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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국민의당’ 창당 깃발 세운 안철수 의원 

“정치혁신 위해서라면 총선 불출마도 고려한다”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ins.com
■ 기존 야당 체제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는 요원한 일
■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 아우르는 중도정당 세울 것
■ “박근혜 대통령, 퍼포먼스에 능하고 가치관은 비어 있어”
■ “박근혜 개혁법안 동의 여부… 당론에 따르겠다”
■ 성찰적 진보로서 DJ정신 계승한 ‘공정성장론’ 실현
■ 반대세력을 악으로 규정하는 ‘야만’적 정치 종식할 것


4·13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주역은 안철수(54) 의원이다. 그의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양당제의 틀을 무너뜨리고 다당제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의원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문을 박차고 나온 이후 호남을 중심으로 한 현역의원들의 동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안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은 기존 거대 정당 틈바구니에서 제3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2014년 3월 새정치연합 대표로서 민주당과 합당·창당한 이후 1년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3일 새정연과 결별한 안철수 의원. 그는 2월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 창당을 앞두고 있다. 안 의원의 탈당 이후 동료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자 큰 위기를 느낀 새정연은 더불어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한편 중량감 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정비·단속에 나서고 있다.

고비마다 ‘철수’를 되풀이했던 안 의원이 ‘강철수’로서 행보를 시작하자 당 안팎에서 그와 뜻을 함께할 인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까이는 4월 총선, 멀리는 내년 12월 대선까지 여러 정치적 변수가 있겠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안 의원이 주창하는 중도신당이 뿌리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안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비록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20개월 만에 문재인 더민주 대표(18.0%)를 0.1%p 차로 따돌리고 야권 후보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월 11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이 18.1%의 지지를 얻었다. 새정치연합 창당을 추진하던 2014년 3월(17.3%)에 기록한 지지율을 1년10개월 만에 경신한 것이다.

안 의원이 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도 뜨겁다. 1월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총선 정당 지지율 설문에서 국민의당은 21%로 더민주당(19%)을 2%p 차로 앞섰다.

<월간중앙>은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안 의원과 다시 만났다. 그는 분명히 달라져 보였다. 수줍기만 하던 말투부터 변했다. 말끝에 힘이 실렸고 거침없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가치관은 텅 비었다”고 혹평하면서도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시선은 경계했다. 안 의원은 ‘민생야당론’과 ‘정의야당론’을 강조하며 “그동안 정치의 민낯을 봤다. 그 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3년간의 ‘정치수련’을 거치며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안철수 의원. 그가 구상하는 다당제 플랜의 실체는 무엇일까? 1월 13일 서울 마포에 있는 국민의당 당사에서 그를 2시간 동안 만났다.


▎안철수 의원(오른쪽)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 (왼쪽)이 1월 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당명 ‘국민의당’을 공개했다. 안 의원은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는 중도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새정치연합 대표로서 민주당과 합당·창당했다가 지난해 12월 다시 탈당했다. 어떤 기분이 들었나?

“혈혈단신 광야에 혼자 선 참담한 심정으로 탈당했다. 과거 제가 창업과 백신 개발도 하지 않았나? 평생 새로 만드는 일을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최근 ‘강철수’란 별명이 생겼다. 기존의 안철수는 ‘철수만 한다’는 식으로 이름이 희화화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느낌을 준다.

“최근 새정연 탈당 행보를 지켜보시면서 국민들께서 붙여주신 별명 같다. 낡은 정치를 새롭게 바꾸라는 국민의 주문이 담긴 말 아니겠나. 저의 미숙함으로 소멸됐던 ‘안철수 현상’의 어떤 힘이 다시 소생하고 있다는 느낌을 요즘 들어 자주 받는다. 최근 고향 부산에 내려갔더니 마주치는 시민마다 ‘힘내세요’라고 말씀하신다. 헐레벌떡 뛰어오시면서 환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4년 전 대선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의 뜨거웠던 국민의 열망이 생생하다. 무거운 책임감이 지금 어느 때보다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강·철·수’는 국민의 붙여주신 또 하나의 이름이라 생각하겠다. 그 이름처럼 새정치를 강하게 관철시켜 나가겠다. 과거와는 분명 달라졌다.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안철수 정치, ‘강철수’ 정치로 도약하다


▎2014년 3월 16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창당발기인대회의 모습. 안철수 당시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통합신당의 출범을 알리는 북을 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 새정연을 탈당했다.
안철수와 강철수의 정치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

“안철수의 새정치가 추상적이었다면 강철수의 새정치는 구체적이다. 기존에 큰 그림만 그릴 줄 알았다면 이제는 그 그림을 채워 넣을 줄도 알게 됐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한 정치인의 미세한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는 게 바로 국민의 본능 아니겠나? 안철수가 ‘철수만 하는 철수’에서 ‘강철수’로 재탄생했다. 국민이 가장 먼저 저의 정치적 능력의 달라짐을 인지하셨고 다시 기회를 주셨다는 걸 뜻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치는 상상에서 끝나면 안 된다. 반드시 현실화하겠다는 책임 윤리가 있어야 한다. 안철수 정치의 핵심은 책임지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에 있다. 달라진 모습, 기대해도 좋다.”

이렇게 변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3년간 한국정치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경험했다. ‘아, 이 바닥이 이런 데구나’라고 중얼거릴만한 수준이었다. 언론이 접근하지 못하는 비공개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말도 못한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다.(웃음)

그동안 의사, 경영자, 교수 등 새로운 직에 도전할 때마다 순조로이 정착 후 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알다시피 제가 모범생이었기 때문이다.(웃음) 직접 부딪히며 현실의 ‘기술’을 체득하면서 해당 분야의 학문적 ‘이론’을 공부하는 데 탁월한 편이다. 쉽게 말해 ‘감’을 익히며 내게 제일 적합한 역할을 잘 찾아낸다. 정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어떻게 하면 실현 가능할지 제대로 알게 됐다. 다만 제게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돌아봤을 때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정치에서 중요한 게 인간관계다. 때문에 중진 의원이 동료와 함께 걸어온 세월의 무게, 그 살아온 역사는 무시하기 어렵다. 반면 저의 경우 새정치를 위해 ‘수혈’된 사람으로서 아직은 정계에서 지내온 역사가 짧다.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가진 정치역사는 짧지만 안철수가 정치를 결심하게 된 국민적 열망의 역사는 길다. 저 자신이 3년 전 국민의 도구로 쓰이겠다는 답을 드렸고 그 힘에 의해 국회에 입성했다. 최단 기간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었지만 저의 장점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제 견고해진 정치 행보를 보여드리겠다.”

견고해진 정치 행보란 어떤 건가?

“누구나 처음 시작할 때 실수한다. 그러나 정치인은 실수하면 안 된다. 정치인의 실수는 국민께 치명적인 상처를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는 걸로도 충분치 않는 게 바로 정치인의 삶이다. 결국 제대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실패할 경우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일종의 책임윤리다. 이것은 달라진 안철수 정치의 핵심이기도 하다.”

최근 동교동계 좌장 격인 권노갑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과 과거 안철수 멘토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자주 만났다던데, 어떤 대화가 오갔나?

“제가 가진 생각을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앞으로의 각오나 결의를 상세히 전했다. 다행히 제 진심이 전달됐다.

이번에 (신당 창당이) 실패하면 그건 저 혼자 실패가 아니고 한국정치가 앞으로 20~30년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닫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엄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윤 전 장관님의 경우 요새 편찮으신데 건강이 어서 회복되셨으면 한다. 상의드릴 일이 많다.”

‘친노’와 대립은 오해… 특정 계파 비난한 적 없어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의원이 1월 12일 김해 봉하마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날 안 의원은 “‘친노’를 비판한 적 없다. 혁신 논쟁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은 정치적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했을 텐데, 당시 어떤 대책을 갖고 탈당했나?

“리스크 고려 없이 맨손으로 나왔다. 그동안 결단하는 삶을 살았다. 의대교수 그만두고 창업하는 것도, 한 외국 업체에서 천만 달러 줄 테니까 연구소를 팔라는 제안을 거절한 것도, 벤처 붐 당시 ‘실패 확률이 95%이니까 조심하라’는 조언을 듣고도 도전한 것 모두 다 결단이었다.

정치권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철수했다’라고 비하하지만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후보를 양보한 것도 결단이다. 큰 길목에서 대의를 위한 올바른 결단을 과감하게 했을 뿐이다. 기로마다 ‘이걸 선택하면 뭘 얻고 뭘 잃을 것인가’라며 성공 확률을 따져본 적 없다. 그런 식으로 하면 큰일을 결단할 수 없다.”

그래도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기본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동료 의원들과의 교감이 있었을 텐데.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다. 탈당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9월 초부터 ‘안철수 10대 혁신안’을 내놓는 등 당의 혁신을 위해 여러 제안을 했다. 그러나 당시 당 지도부는 혁신 의지가 사실상 없었다. 이대로 가면 총선 승리도 힘들고 정권교체도 힘들다고 판단했다. 국정 교과서 건을 박근혜 대통령이 강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또 많은 국민이 그 강행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야당의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이는 결국 10·28 재보궐 선거에서 여권에 22대 2 참패로 이어졌다. 국민께서 정권심판이 아닌 야당심판을 하신 것이다. 야권의 병세가 위중해졌다. 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백신이 필요하다. 그 백신의 주체가 비록 저 혼자라 할지라도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줘야만 이 기존 야당의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안철수의 탈당은 셈법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당위성에 입각해 이뤄진 것이다.”

자칫하면 정치 인생이 파멸될 수도 있는 시도였다.

“다 각오하고 한 일이다. 그리고 재선, 삼선, 이렇게 의원직을 오래 유지하는 게 저한테 중요한 일이 아니다. 국민께서 불러주셔서 정치를 시작하게 됐기에 제 나름의 소명의식이 있다. 이 낡은 정치를 제대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해내지 못할 경우 제게 더 이상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제 판단이 사실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서울시장, 대선후보 그리고 통합신당에 이르기까지 판을 바꾸는 노력을 해왔지만 결국은 정권교체도 되지 않았고 정치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야당의 기득권만 강고하기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용당한 것이 아닌가? 책임지고 야권의 치부를 도려낼 생각이다.”

최근 야권에서 새로운 인사영입 경쟁이 한창이다. ‘국민의당’의 영입기준은 무엇인가?

“첫째 부패하거나 막말·갑질로 국민 마음에 상처 주는 분, 둘째 수구보수 편에서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분, 셋째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분과는 함께할 수 없다. 이를 제외한 모든 분과 함께하겠다. 뺄셈의 정치, 배제의 정치가 아닌 포용과 연대의 정치를 하겠다.”

야권이 분열되면 선거에서 승리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연대의 중요성을 잘 안다. 역대 정권에서 야권의 승리는 언제나 연대에서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연합이라는 말을 쓴 이유도 바로 연대 정신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야권에서 벌어졌던 정치는 상대를 가르치고 적으로 돌리는 오만함의 정치였다. 이런 식으로는 진정한 연대를 이룰 수 없다. 정권 교체라는 목표가 같으면 힘을 합쳐야 하는데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밀쳐낸다. 그럴 거면 자기들끼리 모여서 국가에서 주는 세비 받아 재미있게 살면 될 일 아닌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성토하는 사람이 생각이 조금 다른 사람을 적으로 돌리면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이는 일을 하는 거다. 연대는커녕 분열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세력은 ‘친노’를 의미하는 것인가? ‘친노’와 대립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친노와의 대립은 대단한 오해다. 이번 봉하마을 방문에서도 강조했듯이 그동안 어느 특정 계파를 거명해서 비판한 적 없다. 다만 야권에 대해 낡은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계파를 불문하고 성찰적인 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제가 가진 문제인식이다.”

공정성장론, ‘국민의당’의 중심정책 될 것


▎1월 11일 ‘내일포럼 전남’이 주최한 초청강연회에 참석한 안 의원의 모습. 그는 “호남 소외문제를 비롯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호남의 낙후된 경제를 챙기겠다”고 말했다.
성찰적 진보는 무엇인가? 자세히 설명해달라.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선도하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게 진보의 주된 책무 아닌가? 그런데 현재 한국정치에서 일부 진보는 자기 생각에만 갇혀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통렬히 비판한 것이다.

공론의 과정을 거쳐 균형 잡힌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상대방을 악의 축으로 단정짓는 처사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는다고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정권교체에서 실패하거나 의견 경쟁에서 낙오될 경우 ‘나는 선이니까 악과 싸우면 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동화적 망상에 빠질 수 있다. 그것도 일종의 피해 의식이다. 진보도 성숙해져야 한다. 실패한 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는 모습도 갖춰야 한다.”

진보와 보수 중 어떤 가치에 더 가깝다고 보는가? 이념적 좌표를 설명한다면?

“정의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지 않다. 국민의당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이라는 목적을 위해 이념적으로 유연해질 것이다. 의제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를 펴면서 합리적 개혁을 정치 중심에 세우겠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각각의 사안에 대해 나름의 비전을 제시하고 해결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정책이 ‘공정성장론’이다.

공정성장론은 새누리당의 대기업 위주 산업정책과 다르다. 더민주당의 소득주도성장론과도 다르다. 앞으로 국민의 삶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겠다.”

천정배 무소속 의원,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 등과의 연대는 고려하고 있나?

“천정배 의원뿐만 아니라 또 다른 호남 내 신당 그룹도 더 있다.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적극적으로 연대할 생각이 있다는 건가? 누구와 손잡고 싶은가?

“결국 순서의 문제다. 처음부터 편하게 손을 잡는 건 적절치 않다. 국민의당이 무엇을 하고자 할지 그 중심을 세우고 외연 확대를 통해 전국 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후 호남에서의 흐름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맞다.”

20대 총선이 이제 100일 남짓밖에 안 남았다. 초조하진 않나?

“100일이면 조선왕조 500년에 일어났던 일은 다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다. 지난 한 달을 봐라.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다. 시작은 혈혈단신이었으나 30일 만에 이렇게나 많은 분이 함께 계신다.”

총선에서 야권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야권 연대는 결단코 없을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돼 지지율을 서로 나눠갖는 상황이라면 연대를 고려해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당이 창당선언을 하자 오히려 새누리당 지지층이 꽤 많이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굉장히 다른 양상이다. 앞으로 걸출한 인재 영입을 통해 제3의 당으로서 ‘통합의 지지층’을 확보해 나가겠다.”

‘안철수신당’ 호남 지지율 1위, 정권교체의 열망 때문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지난해 12월 ‘정치 혁신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토론회’에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왼쪽사진) 2013년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 창립대회’에서 안 의원과 권노갑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이 악수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최근 안 의원은 “호남 그룹과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경제정책이 더민주당과 절반 이상 비슷하다.

“새정치민주연합 통합 당시에 이미 제가 반영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정책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당시 당내에서 없었다는 거다.

최근 해당 정책과 관련해 보강한 내용이 있다면 바로 성장의 중요성이다. 성장을 못하면 서민이 제일 고통받는다. 서민을 위한 정당이 성장에 무관심한 건 직무유기다. 새누리당의 경우 성장의 과실을 대기업과 가진 자들이 취하도록 한 게 문제다. 더민주당은 성장에 관심 없어 서민을 더 고통받게 했다.

성장도 중시하고 그 결실을 빈부 격차 줄이기에 써야 한다. 그것이 공정성장론이며 앞으로 국민의당의 중심 정책이 될 거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복지도 무조건 보편적 복지 혹은 선별적 복지로 이분화해서 생각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논리다. 그래서 제가 민주당하고 통합할 때 아예 정강정책에다 ‘이 둘의 전략적 조합이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총선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나?

“국민께서 승리를 가져다주실 것이라 믿는다. 현재 거대 양당 체제가 얼마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왔는가? 결국 제 3의 대안을 우리가 내놓았다. 겸허하게 심판 받겠다.”

총선 불출마를 포함해 현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외에서의 출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의 목표를 위해 당의 중론에 따르겠다.”

제1 야당을 목표로 하고 있나?

“제1 야당이 되어 원내에서 강하게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해 가치와 비전을 실현할 동력을 얻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능력 있고 강한 야당을 만드는 게 목표다. 여당과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국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높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권교체의 열망 때문이다. 기존의 야당체제로는 무난하게 총선도 지고 정권교체도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당을 그 대안으로서 보신 것 같다. 정치 혁신하고 민생을 우선에 두겠다는 저희에게 기회를 주신 것으로 알고 노력하겠다.”

호남의 기대심리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호남은 그동안 국민의 삶을 챙기는 정치를 야권에 요구하며 큰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야권은 타성에 젖어왔다. 호남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은 진정한 정치혁신으로 정쟁의 정치를 끝내고 민생정당을 건설하는 것에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민주주의의 진정한 완성은 정권교체에서 시작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국민 심판에 의해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분이다. DJ 정신에서 큰 울림을 느끼는 대목이 바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다. 제가 내세운 공정성장론과도 통하는 내용이다. 그분이 강조하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도 국민의당이 가야 할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이 같은 DJ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다.”

총선 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의향이 있는가? 있다면 기존의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을 비롯해 최근 여권에서 추진 중인 경제관련 개혁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설 의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정식으로 창당도 안 한 상황에서 당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는 건 적절치 않다. 2월 중 당의 중론에 따라 저희의 역할을 하겠다.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첨예한 사안이 바로 노동개혁법인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노동개혁이란 정부가 사회적인 안전망 개설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 계획을 내놓았을 때 가능하다. 기업 역시 일방적인 수혜를 받는 만큼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식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바람직한 노동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안 의원은 여전히 강력한 대선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미래 지도자의 위치를 염두에 두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상해임시정부, 4·19 혁명,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인지하고 이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는 대선 후보가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기념비적 장소에 참배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헌법을 내면화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과거사 사과를 하는 등 퍼포먼스는 능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후를 지켜보면 완전히 달라진 결정을 하지 않았나? 결국 대선 전에서의 행동은 본인의 가치관이 아니었고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거다. 퍼포먼스에 능하고 가치관은 텅 비어있는 행보를 경계해야 한다.

백마디 말도 소용없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 국민께서 제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행보를 하는지 지켜봐 주실 거다.”

개헌, 국민적인 공감대 우선돼야

4년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헌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우선이다. 권력구조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국가 분야별 정책 중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건 무엇인가?

“안보에 관심이 많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더니 제가 처음 시작한 일이 IT보안 기업이다. 안전한 환경이 먼저고 그 다음에 컴퓨터 활용이 있다. 그 순서가 제 머릿속에 딱 박혀 있다. 지난 대선 때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에 후보 중에 저만 갔다. 그 현장에서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북아 정세를 내다보면 첨예하게 중국과 미국의 대결이 심화될 거다. 전 세계의 흐름을 읽고 자주국방도 제대로 실현시켜야 한다. 지금 잘 안 되고 있지 않은가?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신드롬의 주인공이었고 정치 초보로서 가시밭길도 걸었다. 상처는 없었나?

“상처는 없었다. 오히려 책임감이 더 강해졌다. 국가를 위해 그간의 제 삶에 축적된 지식을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가? 그간 정치를 이해하고 체득하느라 약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언제든 당당히 뛸 준비가 됐다. 사람을 살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창조한 일, 학생을 가르친 일, 회사를 경영한 일 등 인생 통틀어 집적된 다채로운 경험이 이제야 비로소 나라를 위해 쓰임 받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 민생을 위해 정치개혁 분명히 해내겠다. 그런 힘이 제 안에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안 의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인은 매 순간 결단을 내리는 자다. 칼의 바다를 건너겠다. 건너야 될 바다가 굉장히 넓고 깊은데 그 안에 수많은 칼이 세워져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수하게 찔리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루기 위해서는 정면돌파해야 한다. 다른 편한 방법을 찾으면 안 된다. 정도대로 가겠다. 피하지 않겠다.”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대한민국을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고 싶다. 지금 우리는 빈부 격차가 심할 뿐더러 공동체로서도 완전히 붕괴되고 있다.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을 수 있는 나라, 선한 사람이 마음에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나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는 나라,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제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현재에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자 할 때는 정치인으로서 보다 영향력이 확보된 지위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국민을 위한 일을 해내기 위해 좀 더 영향력이 있는 위치로 나아가는 게 정치인의 삶인 건 맞다. 그것은 정치인으로서 대단히 건강한 욕망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어떤 부름에도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정치인에게 한 직위가 목표 설정되어 있으면 안 된다.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수단으로 격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부르면 달려가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정치인의 숙명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이며, 국가의 대표자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권력을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어 사회 갈등을 해결하고 국민 생활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역사를 반면교사삼아 대통령이 합리적 타협을 통해 민생을 돌보고 주권국으로 당당한 외교를 펼쳐 국가발전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이 주신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뜨거운 마음 나누는 동지들 있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업적을 남기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토리를 남겼다. 안 의원은 앞으로 어떤 걸 남기고 싶나?

“특별히 무엇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어차피 언젠가 죽는다. 삶이 끝날진대 무엇을 남기고자 하는 건 어쩌면 어리석은 욕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다만 상선약수라 했던가? 순리대로 한국 정치사에 하나의 자원으로서 쓰임받고 싶다. 그것이 민생을 위한 길이라면 부서져서 가루가 되더라도, 비난받고 희생되더라도 기꺼이 그 소임을 다하고 싶다.”

대권을 위해서는 동지가 있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그동안 안 의원에게는 동지가 별로 없다는 전언이 있었다. 너무 맑은 물에 고기가 살기 쉽지 않다는 말이 있듯이 깨끗한 정치 신인이 정계에 뿌리박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뜨거운 마음을 나누고 있는 동지들이 이미 제 주변에 많이 계신다. 모든 만남은 결국엔 운명을 섞는 거다. 그래야 동지가 된다. 맑은 물속에도 분명히 살아 숨 쉬는 운명들이 있다.”

안철수 의원은 “방황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한국정치의 민낯을 경험했다”면서 지난 대선부터 새정치민주연합 통합까지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정치 초보로서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한계를 국민의 성원으로 이겨냈다고 강조했다. 방황이 아니라 방황의 기술을 익혔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결국 정치인 안철수의 과제이자 자연인 안철수의 실존적 결단의 성패를 겨루는 게임이 될 것이다. 족적을 남길 대하 드라마가 될 것인가, 아니면 김빠진 단막극이 될 것인가? 국민의 기대를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안 의원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ins.com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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