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글로벌 포커스] 모기와의 전쟁? 리우올림픽이 위험하다 

중국·일본 등 52개국 지카바이러스 발병으로 사람의 이동과 상품의 교역 위축… 신종 전염병이 세계경제 성장률 끌어내릴 ‘주범’으로 떠오를지도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이집트숲모기 퇴치에 비상이 걸린 브라질의 보건 관계자가 주앙 페소아 인근 폐차장에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신종 전염병들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류 보건에 최대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들어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 플루, 에볼라 바이러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등은 모두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온난화로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면서 희한한 전염병들이 번성한다. 기온 상승으로 환경이 바뀌면서 희귀했던 생물이 늘기도 하고, 번성했던 동식물이 멸종하기도 한다. 각 생명체가 거들떠보지 않던 먹잇감을 섭취하거나 기후에 맞춰 자신의 몸을 변화시키는 현상도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체내에 새로운 병균과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이게 사람에게 옮으면서 신종 전염병이 된다. 게다가 모기처럼 병을 전염시키는 매개체까지 기후변화로 늘게 되면 전염병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게 된다.

에볼라의 경우를 보면 기후변화가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한 에볼라는 과일 박쥐가 매개체다. 과일 박쥐는 정글에 깊숙이 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에볼라는 과거에는 외딴 지역에서만 발견됐다. 그런데 서아프리카의 정글이 최근 몇 년간 계절성 가뭄, 강풍, 뇌우, 산사태, 폭염, 홍수 등의 기후변화로 크게 파괴됐다. 먹이를 찾을 수 없게 된 과일 박쥐들은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이나 도시로 진출했고, 에볼라를 전염시켰다. 또 교통의 발달로 사람들이 손쉽게 이동하면서 에볼라는 급속히 확산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4년 발생한 에볼라로 지난 1월까지 1만1000여 명이 사망했다.

지카바이러스, 수혈·성관계로도 감염


▎브라질 헤시피주의 한 여성이 소두증으로 태어난 손녀(왼쪽)와 정상적인 쌍둥이 오빠를 안고 있다.
브라질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발생한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카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1947년 우간다의 지카(Zika) 숲에서 처음 발견됐다. 보통은 아프리카에서 감염 사례가 나타났는데, 지난해부터는 브라질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감염되면 고열, 발진, 관절통, 안구충혈 등이 있지만 보통은 입원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다. 감염자 5명 중의 1명 꼴로만 증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임신부가 감염됐을 경우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신생아의 경우 소두증(小頭症)에 걸릴 수 있다. 소두증은 신생아의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채 작은 뇌와 머리를 갖고 태어나는 뇌 손상 증세를 말한다. 소두증은 태어나자마자 또는 태어난 후 몇 년이 지나야 발견된다.

소두증 신생아는 아이마다 차이가 있지만 사망할 수도 있고 성장하면서 걷기와 듣기, 말하기 능력 등이 떨어질 수 있다. WHO는 머리 둘레가 32㎝ 이하인 신생아를 소두증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상아의 머리 둘레는 34∼37㎝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지카바이러스가 어떻게 태반에 침투해 태아의 두뇌 성장에 영향을 주는지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또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에는 신경 마비 증세인 길랭바레증후군(GBS)을 보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GBS는 인간의 면역 체계를 공격해 팔과 다리 등의 근육을 점진적으로 약화시키며,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마비 증상과 심장마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데 치사율은 3∼5%다. 지금까지 지카바이러스의 치료약이나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의학 전문가들은 백신을 개발하는 데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52개국에서 지카바이러스 발생과 전염 사실이 나타났다. WHO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지카바이러스를 확인한 이후 중남미 지역 31개국에서 지카바이러스 발생과 전염을 보고하면서 모기, 특히 이집트숲모기를 통해 앞으로 더욱 넓게 퍼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과 일본에서도 지카바이러스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WHO는 또 지금까지 지카바이러스와 관련된 소두증과 같은 신생아 기형이 보고된 사례는 총 992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지카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전국 27개 주(행정수도 브라질리아 포함)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 말까지 신생아 소두증 의심 사례가 6776명이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944명은 소두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중 지카바이러스와 연관성이 확인된 신생아는 130명이다. 전체 의심 사례 가운데 1541명은 소두증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두증이나 신경계 손상으로 사망한 신생아는 47명이며, 다른 161명의 사망 원인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WHO는 지카바이러스와 관련된 GBS 사례는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 브라질,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등 13개 국가에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카바이러스는 주로 모기를 통해 전염된다. 이집트숲모기는 아프리카·남태평양·중남미 등 열대성 지역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 또 뎅기열 등의 전염병을 매개하는 아시아산 흰줄 숲모기도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모기 이외에 사람과 사람 간에도 전염될 수 있다. 감염자의 피를 수혈받거나 감염자와 성관계를 할 경우다.

브라질에선 수혈을 통해 전염된 사례들이 확인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카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밝혀냈다. 프랑스에서도 성관계를 통한 지카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CDC는 지카바이러스 창궐 지역에 거주하거나 해당 지역을 여행한 남성들은 배우자가 임신부일 경우 성관계를 할 때 콘돔을 지속적이고 정확하게 사용하거나 임신중에는 성관계를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카바이러스 예방 지침을 발표했다.

쿠바, 이집트숲모기 박멸에 군 병력 9000명 투입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들이 검역소 열감지기를 통과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되자 각국은 각종 방역 대책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WHO는 지난 2월 1일자로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는 질병이 다른 나라의 공중보건을 위협할 만큼 국제적으로 확산 중이며, 그 심각성과 예외성,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한 비상 상황을 말한다.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2009년 신종 플루 사태와 2014년 소아마비와 에볼라바이러스 사태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WHO는 내년까지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감염자가 300만 명에서 최대 40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찬 총장은 “지카바이러스는 근절하기 어렵고 가공할 만한 도전”이라면서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은 지카바이러스를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임신부들이 브라질 등 지카바이러스 발생국으로 여행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민들에게 브라질 등 중남미·아프리카 등에 대한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CDC는 올 여름철 이집트숲 모기가 메릴랜드·델라웨어·뉴저지·코네티컷주 등 북동부지역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정부는 지카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자금 18억 달러(2조1555억원)를 편성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 평의회의장은 이집트숲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군 병력 9000명을 투입했다. 온두라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시아 각국 정부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 정부는 안전주의보를 발령하고 여성들에겐 임신 기간 동안 브라질과 다른 감염국가의 여행을 삼가도록 권고했다.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지카바이러스를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와 의심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보건소장에게 즉시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카바이러스가 발생한 국가들은 물론이고 각국의 여행과 관광업계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WHO가 공식 경보를 낸 이후 2개월간 관광객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사스가 발생한 홍콩에서는 관광객이 2개월간 68% 줄었으며 지난해 메르스가 유행한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기간 54%나 감소했다. WHO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매 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현재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30년에는 매년 20억∼40억 달러 규모의 질병 치료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지카바이러스가 브라질에서 창궐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보건 전문가들은 브라질에 지카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은 2014년 6월에서 7월까지 열렸던 월드컵 기간이라 추정한다. 당시 월드컵을 보기 위해 각국에서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브라질을 찾았는데, 이때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두증은 브라질에서 2012년 175건, 2013년 167건, 2014년 147건이 발생했는데, 지난해부터 급증했다. 관광객들 중에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고, 이집트숲모기가 지카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카바이러스는 브라질 전역으로 퍼졌고, 이어 다른 국가들로 전염되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집트숲모기가 성장하는 데 최적의 온도는 보통 20~30℃다. 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이집트 숲모기는 빠르게 번식한다. 지금까지 지카바이러스가 가장 폭발적으로 퍼진 지역은 브라질 북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헤시피이다. 인구 370만 명 정도인 헤시피는 브라질 북동부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유명하다. 헤시피는 고온의 날씨가 계속 되면서 지카바이러스가 크게 확산됐다.

8월 리우올림픽 ‘지카바이러스 전파 올림픽’ 공포


▎브라질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지카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입장권을 반도 못 팔아 입장권 판매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주경기장 전경.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관측사상 가장 높았다. 미국 국립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기온관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표면 연평균 온도는 20세기 평균과 비교해 섭씨 0.9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근대적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후 13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이전 최고기록인 2014년을 한 해 만에 뛰어넘었다. 지구 온도 최고 기록은 21세기 들어 2005년·2012년·2014년·2015년 등 벌써 네 차례나 깨졌다.

게다가 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면서 고온 다습한 날씨가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 장기간 계속됐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란 뜻으로, 페루와 칠레 등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역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지속해서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를 말한다. 엘니뇨가 가장 강했던 시기는 1997년 가을부터 1998년 봄이었고, 역대 2위는 1982년 가을부터 1983년 봄이었으며 지난해가 역대 3위였다.

올해도 지구 온도는 세계 기록을 깨뜨릴 가능성이 높다. NASA는 이미 지난 2월 지구 표면온도가 평균치(1951~1980년)보다 무려 1.35도나 높았다고 발표했다. 또 엘니뇨현상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스테판 람스토르프 연구원은 “우리는 지금 일종의 기후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WHO는 지구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여러 지역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더욱 폭발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질은 지카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카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인 이집트숲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이집트숲모기 박멸 작업에 군 전체 병력 중 60%인 22만 명과 공중보건 요원 30만9000명을 투입했다. 브라질 정부는 방역 요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모든 시설물을 방문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조치까지 시행했다.

‘지카 제로’를 선언한 브라질 정부는 사유지나 개인 소유 건물주가 방역작업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조치도 내렸다. 브라질 정부는 이집트숲모기 퇴치와 지카바이러스 백신 연구·개발 등을 위해 앞으로 4년간 11억9900만 헤알(3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브라질 정부의 강력한 방역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카바이러스는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카바이러스 피해는 초기에는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 집중됐으나 점점 남동부 지역으로도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보건 전문가들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에스피리투 산투, 미나스 제라이스 등 남동부 4개 주의 지카바이러스 피해가 5월에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지우 마이에로비치 브라질 전염성 질병 감시국장은 “브라질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몰린 남동부 지역에서 지카바이러스 피해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우려할 문제”라고 밝혔다. 브라질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이미 150만 명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오는 8월에 개최되는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리우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남미 대륙에서 최초로 열린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올림픽이 열리지 못한다면 브라질로선 엄청난 손해뿐만 아니라 수모가 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리우올림픽이 ‘지카바이러스 전파 올림픽’이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호세프 대통령은 리우올림픽 이전까지 이집트 숲모기를 박멸하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낙태는 범죄라며 교리만 앞세우는 가톨릭교회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한 브라질 헤시피 슬럼가에서 변변한 모기 퇴치 수단도 없이 살아가는 임신 5개월 여성.
하지만 호세프 대통령은 현재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브라질 하원에는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심사할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된 이유는 지난해 재정적자를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로 처리해 재정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아직 공식적인 탄핵 사유는 아니지만 호세프 대통령이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페트로브라스는 대형 건설회사들이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사업 등을 입찰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고,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에 사용했다.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페트로브라스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최대 정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이 호세프 대통령이 이끄는 연립정권을 탈퇴했다. 이에 따라 7명의 장관을 포함해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 등에서 고위직을 맡은 600여 명이 오는 5월 2일까지 퇴임할 예정이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는 올 상반기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희망적인 소식은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8월 5일부터 21일까지가 남반구의 겨울이라는 점이다. 리우올림픽 조직 위원회는 올림픽 기간은 브라질의 건기(乾期)이기 때문에 모기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지카바이러스의 확산 추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실제로 브라질은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브라질의 여행과 관광산업 규모는 2014년 기준 세계 9위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관련 일자리는 전체의 8.8%인 880만 개에 이른다. 브라질은 391억 헤알(11조6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리우올림픽을 준비 중인데, 현재로서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3.8% 감소했으며, 올해도 3.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브라질로서는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브라질에 이어 발병률 2위인 콜롬비아와 에콰도르·과테말라·멕시코 등도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지카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원자재 가격 폭락 등으로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위기가 더욱 심각하다. 관광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카리브해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세계은행은 지카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적 피해 규모가 단기적으로 35억 달러(4조3000억원)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카바이러스의 확산은 얼어붙은 세계 경제에 또 한 번 찬물을 붓는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형 전염병은 사람의 이동과 상품의 교역을 위축시키며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지카바이러스는 출산율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임신 자제령을 내렸고,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도 임신을 늦추라고 자국민에게 권고했다. 엘살바도르는 최대 2년간 임신을 연기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중남미에선 낙태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가톨릭 국가로 낙태를 금지해왔다. 엘살바도르·도미니카·니카라과·칠레 등은 어떤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브라질,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등은 산모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을 때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가톨릭 교회는 임신과 동시에 생명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낙태를 철저히 반대하고 있다. 또 콘돔 사용을 비롯한 인위적인 산아 제한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남미의 임신부들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낙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칫하면 소두증 신생아를 낳을 가능성을 우려해 낙태를 원하고 있지만 법률로 금하기 때문에 낙태할 수 없다.

중남미를 비롯해 국제 여성 단체들은 임신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는 낙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글로벌 비영리단체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은 지카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낙태가 해결책 가운데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지카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해당국들이 피임과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과 정책을 바꿔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중남미 가톨릭교회는 인위적인 피임이나 낙태는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낙태는 범죄”라면서 “다만 감염 위험에 처한 여성이 피임할 경우는 덜 사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류는 모기와의 전쟁에서 늘 패배해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류가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적은 없다. 인간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앗아간 동물은 무게가 2㎎에 불과한 모기다. 대표 사례로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인 말라리아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2억1400만 명이 발병, 그 중 43만8000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5세 미만이다. 사망자 수로만 봤을 때 테러와의 전쟁으로 숨진 사람보다 많다. 2014년 기준 테러 사망자 수가 3만2000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기가 테러보다 더 무섭다고 말할 수 있다. 말라리아, 뇌염, 뎅기열, 황열병, 웨스트 나일 등 수많은 질병을 전파하는 모기 때문에 1년 평균 75만여 명이 숨진다.

과학자들은 모기에 노출될 수 있는 사람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40억 명에서 21세기 말에는 80억∼90억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앤드루 모너한 연구원은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모기를 통제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말라리아는 매년 102개국에서 3억~5억 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고열, 오한, 두통과 함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사망한다. 뎅기열도 무서운 전염병이다. 지카바이러스와 같은 모기인 이집트숲모기로 인해 감염되며 지카바이러스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동일한 계열이다. 뎅기열도 지카바이러스처럼 예방백신이나 적절한 치료법이 아직 없어 치사율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1만3000명이 뎅기열 때문에 숨졌다. 발병자가 1970년대만 해도 12만5000건이 던 것이 2013년엔 300만 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뎅기열 위험 지역에 사는 인구는 20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열병도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고열과 함께 황달이 생긴다. 특히 이 질환은 면역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어른의 경우 사망률이 60% 이상이며 가나·가봉·르완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예방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입국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웨스트 나일은 아프리카·중동에서 먼저 발견되었지만, 199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환자가 발견됐다. 주요 증상은 설사·구토·발진·오한·관절통·두통인데 70~80%의 감염자는 본인이 감염되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간다. 증상이 심할 경우 뇌염·뇌수막염 등으로 사망한다. 미국에선 매년 수백 명이 웨스트 나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 지금까지 백신이나 치료약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WHO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30년에는 매년 20억∼40억 달러 규모의 질병 치료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오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까지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파리협정에 합의한 바 있다. 각국이 지구촌의 재앙을 막으려면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각종 재해를 비롯해 인류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지카바이러스 등 각종 신종 전염병의 창궐은 지구촌 재앙이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다. 국제사회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앞으로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201605호 (2016.04.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