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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취재] 입소문이 ‘산업화’되는 인터넷 암흑가의 실상 

“블로그 마케팅에 불법조작 판친다” 

문상덕 인턴기자 mosadu9128@gmail.com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성장하는 블로그 공장… 시장 왜곡이 블로그와 포털의 신뢰성에 위기 불러

▎바이럴마케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로그공장도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최적화블로그’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법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버리는 데 있다.
‘블로그 관리 및 포스팅(글 올리기) 아르바이트 구함’.

한 아르바이트 공고가 대학교 4학년생 김현욱(가명·22) 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급이 최저임금(5580원, 2015년 기준)보다 1천원이나 높았던 데다가 오후 3시 퇴근이라니, 토익스피킹 수업시간과 겹치지 않아서 마음이 갔다. 그런데 ‘블로그 관리 및 포스팅’ 알바가 왜 필요한 거지? 파워블로거들이 광고주와 제휴해서 포스팅한다는 기사는 봤지만, 마케팅업체에서 직접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광고글로 채워진 블로그라면 아무도 찾지 않을 테니 말이다. 블로그 관리에 그만한 시급을 준다는 것이 미심쩍었지만, 매력적인 근무조건을 쉽게 뿌리칠 수 없어 찾아가 일을 시작했다.

‘입소문’ 타고 급성장하는 바이럴마케팅 시장


하지만 김씨가 의심했던 대로 그곳은 마케팅업체가 아니었다. 이른바 ‘최적화블로그’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서 마케팅 업체에 공급하는 작업장이었다. 업계에서는 ‘블로그공장’이라는 은어로 불린다. 바로 이곳에서 어떤 글을 올려도 검색 결과 상단노출이 되는 마법의 블로그, ‘최적화블로그’가 만들어진다.

포털사이트가 검색된 콘텐트(블로그)들을 배열하는 원리는 대외비다.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된 콘텐트(블로그)들에 조회수가 집중되는 까닭이다. 상위노출을 위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네이버의 ‘파워링크 검색광고’를 보자. 경쟁 양상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서비스로 광고 노출 순서는 최고가 입찰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창에 ‘성형외과’를 키워드를 입력하면 ‘파워링크’에 열 개 안팎의 성형외과 상호가 줄줄이 뜬다. 맨 위에 올라오는 상호가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네이버가 광고주들에게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파워링크에 등록하는 성형외과는 한 달에 14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맨 위에 올라가는 성형외과의 광고단가는 400만원 내외에서 형성된다. 요컨대 ‘돈이 되는’ 시장이다.

파워링크 못지않게 블로그도 상위 순번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포털 이용자들은 특정 업체나 기업에 대한 평판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어 더욱 그렇다. 블로그의 ‘입소문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기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이유다. 이런 홍보방식을 ‘바이러스(virus)처럼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파된다’는 뜻에서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라고 부른다. 한국온라인광고협회에 따르면, 2015년 바이럴마케팅 시장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전체 온라인광고시장의 30%에 이를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블로그공장 “싱싱한 양식 블로그 팝니다”


▎※자료:한국온라인 광고협회
그런데 일부 블로거는 바이럴마케팅 업체의 의뢰를 받고 자발성을 가장한 제휴 포스팅을 올렸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일이 확산되면 이용자들은 자연히 포털의 블로그를 외면하게 된다. 시장의 왜곡이자 위기다.

그래서 포털업체는 외부에서 임의로 블로그 순번을 조작하지 못하게끔 순번 배정의 방법과 절차를 비밀에 부친다. 이를 업계에서는 ‘로직’이라 부른다. 포털업체는 게다가 정기적으로 이 로직을 변경한다.

‘블로그공장’은 필사적으로 이 로직을 뚫고자 한다. 일단 로직만 뚫으면 상위노출이 가능한 블로그를 포털에 뿌릴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블로그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적화블로그는 양식장에서 키운 광어와 같다”며 “오랜 시간 자기 콘텐트를 쌓아온 ‘자연산’ 파워블로그만큼은 (신뢰도가) 못하지만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한 공장에서 적어도 100개씩 찍어내니 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양식장’을 운영하는 노하우다. 이른바 ‘덧공스(덧글-공유-스크랩)’와 클릭 수 등으로 가공의 영향력을 키워야 할 뿐만 아니라, 파워블로거마냥 ‘자연산’인 것처럼 포털사의 눈을 계속해서 속여야 한다. 조금만 방심해도 키우던 블로그들이 죄다 ‘폐사’하고 만다. 정체가 드러나면 포털에서 이용자들의 블로그 접근을 차단한다. 이른바 ‘블라인드’ 처리되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작업이지만, 포털사가 논리를 변경한 지 한달이면 블로그공장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최적화에 성공했다(로직을 발견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기자가 ‘블로그 관리 알바’ 혹은 ‘광고주’로 위장해 5개의 블로그공장과 접촉했으나, 이들의 노하우는 하나 같이 대외비였다. 블로그공장 아르바이트생으로 첫 출근한 김현욱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A4용지 1장짜리 ‘블로그 관리지침’ 하나로 30분 교육을 받고는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사무실이 번듯해 안심했지만, 알바는 내부사정을 거의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두 가지 지침을 받았다. 첫째, 타인의 계정으로 만들어진 네이버 아이디로 블로그를 개설해서 4시간에 1번씩 글을 쓴다. 이때 포인트는 ‘복제 절대금지’다. 그대로 복제한 글은 네이버의 블로그 점수 집계에 반영이 되지 않는 탓이다. 키워드는 4개 이상 겹치면 안 되고, 사진은 40% 이상 달라야 한다. 이를 위해 사진 워터마크(출처)를 무단으로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데, 현욱 씨는 “블로그에 오른 사진의 출처를 절대 믿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둘째 지침은 ‘서이추’와 ‘덧공스’를 늘리는 일이다. 네이버의 블로그 기능인 ‘서로 이웃 추가’와 ‘덧글-공유-스크랩’의 줄임말인데, 무작위로 타인의 블로그에 찾아가 작업을 한다. 일반 블로거가 김씨와 같이 모르는 사람의 이웃 신청을 허용할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김씨의 경험담이다. 그는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은 일반 블로거들에게 이웃 수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말했다. 이 두 가지 작업을 대략 2개월 동안 하면, 마침내 어떤 글을 올려도 검색 상단(10위권)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IT관련 스타트업(신생기업)을 준비하던 문형빈(가명) 씨에게도 블로그공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최적화블로그는 개당 50만~60만원에 거래된다. 문 씨는 10명 정도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가동하면 적어도 100개의 최적화블로그를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라 계산했다. 그는 “최적화블로그 숙성에 드는 두 달 동안 10명을 채용해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직원 월 급여를 100만원으로 잡아도 인건비 2000만원을 제하고 3000만원이 고스란히 수중에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최적화블로그는 바이럴마케팅 관련 업체가 구매해준다.

블로그공장의 ‘2차 산업혁명’, 매크로 프로그램


▎블로그공장주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이른바 ‘최적화블로그’뿐만 아니라 매크로 프로그램 매매와 관련된 글들이 버젓이 게시돼 있다.
최적화블로그를 양산하려면 앞에서 봤듯이 포털사의 검색 결과 배열논리, 즉 ‘로직’을 알아야 한다. ‘황금알’을 꿈꾸는 문씨에게 정작 없었던 것이다. 고민하던 문씨에게 대학 선배가 넌지시 알려준 것은, 블로그 생성작업을 자동화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앞서 김현욱 씨가 했던 번거로운 노동을 대체한다. 엔지니어들이 로직을 찾아내 ‘덧공스’부터 게시물 클릭까지,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도록 만든 것이다. 대신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문씨는 “제가 쓰는 프로그램만 해도 1000만원이 넘는다”면서 “수요만 있으면 얼마든지 최적화블로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네이버에서 로직을 바꾸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특정 로직에만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문씨는 자동클릭 기능을 예로 들었다. ‘리얼 클릭 프로그램’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기능은 별칭 그대로 실제(real) 사람이 특정 키워드를 검색해 클릭(click)하는 효과를 낸다. 이용자를 흉내 내는 만큼 포털사의 눈을 피할 확률이 높다. 심지어 실제 이용자가 스마트폰 화면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해 클릭 횟수를 적절하게 조정하기까지 한다.

실제 이용객을 반영하는 블로그임을 가장하기 위해 수백 대의 스마트폰이 동원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된 블로그공장주 A씨는 “스마트폰 백수십 개에 일일이 리얼클릭 프로그램을 설치해 특정업체나 특정인사의 실시간 검색 순위를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공장도 본 적이 있다”며 “선거철에는 인지도가 낮은 정치인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 위해 해당 공장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문형빈 씨가 운영하는 공장도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을까. “아니요, 전 컴퓨터 한 대만 써요.” 같은 일을 하면서도 누구는 100대의 스마트폰을, 누구는 한 대의 컴퓨터를 쓴다? 비결은 가상IP(Internet Protocol)다. IP는 인터넷상의 자기 주소다. 누구든 IP라는 자기 주소를 부여받은 후에 인터넷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각자의 아이디로 자신을 규정하는데, 이는 각자가 IP를 부여받은 후에 이뤄지는 것이다. 요컨대 아이디가 인터넷 속의 ‘사람’이라면, IP는 ‘주소’다.

등본을 떼보니 한 사람이 여러 주소에서 살고 있거나,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 한 주소에 사는 것으로 나오면 ‘위장 전입’을 의심하듯, 아이디와 IP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 아이디가 여러 IP에서 접속되거나 지나치게 많은 아이디가 한 IP로 접속되는 경우 포털사이트는 ‘아이디 도용’ 즉, 해킹을 의심하게 된다. 해킹이 의심될 때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IP부터 추적하는 이유다. 문씨는 “포털사이트도 마찬가지”라며, “‘하나의 아이디에 하나의 IP가 매칭되는지’를 원칙으로 해 아이디 도용을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블로그공장의 해법은 간단하다. IP 다발을 구매해, 각각의 아이디를 각각의 IP에 ‘1대1 매칭’하는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여러 개의 IP가 하나의 컴퓨터에서 구동’시키도록 구현할 수 있는 덕분이다. 다량의 IP는 가상사설망(VPN·Virtual Private Network) 업자로부터 떼온다. 가상 서버에서 생성되는 까닭에 ‘가상IP’로 명명된다. VPN 업자는 가상IP를 개당 3000~5000원에 무더기로 블로그공장주에게 판매하는데, ‘대포폰’이 대당 10만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컴퓨터, 다수의 IP, 그리고 다수의 아이디’가 신세대 블로그공장의 전략이 된다. 문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의 블로그공장이 노동집약식이었다면, 제공장은 기술집약식인 셈이죠. 일종의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4개까지 전화번호 쓸 수 있는 알뜰폰 ‘도용’


▎기자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위장해 촬영한 블로그공장 내부 모습. 인력으로 생산되는 블로그는 포털에 의해 차단될 확률이 낮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
이제 가상IP에 대응시킬 네이버 아이디들만 확보하면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이 단계의 핵심은 휴대전화 번호다. 회원가입을 해서 하나의 아이디를 만들 때, 문자메세지로 ‘실명인증’을 할 수 있는 하나의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한 사람은 몇 개의 휴대폰번호를 가질 수 있을까? 하나가 아니다. 통신사업자가 소비자 1인당 부여하는 전화번호 개수는 사업자별 약관에 따라 다르다. 여기에 문형빈 씨의 또 다른 비결이 숨어 있다. 알뜰폰이다.

가입자가 많은 통신사업자일수록 1인당 개통하는 휴대전화의 수를 제한한다. 혹시 있을 모를 연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거대 통신3사는 신용도에 따라 개인에게 최대 3개까지의 휴대전화 개통을 허용한다. 그러나 문씨는 “알뜰폰 업체 통해서 1인당 4개의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설명했다. 후발업체인 알뜰폰 사업자는 가입자들을 보다 많이 유치하는 게 경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알뜰폰 시장에 2015년까지 28개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1000원 요금제가 등장할 정도로 업체끼리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알뜰폰 사업자 28곳이 누적 적자가 2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난에 빠져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B씨는 “알뜰폰의 경우 보통 1인당 휴대전화 4개까지 개통을 허용하는데 어떤 알뜰폰 업체는 심지어 10개까지 개통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문형빈 씨는 알뜰폰 업체와 거래한 덕분에 16개의 휴대전화를 확보할 수 있었다. 친구와 후배 두 명의 명의를 빌려 총 4개의 명의로 마련한 것이다. 사실 휴대폰번호 개통에 필요한 주민번호 역시 업자들 통하면 개당 만원이면 살 수 있다. 그러나 명의 도용은 불법이다. 문씨는 “그런 주민번호는 대부분 당사자 몰래 해킹해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인데, 사업 밑천 마련하자고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알뜰폰의 기적은 아직 끝이 아니다. 네이버는 휴대전화 가입 후 한 달이 지나면 이용자에게 하나의 아이디를 더 준다. 한 달 뒤에도 하나가 추가된다. 이런 식으로 휴대전화 가입자에게는 총 3개의 아이디가 허용된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4개 명의에서 16개 번호를, 16개 번호에서 48개 아이디를 확보하는 것이다. 문형빈 씨는 이 아이디들로 2개월 후부터는 매달 800만원 이상을(블로그 1개당 50만원 기준)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블로그공장-마케팅업체-광고주의 끈끈한 결속력


▎블로그공장은 기술집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014년 3월 대포폰을 사용해 스팸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적발된 작업장 모습.
블로그공장에 아이디를 공급하기 위해 명의를 도용했다가 구속된 사례도 나온다. 2014년 1월 28일 중국 지린성의 해커로부터 개인정보 20만여 건을 구매한 명의제공업자 2명이 안양에서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포털 아이디를 개당 140∼160원씩 3000여 만원에 구입한 뒤, 팔 때는 개당 2000~3000원을 받아 1억 원대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명의 제공업자들에게 아이디를 구입했다 불구속 입건된 5명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자신이 관리하는 블로그에 덧글을 달고 조회수를 늘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과연 소수 업자의 일탈에 불과한 것일까? 기자가 접촉한 블로그공장 5곳 중 2곳이 20만원가량 저렴하다는 이유로 명의에 문제가 없는 블로그보다 불법으로 도용한 블로그를 추천했다. 불법 아니냐는 (광고주를 가장한) 기자의 질문에, 블로그공장주 A씨는 “사실 불법인데, 어차피 정식 명의로 해도 최적화블로그는 두 달이면 무용지물로 더 이상 상위 노출이 안 된다. 그럴 바에야 싼 걸로 자주 바꿔주는 게 이득”이라고 답했다. 소수업자의 일탈보다는 다수업자의 양심을 걱정해야 하는 판이었다.

더욱이 최적화블로그를 구매하는 바이럴마케팅 업체와 사정을 알면서 거래하는 광고주까지도 위법 소지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바이럴마케팅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해놓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6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시행하면서 일체의 소비자 기만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지침에 따라 제휴 콘텐트를 게재한 블로거는 해당 글에 “저는 이 제품을 홍보하면서 ○사로부터 현금을 받음”같이 경제적 대가를 명시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그러나 경제적 대가를 명시하면 ‘입소문 효과’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기자가 접촉한 3개 마케팅 대행사 모두 이를 명시하는 경우가 없었다.

이렇게 당국의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까닭은, 근본적으로 블로그공장과 마케팅 대행사, 광고주 세 주체 사이에 견고한 생태계가 형성된 데 있다. 특히 광고주는 대부분 길거리 전단지와 ‘입소문내기’밖에 홍보수단이 없는 소상공인이다. 이들이 블로그를 통한 ‘입소문경쟁’에 마구 뛰어들다 보니, 공정위 지침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케팅비용까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뛰었다. 미용·성형 광고주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마케팅업체 대표 C씨는 “현재 상위노출 포스팅 글 1건당 가격이 4만~6만원이다. 한 달이면 비용은 200~300만원까지 올라간다”고 밝혔다. 블로그공장이 불법을 감수하고서라도 대량생산공정을 갖추는 이유다.

사실 문형빈 씨조차 법적으로는 떳떳하지 못하다. 블로그공장 자체가 포털사의 이용약관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탓이다. 네이버는 제 17조에 ‘회원은 이용권만 가질 뿐 계정을 양도, 판매할 수 없다’고 명시했으며, 제 19조에 이용약관 위반 시 ‘경고-일시정지-영구정지’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네이버만 나서면 블로그공장은 얼마든지 ‘일망타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네이버 관계자의 답변은 의외였다. 약관상 문제는 있지만, ‘최적화블로그’는 업계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 요지다. 세계 최대 검색포털인 구글에도 상위노출 ‘로직’을 파악하려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판에, 공장을 일일이 ‘색출’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해당 관계자는 오히려 “네이버 검색을 둘러싸고 새로운 생태계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IT전문매체의 한 기자는 “어쨌든 최적화블로그를 만드는 사람들도 네이버의 이용자들”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로 이들이 대거 다른 포털사이트로 이동해서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 그거야 말로 네이버에겐 악몽일 것”이라 분석했다.

새 검색방식이 ‘물고 물리는 싸움’ 끝낼까


▎2015년 11월에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5’에서 네이버 한성숙 서비스 총괄이 네이버의 향후 검색관련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이때 최대 피해자는 일반 이용자, 네이버 콘텐트가 자발적으로 생산된 거라 믿는 ‘우리들’이다. 아무리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도, 블로그가 작업장에서 대량생산되고 있는 현상은 검색신뢰도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네이버 관계자는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해명하면서 “검색 로직을 계속 바꿔나갈 뿐 아니라 새로운 검색방식을 개발하여 이용자의 신뢰에 보답하려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올해 1월 새롭게 내놓은 검색방식인 ‘Live검색’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똑같이 ‘맛집’을 검색해도, 검색 시점에 이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 낮인지 밤인지 등 ‘Live(실시간)’ 요소를 고려하여 다른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이밖에 검색기록을 기초로 이용자들을 유사한 관심 그룹끼리 묶어 그룹별 검색결과를 제공하기도 한다. 기존의 네이버 ‘통합검색’이 ‘덧글-공유-스크랩’으로 이용자의 반응을 반영했다면, 이번 ‘Live검색’은 위와 같이 이용자 반응성을 크게 확대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렇게 이용자의 역할을 강조한 검색방식이라면, 검색결과 상단 노출 ‘로직’을 둘러싼 블로그공장과의 싸움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Live검색’이 출범한 1월부터 최적화블로그 가격이 개당 200만원까지 폭등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의 블로그 가격폭등이 ‘Live 검색’과 관련이 없을 것으로 추측했다. ‘Live검색’은 모바일에서만 제공될 뿐, 컴퓨터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통합검색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Live검색’이 네이버 검색의 미래 방향을 상징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이용량(트래픽)도 많지 않은 수준”이라며 “블로그 가격은 주기적인 로직 변경으로 잠깐 올랐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블로그공장주들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변경된 로직에 대해 열띤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뿐 ‘블로그는 이제 끝났다’는 식의 반응은 찾기 힘들었다.

김현욱 씨는 블로그공장 아르바이트를 했던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그만두고 싶어도 높은 시급이 못내 아쉬웠다. 그리고 높은 시급을 가능케 했던, 블로그공장의 높은 이윤을 비난했다. “오프라인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사람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하나의 아이디가 각각 돈으로 환산되고 있었다. 인격이 돈으로 환산되고, 실제 한 사람(이용자)의 가치가 쪼그라드는 것이다.”

- 문상덕 인턴기자 mosadu9128@gmail.com

201605호 (20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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