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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개그우먼 장도연 

“모델 권유요? 명함은 한번 받아봤네요” 

글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KBS 개그우먼 공채로 10년간 무명시절… 솔직한 입담과 몸개그로 예능계 대세 입증

▎개그우먼 장도연은 콤비인 박나래와 기괴한 분장으로 격하게(?) 망가지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 사진제공·tvN
다양한 성격의 예능 프로그램이 늘면서 개그맨들의 설 곳이 점점 좁아진다. 개그맨들에게 ‘웃음’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 됐다. 시청자의 기준은 더 높아졌다.

요즘 대중이 갈망하는 웃음코드는 ‘흔하지 않은 반전매력’이다. 진지해 보이는데 엉뚱한 매력으로 웃음을 준다거나, 철없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자신만의 철학을 보여주는 등 의외의 모습이 있어야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본업이 개그맨인 이들에게 더 척박해진 대한민국 예능의 터전에서 매력적인 조건을 두루 갖춘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다. 외모, 재치, 진지함까지 갖춘 개그우먼 장도연(31)은 요즘 무서운 속도로 예능계를 평정하고 있다.

2007년 KBS 개그우먼 공채로 첫발을 뗀 그는 174cm의 날씬한 몸매로 “개그우먼 치고 예쁘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과거 상반신을 과감히 노출하며 찍은 패션 화보는 네티즌들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사실 장도연은 ‘예쁜 척’과는 거리가 멀다. 격하게(?) 망가짐을 불사한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성 전환한 남자 캐릭터를 맡거나 ‘저 정도까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괴한 분장과 몸 개그로 ‘뼈그우먼(뼛속까지 개그맨)’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JTBC 리얼리티 예능 <5일간의 썸머>에서 개그맨 유상무와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해 기대감을 높이는가 하면, SBS플러스 <스타그램>을 통해 외모를 주무기로 패션과 뷰티 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JTBC 경제 토크쇼인 <썰전> 2부 ‘썰쩐’에서는 웃음기를 빼고 무게감 있는 홍일점으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예능계 대세녀 자리를 굳히고 있는 장도연을 4월 8일 서울 문래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수줍게 인사하며 들어온 첫인상과는 달리 유쾌한 입담을 과시했다. 조근조근 말을 이어가다 “하하” 하고 허스키한 웃음이 터질 때면 카페는 쩌렁쩌렁 울렸다.

모델 권유는 탈 쓰고 하는 연극 한 번 받아봐


▎장도연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박나래·유상무 등과 함께 출연한 tvN의 <코미디빅리그> ‘썸&쌈’ 코너에서였다. / 사진제공·tvN
“개그우먼 치고 예쁘다”라는 말을 많이 듣죠. 개그맨들 중에는 외모(?)로 승부를 거는 이들도 많은데 혹시 그 수식이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외모에 대한 칭찬이니까 감사하죠. 그런데 솔직히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동기인 (박)지선이도 그렇고 (박)성광 오빠도 그렇고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낸 분이 많잖아요. 그때는 ‘쟤네들은 그냥 한마디만 해도 빵빵 터지는데 왜 나는 안 그러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제가 하는 개그가 안 웃겼던 건데 그때는 외모 탓을 했어요. 하지만 요즘 조금 빛을 보면서 그런 얘길 들으면 ‘개그우먼은 눈이 볼에라도 붙어 있어야 하나요’라고 받아치죠.”(웃음)

혹시 모델 권유를 받아본 적 없어요?

“모델 권유는 아니고, 명함은 한 번 받아봤어요. 인천 모 예술극회인가, 탈 쓰고 연극하는 데였어요. 그냥 키 큰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웃음) 사람들이 모델 같다고 얘기하면 어쩔 줄 모르겠어요. 동종업계에선 키가 큰 편이긴 하죠. 아무래도 박나래 씨랑 다니다 보니까 더 그렇게 보이기도 하고. 나래 씨가 1미터인 줄 알고 제가 2미터인 줄 알아요. 하하.”

실제로 굉장히 여성스러운 성격이라고 들었어요.


▎장도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는 데뷔 후 꼬박 10년이 걸렸다. 그는 요즘 솔직한 입담과 몸개그로 예능계를 평정하며 ‘뼈그우먼(뼛속까지 개그맨)’이란 수식을 얻었다.
“그 정도는 아니고요.(웃음) 직업 이미지에 비해 낯가림이 있고 수다스럽거나 한 게 아닐 뿐이에요. 개그맨은 막 우악스러워야 할 것 같지만 그런 편은 아니거든요. 초반엔 적성에 대한 고민도 했어요. 10년째 버티는 거 보면 ‘나 같은 성향의 개그우먼도 있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돼요.”

학창시절에는 어땠는데요?

“개그맨은 대개 두 부류가 있어요. 학교에서 반장, 회장 하면서 행사 리드하는 부류, 아니면 동네 또라이.(웃음) 저는 이도 저도 아니었어요. 전교생 중에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히 다녔어요. 임원선거나 장기자랑에 나가 본 적이 없어요. 같이 어울리는 몇몇 친구만 제가 재밌다는 걸 아는 정도?”

그런데 어떻게 개그우먼을 할 생각을 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신동엽 선배님의 ‘톡킹 18금’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바이벌로 살아남으면 1등에게 300만원의 상금을 준다고 해서 지원해봤죠. 그때 함께 출연한 분이 허경환 씨에요. 동엽 선배가 ‘네가 말은 잘하는 것 같다. 개그맨 시험 한번 보지 않을래?’라고 권유해주셔서 시험 봐서 붙었죠.”

단 한 번에요?

“네 한 번에. 아주 운이 좋았어요.”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걱정을 많이 하셨죠. 외동딸인데다 개그우먼을 할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셨어요. 데뷔 후 5년간은 부모님이 많이 불안해 하셨죠.”

요즘은 많이 기뻐하시겠네요?

“많이 좋아하세요.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출연했을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셨죠. 평소에도 부모님과는 정말 친하게 지내요. 대화도 자주 하고요. 인천에 계셔서 매주 한 번 이상은 찾아 뵙는 것 같아요.”

이렇게 바쁜 스케줄에서도요?

“네. 솔직히 피곤하죠. 습관이 잘못 들었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그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시간이 좋더라고요. 스케줄에서 4~5시간 비면 또 부모님 뵙고 올까 싶은 마음이 생겨요. 부모님이 연세 드시면서 많이 좋아하시거든요.”

지금의 장도연 대세론이 있기까지 꼬박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2007년 개그우먼 22기 공채로 <개그콘서트>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시청자들은 ‘그저 남들보다 좀 더 크고 좀 더 예쁜 개그우먼이 있구나’라고 여길 뿐이었다. 그래도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2개월 넘게 쉬어본 적 없었다. 그 시절을 ‘병풍역할’에 불과했다고 그는 회고한다.

“시청자 반응이 달라진 건 정말 한순간이더라고요”


▎남자들의 우세한 개그맨의 세계에서 장도연은 박나래·이국주 등과 함께 개성 있는 코미디로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언제부터 인기를 실감하게 됐나요?

“최근 1년 정도 방송에서 많이 불러주면서? 그래서 많은 시청자가 제가 데뷔 후 열심히 안 했거나 쉰 줄 아는데 저는 개그 프로그램을 2개월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제가 해온 일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개그가 나아졌지만 전 항상 그 자리에 있었어요. 반응이 달라진 건 정말 한순간이었던 거 같아요. 예전엔 이마에 눈 붙이고 외계인 흉내도 냈어요. 그때는 그냥 ‘열심히 사네’ 이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정말 재밌다’고 반응해주니까 신기해요.”

오랜 시간을 무명으로 견뎌냈는데 힘들지는 않았어요?

“딱히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자기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느 날 내 안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했어요. 술도 늘고.”(웃음)

애주가라고 들었어요.

“아, 술 좋아하죠. 주량은 두 병 이상인데, 소주는 혼자 안 먹는다는 철학이 있어요. 혼자서는 캔맥주를 잘 마셔요. 특히 수입맥주 마시는 여성에 대한 허세가 있나봐요. 밤늦게 집에 들어와서 호가든 한 캔 마시고 확 구기고 자는 이런 거요.(웃음) 그런데 마시다 보니 방에 널브러지고 무슨 알코올 중독 폐인 같더라고요. 하하.”

쉴 때는 주로 뭘 하고 보내나요?

“혼자 영화 보러 다녀요. 좀 이상한데 저는 음울한 영화가 좋아요. <김봉남 연쇄 살인사건> 같은 장르죠. 독립영화관에서 특이한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요. 특별히 조예가 있다기보다는 그것도 허세죠. 하하. 그런 걸 봐야 예술적인 사람이 되는 느낌? 사람이 드문 독립영화관에서 팜플렛 심각한 표정으로 들고 있는 것. 있어 보이게 허세부리고 이런 거 좋아해요.”

개그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도 그가 빛을 본 계기가 됐다. 남자들이 우세한 개그맨들의 세계에서 장도연은 박나래, 이국주, 김숙 등과 함께 개성 있는 여성 코미디언으로 예능계에 새로운 바람을 넣는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전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던 ‘19금 발언’이나 ‘과한 오버 액션’ 등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웃음을 주면서다. 특히 동갑내기 박나래는 <개그콘서트> 선후배 사이로 10년간의 오랜 무명생활을 함께 이겨낸 콤비다.


▎tvN의 <코미디빅리그> ‘여자사람친구’ 코너에서 장도연은 성전환을 한 여자로 출연해 인기를 끈다. / 사진제공·tvN
개그계도 남초 사회인데 요즘 여풍이 분다는 말이 있더군요.

“정말 (듣기) 좋아요. 김숙 선배님 비롯해서 이국주·박나래 씨와 함께 개그우먼계를 이끈다고 이야기해주신다는 게. 다들 정말 멋지게 잘하고 있고요. 특히 잘하는 동료 둘과 이렇게 묶여 있어서 영광이죠. 예전엔 내가 배우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콤비 박나래 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네요. 뚜렷한 키 차이로 더 각인이 되기도 해요. 그걸 염두에 두고 콤비가 된 건가요?

“박나래 씨가 1년 선배예요. 제가 개그맨 되고 만났거든요. 둘이 짠 개그만 해도 평생 할 수 있을 걸요. 둘이 섰을 때 그림이 웃기니까 나래 씨가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죠.”

지금은 동료 이상으로 끈끈한 관계가 됐겠어요?

“말도 못하게 가깝죠. 지금도 나래 씨 혼이 제 옆에 있는 것 같아요.”(웃음)

‘썸’ 타는 코너로 개그와 연기 모두 잡아


▎JTBC <썰전> 2부인 ‘썰쩐’은 경제토크쇼다. 장도연은 이 코너에서 홍일점으로 출연해 감초역할을 한다. / 사진제공·JTBC
KBS에서 주무대를 tvN <코미디 빅리그>로 옮긴 후 장도연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박나래·유상무 등과 함께 출연한 ‘썸&쌈’이란 코너 덕분이었다. 1년 6개월간이나 장수한 코너다. 커플로 출연한 유상무와 진한 키스신 등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코미디와 연기 모두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곧이어 JTBC 예능 <5일간의 썸머>에서도 파트너로 출연하며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해 실제 연인관계가 아니냐는 의혹(?)도 낳았다.

유상무 씨와 관계가 늘 화제가 됐죠?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닙니다.(웃음) 유상무 씨랑 1년 6개월간 그 코너에서 부쩍 친해졌어요. 스킨십이 진해서 그랬나? 그것 때문에 JTBC <5일 간의 썸머>에도 함께 출연한 거고요. 세상에… 지금 생각하면 낯 간지럽게 어떻게 그랬나 몰라.”(웃음)

나중에 연애하면 공개할 생각은 있나요?

“결혼할 사람이면 (공개) 하겠는데, 아무래도 부모님이 별로 안 좋아하실 거에요. 부모님은 아직도 유상무 씨 만나는 줄아세요. 방송을 보고 그대로 믿으시니까요.”

아니라고 말씀 안 드렸어요?

“말씀드려도 잘 잊어버리세요.”(웃음)

실제 첫 연애는 스물아홉? 연애를 꽤 늦게 시작했네요.

“9년을 버린 거죠. 아니지, 요즘은 10대 때도 연애를 하니까 더 버린 거지. 너무 아까워요. 풋풋하고 손 끝만 닿아도 전기 오르고 이런 연애를 안 해봤다는 게 아쉬워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거침 없이 19금 발언을 잘도 하던데요?

“그건 뭘 몰라서 필터링 없이 내뱉는 건데 제가 막 산 줄 아시더라고요. 그 정도 아닙니다. 하하.”

개그는 항상 연기와 함께 가는 느낌이 들어요.

“어머 정말 그게 보이나요? 사실 개그맨들끼리 얘긴데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개그를 오래하려면 연기를 잘해야 한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프로그램 안에서 짜임새 있게 우리가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걸 알아주시는 분들에게는 너무 감사하죠.”

연기 생각도 있어요?

“카메오 역할로 억지로 몇 번 출연했을 땐 무서웠어요. 회사에서 시키니까 정말 억지로 했는데. 저는 회사에 돈을 벌어줘야 하는 존재니까요.(웃음) 하지만 요즘은 욕심이 생겼다고 할까요. 10년간 개그 연기를 했던 사람인데 내공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현재 장도연은 자신의 예능감을 시험할 만한 무대에 도전 중이다. JTBC <썰전> 2부인 ‘썰쩐’은 경제토크쇼다. 지난해 중반부터 방송인 박지윤의 바통을 이어받아 경제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며 신선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썰쩐’은 지금껏 해왔던 프로그램과 성격이 많이 다른데 어렵지는 않나요?

“죄송스러운 건 제가 프로그램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저한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거죠. 어느 댓글에서 ‘1부는 재미있는데 2부에서 장도연이 각 잡고 나오는 데서부터 별로다’라고 쓴 걸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더라고요. 아직은 부족한데 똑 부러지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평소에 경제문제에 관심이 많았나요?

“하나도 없었어요. 나라가 망하기 전까지는 아마?(웃음) 경제는 작년에도 올해가 최고로 안 좋다고, 재작년에도 올해가 최고로 안 좋다고 하니까요. 이 프로그램 하면서 신문과 뉴스를 챙겨봐요.”

씀씀이가 알뜰한 편인가요?

“명품을 산다거나, 기분 내키는 대로 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부모님한테 배운 게 아끼고, 저축하고, 그런 경제관념이라서요. 그런데 또 안 쓰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더라고요. 갖고 있는 걸 불리는 것도 생각하게 됐어요. 과거엔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는 거 잃지 않을까 겁나서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었죠.”

어떤 투자를 하세요?

“예전에 아버지께서 주식을 정말 오래 하셨어요. 어릴 적에 주식 때문에 엄마랑 마찰이 있는 트라우마로 주식투자를 좋게 안 봤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달러나 위안으로 바꿔서 투자하는 것도 있고 투자할 방법이 많더라고요. 몇 달 전에 금에 대해서 나왔었는데 그땐 ‘좀 사볼까?’ 싶었어요. 마이크 떼고 전문가한테 물어보기도 했어요.”(웃음)

장도연은 공부하는 개그맨이다. 한 인터뷰에서 “예전에 신동엽 선배가 방송 잘하고 싶으면 신문을 많이 읽으라는 말씀을 해줬다. 김구라 선배를 보면서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천부적인 개그맨이 아니라 늘 공부한다는 말이 울림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토익 점수가 900점이 넘었던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천부적인 개그보다 공부하는 개그맨 되고파”


▎장도연은 공부하는 개그맨으로 통한다. 그는 “김구라 선배를 보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천부적인 개그맨이 아니라 늘 공부한다는 말에 울림이 컸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토익 930점이라면서요?

“아, 정말 그거 얘기하고 싶었어요. 사실 공인점수는 903점이에요. 930점은 모의고사 점수에요. 경희대 시각디자인 학과에 편입하려고 바짝 공부했는데 930점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제가 이거 누가 증명하라고 할까 봐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몰라요. 꼭 정정해주세요. 903이 공인점수에요. 930은 대방동 모의고사 점수.”(웃음)

최근에는 하고 싶은 공부가 있나요?

“어학공부요. 안 할수록 자꾸 잊어버려요. 1∼2년 정도는 아침에 라디오에서 이근철 선생님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공부했어요. 그런데 워낙 술 먹는 게 버릇이 되니까 새벽 여섯 시 ‘굿모닝 에브리원!’ 하고 일어나 정신 차려보면 ‘내일 만나요!’라는 인사만 듣게 됐죠.”(웃음)

개그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어요?

“동료 개그맨들이랑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얻는 편이에요. 늘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이 강박은 아닌 것 같아요.”

계속 개그우먼 하실 건가요?

“그럼요. 타이틀이 멋진 것 같아요. 제가 ‘방송인 장도연’이 아니라 ‘개그우먼 장도연’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는 게 멋져요. 10년간 쌓은 개그우먼의 커리어에 자부심이 생겼어요.”

개그우먼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굳은 심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주위 반응에 많이 안 휘둘리려면 단단해져야 해요.”

앞으로 계획은요?

“개그우먼으로서 꾸준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엔 ‘웃기면 되고 한 주 한 주 잘하면 되지’ 그랬는데 이제는 후배도 많이 생기니까 귀감도 되고,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집도 가고요.”(웃음)

얼른 짝을 만나야겠네요

“올해 벌써 서른둘이에요. 마음이 바빠요. 요즘은 외동딸의 효심을 어필하고 있죠. 우리 나이에 달리 내세울 게 있나요?”(웃음)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는 거에요? 술과 안주는 살 많이 찌는데.

“맞아요.”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분식 좋아해요. 떡볶이 순대, 거기에 맥주. 어떤 음식이건 맥주를 곁들이면 다 맛있는 것 같아요. 살은 아버지 체질 닮아서 그런지 잘 안 쪄요. 운동을 따로 하는 건 아닌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요즘은 밤에 맥주 입에 때려붓고(털어 넣고)나면, 후회되잖아요. 음주를 많이 하면 피부에 수분감이 모자라니까 병적으로 물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서 양배추즙, 포도즙, 호박즙 증 각종 즙을 마시는 거예요. 파프리카, 샐러드 이런 거 먹고. 정말 부질없는 짓이죠.”(웃음)

술 많이 마신다고 회사에서 혼나지는 않아요?

“제가요? 돈을 이렇게 벌어다 주는데?”(웃음)

미쳐야 미친다(불광불급, 不狂不及). 장도연은 우리가 그를 주목하지 않았던 시간마저 꾸준히 개그에 미쳐 있었다. 조급해 하지도, 좌절하지도 않았다.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웃음을 주는 일에 늘 정주행했다. 즐거운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뿜어대며 개그에만 몰입했다. 이제 그는 ‘예쁜 개그우먼’에서 ‘뼈그우먼’으로 날개를 폈다.

가늘고 길게 뻗은 장신만큼이나 예능의 운신 폭을 넓혀간다. 10년 만에 비춰진 스포트라이트다. 왠지 개그우먼 장도연 안에서 더 굉장한 매력을 발견하리란 예감이 드는 순간이다.

- 글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201605호 (20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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