교문제에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할애해 취재활동을 해왔다. 특히 박근혜-아베의 냉전 기간 한일 관계의 근원적 문제들에 대한 접근성을 가졌다. 이들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탐문한 배경이다.

‘한일 국민의 상호인식과 과거사 해결’, ‘양국 수뇌의 외교 리더십에 대한 평가’, ‘한일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과 의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 한일 갈등의 숙원을 풀어갈 실질적인 지혜와 조언을 구했다.

일본 특파원들의 외교현안에 대한 생각


▎위안부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특파원들은 “아베 총리는 가해자로서의 인식을 인식해야 한다”고 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나치게 과거사에 집착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진은 제1085차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기 수요시위. / 사진·중앙포토
인터뷰에 응한 8명의 특파원은 양국의 수뇌가 당면한 외교 현안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중심으로 폭넓은 의견을 개진했다. 일부는 더 솔직한 답변을 위해 익명을 요구했다. 일본인의 의식세계는 크게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로 나뉜다. 혼네는 속마음, 다테마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마음이다. 속마음(혼네)을 그냥 드러내는 것은 미성숙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의견이 드러난 걸로 봐서 한국에 대해 하고픈 말들을 꾹꾹 눌러왔다고도 해석된다.

과거사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한일 관계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해방 이후 지속돼온 한국 내 반일감정에 대해서는 특파원 다수가 인정하는 듯하지만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일본 내 혐한 감정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 특파원은 이 계기를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상륙’이라고 표현하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지금껏 과거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일본 내의 죄의식이 억제됐던 한국비판의 해금현상이 됐다는 말이다. <지지프레스>의 하기하라 다이사쿠 기자는 “일본의 혐한 감정은 사회적 불만의 배출구이자 한국의 반일감정에 대한 피로감”이라고 말했다.

양국 언론의 책임도 지적했다.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 두 정상의 입장이 마치 국가를 대변하는 듯이 조명해왔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특파원들은 개인이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니시니폰신문>의 우에다 유이치 지국장은 반일감정에 대해 “아베 신조라는 일본에서도 다수파라고 하기 어려운 역사수정주의적 지도자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걸림돌은 아무래도 과거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과거사 해석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특파원들 역시 역사인식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을 존중하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개진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종군위안부, 역사 교과서의 인식에 대해서 양 국민이 ‘완전히 일치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오히려 역사 교과서 논쟁에 있어서는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역사인식 문제에서 왜 한국의 입장만 ‘올바른’ 것이라고 강요하느냐는 것이다.

양국 리더십의 책임론에 대해선 날카롭게 비판하며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촉구했다. 상당수 일본 기자는 박근혜 정부가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에만 매몰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우경화 행보를 보이는 아베 정부의 정치와 외교정책을 경계하는 의견이 많았다. 위안부에 대해서만큼은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8월 15일 예정된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기념담화’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베가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을 총정리하는 견해를 밝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아베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국·중국 등 주변국을 의식해 자극적인 발언은 삼갈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일본 특파원들은 한결같이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역사와 경제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제기했다. 최선의 해답은 두 정상 간의 정상 회담이다.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연내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가을 한·미·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두 정부가 지금까지와 같은 태도를 견지하거나 조건을 붙인다면 호전되기는커녕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문제를 보류하는 정도로 합의하며 조금씩 해결하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 주재 일본 특파원들의 제언이 일본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일본 주류 지식사회의 관점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향후 새로운 대일 정책의 입안과 추진 과정에서 이들의 견해와 인식을 참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혐한·반일 감정은 어디서 비롯되나?- 혐한 감정 사회 불만의 배출구이자 반일 감정에 대한 피로감 커져


▎2020년 도쿄 여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지난해 9월 8일 도쿄 한인타운에서 일본 우익단체가 혐한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Q. 한국인의 반일 감정은 84.9%, 일본인의 혐한 감정은 73%에 달한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갈등요인을 일본군 위안부, 영토문제, 교과서 문제, 일본의 조선인강제징용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 과거사 문제와 연관짓고 있다. 한일 국민간의 상호정서가 근본적으로 훼손된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가?

[지지프레스] 하기하라 다이스케 기자 : 한국인의 반일감정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일본의 혐한 감정은 사회 불만의 배출구인 동시에 한국의 반일감정에 대한 피로감이다. 사실 1945년 이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양국 통틀어 극소수다. 1945년 이후에 태어난 대다수 일본인에게 이전의 일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과거를 현재, 미래보다도 우선시하는 자세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역사, 영토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인식이 완전히 일치하기는 불가능하다. 해결이 힘든 문제보다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나갈지를 생각해야 한다.

[T] : 20년 정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은 한일 간 문제에서 한국측 주장에 반박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당시 사람들에겐 교과서 이외의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문제는 입증 가능한 사실과 감정적인 문제가 뒤섞여 있어 각각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일본인의 눈에는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경제 및 안보 측면의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미·일 관계가 삐걱대는 이유는 한국이 일부러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들고 나와 그 관계를 불안정하게 함으로써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물론 종군위안부를 날조라 하고, 식민지 시대에 조선에 좋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치인이나 지식인의 주장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 주권을 빼앗기고도 좋아할 식민지가 어디 있을까? 식민지 지배의 현실은 30년 정도 전까지 종종 보고 듣던 재일조선인 차별에서도 항상 드러난다. 일본인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위안부 여성들에게 아베 총리가 직접 사과해도 좋지 않을까?

그 외 현안에 대해서는 내 입장은 일본 정부와 같다. 양국이 독도·다케시마 섬에 상륙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하다. 교과서를 정할 권리는 그 나라에 있다. 일본 교과서에 한국이 일일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이상하게 느껴진다.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엔 ‘징용공’ 등 불행한 역사를 기재함과 동시에 제철소에서 포항종합제철소로 기술이전이 있었던 사실 등 협력의 역사도 기록해야 한다. 협력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면 관계개선의 실마리도 가까워지지 않을까.

[니시니폰신문] 우에다 유이치 지국장 : 심각한 건 일본인의 혐한 감정 고조다. 혐한 감정은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상륙(방문)으로 급격히 강해졌다. 이 사건이 충격적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과거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죄의식 때문에 지금까지 일본 사회엔 ‘한국이 감정적으로 일본을 비판해도 일본은 한국에 나쁜 짓을 했으니 비판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일본에서는 ‘한국이 잘못했으니 비판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억제됐던 일본인의 한국 비판이 해금된 셈이다. 잠재적으로 일본인이 한국에 품고 있던 위화감 내지는 차별의식이 단숨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전반에 보급된 한국 언론의 일본어 사이트가 이를 증폭시켰다. ‘한류붐’ 때 접근하는 정보는 대다수 연예 정보였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반일뉴스’를 향한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전까지 한국 국내에서 일본이 어떻게 보도됐는지 잘 모르던 대다수 일본인이 ‘새로운 한국’을 ‘발견’한 것이다.

한일 관계는 중국의 경제적 대두와 일본의 존재감 저하에 의해 서로의 공통 이익이 줄어들면서 악화됐다. 서로가 참을 필요가 이전보다 적다. 6월 22일 행사에 양국 정상이 참석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생겼는데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둘러싼 대립으로 분위기가 흐려진 것은 이 상황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흐름은 돌이킬 수가 없다. 자기 마음속에 있는, 상대국을 향한 과잉 의식이나 편견을 깨닫고 조금은 냉정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Y] : 한국의 반일감정 고양은 아베 총리를 극우 정치가로 규정하는 한국 언론의 영향이 크다. 일본의 혐한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상륙(방문)과 천황 발언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으나 박 대통령의 ‘명령식’ 외교나 한국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등 사법부가 공정성이 의심스러운 반일 판결을 잇따라 내린 일로 법치라는 공통의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 국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1910년 한일병합에 대해 한국은 “무력을 배경으로 했으니 위법”, 일본은 “합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처럼, 같은 역사를 체험하고도 인식은 완전히 다르다. 어느 한쪽이 상대 국가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강요하는 건 애당초 무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 전제 위에서 어떻게 타협할지 기술적인 외교문제는 정부에 맡기고, 언론이나 국민은 정부의 힘든 선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국 정치가의 발언이나 교과서 내용에 간섭해 봤자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 실익은 적다.

[마이니치] 오누키 도모코 기자 : 보도가 양 정상의 역사인식 문제에 집중된 것이 문제다. 두 정상에 관한 집중된 보도로 상대국을 향한 불쾌감이 강해졌다. 역사 현안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양국 국민감정이 악화한 상태다. 박정희 정권이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교 정상화를 했던 시대와는 국민여론이 갖는 힘이 다르다. 서울 주재 일본 특파원들은 일상생활에선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피부로 느끼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일본에 사는 일본인 대다수는 한국에 가면 해코지라도 당할까 우려한다. 지금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이다. 한국의 나쁜 부분만 보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총리만 일본인이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만 한국인이 아니라는 점을 냉정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

[TBS] 이다 시게토시 지국장 : 양국 정부와 언론 서로를 매일 같이 비판하고 있지만 한국인들과 깊이 대화해보면 일본 문화나 기술에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고 호감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반일 감정) 84%는 그저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흔한 말이지만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관계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문제는 뿌리가 깊어 짧은 시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양 정부는 자국 국민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도 분명히 설명하려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양국 정부의 태도는 지나치게 완고해 보인다.

양국 정상은 관계 악화에 각각 어떤 책임이 있나? - 박 대통령, 일본 사안 대해 국제사회가 아닌 일본과 직접 소통해야… 아베 총리,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인정해야


▎한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 일본 특파원들은 대부분 ‘연내에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 / 사진·중앙포토
Q.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아직 정상회담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우호적 관계의 복원을 위해 양국 정부(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 조언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양국 정상의 책임론을 각각 솔직하게 지적한다면?

[지지프레스] 하기하라 다이스케 기자 : 외교의 기본은 대화와 소통이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 조건 붙이지 말아야 한다.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 동안 평화국가로서의 길을 걸어온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가해자로서의 역사도 있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여론이 중요하겠지만 두 정상은 여론에 영합하지 않는 판단도 필요하다.

[Y] : 아베 총리는 한국에 관심과 배려를 보여달라. 한국을 방치하고 있는 태도는 외교적으로 효과가 있어도 일본이 취해 마땅한 태도는 아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을 향한 요구나 불만이 있으면 외국이나 유엔에 호소하지 말고 일본 정부나 아베 총리에게 직접 말해달라. 위안부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북한 급변사태 대비 등 안보, 경제는 뒷전이다. 여론을 지나치게 신경 쓰면서 경직된 대일외교를 한국국민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마이니치] 오누키 도모코 기자 : 한국 일부 전문가가 제언한 것처럼 ‘정상회담 없는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다. 양 정상이 악수를 나누고 상대국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을 건네는 장이 국민감정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대형 쇼핑센터처럼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에 나가 시민들로부터 자유롭게 질문을 받는 자리를 마련한다든지 말이다.

[니시니폰신문] 우에다 유이치 지국장 : 상대 국가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건 국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에 대한 것이다. 한국인의 반일 감정은 어떤 의미에선 해방 후 70년간 일관된 감정이다. 오히려 한국 국민의 반일 감정은 한국의 경제발전으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현재 반일 감정은 아베 총리라는, 일본 중에서도 다수파라고 하기는 어려운 역사 수정주의적 지도자에 대한 것 아닐까? 국민들이 상대국 정상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고, 양 정상으로부터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현재 양 정상에 의한 한일 관계 호전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두 정상은 최소한 정상회담이라도 갖고 ‘역사인식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지금부터 양국이 진지하게 협의해 나가자’는 합의를 해주길 바란다. 화근은 남겠지만 일단 문제를 보류하는 정도에서 합의하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다.

[TBS] : 조기 정상회담 실현을 바란다. 6월 22일은 양 정상이 서울과 도쿄의 축하행사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세계문화유산 문제는 아직 논쟁이 있지만 대화를 통해 양국이 합의했다는 성과가 있었다. 이런 흐름을 정상회담으로 이어가 지혜를 나누는 것이 정상으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정상회담의 가능성과 그 성과를 전망한다면? -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 회담에 조건 달지 말아야

Q. 한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포함해 한일 관계가 어떤 수준으로 풀릴 것으로 예상하는가? 양국 관계 개선에 조언한다면?

[마이니치] 요네무라 코이치 지국장 :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문제와 안보·경제를 분리한다는 투트랙 정책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문제에는 상대국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 눈을 의식해야 한다.

[T] : 한국에 달렸다. 과거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아시아를 만들어갈 두 경제대국의 협의에 주목하고 싶다. 일본은 언제든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했으니 한국이 하기 나름이다.

[TBS] 이다 시게토시 지국장 : 올해 한일 관계는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의 각오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한일 관계는 호전될 가능성도,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관계개선의 첫걸음이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이 관계개선에 얼마나 각오를 가지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만 결단을 내리면 정상회담은 실현될 테니 ‘위안부 문제 진전’이라는 조건을 달지 말고 정상회담에 응했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에게 기대를 건다.

[마이니치] 오누키 도모코 기자 : 7월 9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관훈클럽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측은 연내에 한·중·일 정상 회담을 열고, 그때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방침인 듯하다.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이라는 지금까지의 박근혜 정부의 수법이 한국 내에서도 비판받는다는 점을 박 정부가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의 해를 놓치면 관계 개선의 모멘텀도 잃게 된다는 위기감은 한일 양측이 모두 가지고 있다. 올해 들어 ‘다케시마의 날’이나 교과서 검정 문제 등 연례행사에 대해서도 양측 모두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외교를 진전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왜 한국인은 일본 역사인식 문제에 민감한지, 왜 일본인은 한국의 일본 비판에 불쾌감을 보이는지 이유와 배경·역사·문화 등 방식을 이해하고 간극을 메울 필요가 있다. 양국 정부는 한 가지 문제로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

[Y] : 가을에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는데 이때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한일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다지 의미 없는 정상회담이 될 우려가 있다. 양국 국민은 정치 지도자와 일반국민이 다른 차원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국민은 일본인을 경멸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일본 국민은 박 대통령이나 언론, 시민단체가 왜 반일적인 언동을 취하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지지프레스] 하기하라 다이스케 기자 : 정상회담은 올해 가을 한·중·일 정상회담을 기회로 실현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위안부 문제 등 구체적 현안의 진전이나 양국 국민감정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반일·혐한 감정은 당분간 계속된다. 한국인은 식민지 지배 35년의 두 배인 전후 70년간 일본이 걸어온 길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일본이 과거에 행한 사죄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가 정치, 사회적인 측면보다 한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우월의식도 버려야 한다. 양국은 자신의 척도뿐 아니라 상대의 척도로도 이해하려고 노력해 인적, 문화적 교류를 계속 해야 한다.

[니시니폰신문] 우에다 유이치 지국장 : 양국 정상회담이 쉽게 이뤄질지는 전혀 예측이 불가능하다. 한일 관계도 정치적으로는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한일 양국이 급속도로 결속하려면 미중관계 악화나 중국경제 변조 등 중국에 어떤 심각한 이변이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외부적 요인에 의한 관계개선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

역사 현안에 대해서는 한일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모두 만족할 성과를 거둘 수는 없다. 협의에 도달해도 서로가 불만을 갖는 결과밖에 얻지 못한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자국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했음에도 ‘우리나라가 외교에서 이겼다’고 승리 선언을 하거나 상대국에 불만을 쏟아 내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면 합의를 해도 국민간에 적개심이 일어난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 현안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합의를 하고 난 뒤엔 서로 상대가 양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도쿄신문] 시마자키 츠쿠오 기자 : 한·중·일 정상회담과 더불어 ‘간단한’ 한일 정상회담은 연내에 가능하다. 위안부 문제 해결책까지 포함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본격적 한일 정상 회담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201508호 (2015.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