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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끝나지 않은 세월호 진실규명 

진실의‘몸통’ 찾기 전 기억 묻을 수 없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세월호 특조위조사 과정에서 꼬리 무는 국정원 연관 의혹… 조직적 방해, 단순 이념적 대립으로 보기에 석연치 않아

▎비바람이 몰아친 4월 16일 밤에도 광화문광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문화제 현장이다. 비록 2년 전 일이지만 진실 규명은 이제 막 시작됐다.
4월 16일. 2년 전 이날 원망스럽기만 했던 날씨 그대로였다. ‘곧 돌아오겠다’던 아이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곧 데려오겠다’던 어른들의 약속도 마찬가지다. 진실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질수록 의혹의 화살표는 한곳을 가리키고 있다. 국정원이다. “왜 구해주지 않았냐”는 아이들의 질문은 공허하게 팽목항을, 광화문을, 대한민국을 떠돈다

“이제는 ‘세월호 국회의원’입니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당선자(사진)는 국회 차원의 세월호 진실 규명을 예고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린 4월 1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 선 박주민 변호사(더민주)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3일 전 20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갑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를 크게 누르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전까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 때문에 ‘세월호 변호사’란 호칭을 얻었다. 이제 ‘변호사’가 아닌 ‘국회의원’으로서 세월호 문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박 당선자가 광화문광장의 무대에 올랐다. “선거운동 중에 세월호 참사를 얘기하면 ‘다 끝난 거 아니냐’, ‘너무 지겹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세월호 참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이고, 바로 우리들의 일이다.”

박 당선자의 ‘당선사례’는 시종일관 세월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새 국회가 개원하면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부터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시기적으로 다급하다”고 했다. 이유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6월 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특조위 활동이 끝나면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은 더욱 요원해진다. 박 당선자는 “현재 특별법에는 인양 과정의 모니터링과 인양된 선체의 조사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가족 참여와 특조위 권한을 명시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지지부진했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활동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야권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여당을 배제하고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이 가능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야권의 중진들은 이날 세월호 진상 규명 의지를 표명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야권과 재야 시민사회의 진실 규명 요구를 ‘정치적 공세’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잃어버린 7시간’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직후 사고 수습을 총지휘해야 할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문 제기다.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차단하려는 여당과 이를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야권의 욕심이 얽히고설키면서 세월호 참사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으로 변질됐다.

특조위 활동 비협조에도 속속 드러나는 의혹들


▎4월 1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국정원의 세월호 운영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세월호 도입부터 취항, 운영까지 전 과정에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등장했다.
규명해야 할 의혹과 과제들은 산적해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부터 구조가 늦어진 책임 소재,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꼭 필요로 하는 일들이 ‘대통령의 7시간 정쟁’에 가려져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아직도 세월호냐”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사실 이처럼 본질을 비껴간 정치권의 공방에 대한 피로감이었다.

숱하게 제기되는 의혹들은 ‘피로감’과 ‘국론 분열’로 덮을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비협조로 한계를 드러낸 특조위 활동에서도 새로운 문제점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언론의 집요한 추적을 통해서도 의혹은 꼬리를 물고 구체화된다. 4·16연대 관계자는 “실체에 접근을 방해하는 현재 상황에서도 이 정도인데 특조위의 정상적인 활동이 보장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밝혀질지 알 수 없다.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의혹들을 명명백백하게 짚고 넘어가야만 세월호의 기억을 가슴에 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의혹은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다. 사고 발생 당일 청해진해운 관계자가 국정원 직원과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면서 국정원 연관 의혹이 제기돼왔지만 ‘루머’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4월 16일에 방영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세월호 운영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작진이 인용한 자료는 2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세월호 침몰 뒤 수색 중 발견된 선원의 노트북과 CCTV 화면이 녹화된 영상, 그리고 문서 파일들이다. 자료 중 ‘국정원 지적사항’이란 제목의 파일에는 국정원이 휴지와 물비누 보충, 직원들의 휴가계획 등 세월호 운영 전반에 관여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세월호가 사고 시 국정원에 가장 먼저 보고해야 하는 ‘국가보호 선박’이란 사실도 밝혀졌다. 이호중 특조위원은 “1000톤급 이상 선박 17대 중 유사시 국정원에 보고하도록 돼있는 것은 세월호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 열린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에도 국정원과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자료가 확인됐다.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의 자필메모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 1년여 전인 2013년 3월 22일 청해진해운 관계자가 ‘연안부두 205호실’과 회의를 마치고 수첩에 기록한 것이다. 메모에는 ‘소름 끼치도록 황당한 일이, 세타(Θ)의 경고! 경고! 징계를 넘어 경고 수준 메시지!’라고 적혀 있었다. 연안부두 205호실은 국정원의 분실로 알려졌다.

세월호가 취항한 날짜는 2013년 3월 15일이다. 취항식에 국정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세월호 취항식 초청자 명단에는 국정원 국제터미널 실장과 조사관 등이 들어있었다.

‘루머’라던 국정원 연관 의혹, 점점 사실로


▎세월호 침몰 지점이 보이는 팽목항에는 아직도 귀환을 바라는 리본들이 실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조위 청문회에서도 국정원과 세월호 선주인 청해진해운의 의문스러운 관계가 드러났다. 특조위와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국정원’ 소속으로 표시된 12명의 연락처가 발견됐다. 경찰청 소속의 한 정보관은 “국정원 요원의 신분에 대한 정보는 국가기밀로 분류된다. 해운사 직원이 한두 명이 아닌 12명의 연락처를 갖고 있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8, 29일에 열린 특조위 2차 청문회에선 더 구체적인 물증들이 제시됐다. 물증들에 따르면 국정원이 관여했을 시기는 세월호를 일본에서 도입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나미노우에(세월호의 옛 이름) 도입 관련 업무담당 연락처’ 문서 중 ‘운항관리규정심의’ 항목에 ‘국정원 서OO 실장’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모 실장은 김씨의 휴대전화에도 저장돼 있는 인물이다. 김씨는 그를 ‘기무사’ 소속으로 저장했다. 김씨는 3월 29일 청문회에서 서모 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진술했다.

이모 전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의 업무수첩에서도 국정원 관련 메모가 드러난다. 그의 수첩에는 ‘세월호 면허나다. 세월아 네월아 1개월간 점검. 괘씸죄가 이런 것인가’, ‘국정원 외 10명 세월 타고 내려오다(점검차). 관광 후 세월 타고 가다’ 등의 내용이다. 이 본부장은 청문회에 나와 “중국인 무비자 여행객들이 목포와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사를 통해 이탈하자 선사들의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무단이탈자를 색출하기 위해 회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월간중앙>도 국정원이 대형 선박 관리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기한 적이 있다. 우회적인 투자가 그런 가능성 중 하나다. <월간중앙>은 2014년 11월 ‘국정원의 외곽단체 양우공제회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취재 결과 국정원 직원들의 공제회인 양우공제회는 직원들의 납입금 등을 활용해 각종 펀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에는 ‘항공기펀드’(항공기를 사서 임대료 수익을 얻는 사모펀드)와 ‘선박펀드’도 있었다. 양우공제회는 2009년에 약 20억 원을 들여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상선을 매입해 임대하려다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원금 상당액을 잃었다. 세월호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확인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세월호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도 피해자나 시민단체가 아닌 판사의 판결문을 통해서다. 검찰은 2014년 10월 수사 결과 발표에서 무리한 증·개축에 따른 복원성 약화, 화물 과적과 고박 부실을 침몰 원인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조타 실수를 지목했다. 미숙한 조타수가 급격하게 뱃머리를 우현으로 돌리는 바람에 좌현이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특조위 활동 방해 전방위적이고 조직적”


▎국정원과 세월호 연관 의혹은 지난 3월 29, 30일 열린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를 통해 공식 제기됐다. 유족들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고법과 대법원은 조타 실수를 침몰 원인으로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4월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은 “조타수의 조타 실수를 인정하려면 사고 당시 세월호 엔진이나 조타기 등의 상태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며 ‘조타 미숙에 따른 급변침’을 침몰 원인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4·16연대에서 활동하는 박상진(가명) 씨의 말이다. “검찰의 ‘추정’과 세간의 ‘의혹’은 ‘세월호 인양’이라는 공통분모 위에 맞닿아있다.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데도 ‘이제는 그냥 묻고 잊자’고 한다. 그들이 묻어버리고 싶은 게 ‘진실’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국정원과 세월호의 연관성 의혹 규명의 이유는 단순하다. 수많은 의혹의 연결고리 중심이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과 대형 참사로 확대된 일련의 과정에서 제기되는 핵심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과 허가 과정 ▷사고 직후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은 이유 ▷현장에 출동한 해경이 청와대 등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구조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 등이다. 특조위에서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도 의심을 뒷받침한다.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청해진해운 본사의 지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조작에 정부가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정부가 특조위 여당 추천위원들에게 보낸 문서에는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조사에 반대할 것. 만약 이 안건이 상정되면 사퇴 기자회견을 열 것’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담았다. 한 4·16연대 관계자는 “처음에는 단순히 해경과 정부가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걸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모든 것이 ‘몸통’을 숨기기 위한 조직적 방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함께 특검 실시를 요구한다. 현재 특별법으로 구성된 세월호 특조위로는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특별법으로 명시돼 있다. 최대 1년 6개월이다. 특별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부터 활동이 시작됐으니 오는 6월 30일이 마지노선이다. 반면 진상규명의 핵심인 선체 조사는 7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세월호 인양작업이 7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선체를 인양하고도 세밀한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게다가 정부의 노골적인 비협조적인 태도도 진실규명의 걸림돌이다. 정부는 특조위에 파견하기로 한 공무원 중 18명을 아직까지 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11일 정부가 만든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11월 11일부로 별정직 직원 정원은 49명에서 67명, 파견공무원 정원은 36명에서 48명으로 각각 늘었다. 그러나 실제 파견된 공무원은 30명뿐이다. 시행령을 만든 지 이미 6개월이 지났다.

별정직 중 가장 직급이 높고 특조위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 중 하나인 진상규명국장도 4개월째 공석이다. 지난해 8월 채용해 11월 17일 인사혁신처를 통과했으나 정부는 임명을 미루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는 대신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야당과 합의했지만 이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특조위가 국회에 제출한 특검 수사 요청안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운명이다.

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진 변호사는 “임기가 2015년 1월 1일부터였지만 임명장은 3월에, 사무실을 옮긴 것도 참사 1주기를 앞둔 4월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만든 시행령은 법 취지를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추천한 상임위원(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연달아 사임했다.

공허한 메아리 된 대통령의 “적폐 청산” 약속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4월 29일 희생자 유족들에게 “적폐를 도려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2년이 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당 추천 비상임위원이었던 석동현 전 위원과 황전원 전 위원은 4·13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위원직을 사퇴했다. 황 전 위원은 이후 출마를 포기하고 특조위에 복귀하려다 다른 특조위원들과 유가족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특조위에는 새누리당이 추천한 위원 5명 모두 공석이다. 이헌 부위원장은 2월에 사퇴했고, 고영주·차기환 위원은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의 사퇴 이유가 “특조위 활동이 정치적이고 편향적”이라는 이유인 점에서 앞서 언급한 정부의 ‘행동 지침’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게 결코 우연은 아닌 듯 보인다.

정부가 당초 배정했던 예산도 절반으로 깎였다. 정부는 특조위 예산 160억원을 편성했으나 89억원만 지급했다. 그중에서도 조사비로 책정된 46억원이 16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특조위는 청문회를 국회에서 실시하려 했으나 국회 사무처가 거부해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진행했다. 4·16연대 관계자는 “특별법으로 만든 국가조사기관의 청문회를 국회가 아닌 서울시청에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특조위 활동 방해 작업이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동안 쌓여온 모든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희생된 모든 게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세월호 사고 14일째인 2014년 4월 29일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박 대통령이 유족들에게 건넨 약속이다. 약속은 지켜졌을까?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유가족과 약속하고 돌아선 5월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나왔다. 첫 번째 ‘적폐 청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해경은 ‘해양경찰청’에서 신설된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 경비본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박 대통령은 해경이 갖고 있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하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국민안전처로 넘기겠다고 했다. 해양 안전 관련 업무의 전문성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정 협의과정에서 해경의 수사권은 유지됐다. 조직 규모도 이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다.

그 뒤에도 파격적이라 할만한 적폐 청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세월호와 관련해 징계를 요구한 해경 관계자 21명 중 17명은 감봉과 정직 등으로 감경을 받았다. 서해 해경청 치안감과 동해 해경청 경정이 해임됐을 뿐이다. 이런 사실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세월호 유족 A씨는 “세월호가 과거사의 하나로 묻혀질까봐 두렵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사고였다. 그런데 현실로 벌어졌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그 안에 숨어있겠나? 우리가 제기하는 의혹들을 ‘말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현실을 모르는 소리가 아닌가?”

-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1605호 (20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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