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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이희호-안철수 1월 4일 동교동 비공개면담 녹취록 공개 

안철수 의원 “정권교체 하겠다” ... 이희호 여사 “꼭 그렇게 하세요” 화답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안 의원, 이 여사에게 “DJ 대북정책 안고 갈 것”을 강조… “치료에 보태 쓰시라” 성의 표시도

“안철수 의원이 주축이 돼 꼭 정권교체 하시라.”

안철수(54) 무소속 의원과 이희호(95) 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전했다고 알려진 이 발언의 진위여부를 놓고 최근 야권에서 논란이 일었다.

안 의원은 1월 4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동교동 자택으로 예방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후 안 의원이 이 여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여사와 안 의원의 비공개면담은 20여 분간 이어졌다. 이 여사는 동교동 자택 마당에 있는 모과나무 열매로 만든 모과차를 안 의원에게 대접했다.

이날 안철수 의원 측은 “이번 비공개면담에서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라고 덕담했다”고 전했다.


▎이희호 여사가 동교동 자택을 예방한 안 의원을 비롯한 신당 추진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이 여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참 좋아하셨던 나무”라면서 자택 마당에 있는 모과나무의 열매로 만든 모과차를 안 의원에게 대접했다.
그러나 1월 6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52) 씨가 “어머니 이희호 여사가 지난 4일 신년인사차 동교동을 방문한 안철수 의원에게 ‘꼭 정권교체 하시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덕담’에 대한 진실을 놓고 뜨거운 공방이 시작됐다. 추미애 더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이 여사님은 김 전 대통령의 평생 반려자이시고 대통령과 함께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전국 유세를 다니신 분이다”이라며 “이 당을 안에서 흔들고 밖에서 파괴하려는 세력에게 절대로 힘을 실어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상 밖의 잡음이 일자 안철수 의원은 “이희호 여사께 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 드리지는 않겠다”며 자세를 낮추면서도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희호 여사와의 4일 비공개 면담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안 의원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꼭 정권교체 성공하겠다는 말씀을 드리자 여사님께서는 예전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도 안타까웠다는 말씀하시며 이번에는 정권교체를 꼭 이루어서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이어 안 의원은 “댁내에 있는 모과를 따서 만든 모과차를 맛있게 대접받고 왔다”고 덧붙였다.

과연 ‘덕담’의 진실은 무엇일까?

<월간중앙>이 단독 입수한 당시 대화 내용 녹취록에 따르면 안 의원이 “꼭 건강하셔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 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하자 이 여사는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화답한다.

이 여사 측이 안 의원에게 조언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 여사 측의 한 비서관이 안 의원에게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는 제일 마지막에 무엇이든지 결정을 할 때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감히 말씀 드립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지난 대선 과정이 안타까웠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앞으로 더욱 신중하라”는 조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안 의원 측 “이 여사, 지난 대선 안타까워했다”


▎안철수 의원이 1월 4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이희호 대중평화센터 이사장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그동안 안철수 의원과 이희호 여사가 나눈 대화 내용이 부분적으로 알려질 때마다 정치권은 일희일비했다. 안철수 신당 ‘국민의당’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 중 현재 가장 중요한 변수로 평가받고 있는 게 바로 호남 여론이기 때문이다.

호남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이 여사가 안 의원을 사실상 지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덕담’이 만약 사실이라면 문재인(62) 더민주당 대표로서는 뼈아픈 상황이 된다. 야권 승리의 ‘키’로 지목되고 있는 호남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과 야권 지지율 지분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며 인사영입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20대 총선을 100일 남짓 앞두고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호남은 야권의 핵심 지역으로 ‘호남을 얻지 못한 야당은 대권을 거머쥐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더군다나 1월 1일 문 대표가 이 여사를 예방한 모습과 대조되면서 이 여사의 안 의원 지지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었다. 문 대표의 이 여사 예방은 8분간 짧게 이뤄졌고 비공개 면담도 없었다. 당시 이 여사도 문 대표에게 “올 한 해 원하시는 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덕담 외에는 의미 있는 얘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 이 여사가 차를 내오라고 했지만 이 여사 측 관계자가 만류해 차도 나오지 않았다는 후문도 있었다.

이희호 여사가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느냐에 대한 궁금증은 당시 비공개면담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전해진 내용마다 해석에 이견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녹취록이 공개되지 않았기에 양측의 불필요한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그러나 녹취록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안철수 의원과 이희호 여사의 대화에서 단정적인 표현은 발견하기 어렵다. 자연히 해석의 여지가 생긴다. 안 의원의 당초 주장에 따르면 기존에 이뤄졌던 덕담 수준의 발언을 과장해서 해석한 면도 보인다. 그러나 홍걸 씨가 “어머니(이희호 여사)가 안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했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을 향한 야권의 촉각이 예민한 시기다. 이 여사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덕담으로 읽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용기를 북돋게 하기 충분했다. 호남지역에 대한 이희호 여사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반증과 함께, 안 의원의 국민의당 역시 호남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박스기사] 1월 4일 이희호 여사 방문 녹취록 일부

안철수 의원 _ 제가 최연소 30대에 그때 대통령님 뵙고 인사드렸습니다.

○○대의회 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말씀 듣고 국가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된다는 것을 30대 때부터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들고 싶었던 정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그것이 정말 가슴에 저는 와 닿습니다. 진심으로 꼭 만들겠다고 여사님께 약속 드리겠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 20년 전 말씀이신데, 지금 2016년 필요한 것을 20년 전에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이루겠습니다.

이희호 여사 _ 이 모과가 앞에 있는 모과를 따서 만든 겁니다.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모과나무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안 의원 _ 꼭 건강하셔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정권교체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정권교체가 되도록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 여사 _ 꼭 그렇게 하세요.

안 의원 _ 꼭 건강하셔서 함께 그 광경 지켜보시면서 조언도 해주시고….

이 여사 측 _ 지금 (아프신) 핑계 김에 밖을 한 번도 안 나가십니다. 오히려 신체적으로 좀 무리가 났지. 감기라든지 독감이라든지 이런 계통이기 때문에, 그래서 일정도 실상은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 모시는 일 하나 외에는 없습니다.

제가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정권에 계셨을 때는 관저에 있었습니다. 그때도 대표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오셔서 저희 비서관들하고 의견을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신께서 수용을 하시면 그 자리에서 한번 그 길로 가보지 하시고, 저희들하고 의견이 다르시면 ‘내 생각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시 한 번 하문하시고 그런 것을 많이 봤습니다.

주제넘고 외람된 말씀입니다마는 결정을 하는 과정이 조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이렇게 해서 결정을 하고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는 제일 마지막에 무엇이든지 결정을 할 때 대표님(안철수 의원)께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감히 말씀 드립니다.

안 의원 _ 이번에 김성태 박사님, 김대중 대통령께서 지향하시는 방향과 정신에 대해서 정리를 세 장 정도를 (정리)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바로 전날 제가 새로운 당이 나갈 방향과 거의 맞았습니다. 표현만 조금 달랐습니다. (소음)

김근식 교수도 저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학순, 김근식 교수님과 함께 이렇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대북정책 쪽은 가지고 갈 겁니다.

이 여사 측 _ 사모님 덕담 한마디….(소음)

안 의원 _ 치료에 보태 쓰시라고 여기 놔두고 가겠습니다.(소음)

이 여사 _ 바쁘신데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의원 _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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