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흰 뼈, 겨울 산이 부른다한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는 스승차고 매운 회초리를 들고 어서 오너라, 기다린다정신줄 놓고 앞만 보고 달리다가어질어질 코피 쏟으며 고개를 들면‘외롭고 높고 쓸쓸한’ 겨울 산이 기다리고 있다히말라야는 아니더라도 아주 가까이눈 덮인 겨울 산의 초대에 화답할 때가 온 것이다다만 등산이 아닌 입산의 자세누구나 정복해야 할 산은 욕망의 화산이니설화 빙화 상고대가 추우면 나도 춥고겨울나목이 배고프고 목마르니 나 또한 고프고 마르고생의 인감도장을 찍듯이 발자국을 새기며산 아래의 내가 산꼭대기의 나를 찾아가는 길입산의 내가 하산의 나를 만나 꺼이꺼이 악수하는 길영혼의 희디흰 밥, 무욕의 겨울 산이 부른다
이원규(李元圭) -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84년 <월간문학>, 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육필 시집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등을 냈다. 현재 순천대 문창과, 지리산행복학교 강사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