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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포트] 강남 뺨치는 강북 아파트 전세금 

압구정동? 아현동이 더 세다! 

김우섭 한국경제신문 기자
2006년 이후 최고기록 경신 중 3.3㎡당 1749만원으로 지난해 2배… 재개발 등으로 강북 주택시장 활성화되겠지만 집값 오름폭은 크지 않을 듯

▎서울 도심의 대표적 노후 주택가인 마포구 아현동과 서대문구 북아현동 지역의 신규 아파트 전셋값이 3.3㎡당 2천만원을 육박하고 있다. 도심업무지역에 가깝게 자리 잡아 주거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아현동에 위치한 아파트와 주택가의 모습. / 사진·뉴시스
도심과 가까운 서울 강북지역의 아파트값과 전세금이 치솟고 있다. 서울 도심권으로 출퇴근하기 쉽다는 이유에다 최근 재개발지역이 뉴타운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광화문·시청·여의도 등 도심권과 가까운 곳은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려 1년 만에 전셋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전세금이 오르자 매매가도 덩달아 상승하면서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9년 만에 가장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10월 셋째 주까지 서울시내 아파트값 상승률이 4.52%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은 2006년 이후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연 2~3%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2013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저금리에 따른 세입자들의 매매전환 수요 증가 등으로 지난해 1.09%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5% 후반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지역 집값 상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전세금 상승이다. 지역별로 보면 성북구(집값 상승률 6.15%)를 중심으로 한 강북지역의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80%를 웃돌면서 매매전환 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까지 몰렸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4호선 길음역을 이용해 서울 도심권으로 출퇴근하기 쉬운 성북의 길음뉴타운은 ‘강북 전세 1번지’로 급부상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85㎡(이하 전용면적) 미만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평균 90%를 웃돈다.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59㎡ 이하 평형은 전세와 매매 시세가 비슷한 집이 적지 않다.

길음초등·중학교가 가까운 ‘길음뉴타운 2단지 푸르지오’ 84㎡는 지난 9월 4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전세거래 신고가격은 4억원이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가 1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96.3%에 달했다. 미아초등학교가 단지 앞에 있는 ‘길음 동부센트레빌’ 59㎡와 84㎡의 매매와 전세가격 차이는 2천만원 수준에 그친다.

아침에 물량 나오면 오후에 계약 성사


▎전세난의 영향으로 서울 강북지역(한강 북부) 14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4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북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뉴시스
길음역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최모(58) 씨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세입자들의 매매 수요가 늘어 집 값은 2년 전보다 7천만원가량 올랐다”며 “그렇지만 저금리로 전세 물량이 크게 줄면서 전셋값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억5천만원이 넘게 뛰었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전세난은 이웃 서대문구와 강북구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60㎡(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는 지난 9월 2억8400만원에 거래됐는데 전월(前月) 전세 거래 신고 가격은 2억8500만원이었다. 지은 지 23년(준공연도 1992년)된 아파트여서 전세가가 주변에 단지에 비해 낮은 편임에도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선 지 오래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 트리베라 1·2차’는 한 달 새 전셋값이 3천만원 뛰었다. 임희열 KB국민은행 가치평가부 팀장은 “전세가율이 높은 강북도 매입 후 임대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매매가가 5억원 이상인 서울에서도 전세·매매가격 역전 단지가 등장한 것은 저금리 여파로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길음뉴타운 등 역세권 소형 아파트 단지에선 보증금 1억~3억원에 월세 50만~100만원 수준의 보증부 월세(반전세) 매물이 늘고 있다. 연 1%대 저금리 시대에 전세금을 받느니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를 받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세입자들은 내 집을 마련하거나 보증금을 높여서라도 전세로 눌러앉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설명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는 세입자에게 낮은 금리의 예금과 같다”며 “저금리일수록 세입자의 전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강북의 일부 지역은 강남의 전세 가격을 앞질렀다. 마포구 아현동은 지난해 10월에는 3.3㎡당 평균 아파트 전세금이 977만원이었지만 이달엔 1749만원으로 뛰어올랐다.

강남 3구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 1765만 원과 비슷하다.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 압구정동(1640만원)이나 서초구 서초동(1590만원), 양천구 목동(1412만원)보다 3.3㎡ 당 100만~300만원 정도 높다.

전세금이 치솟는 데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서울지역 전세난은 더욱 심해진다. 그나마 입주가 예정된 대단지 인근은 새 아파트로 옮기는 세입자들이 늘며 전세 매물이 빠르게 입주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전세난을 겪은 강북 아파트 단지들은 매물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게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전세난이 극심한 대표적인 지역인 강북 노원구 상계동 인근은 전세 물건이 나와도 금세 계약이 완료된다. 상계동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침에 전세가 나오면 당일에 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예약을 해놓고 2~3개월은 기다려야 이사 날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상계주공 1단지 전용 59㎡는 올해 초만해도 상위 평균 전세가격이 1억5750만원이었지만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1억8250만원까지 올랐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전국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9월 말 현재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이미 넘어섰다. 전국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올해 들어 9월까지 4.76% 올랐는데 지난해 연간 상승률은 4.36%였다. 이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9월까지 7.49% 상승해 지난해 연간 상승률(4.86%)의 1.5배에 달했다. 성북구(10.65%)와 강서구(10.56%)가 10%를 넘었다.

저금리가 불러온 전세가격 상승


▎서울 강남지역의 전세금도 강세를 이어간다. 한 시민이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시세표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전세가격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다. 전셋 값 급등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은 여전히 전세를 선호한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월세보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더 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억원의 전세보증금에 월세를 50만원 내느니 월세 없이 보증금을 5억원으로 올려주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1억원을 대출받으면 연간 이자가 350만원인 반면 월세는 연간 6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올해 입주 예정인 물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보통 새 아파트 단지가 분양하면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인근 전세 가격이 진정되는데 최근엔 새 분양 단지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세 물건이 없어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847가구, 내년 입주는 2만1635가구다. 지난해(3만7400여 가구) 대비 40%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침체됐던 부동산 시장 때문에 새로 짓는 아파트 수가 줄어든 여파다.

새 입주 물량이 대부분 지방에 집중돼 있는 점도 문제다. 9월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53가구로 지난달 대비 1798가구 증가했지만 수도권은 같은 기간 입주가 8.0%(684가구) 감소했다. 지방은 25.6%(2482가구) 증가한 1만2168가구가 예정돼 있어서다. 9월 입주물량 중 60.7%(1만2168가구)가 지방에 포진된 셈이다.

주택 구입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약해진 것도 전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세 주택에서 자가 보유로 전환하는 비율은 2005년 53%, 2008년 38.7%, 2012년 23.2%로 줄어들고 있다. 과거 전세는 내집 마련에 앞서 과도기적 주거 형태였지만 최근엔 전세로 계속 살거나 월세 등 다른 형태의 임대주택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전세 상승 랠리는 2009년 3월에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전 최장기간 상승 랠리는 2005년 2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45개월간이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전세가격이 20개월가량 오르다가도 다시 내리는 흐름이 나타났다. 일시적인 주택 수요가 공급을 웃돌며 전셋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북의 경우 다세대·다가구 공급이 늘어나지만 아파트 전세난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층은 보증금을 좀 더 주더라도 아파트만 찾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며 세입자들의 부담이 가중하는 상황에서 공급량 자체가 늘어나는 2017년도까지는 전세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거환경 개선도 상승 요인 중 하나


▎전세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운 게 월세다. 한 주부가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전세금이 오르면 매매가도 덩달아 오른다. 강북 도심의 매매가 상승 현상은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강북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3년 만에 평균 4억원대에 다시 올라섰다.

KB 국민은행의 ‘10월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 강북지역(한강 북부) 14개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달 3억9946만원보다 185만원 상승한 4억130만원으로 4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4억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12년 8월(4억106만원)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매매가가 오르는 지역의 특징은 아파트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이 비율이 가장 높은 가장 높은 성북구(81.8% 길음동 ‘길음뉴타운 4단지 e편한세상’ 84㎡는 5억원 내외에서 거래된다. 지난해 12월 거래가격 4억2900만원에 비해 크게 뛰었다. 2008년 9월 역대 최고 거래가(5억2900만원)의 92.6% 수준이다.

서대문구·중구(76.5%), 마포구·동대문구(75.6%), 광진구(75%) 등도 전세가율이 높아지면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자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입주한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용 59㎡는 분양가(4억9천만원)보다 1억5천만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 분양가도 상승해 올해 공급된 성동구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힐스테이트 금호, 서대문구 e편한세상 신촌 등은 3.3㎡당 분양가가 모두 2천만원을 넘었다.

재건축 단지 분양권도 강북이 강남을 앞지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입주를 앞둔 공덕 파크자이 전용 84㎡ 분양권이 최근 7억4천만원에 거래됐었다. 2년 전 분양가(5억9800만원)보다 1억4천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 대표단지인 ‘래미안 대치청실’ 전용 84㎡의 분양권 웃돈(약 8천만원)보다 훨씬 높다. 은평구 녹번동 ‘북한산 푸르지오’, 종로구 무악동 ‘인왕산 2차 아이파크’ 단지의 중소형 평형 분양권에도 5천만원가량의 웃돈이 붙었다.

강북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전세금이 동시에 치솟는 이유는 뭘까?

우선 강북지역 뉴타운 사업이 마무리되고 입주에 들어가면서 주거 환경이 대폭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마포구 아현동(아현뉴타운), 성동구 하왕십리동(왕십리뉴타운),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동(전농·답십리뉴타운), 서대문구 남가좌동(가재울뉴타운) 등지에는 최근 1~2년 사이 재개발 사업으로 1천 가구 이상의 대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새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고 있다.

왕십리 일대가 이제는 직장인의 새로운 인기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왕십리는 낡은 주택이 밀집해 있는 구도심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제는 편리한 교통과 생활 인프라만 있다면 강북이어도 강남권과 큰 차이가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에 살겠다는 고정관념도 없어졌다.

뉴타운 개발로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되고, 낡은 주택가가 재개발되면서 상권(商圈)이 새로 정비된 것도 젊은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최근 왕십리 주변 분양 아파트는 전용 84㎡의 분양가가 보통 6억원대로 개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30대 젊은층이 이끄는 ‘강북 스타일’


▎전문가들은 강북 도심 주택시장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도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에 지쳐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 실수요자들이 강북 도심 주택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도심 인근 단지는 30분대면 직장에 출퇴근할 수 있고 중소형 주택이 많아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맞벌이 부부가 선호한다”며 “전세금이 매매가의 70~80%에 육박하면서 30대들이 대거 강북 도심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분양시장에서도 30대가 강세다. 10월 공급된 동대문구 답십리동 ‘힐스테이트 청계’는 전체 계약자 중 30대가 42% 정도를 차지했다. 올해 초 왕십리 주변에서 분양한 2개 아파트 단지는 모두 30대가 주력 구매자로 확인됐다.

현대건설·SK건설·포스코건설이 3월 일반에 분양한 왕십리 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 계약자 1171명을 분석해보니 30대가 398명(34%)으로 가장 많았다. 30대 계약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대(258명·22%)나 50대(266명·2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강북지역에 젊은층의 매매 수요가 늘면서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녀가 1~2명인데 굳이 큰 평형을 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웃나라인 일본 등의 사례를 볼 때 저성장 국면에선 대형 평수의 집값 상승률이 낮았다는 점도 감안한다.

이 때문에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성북구 길음뉴타운은 최근 소형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었다. 8단지 59㎡ 이하 거래량은 지난 3분기 12건으로 1, 2분기(24건·25건)에서 반 토막 났다. 반면 85㎡ 초과 거래량은 분기별로 큰 차이가 거의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월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지난 10월 소형 거래 비중은 36.7%로 조사됐다. 지난 1월만 해도 40.9%, 2월엔 42.6%에 달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한 것이다. 매매 시장에서 소형 아파트 거래가 줄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가격 움직임은 정반대다. 10월 소형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보다 5.7% 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중대형과 대형 아파트값은 각각 2.5%, 1.55% 오르는 데 그쳤다.

박상언 대표는 “큰 금액을 빌려 전세를 얻느니 차라리 디딤돌대출 등 정부 정책자금을 이용해 매매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동부이촌동지점장도 “치솟는 전셋값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가 바로 30대”라며 “전세난에서 탈출하고는 싶지만 쌓아놓은 자산도 별로 없다 보니 접근성이 좋은 강북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윳돈 많은 강남의 30대가 강북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강북 도심 주택시장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도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분양대행회사인 내외주건 정연식 부사장은 “전세난에 따른 매매 전환 수요가 꾸준하고 저금리 기조도 지속되고 있어 연말까지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오름폭은 크지 않을 듯

다만 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한데다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등과 같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연구위원은 “집값의 60~70%가량 자기자본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집 한 채를 구매하는 건 실수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며 “때를 기다리다가 기존 주택 중 급매물을 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일부 지역은 지속적인 강세가 예상된다. 올 4~5월 인기리에 분양한 신금호 파크자이, 아현역푸르지오, e편한세상 신촌 등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11월부터 풀리기 시작하면서 거래도 늘고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강북 도심은 교육 여건 등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중단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속속 재개돼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최근 대림산업이 서울 금호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신금호 아파트는 청약 1순위에서 평균 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대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197가구 모집에 12만2563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622대 1이나 됐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지은 책임연구원은 “청약 대기 수요가 여전히 풍부하고 인기 지역 물량이 많은 만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역별로 편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분양시장도 상반기의 열기가 이어질 것 같다. 관련 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말까지 전국에서 13만여 가구가 나온다. 서울에선 지난해(1만974가구)의 3배 수준인 3만여 가구가 나온다. 하반기 들어 분양 물건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분양 열기가 달아오르자 주택 건설업체가 내년에 내놓으려던 물량까지 앞당기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투자시장인 재개발·재건축시장도 활황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추가 완화키로 한 덕분이다. 정부는 조합 설립 때 주민 동의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또 기부채납(도로 등 공공시설용으로 부지를 무상 제공) 일부를 현금으로 낼 수 있게 바꾸기로 했다. 서울역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 강북권은 물론 부산·대구 등 지방으로까지 재개발·재건축 투자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서울에선 강남권 재건축, 서울 강북이나 지방에선 사업 속도가 빠른 재개발 단지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계대출이 1천조원을 넘어 1100조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정부도 부동산 대출 규제를 시작하고 있다. 정책이 시작되는 내년 이후에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식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이유다.

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일부 건설사가 부동산시장 활황에 보유해뒀던 땅을 개발해 분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대출 이자는 상승해 주택 대출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대출이 1천조원을 넘어선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투자는 시세차익보다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에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교통 여건이 나쁘지 않은 강북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를 추천한다. 아파트 청약 시에는 주변환경, 향후 재무상태를 함께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미 아파트 공급이 많이 이뤄진 지역은 2~3년 뒤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원금분할상환대출이 적용되는 만큼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위해선 전체 집값의 50%가량을 자기자본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신혼부부는 자녀계획도 고려해야 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직장과의 거리, 자녀 양육 등 가족계획과 장기적인 대출계획을 함께 짜야 한다”고 말했다.

- 김우섭 한국경제신문 기자

201512호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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