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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새정연 유일 ‘부산 3선’ 조경태의 격정토로 

“문재인 내려오지 않으면 총선 참패 면하지 못할 것” 

최경호 월간중앙 차장 사진 오상민 기자
2002년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 정책보좌역 지낸 ‘원조친노’… “혁신위 활동은 ‘혁신’ 아니라 분열만 조장하는 ‘역신(逆新)’ 아니냐”

▎조경태 새정연 의원은 야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3선 고지를 밟았다. 당내 대표적인 비주류 중 한 명인 그는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고 친노 패권주의가 소멸돼야 당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경태(47) 새정치민주연합 3선 의원(부산 사하을)은 ‘원조친노(親盧)’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의 정책보좌역을 역임했다. 그런 조 의원이지만 몇 년 전부터 ‘친노간판’ 문재인 대표의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지난 4·29 재·보선 패배 직후에 ‘문재인 퇴진론’을 외쳤고, 문 대표 주도로 만들어진 당 혁신위의 활동에 대해서도 “문재인의 전위부대”라며 직격탄을 쏘았다. 급기야 혁신위는 조 의원을 ‘해당행위자’로 규정했고, 이에 조 의원은 “차라리 나를 제명시켜라”고 맞서고 있다.

조경태 의원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약관(弱冠) 28세의 나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을 거부한 ‘꼬마 민주당’ 소속으로 노무현 의원과 함께 부산에 출마했다. 비록 떨어지긴 했으나 주민들이 안겨준 1만835표를 자양분으로 삼아 훗날을 기약했다.

조 의원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부산 출마를 고집했다. ‘DJ당(黨)’이라 할 새천년민주당의 간판을 달고 나섰다. 15대 때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후보와 함께 낙선의 고배를 들었다. 그래도 중앙당의 지원을 받았으니 15대 때보다는 ‘수월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고 자위했다.

17대 총선에서는 극적으로 당선됐다. ‘대통령 탄핵정국’이었던 터라 정치적 환경도 좋았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종웅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친여 성향의 표가 갈린 덕을 톡톡히 봤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3수(修) 끝에 당선된 조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조경태 학습관을 세워야 한다”고 격려해주었다. 그런 조 의원은 18대와 19대에는 비교적 ‘낙승’을 거두며 3선 고지에 올랐다.

‘원조친노’라 할 조 의원이지만 친노와는 오래전에 갈라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비노(非盧)라고 해야 할 듯하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문재인 후보 5대 불가론’을 외쳤고, 지난 4·29 재·보선 참패 이후로도 ‘문재인 사퇴론’을 언급했다.

문 대표와 측근들은 조경태 의원의 목소리가 불편할 수밖에 없지만 애써 외면해왔다.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새정연의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조 의원을 ‘해당행위자’로 규정하고 10월 21일 조 의원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월간중앙>은 문 대표와 혁신위를 향해“차라리 나를 제명시켜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조 의원을 10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보았다.

“비판 수용하지 않는 헌정치 독재정당”


▎조경태 의원이 지난 8월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의원총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유신독재’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로 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떤 이유에선가?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듯,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당의 일부 세력이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당대표를 비판했다고 해서 현역의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해당행위로 규정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제왕적 총재였던 김대중 총재 시절에도 자신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김상현·정대철 의원 등의 발언을 인정해줬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니라 ‘헌정치 독재정당’이라는 비아냥이 우리 당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그 일부 세력이란 누굴 말하나?

“친노 패권세력이라 할 수 있다. 9월 16일에 혁신위가 마련한 공천 혁신안에 대해 분명히 반대의견이 있었음에도 중앙위원회에서 표결 없이 박수로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나는 공개토론을 주장했지만 그분(일부 친노)들은 갖은 욕설과 야유로 응수했다.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모습들이다.”

당 혁신위의 활동이 사실상 마무리됐는데 뭐가 문제라고 보나?

“글쎄, 혁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합한지 모르겠다. 혁신이 아니라 ‘역신(逆新)’이었다. 국민들은 국회의원 수를 줄이라고 하는데 우리 당 혁신위에서는 증원시켜야 한다고 했다. 어이없었다. 혁신위가 내놓은 안(案)은 대부분 문제의 소지, 분란의 소지가 있는 것들이었다. 혁신위가 당을 통합시키고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데 되레 분열시키고 찢어놓았다. 이런 게 바로 해당행위 아닌가?”

지난 5월 24일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의 위원장직 수락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던 새정연 당 혁신위는 조만간 ‘문패’를 내린다. 혁신위는 11차례의 혁신안 발표를 통해 당의 체질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와 함께 끝내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 때부터 줄곧 내년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다 혁신위가 부산 출마를 권유하자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는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현역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부산 사상구)에 출마하는 게 혁신이라니 도대체 말이 되나?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부산 내 어느 지역이든 출마하겠다는 문 대표의 발언도 적절하지 못하다.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잔꾀 부리지 말고 (총선에서 이길) 자신이 없으면 솔직히 고백해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비례대표직을 내려놓았을 때 우리 당 일각에서도 문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요청했다. 그때 문 후보는 ‘지역구 유권자들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를 거부하지 않았나?”

“당에 애정이 없다고? 기가 찰 노릇”


▎2012년 7월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 방송합동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정세균· 김정길·김영환· 김두관·문재인· 손학규·박준영 후보.
조 의원은 노무현 의원의 보좌역 출신, 즉 ‘원조친노’다. 하지만 지금은 친노와 완전히 등을 졌는데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제가 노 전 대통령을 좋아했던 것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희생, 열심히 일한 사람이 대접받는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려는 노력 등 그의 철학과 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과 어려운 걸음(15, 16대 총선 때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에서 출마)을 함께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친노 패권세력들은 그런 철학을 담고 있지 못하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게 대하라’고 강조했는데 이 사람들은 반대다. 지금의 패권세력은 엄밀히 말해 친노가 아닌 매노(賣盧)다. 합리적 친노세력도 있고 패권적 친노세력도 있다. 나는 비노가 아닌 합리적 친노다.”

정치권에서는 조 의원과 친노의 관계 악화 계기를 2010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새정연의 한 관계자는 “당시 친노들이 최인호 위원장(현 부산 사하 갑 지역위원장)을 미는 바람에 조 의원은 낙선했다. 조 의원 측은 그 배후에 문재인 대표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2012년 당내 대선후보경선 때 ‘문재인 5대 불가론’을 외치며 반대했다. 그 후로도 문 대표와 편치 않은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데 문 대표와 개인적으로 척질 일이 있었나?

“절대로 문재인 개인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사적으로는 경남고 선배이기도 하다.(문 대표는 이 학교 25회, 조 의원은 40회 졸업생이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표의 요청으로 부산선거 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사실 편한 길을 가려면 박수 치며 적당히 친하게 지내면 된다. 그러나 대선 이후 문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책임지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문 대표는 2013년 북방한계선(NLL) 논란 때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하자고 해놓고 슬그머니 비켜나갔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기초의원·기초단체장 공천폐지를 약속해놓고 나중에 유야무야했다. 올해 4·29 재·보선 때도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0대 4 참패를 당했다. 그 이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치인은 자신의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2012년 조 의원이 주장했던 ‘문재인 후보 5대 불가론’의 골자는 ▷대통령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 ▷19대 총선을 통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 ▷친노 패권주의가 우려된다는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 등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잘해야 80석”


▎조경태 새천년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구당위원장이 2002년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안동선 의원의 발언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따금 당론과 다른 견해를 내는 것을 두고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부산에서 지역구 3선을 했다. 그만큼 가치 있는 게 어디 있는가? 노이즈 마케팅 같은 것은 할 필요도 없다. 부산에서 새정연 3선을 누가 넘본단 말인가? 문재인 대표도, 김부겸 전 의원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그런 내가 무엇이 아쉬워 노이즈 마케팅을 하겠느냐?”

대구 출신인 김부겸 전 3선 의원은 19대 총선과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각각 지역구 국회의원과 대구시장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김 전 의원은 총선에서는 40.4%, 지방선거에서는 40.3%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당선까지는 ‘두 뼘’이 모자랐다.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의원은 당원·동지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없는 것 같다. (부산에서) 의석 하나를 잃더라도 (조 의원에 대한 강력한 조치는) 이 정당의 기강을 세우는 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우선 조 교수는 당원이 아니다. 내가 당에 애정이 있는지 없는지 그분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는 20여 년간 당을 지켜오면서 당원들과 함께 호흡했다. 조 교수의 말씀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 교수가 학생들에게 애정이 있는지 없는지 우리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교수라면 연구에 전념하시기 바란다.”

야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3선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제 공약 중에 모두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부산지하철 1호선을 다대포까지 연장하는 공약을 사하 주민들의 열망을 담아 마침내 실현시켰다. 9568억원이 투입되는 엄청난 국책사업이다. 조경태 이전의 사하구 출신 선배 정치인들 모두 지반이 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토목공학 박사인) 저는 특수공법을 쓰면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 이처럼 공약이 하나둘 실현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으로 인식됐다. 지하철 1호선 다대선 연장, 신평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장림유수지 환경개선사업, 도서관 건립 등 낙후된 지역 발전에 팔을 걷어붙였고 실제로 많은 성과를 올렸다. 이러한 저의 진정성이 지역구 주민들께 잘 전달됐고 또한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적임자로서 유권자들께서 신뢰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한다.”

“내 발로 나갈 일은 없다. 차라리 쫓아내라.”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조경태 후보.
조 의원은 15, 16대 잇달아 총선에서 고배를 들었지만 ‘변칙’을 쓰지 않았다.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의원은 18대 총선 때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나갔지만 낙선했고,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김두관 전 장관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결과를 떠나 참여정부 때 각료를 지낸 두 사람 모두 ‘탈색’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조 의원은 2차례의 낙선과 3차례의 당선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당적을 버리지 않았다. 특히 19대 총선에서는 58.2%의 득표율을 기록, 20대 여성 정치신인 손수조와 싸워 득표율 55%를 얻은 문재인 대표를 제치고 당 후보 중에서 부산지역 득표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내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이 체제로는 매우 어렵다. 특히 수도권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어제(9월 30일) 이종걸 원내대표와 차를 한 잔 나눴는데 이 원내대표도 어려움을 토로하더라. 수도권뿐만 아니라 호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가면 당은 18대 총선의 81석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수도권은 유독 ‘쏠림 현상’이 심했다.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 열린우리당 돌풍이 거셌던 17대 때는 열린우리당이 서울·인천·경기 109석 가운데 76석(한나라당 33석)을 휩쓸었고, ‘MB(이명박 전 대통령) 바람’이 거셌던 18대 때는 총 111석 중 한나라당이 81석(민주당 25석, 기타 5석)을 가져갔다. 3년 전에 치러졌던 19대 때는 총 112석 중 야권이 69석(민주통합당 65석, 통합진보당 4석)을 얻어 43석에 그친 새누리당에 승리를 거뒀다.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 치러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야당은 잇달아 패했다.

“당내 패권세력들이 자기들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다는 진영논리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패권세력의 청산 없이 승리는 없다. 2013년 4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간한 대선평가보고서에도 답(친노 패권주의 청산의 필요성)이 나와 있다. 한 교수는 그처럼 당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분인데 그렇다면 이분도 해당행위자란 말인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나?

“답은 하나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문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래 본인의 지역구인 사상구에 출마하고, 당내 패권세력들은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이를 통해 당이 통합과 화합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이번에도 봉합 수준에 머물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게 신당 창당을 권유한 적이 있다. ‘새정연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말로 들렸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안 전 대표에게 ‘당이 이대로 되겠습니까’라고 물은 적은 있다. 국민들은 19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국회로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10%선에 머물 정도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다. 여야를 아우르는 정계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정당·대안정당·서민정당이 필요하다고 본다.”

탈당할 의사는 없는가?

“내 발로 나가는 일은 없다. 20여 년 동안 당을 지켜온 조경태다. 나는 박힌 돌이다. 나갈 사람은 당에 들어온 지 3, 4년밖에 안 되는 굴러들어온 돌, 문재인 대표다.”

만일 당에서 제명되거나 공천하지 않는다 해도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가?

“그동안 당에 적잖이 기여해왔다고 자부한다. 문재인·안철수 의원도 자신들의 고향인 부산에서 출마하는 것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특히 당대표 이전에 지역구 의원인 문 대표는 당연히 사상구에 출마해야 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건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새누리당에서 누구를 공천하든 저는 내년 총선에서 사하을에 출마해 당당히 경쟁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험지(險地)에서 3선을 한 사람이다.”

조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공천 과정에 친노 인사들의 극심한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문재인·문성근 등 친노 인사들은 ‘낙동강 벨트’에서 1차 전략공천을 손쉽게 받았지만, 당시 민주통합당 유일의 부산 재선의원이던 그는 1차 공천에서 제외됐다. 그래서 2차 공천에서 확정될 때까지 지역구민들로부터 “도대체 무엇 때문에 1차 공천을 받지 못했느냐”는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천정배·박주선 등 합치면 신당 파괴력 만만찮아”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신당에 합류할 생각은 있나?

“(천 의원 쪽에서) 만나자는 제안이 오면 만날 의향은 있다. 천정배 의원뿐 아니라 여권인사든 야권인사든 대중정당·대안정당·서민정당을 지향하는 분이 있다면 함께할 용의가 있다. 여권인사 가운데에도 뜻을 함께할 만한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의 대표적인 비주류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공천(公薦)이 없으면 민천(民薦)이 있다”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박 의원은 당 혁신위가 비리 등의 혐의와 관련,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전이라도 하급심(1·2심)에서 유죄를 받는다면 공천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과 정세균·김한길·문희상 의원 등 전직대표의 열세지역 출마를 요구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혁신위의 안(案)대로라면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박 의원 역시 공천 배제대상이다. 박 의원은 천정배 의원 측과 이심전심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정연에 대한 호남 민심은 어떻게 읽고 있나?

“얼마 전 광주에 다녀왔다. 늘 새정연을 지지해온 분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광주에 내려올수록 새정연의 표가 더 깎인다’고 하더라. 대표가 당의 심장부에 가는데 표가 깎이다니 이거야말로 해당행위가 아닌가? 역대 어느 야당 대표도 광주에서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다. 광주에서 왜 신당 바람이 일고 있을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런 민심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만에 하나 새누리당에서 영입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일 것인가?

“그런 것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일 대안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정당의 낡은 구조를 바꾸고 바닥에 떨어진 정치의 위신을 회복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

야권발(發) 신당 창당 바람이 불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 김민석 전 의원, 박준영 전 전남 지사 같은 분들이 각자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 이분들이 힘을 합친다면 군소정당이 아닌 나름대로 전국정당의 틀을 갖추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럴 경우 신당의 영향력이 호남을 넘어 수도권에까지 미치게 될 것이고, 새정연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끝으로 ‘정치인 조경태’의 비전과 신념이 듣고 싶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보면 ‘정치가 소박해야 세상이 숨을 쉰다’는 구절이 있다. 소박한 정치는 국민 다수를 바라보고 하는 정치다. 정치 불신이 깊은 이유는 정치인들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고, 공약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국민이 바라는 소박한 정치를 하려고 노력해왔다. 제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공약을 실천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려 노력해왔다. 또 정치를 하는 동안 특정 계파에 속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굳이 계파에 넣고 싶다면 ‘국민파’로 분류해달라. 국민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정치인이 되겠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정리 김보현 인턴기자 / 사진 오상민 기자

201511호 (20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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