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 에세이] 동틀 무렵엔 미사곡 별 총총한 밤엔 세레나데 

지리산 산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리듬감은 오선지 위의 하모니… 천왕봉에서 시작된 선율이 메아리 돼 백두대간을 타고 북으로 북으로… 

글·사진 주기중·전민규 월간중앙 기자

▎지리산 장터목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 백두대간의 능선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보며 산길을 오른다. 온 몸이 땀으로 젖을 무렵,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1915m)에 도착했다. 발 아래 첩첩이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능선들. 그 숨막히는 절경에 넋을 잃는다. 뽀얀 운해(雲海)를 품고 점점 더 흐리게 겹쳐지는 선들의 하모니. 산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선율과 리듬감이 오선지 위에 내려앉은 음표를 보는 듯하다.


▎ 함백산의 일출. 해가 뜨면서 운해가 밀려온다.
“필름은 악보요, 사진은 연주”라는 세계적인 풍경사진가 안셀 애덤스의 말이 생각난다. 사진가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다. 동서남북으로 앵글을 달리하며 음악을 연주한다.

해 뜰 무렵에 보는 지리산의 능선은 장엄한 미사곡과도 같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는 능선의 울림은 경쾌한 춤곡이다. 별이 총총한 밤에 보는 반야봉의 부드러운 능선은 연인을 위해 불러주는 세레나데의 선율을 닮았다.

지리산은 어머니 같은 산이다. 천왕봉에서 시작된 선의 울림은 메아리가 돼 북으로 향한다. 덕유산·조령산·속리산·태백산·함백산·오대산·설악산…. 이른바 백두대간의 명산들이다.

백두대간은 조선의 실학자인 신경준이 쓴 <산경표(山經表)>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는 한반도의 산줄기를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과 정간, 정맥으로 분류했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말처럼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등줄기다. 우리 산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능선들의 음악적 리듬감에 있다. 그 선의 아름다움은 한국적 미감의 원천이 됐을 것이다.

산에 오르기 좋은 계절이다. 지리산·설악산·함백산·설악산·단산(문경)에 올라서 본 산하의 풍경을 사진으로 엮어본다.

- 글·사진 주기중·전민규 월간중앙 기자


▎가을 색을 만끽하려는 등산객들이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 있다.



▎설악산 봉정암의 밤. 불 밝힌 사리탑 뒤로 바위 능선들이 겹쳐진다.



▎문경 단산에 올라서 본 문경새재 일대의 아침풍경. 골마다 운해가 가득하다.


201510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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