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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사회기업가 양성소 ‘아쇼카 한국’의 힘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손’ 소셜 앙터프리너들이 달려온다 

곽희자 자유기고가 fwheej@naver.com
체인지메이커 발굴·지원 한국지부 창립 3주년… 제주올레 서명숙, 푸른나무청예단 김종기, 박유현 대표, 명성진 목사, 정혜신 의사, 송인수 대표, 조명숙 교감 등 분야별 펠로우 선정돼 활동

▎아쇼카(ASHOKA: Innovators for the Public)는 세계 곳곳에서 세상의 틀을 바꾸는 사회혁신기업가(소셜 앙터프리너)들을 찾아 심어주고 일에 전념하도록 돕고 있다. 소외지역에 학교나 병원을 설립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교육과 의료체계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다. 올해 1월에 열린 ‘체인지메이커 퍼실리테이터’ 워크숍. / 사진제공·아쇼카 한국
만약 3년 동안 먹고 사는 것 걱정 없이 지원할 테니 세상을 변화시켜보라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바꾸고 싶고, 어떤 솔루션이 있는가? 많은 사람이 세상이 잘못 돌아간다고 비판할 때, 그 문제를 내 문제로 받아들이고 세상을 바꾼 이들이 있다. ‘아쇼카(Ashoka: Innovators for the Public)’는 세계 곳곳에서 세상의 틀을 바꾸는 ‘사회혁신기업가(Social Entrepreneur)’들을 찾아 정체성을 심어주고,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지원하고 국경과 분야를 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달라지는 세계>의 저자인 데이비드 본스타인 기자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지난 약 30년,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세계적인 사회적기업가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그 배경으로 지난 한 세대에 걸쳐 이뤄진 여성운동, 정치적 자유와 교육 접근성 확대, 중산층의 증가와 더불어 정부나 기업 같은 기존 제도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여기서 본스타인이 말하는 사회적기업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가(entrepreneur)’로 ‘사회적기업을 창업 혹은 운영하는 사업가(businessperson)’가 아니다. 사회적기업가(Social Entrepreneur)는 사회 문제의 원인과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킬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소외지역에 학교나 병원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교육 체계나 의료체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해서 빌 드레이튼은 ‘사회혁신기업가’, 소셜 앙터프리너라고 부르고, 이들을 ‘역사에 자취를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만 명의 사람을 돕는 사람 만 명을 돕겠다”

1970년대 후반, 빌 드레이튼(Bill Drayton)은 미국 연방환경부청에 근무하며 오늘날 널리 알려진 ‘탄소배출권’을 처음 고안해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적인 조직이나 프로젝트에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투자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모든 변화의 첫 출발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개인이기 때문이다.

빌 드레이튼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만 명의 사람을 돕는 사람 만 명을 돕겠다”며 1980년 미국 워싱턴 DC에 아쇼카(ASHOKA)를 설립했다. 이 후 인도에 아쇼카 인도지부를 설립하고 1981년 인도에서 ‘파리사르 아사 환경교육센터’를 설립해 체험기반교육을 통해 영국 식민시대의 잔재로 남아있던 기계적인 주입식 공교육을 개혁한 글로리아 데 소우자(Gloria De Souza)를 첫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했다.

이후 36년간 85개국에서 3000명의 아쇼카 펠로우를 선정하고 이런 펠로우들을 사회혁신기업가, 소셜 앙터프리너라고 불렀다. 사회혁신기업가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때 이 같은 칭호는 펠로우들로 하여금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해주었다.

아쇼카 한국의 이혜영 대표는 10여 년 전 아쇼카를 알게 됐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홍콩에 있는 아시아 인권단체 인턴십으로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지며 국내 한 NGO 단체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와 탈북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국제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을 했다. 2005년 지금의 남편과 바스피아(Blanket And Sponge Poject In Asia)를 설립해 북한의 인권과 개발을 접목시킬 수 있는 담론과 방법론을 개발해 소개했다.

바스피아를 설립하고 1년이 지났을 즈음 <코리아타임스>를 통해 이 대표의 활동이 알려지게 됐다. “당시 ‘북한 인권운동을 하는 젊은 여성활동가가 자기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라는 제목으로 실렸어요. 마침 홍콩을 지나던 아쇼카의 한 관계자 분이 우연히 이 기사를 보고 저한테 연락을 해서 ‘어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자기 방법론을 바꿀 줄 아는 당신 같은 사람을 소셜 앙터프리너라고 부른다’고 말해줬어요. 그동안 저는 ‘인권운동가인가, 활동가인가, NGO직원인가’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었는데 그분 덕에 정체성을 알게 돼 기뻤어요.”

그때의 인연은 7년 후 이혜영 대표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2013년 ‘아쇼카 한국’ 지부 설립을 앞두고 대표자를 찾고 있을 때, 이혜영 대표가 지원해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아쇼카 한국 대표를 맡게 된 것이다.

교육, 경제개발·환경, 건강보건 등 혁신가들 지원


▎2013년 3월 설립된 아쇼카 한국지부는 그동안 7명의 펠로우를 선정했다. 왼쪽부터 1. 명성진 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 2. 김종기 푸른나무청예단명예이사장 3.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4.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 5.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6. 박유현 인폴루션 ZERO 대표 7. 정혜신 치유공간이웃 대표.
2013년 3월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ASHOKA KOREA)’의 설립에는 현대해상과 현대백화점 두 기업이 창립 파트너로 각각 15억원씩 30억원을 기탁해 초석을 마련해줬다. 현대 해상 정몽윤 회장의 외아들 정경선(루트임팩트) 대표의 역할이 컸다. 직접 비영리단체 ‘루트임팩트’를 만들어 모든 사람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일하기도 하는 정 대표는 빌 드레이튼을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아쇼카가 들어온다고 하니까 팔을 걷어붙이고 창립 파트너가 돼주었고, 현대백화점 측에도 뜻을 전해 동참케 했다.

2016년 3월, 창립 3주년을 맞은 아쇼카 한국은 그동안 7명의 펠로우를 선정했다. 2013년 서명숙(제주올레 이사장), 김종기(푸른나무청예단 명예이사장), 박유현(인폴루션 ZERO 대표), 2014년 명성진(목사·세상을품은아이들 대표), 정혜신(의사·치유공간이웃 대표), 그리고 2015년 송인수(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조명숙(여명학교 교감)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종기·명성진·송인수·조명숙·박유현 5명의 펠로우가 교육분야에, 서명숙 펠로우가 경제개발·환경분야에, 정혜신 펠로우는 건강보건 분야에서 선정됐다.

김종기 펠로우는 고등학생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갑자기 자살을 하면서 학교폭력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제기하고 푸른나무청예단을 설립해 20년간 학교폭력 예방 및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부천의 작은 교회 목사인 명성진 펠로우는 교회를 잘 나오다 보이지 않던 아이가 어느 날 노숙하는 것을 보고 아이를 데리고 학교도 찾아가고 가정도 찾아갔다. 하지만 모두들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문도 열어주지 않자 ‘세상을 품은 아이들’을 만들어 위기청소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청소년 범죄가 가정 붕괴에 원인이 있음을 알고 일반 가정처럼 아버지, 어머니, 삼촌, 이모의 역할을 하는 가족형태의 ‘그룹홈 클러스터 모델’을 개발해 아이들이 건강한 가정 형태에서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가족들은 모두 과거 비행의 경험을 딛고 일어선 어른들이다. 명성진 펠로우는 음악밴드 활동으로 약물 중독을 치료하고 창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위기 청소년들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3년간 교사로 재직하다 ‘좋은교사운동’을 시작해 교원평가 제도와 교장 공모제 등을 도입하는 데 산파역할을 한 송인수 펠로우는 2008년 신의 소명을 받고 우리나라의 입시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설립했다. 학부모를 교육개혁의 해결자로 보고 시민 중심의 운동을 형성해 과열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학부모와 교육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마련해 ‘선행교육금지법’ 제정운동 등 입법청원과 정부정책 개선운동을 진행했다.

조명숙 펠로우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해 반지하 사무실을 얻어 야학을 열었다. 청소년들이 탈북과정에서 겪은 상처를 치유할 겨를도 없이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에 편입되어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을 보면서다. 찾아오는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2004년 ‘여명학교’를 설립하고, 정신건강·사회적응·학업성취라는 세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충족할 수 있는 커리큘럼과 교육 모델을 고안해 실행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박유현 펠로우는 2008년, 8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건의 잔인함보다도 당시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 하단에 음란물 광고가 실린 것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유해 정보를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는지 경험하면서 2011년 ‘인폴루션ZERO’를 설립했다. 인터넷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메시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아이들 스스로가 디지털 시민의식을 갖도록 9~12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금지하고 규제하는 방식이 아닌 스토리텔링기법과 놀이적 요소를 접목해 아이들이 인터넷상의 유해 콘텐트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펠로우의 공통점은 공감·문제해결·리더십·실행력


▎아쇼카 한국을 이끄는 이혜영 대표. / 사진·박종근
지역경제와 환경분야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서명숙 펠로우는 쉰 살 나이에 25년간의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가 한 영국 여인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스페인으로 다시 도보 여행을 하러 오고 싶다”고 말한 서명숙 펠로우에게 “왜 한국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길을 내지 않느냐, 한국이야 말로 여가와 쉼이 필요하다”는 반문을 듣고 자신의 고향인 제주도를 떠올렸다. 여행에서 돌아와 제주의 마을 곳곳에 숨겨진 길들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총 21개 코스로 420㎞에 달하는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 전체를 연결하는 길로,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시민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지역의 경제, 문화, 자연 자원의 가치를 발견하고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건강보건 분야의 펠로우로 선정된 의사이자 ‘치료공간이웃’ 대표인 정혜신 펠로우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는 한국의 정신건강 문제는 특정 질환자군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일상을 성찰해야 할 보편적 이슈로 보았다. 우리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내상들은 정신과 의사와 같은 전문가 몇몇이 치유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 아래, ‘자기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 받은 경험이 최고의 치유자를 만든다’는 정신의학적 기초에 입각해 일반 시민 중심의 ‘상처 입은 치유자’ 모델을 구축했다. 심리치유의 핵심 원리인 ‘공감’에 기반한 치유프로그램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를 개발해 서울시 25개 구와 기타 지역의 일반 시민들, 소방관, 감정 노동자, 취약계층 노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주체에 확산시키며 심리 치유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선정된 아쇼카 펠로우들을 통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공감능력이다. 펠로우들은 타인이 당하는 아픔이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둘째는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자들을 끌어들였다. 펠로우들은 시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해 팀워크를 형성해 문제를 해결했다. 셋째는 리더십이다. 펠로우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리더십은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팀원 개개인이 자기가 맡은 바 업무에서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넷째는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자질인 실행력이다. 펠로우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어떤 어려움과 시련이 와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펠로우들이 포기하고 싶었을 때는 일이 아닌, 주위의 오해와 질타 때문이었다.

23세 때부터 탈북자들을 도와온 조명숙 교감은 그동안 많은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하면 칭송을 받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는 일을 하겠다고 하면 굉장한 외부의 억압이나 오해가 있어요. 이번에 아쇼카 선정 때 정치에 뜻이 있어서 하는 것 같다는 말들도 했다고 해요.”

조명숙 교감은 아쇼카 선정으로 가장 기쁜 것은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어서라고 했다. 아쇼카 펠로우는 정치적 활동에 참여할 경우 자격이 상실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아쇼카의 90%, 다른 단체의 벤치마킹 대상 돼


▎아쇼카 펠로우 선정과정은 매우 엄격하다.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적인 아이디어이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팩트도 있어야 한다. 창의성과 윤리적 소양도 겸비해야 한다. / 사진제공·아쇼카 한국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는 불가피하게 이념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펠로우의 활동과 목적이 현재의 시스템을 반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이념논쟁, 색깔논쟁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교사출신인 송인수 대표는 사교육을 없애고 대학 입시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자 대한민국 입시제도 체제를 반대한다고 해서 바로 ‘종북’으로 몰렸다고 한다.

펠로우들은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되며 자신들의 활동이 독불장군, 비주류, 비정상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주류의 방법론을 쓰고 있는 운동이었다는 정체성을 찾게 된 것이 가장 보람된다고 했다.

그동안 아쇼카 펠로우들의 이루어낸 혁신적인 모델은 90% 이상이 다른 단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51%의 펠로우들이 정부 정책과 업계 규범을 변화시켰다.

아쇼카 펠로우 선정과정은 매우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다섯 가지 선정기준과 5단계의 선정절차를 거친다. 첫째,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적인 새로운 아이디어인가. 둘째, 특정분야나 사회전체, 세계를 변화시킬 임팩트가 있는가. 셋째,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 앙터프리너로서의 자질을 지니고 있는가. 넷째, 더 나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남다른 창의성이 있는가. 다섯째, 사회체계를 변화시킬 리더로서 윤리적 소양을 갖추었는가 등이다.

선정절차는 추천, 지원을 통한 신청 접수→ 현지 국가 벤처팀 인터뷰→ 아쇼카 글로벌 벤처팀 담당자 인터뷰→ 현지 국가 선정위원회 심사→ 아쇼카 글로벌 이사회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때 가장 먼저 녹아웃테스트(Knock-Out Test)를 한다. 아이디어가 얼마나 새로운 것인가를 검증한다. 우리사회 전체는 물론 국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이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가를 본다. 입증이 필요한 만큼 단체를 설립해 자신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직접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 증명한 상태이어야 한다. 이렇게 통과되면 다음단계로 넘어가서 나머지 네 가지 선정조건이 부합한지를 검증한다.

아쇼카 펠로우 선정 절차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만장일치제다. 현지 선정위원회(3명)와 글로벌 벤처팀 담당자 4명의 심사위원단이 각자 점수를 매겨 판정하는데, 이때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통과가 되지 않는다. 심사위원단의 심사가 만장일치로 통과되면 아쇼카 글로벌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데 이때는 서류 심사로만 진행된다.

아쇼카 한국은 1년에 200~300명의 후보자를 리서치한다. 이 중 2단계에 10명이, 3단계에 5명이, 4단계에 3명 정도가 올라온다. 4단계에 들어가면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이 단계까지 올라간 후보들은 나름 한국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펠로우로 선정되기까지는 보통 6~12개월이 걸린다. 최종 펠로우로 선정되는 후보자들은 이 긴 심사기간을 통해 자신과 자신이 추진하는 일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점검을 받게 된다.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되면 초기 3년간 생활비 지원을 받게 되고, 전 세계 아쇼카 펠로우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3년간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은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는데 온전히 전념하게 하기 위함이다. 생활비 지급액은 3년간 최대 1억5000만~1억6000만원까지 지급되는데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다. 생활비 지급은 3개월에 한 번씩 펠로우 개인 통장으로 지급되는데 사용처에 대해선 일절 묻지 않는다. 이미 인터뷰 과정에서 재정적인 상황을 모두 공개해 어디에 사용할지 이미 알고 있는데다 펠로우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아쇼카는 급변하는 21세기에는 모두가 ‘체인지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성원 개개인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급변하는 사회의 다양한 난제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쇼카는 지난 36년 동안 배출한 3000명의 사회혁신기업가를 조사한 결과, 80%가 이미 십대 시절에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경험을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러한 밑바탕에는 주위 환경과 타인의 상황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빠른 변화의 시대에 체인지메이커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공감교육을 비롯해 팀워크능력,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을 배우고 연마할 수 있는 경험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는 “올해부터는 차세대 체인지메이커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자질을 갖춘 아이들로 교육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어요. 앞으로 한국의 차세대에 필요한 새로운 교육환경, 교육 시스템, 문화를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하려고 합니다.”

아쇼카 한국은 차세대 체인지메이커 육성을 위해 10대 때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직접 가정이나 학교나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도록 ‘유스벤처(Youth Ventur)’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하는 혁신적인 초·중·고등학교를 ‘체인지메이커 학교’로 선정해 이들 학교들의 교육모델이 공유·확산되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 곽희자 자유기고가 fwheej@naver.com

201604호 (201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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