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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 초저유가, 우리 경제엔 악재라고? 

“유가 하락이 국내총생산, 소비 증가 이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ogyurim@hri.co.kr
제조업 생산비 감소, 실질소득 증대, 소비 확대 여력 증가 등 긍정적 영향 기대… 대(對)산유국 수출 및 석유화학 수출 부진, 해외 건설수주 감소 등 부정적 영향도

▎경기도 용인의 한 대형 할인매장에서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 유가 하락은 소비재의 가격인하를 불러온다. / 사진·중앙포토
2016년 세계 경제에 눈·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다. 2015년 내내 세계 경제를 불안케 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이른바 ‘트리플 쇼크’의 여파가 2016년에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이후 오히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초부터 유가가 급락하고 주요국 증시도 폭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1월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4%로 0.2%p 낮춰서 수정 발표했다.

특히 2016년 연초 가장 큰 이슈로 부각한 것은 1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국제유가다. 2014년 상반기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는 2015년 중반 배럴당 40~50달러 선으로 50% 정도 내렸다. 그 후로도 국제 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유가는 2015년 12월 말 배럴당 3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6년 들어서도 유가 하락세가 지속돼 2월 10일 현재 배럴당 27.5 달러로 30달러 선마저 붕괴됐다. 두바이 유가 역시 2월 10일 기준 배럴당 26.2달러로 하락한 상태이며, 브렌트 유가도 배럴당 30.8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렇듯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멈출 줄 모르고 지속되면서 언론에서는 연일 저유가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과거에는 유가 하락은 우리나라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세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클 것이란 이유에서다.

원유 생산량보다 소비량의 증가 속도 빨라


▎저유가 시대를 맞아 서울에서는 휘발유값이 리터당 1200원대로 떨어지는 주유소가 등장했다. / 사진·중앙포토
원유를 100%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할 경우 수입단가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기업은 생산비용이 감소하며 가계는 실질구매력이 증가해 소비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저유가가 세계 경제를 위축케 하고 다시금 한국 경제의 회복도 어렵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계 경제의 회복이 부진하면서 석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유가가 하락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 회복의 부진이 결국 국내 수출부진 등으로 이어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같은 우려는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라기보다 세계 수요가 부진함에 따른 영향이라는 점이다. 물론 유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산유국들의 원유 판매 수입이 줄어들면서 대(對)산유국 수출이 부진할 수 있으며, 석유제품 및 화학제품의 수출단가 하락으로 관련 산업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산유국 및 메이저 오일 기업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돼 이른바 오일머니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글로벌 투자도 감소할 수 있어 이 역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가 하락은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의 유가 급락이 국내 경제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유가 하락의 원인을 되짚어 보고 이러한 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2014년 중반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세계 석유시장의 지속된 초과공급을 꼽을 수 있다. 셰일오일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1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원유 공급 증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세계 전체 석유 생산량은 2015년 일일 평균 9571만 배럴에서 2016년 9593만 배럴로 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 석유 소비량은 2015년 일일 평균 9378만 배럴에서 2016년 9519만 배럴로 1.9%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빨리 증가해 어느 정도 수급균형이 맞춰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미 2014년부터 누적된 석유 재고량으로 인해 세계 석유시장의 초과공급은 2015년에 이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향후 세계 시장에서 석유 공급 증가세가 확대되리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1580억 배럴로 세계 4위 규모이며 일일 평균 수출량은 111만 배럴에 달한다. 경제제재 이전인 2005~2008년 사이 연평균 일일 수출량은 242만 배럴 수준이다. 이란 석유장관에 따르면 이란은 2016년 하반기까지 일평균 생산량을 420만 배럴까지 150만 배럴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렇듯 세계 석유시장에서 공급 증가로 인한 초과공급이 2014년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더해 2016년 연초 유가가 급락한 것에 대한 또 다른 원인으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들 수 있다. 2015년 중반 중국 증시가 급락하고 세계 경제의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확대되며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급락한 바 있다. 이후에도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유가가 들썩이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2016년 초 유가가 20달러대로 하락한 것은 중국 증시 급락 및 6%대로 하락한 경제성장률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곧 세계 석유소비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상승한 달러 가치 역시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경우 달러의 실질 구매력이 증가해 유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중반 81p 수준이던 달러 인덱스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2016년 2월 10일 현재 95.9p로 상승한 상황이다.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국제 상품시장에서 원유에 대한 투기자금이 빠르게 감소한 것 역시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석유 초과공급, 달러화 강세 등으로 석유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졌고, 이로 인해 뉴욕상업거래소의 WTI 순매수(매도-매수) 포지션은 2015년 5월 약 33~34만 계약에서 2016년 1월 셋째 주 18만 계약 수준으로 감소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도 유가 급락 부추기는 요인


▎최근 성장세가 한풀 꺾인 중국 상하이의 루자쭈이(陸家嘴) 금융가의 마천루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정리하자면 최근 유가 하락의 주 요인은 OPEC 등 산유국들의 지속된 공급 증가와 더불어 중국 등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맞물리며 발생한 세계 석유시장의 초과공급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의 달러화 강세 및 국제 상품시장에서의 석유 투기자금 감소 역시 유가를 급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선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경제는 주요국들에 비해 원유 및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석유소비액은 2014년 기준 5.9%로 독일(2.1%), 일본(3.2%), 중국(3.6%), 미국(3.7%) 등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총수입에서 원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4년 기준 18.1%로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유가 하락시 이에 따르는 수입액 감소폭 및 실질 구매력 증가폭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유가 하락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생산비 하락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 역시 유가가 10% 하락할 경우 국내 GDP는 0.27%, 소비는 0.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하락이 국내 실질구매력 및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국내 수입단가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교역조건이 개선되며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증가한다. 물가 역시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또는 하락하여 가계의 구매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실제 국내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유가가 급락한 2014~2015년 사이 크게 상승했다. 2014년 1분기 88.9p였던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2015년 4분기 100.4p를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 지수가 상승했다는 것은 1단위의 수출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한 대를 팔았을 때 수입할 수 있는 원유량이 과거에는 1배럴이었지만 유가가 하락하면서 2배럴로 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교역조건이 개선됨에 따라 국내 실질무역손익도 2014년 1분기 -4.1조원에서 2015년 4분기 9.8조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실질무역손익이란 교역조건 변화로 발생하는 실질소득의 유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실질무역손익이 증가한 것은 자국민의 실질 소득이 증가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실질 구매력의 증가를 소비자들이 피부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운전자가 주유를 할 때일 것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휘발유 가격은 평균적으로 리터당 1800~1900원 수준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이 높은 휘발유 가격을 부담스러워 했으며, 필자 역시 주유시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최근에는 휘발유 가격이 1400원 내외로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들었고 주유비로 나가는 지출도 감소했다. 동일한 양을 주유해도 지불하는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바로 구매력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가계에서 난방용 연료 및 자동차 연료 등으로 사용된 연료비는 2014년 기준 월평균 24만9000원으로 전체 월평균 소비 지출액 255만원의 9.7%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유가가 4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던 2015년 3분기에는 월평균 연료비가 22만원으로 전체 월평균 소비 지출액 중 연료비 비중이 8.6%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가계의 연료비 부담 감소는 결국 다른 부분에 대한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가계의 연료비 절감 액의 절대적 크기 자체가 작은 수준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좀 더 넓게 보면 수입품 가격 하락, 경제 전체의 전반적인 생산비용 하락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개선 및 제품 및 서비스 가격 하락 등 우리가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구매력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제조업 생산비용 감소효과, 가계로 이어져야


▎정유산업은 유가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의 하나다. 울산 석유화학공단에는 일시 가동을 멈추는 공장도 생겨난다. / 사진·중앙포토
한편, 유가 하락은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수입물가는 2014년 중반부터 크게 하락해 2015년 4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14.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기업이 생산비용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 역시 2015년 4분기 전년동기 대비 4.4% 하락했다. 실제 유가 하락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 경우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중간재 투입 비용, 즉 생산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가 10% 하락할 경우의 생산비용 감소 효과를 산업별로 보면 특히 유가와 연관성이 높은 석유제품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7.9%로 가장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화학제품 제조업은 1.1%, 운송업은 1.3% 등의 생산비용 하락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며, 기타 산업의 경우도 0.1~0.3%의 생산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분석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 제조업의 생산비용 감소분이 다른 산업으로 이어진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앞서 제시한 기획재정부의 자료 역시 동일한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 감소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인하로 이어져 긍정적인 영향이 국내 경제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유가 하락으로 인한 비용 감소가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만 머물게 된다면 이는 가계의 소비지출을 증가시키지 못해 결국 ‘유가 하락가계의 구매력 증가소비 증가생산 및 투자 증가’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수출 증대다. 유가 하락은 국내 경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에 구매력 증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기한 바와 같이 유가 하락시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비용 감소 효과가 크기 때문에 주요국 들에 비해 수출단가 하락폭도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존재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효과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적으로 살펴볼 것은 디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이다. 최근의 유가 하락과 연관돼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디플레이션일 것이다. 유가 하락이 세계 수요 부족과 겹치며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수요가 감소하는 이른바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가 하락이 실제 디플레이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과거의 유가 급락기와 비교해서 살펴보자. 1970년 이후 연평균 유가가 전년대비 30% 이상 급락한 것은 1986년, 1998년, 2009년 그리고 2015년 4차례다. 1986년에는 산유국들 간에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가가 전년대비 52.4% 하락했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3.4%를 기록했다. 1998년 역시 아시아 외환위기와 더불어 산유국들의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며 유가가 33%나 급락한 바 있다. 당시 세계 경제성장률은 2.6%로 나타난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0%를 기록했으며 유가는 34.9% 급락했다. 2015년에는 유가가 47.8% 하락했으며, 2015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1%로 추정된다. 2016년 세계경제성장률은 3.4%로 전망된다.

이렇듯 과거 유가 급락기와 지금의 세계 경제상황을 비교해보면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개최된 전미경제학회에서는 최근의 저유가 추세가 80년대 산유국들 간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던 시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저유가가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물론 공급 증가와 더불어 세계 수요부족이 유가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영향이 일정부분 상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철강, 자동차, 가전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 예상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건설현장. 유가 하락으로 한국 기업들의 중동지역 건설수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 사진·중앙포토
또 다른 부정적 영향으로는 대(對)산유국 수출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들의 원유 판매 수입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산유국들로의 수출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우리나라 총수출의 5.2%를 차지하는 대(對) OPEC 수출의 경우 2015년 전년대비 1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대(對) OPEC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 자동차, 가전의 경우 2015년 대(對) OPEC 수출이 각각 9.6%, 10.8%, 19.7% 감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산유국들의 원유 판매수입 감소는 국내 건설 및 조선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 IMF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GDP 대비 재정수지가 2015년 -21.6%, 2016년 -19.4%로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며, 쿠웨이트는 2015년 1.3%에서 2016년 0.1% 흑자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외 대부분 산유국의 재정 및 경상수지가 꾸준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국내·해외 건설 및 플랜트 수주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고유가 시기에는 중동에서의 수주가 급증해 전체 국내 건설 및 플랜트 수주 비중이 70~80%를 차지했지만 2015년에는 40% 안팎으로 줄었다. 중동 지역의 수주 부진이 지속된다면 현재 국내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 및 조선업의 회복이 더뎌질 수도 있다.

석유화학 산업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석유화학 수출은 수출물량은 증가하지만 수출금액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생산비용 감소 효과가 가장 크지만 또 그만큼 판매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정제 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 이미 구입해 놓은 원유 재고에 대한 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 역시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에 만전 기해야

결론적으로,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 실질소득 증대, 소비 확대 여력 증가, 생산비 감소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나 대(對) 산유국 수출 및 석유화학 수출 부진, 해외 건설 및 플랜트 수주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이를 상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경제의 악영향을 방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적으로 고민할 부분은 저유가에 따른 생산비 감소 효과가 기업뿐 아니라 가계의 소비증가 및 투자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용 감소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유류 불공정 거래 관행을 억제하고, 공공요금에 유가 하락 효과를 적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 역시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내수확대를 통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개선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업의 생산비 절감이 R&D 투자, 인적 자원개발 등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투자를 장려하는 대책과 더불어 가계의 소비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

또 고민해야 될 부분은 유가 불안정성 부분이다. 올해에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산유국들의 정세 불안,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등으로 유가가 급등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유국 발 경제 위기, 중국 경기부진 심화 및 금융 리스크 확대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부각될 경우 유가가 추가 하락 또는 급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요 글로벌 불안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국제 유가의 급변동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환율과 금리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저유가 시기에 유류 비축량을 늘리고 산유국에 대한 장기수급계약 조정 등을 통해 원유 수입 비용을 줄이며 원유자원 개발·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의 노력도 요구된다.

최근 저유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석유비축기지의 3분의 1가량이 비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가가 낮을 때 비축 물량을 늘리는 것도 비축유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가 유가 변동에 내성을 가지는 경제체질로 거듭나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현재의 저유가 혜택이 미래성장산업으로 연결돼 장기적으로 유가 변동에 강한 경제 체질로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원유를 수입해 단순히 정제·가공해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및 기술 개발을 통한 하이테크 분야의 수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한편 건설 및 플랜트 부문 역시 원천기술 확보 등을 통해 중동 수주 의존도를 줄이고 선진국 및 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jogyurim@hri.co.kr

201603호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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