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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나홀로 질주하는 인도 경제 

이제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시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제조업 활성화, 노동 인구 증가, 우월한 지정학적 위치 등에 힘입어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부상… 2개 거점 지역을 잇는 산업지대 개발 전략으로 2030년 중국, 미국에 이은 3위의 경제 대국 오를 듯

▎지난해 6월 제1회 유엔 세계 요가의 날을 맞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인도 대통령궁 앞 광장에서 군인·공무원·학생 등 3만5천여 명과 함께 요가를 수행했다. / 사진·중앙포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서남쪽으로 120㎞ 떨어진 라자스탄주 님라나에는 일본 기업들의 대규모 공단이 있다. 여의도(2.9㎢)의 1.6배 규모인 이 공단(4.7㎢)에는 도요타 자동차 등 46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 입주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자 라자스탄 주정부는 인근에 제2의 일본 공단을 조성하고 있다. 타밀나두주 첸나이시 인근에도 일본 전용공단이 들어설 계획이다. 뉴델리 인근 지역은 물론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 인근에도 외국 기업들을 위한 공단과 빌딩 건설 붐이 대대적으로 일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기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인 대만의 팍스콘도 마하라슈트라주에 5년 동안 50억 달러(5조8천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미국 GM 등은 생산확대를 위해 공장을 확장할 예정이다. 초콜릿을 생산하는 미국 마르스와 음료 캔을 생산하는 영국 렉삼도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스웨덴 H&M과 이케아도 공장 건설에 나섰다. 중국 기업들도 인도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제조사 레노버는 인도 업체인 플렉스트로닉스와 손잡고 첸나이시 남부에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으며,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도 생산단지를 설립할 계획이다. 각국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인도 경제가 호황을 보이고 있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2014 회계연도에 6.9%로 치솟은 뒤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7.4%, 2016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7.8%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 경제기관들은 인도 경제를 모두 장밋빛으로 전망한다. 세계은행은 2016 회계연도 인도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7.9%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7.5%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S&P는 인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현재 등급을 앞으로 더 높은 등급으로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누가 인도를 ‘헐떡거리는 코끼리’라 하는가


▎2007년 인도 구자라트주에 진출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수라트 지점. 현지 인력을 채용해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개발했다. / 사진·중앙포토
주목할 점은 인도의 GDP 성장률이 중국을 16년 만에 추월했다는 것이다. 인도의 지난해 3분기 GDP 성장률은 7.4%로 같은 기간 중국(6.9%)을 뛰어넘었다. 인도는 과거 ‘헐떡거리는 코끼리(Gasping Elephant)’라는 말을 들었다. 중국과 맞먹는 영토와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에 비해 경제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비꼰 말이었다. 그런데 인도가 중국을 제쳤다는 것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은 중국이 아닌 인도가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인도가 이대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4년 내에 GDP가 일본과 독일을 합친 규모보다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도는 신흥 경제대국들인 브릭스(BRICs) 5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좋은 경제성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경기 둔화로 상당한 어려움에 빠졌으며, 천연자원의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남아공·러시아 등 3개국은 경기 침체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브라질은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해 12월 16일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S&P는 이미 지난해 9월 브라질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바 있다. 브라질 경제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과 재정 악화 등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해 3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4.5%를 기록했다. 이는 통계치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최악이다. 6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면서 경기 침체를 이어간다. 브라질 정부는 올해 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1.9%로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경기 침체와 부패 스캔들에 휩싸여 탄핵 위기에 몰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 경제팀 교체라는 카드로 위기 탈출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브라질 재정적자는 20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헤알화 가치는 지난해 달러 대비 31% 하락했고 물가는 12년 만에 최고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둘째로 달러 부채가 많다. 달러 빚이 3220억 달러(380조 원)에 달한다.

남아공도 마찬가지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2008년 말 27%에서 지난해 50%로 급증했다. 1인당 GDP도 2011년 8089달러에서 지난해 5783달러로 줄어들었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인 남아공은 브라질처럼 원자재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3·4분기 성장률이 0.7%에 그쳤다. 광산업은 남아공 외화수입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실업률은 25%에 달한다. 달러화 대비 랜드화 가치는 24%로 떨어졌다. 특히 남아공은 세계 최대 외부자금 조달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외환보유고는 451억 달러에 달하지만 달러화 약세 때 많은 빚을 끌어다 썼다.

게다가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일주일 만에 연속 두 차례 재무장관을 교체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남아공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 직전인 BBB-(S&P)이고 모든 신용평가사가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IMF는 남아공의 지난 해와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사하라 이남 지역 평균의 절반에 해당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입은 타격도 매우 크다.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도 거덜이 난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 “경제, 큰 문제없다”고 큰소리를 쳐왔지만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유가 하락과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 등으로 추락해야만 했다. 러시아는 세입의 절반 가량을 석유와 가스 수출로 거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국가들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러시아 GDP 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3.7%를 기록했다. 새해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올해 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0.7%로 전망했다.

브릭스 4개국과의 차별점 ‘모디노믹스(Modinomics)’


▎지난해 11월 영국을 방문한 모디 인도 총리가 런던 의회광장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동상 앞에서 헌화한 뒤 추도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중국 경제는 과거처럼 고성장을 하던 시대를 마감한 듯하다. 중국의 국책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은 6.7% 수준으로 예상했다. 국제 경제기관들도 중국 경제가 올해 지난해보다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6.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5%, IMF는 6.3%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중국 경제의 고성장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새해 중국 경제가 전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 “세계의 성장엔진이었던 중국이 가장 큰 리스크(위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가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조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업은 그동안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임금 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을 보면, 생산성을 반영한 중국의 제조업 임금은 2004년 시간당 4.35달러였지만 2014년 12.47달러에 달했다. 지난 10년 새 거의 3배나 오른 셈이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7을 기록하며 5개월 연속 50을 넘지 못했다. PMI는 제조업체의 구매담당자가 경기를 좋게 보는지, 혹은 나쁘게 보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인도는 1947년 독립 이후 1950년대부터 경제 자유화, 개방화 정책을 추진하며 빈곤 타파, 국력에 상응하는 경제력 달성을 목표로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2003년께 경제성장률 7~8%를 기록하며 브릭스의 회원국으로서 상당한 잠재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위 관료 부패 및 정부 무능, 관습 타파 실패 등의 이유로 인도 경제는 다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듯했다. 그랬던 인도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인도 경제가 다른 브릭스 회원국보다 잘 나가고 있는 이유가 모디 총리가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Modinomics)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모디노믹스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정책을 친(親) 기업 시장경제 위주로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외국인의 투자를 통한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육성,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모디 총리는 인도를 제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모디노믹스의 간판으로 내세웠다. 오는 2022년까지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현재 15%에서 25%로 늘려 일자리 총 1억 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자국이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25개 분야를 선정하고 분야별로 육성책을 마련했다. 25개 분야는 자동차·화학·정보통신(IT)·제약·섬유·해운·항공·관광·철도·재생에너지·바이오기술 등이다.

모디 총리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구자라트주의 주지사를 세 번 연속 연임하면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다. 구자라트주는 그의 재임기간 연평균 13.4%라는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각종 규제와 관료주의를 철폐해 친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을 유치했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악명 높던 구자라트주는 28개 주 중에서 하루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되는 유일한 곳이자 산업 인프라가 가장 좋은 지역이 됐다.

인도 경제의 롤모델이 된 ‘구자라트 산업혁명’


▎지난해 12월 인도를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모디 인도 총리와 고속철도, 국방, 민간 핵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협정을 체결했다. / 사진·중앙포토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총리로 취임하면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디 총리는 무엇보다 먼저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철도, 군수, 보험 산업의 외국인 투자지분 한도 확대, 투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조치를 내렸다. 인도 상공부에 따르면 2014년 9월 이후 지난 1년간 외국인 투자금액은 328억 달러로 이전보다 25.6%가 늘어났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동차, 전기·전자·통신, 식품가공, 사무용품, 의류, 정수기, 재생 에너지, 가구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장 건설과 R&D센터 및 이노베이션 센터를 건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또 기업규제 완화와 세금인하 등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옛 소련식 경제개발계획을 주도한 경제계획위원회를 65년 만에 없애고 민간 참여를 확대한 인도개조국가기구(NITI)를 설치했다. 법인세율을 현행 30%에서 4년 동안 25%로 낮추는 대신 지역이나 업종별로 법인세를 줄여줬던 제도를 상당 부분 폐지했다.

인도 정부는 보다 효과적인 제조업 육성을 위해 2개 지역을 연결해 산업지대를 개발하는 산업회랑(Industrial Corridors)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산업회랑관리청(NICA)’까지 설립했다. 국가산업회랑관리청은 산업회랑 건립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향후 개발을 책임진다. 현재 인도 정부가 개발에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는 델리-뭄바이 산업회랑이다. 이 프로젝트는 900억 달러를 들여 델리와 뭄바이 간 1500㎞ 구간을 따라 16개 산업 및 물류단지를 만들어 ‘글로벌 제조 및 무역 허브’로 육성하려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에 건설될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돌레라 공단의 넓이(900㎢)는 서울시 전체(605㎢)보다 훨씬 넓다. 일본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12일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뭄바이-아메다바드를 연결하는 총 505㎞의 고속철에 일본의 신칸센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일본은 이를 위해 120억 달러(14조1780억원) 규모의 차관과 기술지원을 약속했다. 이 고속철 건설에는 모두 1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 자금의 80%를 일본이 지원하는 셈이다. 일본은 연 0.1∼0.5% 이자율에 50년 상환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인도 정부는 앞으로 에도암리차르-콜카타(북부의 동서연결), 첸나이-방갈로르(남부의 동서 연결), 방갈로르-뭄바이(남부의 남북 연결), 바이작-첸나이(동부의 남북 연결) 산업회랑 등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최대 강점인 IT 산업을 육성하고자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도 추진한다. 디지털 인디아란 2019년까지 18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인도 전역을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정부 프로젝트다. 이를 바탕으로 전자정부, 원격 교육, 원격 진료 등을 실현해 인도 최대 사회문제인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인구 13억 명의 인구 대국인 인도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인터넷 이용자가 2억7700만 명이다. 인도인터넷모바일 협회(IAMAI)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인도의 인터넷 이용자는 4억2600만 명으로 갑절 가까이 늘어 미국을 누르고 세계 2위에 오를 전망이다. 모디 총리는 인터넷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시장 개방에 나서고 있다.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해외 업체들의 진입을 철저하게 막는 중국과는 다른 전략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모디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인도 출신인 구글의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인도를 방문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구글의 투자 내용을 보면 안드라프라데시주 하이데라바드에 신사옥을 건설하고 카르나타카주 방갈로르에 있는 연구개발시설을 확대해 엔지니어 고용을 늘릴 계획이다. 인도의 30여 개 대학과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 관련 개발자 200만 명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뭄바이 중앙역부터 시작해 올 연말까지 주요 기차역 100곳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피차이 CEO는 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추진중인 ‘프로젝트 룬(LOON)’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룬’은 기구를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기구를 18~20㎞ 상공 성층권에 띄워 지상에 전파를 발신해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풍력과 태양광을 기구의 동력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인도 출신 또는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 엔지니어가 많다. 이 때문에 디지털 인디아 정책은 앞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이 분명하다. 인도 출신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도 화이트 스페이스를 이용해 인터넷 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인도 농촌지역 50만 개 마을에 인터넷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대국(大國)? 인구 강국(强國)!


▎인도의 대표적인 종교 축제인 나브라트리(Navratri) 페스티벌에서 전통복장을 한 주민들이 춤과 노래로 힌두 여신들을 숭배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인도 정부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솔라 인디아’(Solar India) 정책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정책에 따르면 현재 4GW에 불과한 태양광 전력 생산량을 2022년까지 100GW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에너지원별 발전은 화력발전이 65%, 수력 21.6%, 신재생에너지 10.6%, 원자력 2.8% 등이다. 제조업이 발전하려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환경문제가 있는 화력발전보다 깨끗한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풍부한 일조량 때문에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데 적합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연중 일조시 수가 300일에 달한다. 인도가 대대적인 태양광에너지산업 육성계획을 내놓자 글로벌 태양광 기업들이 대거 인도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인도 바르티엔터프라이즈 등과 함께 200억 달러(22조원)를 투자해 20GW급 태양광 발전시설과 관련 장비를 생산키로 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은 “인도를 태양광발전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모디 총리의 비전을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 태양광기업인 선에디슨도 2022년까지 인도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에 150억 달러(약 16조7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인도 경제의 또 다른 강점은 젊은 층의 인구가 많고 임금이 싸다는 점이다. 인도의 인구는 13억1천만 명으로 중국에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달린다. 하지만 중국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도의 출산율은 2013년 기준 2.3명으로 중국보다 훨씬 높다. 유엔경제사회국(UNDESA)은 인도 인구가 2022년 14억1800만 명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 인구(14억900만 명)보다 많다고 예상했다. 인구 증가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져 2030년 15억, 2050년 17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인도는 1990년부터 14세 이하 연령층 인구가 중국을 앞질렀다. 인도의 젊은 인구는 노동력의 원천이자 성장의 동력이다. 인구학자들은 이런 추세를 볼 때 인도의 노동인구(15~60세)가 2025년엔 중국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의 인구 구조를 보면 0~14세가 전체 인구의 30.8%, 15~59세 60.3%, 60세 이상이 8.6%로 노동인구의 비중이 크다. 35세 이하의 인구는 65%나 된다. 노동인구가 많은 것은 앞으로 인도가 경제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인도는 인구 대국이 아니라 인구 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인구 측면에서도 앞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국가는 인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인도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5.36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인도의 대졸 초임은 400달러로 중국(723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인도의 기술직 중간관리자 연봉도 5만6530달러로 중국(11만2070달러)의 절반, 싱가포르(15만1168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국제 유가 하락도 인도 경제 도약의 디딤돌


▎인도 타타자동차 조립공장 모습. 인도는 제조업 활성화를 통해 중국을 대신하는 세계 경제성장의 기관차가 되고자 한다. / 사진·중앙포토
게다가 국제 정치·경제 환경도 인도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인도가 21세기의 ‘글로벌 스윙 스테이트’(Global Swing State)가 되고 있다. 스윙 스테이트는 미국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우세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세를 좌우하는 경합주를 말한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인도가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강대국들 간 패권싸움에서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핵보유국이고 탄도미사일과 항공모함, 전투기, 잠수함까지 갖춘 군사강국이다. 또 지정학적으로도 전략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강대국들이 인도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패권 다툼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강대국들은 그동안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여왔으며,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몸값이 계속 뛴다. 인도는 이런 점을 이용해 자국의 국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실리외교 정책을 추진해왔다.

국제 경제적으로 볼 때 인도는 저유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또 원자재 가격 하락도 큰 도움을 준다. 인도는 전체 원유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국가다. 모디 총리 입장에서는 유가가 낮을수록 유가보조금을 깎아 재정적자를 8년 내 최저 수준으로 줄인다는 공약을 지킬 수가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달러 떨어질 때마다 인도의 무역 적자는 0.5%, 재정 적자는 GDP의 0.1% 줄어든다. IMF는 원유 수입가격이 줄면서 인도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1.4%로 역대 최대였던 2012년(4.9%)에 비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하락으로 물가도 하락하고 있으며 수출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인도의 단점도 있다. 인도의 면적은 328만7263㎢로 한국의 32배나 되는데, 언어가 힌디어·영어 등 700개가 넘는다. 언어만큼이나 행정권력도 지방 분권화돼 있다. 28주 7개 직할시로 구성돼 있는 지방정부는 주마다 정책이 다르다. 또 힌두교·이슬람교·시크교·불교·자이나교 등 각 종교 간의 갈등과 대립도 상존한다. 특히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 등 사람의 신분과 계급을 따지는 카스트제도도 남아 있다. 카스트 제도에 속하지도 못하는 불가촉천민 하리잔과 천민계급인 수드라는 전체 인구의 80%에 달한다. 카스트 제도는 법으로 금지됐지만 실생활에 존재하고 있어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도의 지난해 제조업 부문 성장률은 9.3%로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았다. 제조업은 인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제경영연구센터(CEBR)는 인도가 오는 2030년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하버드대 국제개발센터(CID)는 인도가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7% 성장률을 기록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예측이 맞을 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하지만 인도가 현재 ‘질주하는 코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201602호 (201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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