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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포커스] 수입차 年 20만 시대의 명암(明暗) 

찻값 더 싼 외제차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4배나 비싸다고? 

배기량에 따른 과세, 비현실적 보험료 등 국산차와 형평성 문제 제기… 손비 처리·세금 탈루 여지 등 법인차 세법개정안 허점도 ‘수두룩’

▎지난해 국내 승용차 총판매대수 137만4928대 가운데 수입차는 19만6359대로 점유율은 약 14%에 이르렀다. 국내 수입차 중 70%가량은 독일차이지만 최근 폴크스바겐 사태 여파로 지난 10월 한 달간 60.9%에 그쳐 전월 대비 점유율이 10%가량 하락했다. / 사진·뉴시스
지난 10년간 국내 시장의 수입차 판매량은 연평균 24.6%씩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차 판매량은 3.3%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총판매대수 137만4928대. 그 가운데 수입차는 19만6359대로 약 1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동안 질주하던 수입차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무용 차량 과세 논의와 ‘폴크스바겐 사태’로 인한 불신 분위기 등 불리한 환경이다.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부품값과 공임, 보험료 등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수입차 업계에 한파가 불어닥치는 것인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47) 씨는 최근 업무용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수입차 매장을 찾았다. 판매사원은 박씨에게 “운용리스로 차량을 계약하면 찻값의 10%를 할인해주고, 추가로 찻값의 5%에 해당되는 현금을 개인통장에 입금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절세 목적으로 차량을 리스로 계약하려 했는데 현금까지 준다고 해서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박씨와 같은 방식으로 수입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무늬만 법인차’라는 비판이 거세진다. 이에 정부는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50%의 비용을 기본 공제하고, 운행일지를 작성할 경우 최대 50%까지 추가 공제해주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수입차 외관에 회사로고를 부착하면 100%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수억 원에 이르는 차량까지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하면 50%를 손비처리해주는 개정안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오너 가족이 회사 임직원으로 허위 등록할 경우 세금탈루의 허점도 발생한다. 보험 가입 요건만 갖추면 손비 처리가 허용되는 만큼, 사용(私用)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회사명의 업무용 차량의 취득 및 임차비 손금산입(경비처리) 한도를 1대당 3천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업무용 차량의 세금혜택은 일반 국민이 자신의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 부담하는 세금 및 자동차세와 비교하면 조세형평성을 크게 이탈하는 것”이라면서 “출퇴근같이 단순 이동 목적으로 사용하는 차량을 업무용차로 둔갑시키거나 개인적 용도로 고가의 업무용 차량을 사용하면서 그와 관련된 비용을 손금(損金)으로 처리하는 것은 명백한 탈세 행위”라고 주장했다.

회사명의 고가 업무용 차량 운행, 제동 걸리나?


▎수입차를 구매한 고객들의 대표적인 불만이 AS센터 부족과 비싼 부품이다. 국산 브랜드의 AS센터 수는 3501개로 수입차의 437개에 비해 8배 이상이다. / 사진·중앙포토
그는 이어 “이는(전액 손금 산입되는 것은) 불필요한 고가 업무용 차량의 구매·임차를 부추기도록 하는 원인”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승용차 판매현황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총 137만4928대의 승용차 판매대수 중 법인(개입사업자 포함)이 업무용 차량으로 구입한 대수는 45만4091대로 33%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업무용 차량의 총판매금액이 16조741억원에 이르지만 이는 모두 손금으로 인정돼 약 5조3천억원의 세제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번 법안은 해외 선진국 사례에 따른 것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일례로 캐나다는 3만 캐나다달러(약 2684만원) 미만의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서만 전액 경비로 인정하고, 호주는 업무용차 구입비의 약 4940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해준다. 싱가포르에서는 업무용 차량의 구입비와 유지비 모두 경비 처리가 불가능하다. 미국·영국·일본·독일의 경우 업무용차 구입 및 리스비용에 대한 경비인정 한도가 없지만 업무와 무관한 사용비율을 계산해 일부 사용분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11월 6일, 업무용차에 대한 무분별한 세제혜택을 근절하기 위해 ‘법인세 및 소득 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은 “업무용차의 취득비용과 유지비용 전액이 경비처리가 가능해 개인사업자와 법인들이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고가의 승용차 등을 업무용차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금부과, 배기량에서 찻값 기준으로 개정 목소리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온 기존 방식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50년 전에 만들어진 자동차세 과세표준은 차량 가격과는 무관하게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 C200과 현대차 쏘나타 2.0 기본 옵션은 가격이 각각 4890만원과 2322만원으로 약 2배 차이다. 그런데 자동차세는 연간 39만8200원과 39만9800원으로 거의 같다.

최근 들어서는 배기량은 작지만 출력이 높은 고가의 차량이 많이 출시되기 때문에 현재의 과세방식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과 배기량을 함께 고려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배기량 대신 가격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법안도 추진된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현행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는 자동차세를 자동차의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10월 5일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가액 1천만원 이하는 자동차가액의 1000분의 4, 1천만원 초과 2천만원 이하는 4만원+(1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9), 2천만원 초과 3천만원 이하는 13만원+(2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15), 3천만원 초과 5천만원 이하는 28만원+(3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20), 5천만원 초과는 68만원+(5천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25)에 따라 내게 된다.

이럴 경우 쏘나타의 자동차세는 17만8300원으로 55.4% 낮아지는 반면 벤츠 C200의 자동차세는 65만2천원으로 63.7% 높아진다. 다만 고가차량의 경우 자동차세가 천정 부지로 치솟을 수 있는 만큼 최대 200만원의 한도를 설정했다. 가격이 2억9400만원인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S600(5980㏄)는 자동차세가 119만6천원에서 678만원으로 6배 가까이 뛰게 되지만 한도인 200만원만 부과하도록 했다.

비현실적인 보험료도 문제로 지적된다. 수입차 사고가 발생하면 지급되는 평균 보험금은 통상적으로 국산차의 세배가 넘는다. 메르세데스벤츠 C200(4890만원)과 기아 K9(5330만원)의 수리비를 비교하면 C200이 K9보다 4.3배 비싸다. 반면 보험료는 1.1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제도를 악용해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뒤 보험회사에서 거액의 수리비를 받는 ‘보험사기’도 급증한다. 지난해 손해보험을 통한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액은 전체 보험사기 적발액의 50.2% 였다.

수입차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2005년 270개이던 수입차종은 2014년 말 580여 개(세부 트림별)로 늘었다. 같은 차종이지만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엔진과 배기량, 세단·왜건·쿠페 등 여러 형태의 디자인은 ‘가솔린 엔진의 세단형’에만 익숙해 있던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증가에 비해 여전히 불편한 AS와 비싼 부품 등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수입차의 판매량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데 반해 AS센터의 확대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산 브랜드의 서비스센터 수는 3501개로 수입차의 437개에 비해 8배 이상이다. 아우디나 폴크스바겐은 2014년 신차 판매량 기준으로 정비센터 1곳이 1천대 이상의 차량을 처리해야 한다. 보험개발원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기간은 8일로 국산차의 5일보다 3일이 더 길었다.

불편한 AS, 비싼 부품과 공임에 대한 불만 가중

비싼 부품과 공임비 역시 소비자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3.3 가솔린 모델의 앞 헤드램프 가격은 54만100원인 데 반해 동급 수입차 경쟁 모델인 BMW 520d는 132만5천원, 메르세데스벤츠의 E220은 263만8300원이다.

수입차 판매량이 늘면서 자동차 결함 대수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리콜 차종은 326개로 국산차(28 종)의 10배가 넘는다. 수입차 리콜 대수 역시 올해 들어 10월 말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인 19만1906대를 넘어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규모가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제조사들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규모에 걸맞은 AS·부품값 등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관련 법규와 제도가 소비자가 아닌 제작자 중심인 것도 문제다. 서비스 수준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식 제고·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박스기사] ‘쎈놈’들과 진검승부?


▎12월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EQ900 /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12월 제네시스 EQ900 출시…벤츠·BMW·아우디 등과 본격 경쟁 나서

4년간 1200여 명의 전담 연구원이 참여해 개발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신차인 EQ900이 10월 10일 모습을 드러냈다. 벤츠 S클래스, BMW7시리즈, 아우디 8 등 세계적 명차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 것이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EQ900은 과시형이 아닌 내면의 만족을 위한 차량”이라며 “안전하고 편안한 승차감, 균형 잡힌 주행감으로 최대한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EQ900의 외관은 화려한 에쿠스에서 정제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전면부 육각형 모양의 그릴과 윙타입의 엠블럼은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했다. 기존 에쿠스 뒷면에 있던 화려한 크롬 장식이 사라지면서 전체적으로 간결해진 느낌을 준다.

차체는 초고장력 강판을 기존 모델보다 3.2배 늘린 51.7%까지 늘렸다. 이를 통해 외부 충격에 의한 차체 비틀림을 막아주는 강성이 기존보다 181% 이상 향상됐다. 운전자가 키와 몸무게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현재의 자세 및 허리 건강 정보를 분석하고 추천 시트 위치까지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내부는 이탈리아의 최고급 가죽 가공 브랜드인 파수비오사와의 협업으로 마감했다”며 “좌석의 편안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항공기의 1등석을 수차례 연구해 최적의 승차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에쿠스 모델이 쇼퍼드리븐(기사 운전) 모델이라면 EQ900은 3.3V6 터보엔진을 별도로 내놓아 직접 운전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3.3V6 터보엔진은 최고 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가 52.0kg·m에 이른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 당시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불필요한 기능을 넣지는 않겠다는 이른바 ‘인간 중심의 진보’라는 철학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오류가 많이 난다고 생각되는 기술은 과감히 생략했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모두 6종의 제네시스 라인업을 갖추겠다고 밝힌 현대차는 EQ900을 시작으로 2015년 상반기 중에는 기존 제네시스 모델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2017년에는 판매량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볼륨 모델인 중형급 세단을 내놓으면서 디자인 정체성을 더욱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12호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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