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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남경필 경기도지사 

“협치의 대통령 해보고 싶은 꿈 있다” 

만난 사람=박승희 중앙일보 정치국제에디터 겸 정치부장,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 오상민 기자
대통령은 맨발 벗고 작두 타는 자리, 반기문 총장이 그런 고통 감내할까? 새누리당 6개월 내에 혁신 못하면 혁명적 상황에 직면할 것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연말까지 6개월 기간 내에 새누리당이 변하지 않으면 혁명적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진단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미 오래전 ‘카리스마 정치의 종언’을 선언했다. 대신 그는 ‘First among equals’란 리더십을 말했다. 비슷한 무리(equals) 가운데 조금 나은 1인이 한 걸음 정도 앞서 수많은 ‘equals’와 함께하는 리더십이다. 그의 리더십 지론은 지금 ‘연정과 협치’의 정치 신념으로 진화했다. 인터뷰를 통해 ‘협치 대통령’의 비전을 처음으로 밝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5월 13일 중앙일보·월간중앙 공동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에의 의지를 처음으로 밝혔다. ‘남경필 정치의 종착역이 어디냐’는 질문에 “오르고 싶은 직책으로 표현한다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지금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인 경기도 정치가 중요하다. 경기도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면 대한민국을 바꾸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한번 해보는 게 꿈”이란 점을 두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남 지사는 특히 ‘협치(協治)’와 ‘연정(聯政)’을 그 꿈에 도달하는 수단으로 꼽았다.

그는 4·13 총선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개원 이후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6개월 동안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이 판을 뒤엎으려는 혁명적인 요구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월 9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만나서도 당이 직면한 위기를 놓고 고민을 토로했다고 했다. 만일 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정계개편의 블랙홀에 빠져들 것이란 전망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한 회의론을 표시했다. “개인적인 평가는 하고 싶지 않다”는 전제 하에 ‘맨발로 작두날 위를 걷는 대통령론’을 개진했다. “대통령을 하려면 삶과 죽음을 가르겠다는 결기와 각오로 작두날에 올라야 하는데 과연 반 총장이 그럴 수 있겠느냐”고 그는 물었다.

남 지사의 ‘반기문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상당수 비박계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진용이 충청이 고향인 반 총장의 대권 추대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청년실업, 저성장, 저출산 문제에 올인


지자체 차원의 연정을 추진해온 남지사가 경기도정의 핵심 의제로 ‘청년실업·저성장·저출산’ 등 ‘국정급’ 그랜드 아젠다를 설정한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전체 국민의 약 25%가 거주하는 경기도의 문제가 곧 국가의 문제”라는 남 지사의 인식이 반영된 의제 설정이다. 자신이 집권했을 때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연정 또는 협치’를 통해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 지사에게 도정과 국정은 동전의 양면이다. 가장 큰 인구를 머금은 경기도의 수장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정 수행을 국정문제 해법과 연결해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오래전부터 형성된 듯, 그 논리가 정연했다.

남 지사와의 인터뷰는 옛 도지사 공관을 리모델링해 도민들에게 개방한 ‘굿모닝하우스’에서 이뤄졌다. 공관은 1967년 건립돼 박태원 지사(11대)부터 김문수 지사까지 모두 22명의 경기도 지사가 거처하던 곳이다. 1960년대 모더니즘의 특징이 잘 배어 있어 근대건축의 백미로 평가받은 공간이다. 시민들이 차를 마시며 유유자적할 수 있고, 공연을 보거나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이날 날씨는 유난히 화창했다. 남 지사와의 인터뷰는 오찬을 곁들여 약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번 총선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른가?

“과반수 어려울 것은 예상했는데 1당을 내줄 것으로는 상상 못했다.”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의를 어떻게 해석하나?

“크게 보면 젊은이들의 분노, 그리고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외면. 이게 같이 합쳐서 나온 결과로 본다.”

3당 체제는 한국정치에서 드물었다. 이 같은 구도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마디로 ‘그만 싸우고 힘 합하라’는 게 민의였다. 협력하라는 것이다. 지금 그걸 정치권이 해 줘야 한다. 여야 모두 50대 중진 정치인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야권의 지형도 많이 바뀌었다.

“더민주도 호남에서 참패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 국민의당에는 한 번 기대는 해보겠지만,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국민은 야당에도 변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현실정치 20년 넘게 해왔다.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 한마디로 무엇인가?

“정치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부분 갈등을 해결하는 자리다. 국민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만 최종적으로 개개인의 힘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 정치권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정치인, 특히 최고지도자는 갈등 조정에 진력해야 한다. 또한 공동체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그렇다면 ‘남경필 정치’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정치인으로 대통령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지금은 도지사다. 경기도 주민 1300만 명에게 선택받은 도지사로서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법적·정치적 의무가 있다. 그것을 실천하는 가운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생각이다.”

도지사로서 어떤 목표를 실천하겠다는 것인가?

“딱 세 가지다. 청년실업, 저성장, 저출산의 문제 등 세 가지다. 이 해법을 실현가능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바로 협치 또는 연정, 이런 것들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은 정치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단 도정의 차원에서 이 시스템을 계속 구축할 생각이다. 경기도는 1기 연정이 끝났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2기를 맞아서는 더욱 완성도를 높일 생각이다. 현직 도의원이 도 행정에 참여하는 내각제 운영을 모색하겠다.” (남 지사는 인터뷰 전날 도의회에서 밝힌 ‘도의원을 무보수 명예직 경기도장관에 임명’해 행정을 담당케 하는 ‘지방내각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수단은 협치와 연정도지사가 바뀌고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연정의 제도화를 이루는 도지사로서의 책무가 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


▎2014년 12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한·중 창의문화산업 포럼’에서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당서기를 만난 남경필 지사.(왼쪽) / 사진·중앙포토
경기도의 남경필표 연정 구상과 실천은 획기적이었고, 의미가 크다. 그러나 결국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단계에 봉착하는 건 아닌가? 지방차치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도지사를 해보니 중앙정부의 법 개정을 기다리기엔 너무나 상황이 급하다. 대통령께서는 늘 ‘규제 혁파’를 강조하지만 지방정부가 정말 중차대한 사업을 하려 할 때 중앙정부가 막아서는 경우가 많다. 중앙정부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정말 눈물겹다. 중앙정부 차원의 법 개정 등을 한가하게 기다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공유적 시장경제 모델로 ‘경기도주식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을 가로막는 중앙정부의 규제가 많은데, 법률은 물론 여러 가지 규칙도 잘 바꿔주지 않는다.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아주 조금씩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

총선의 민의는 집권 새누리당에 어떤 수준의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나?

“국민은 대통령과 여야 정당에 모두 변화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셨다. 특히 20대 국회 개원 후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6개월이 가장 중요하다. 새누리당이 이때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이 판을 뒤엎으려는 혁명적인 요구가 제기될 수도 있다.”

남경필표 브랜드 ‘협치와 연정’의 정치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는?

“개인의 행복을 도외시한 국가의 행복은 없다. 이제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개인이 행복해야 국가가 강해진다는 것이 내 정치철학의 요체다. 그 밑의 가치로서 ‘자유’와 ‘배려’ 두 기둥이 있다. 나머지 정책도 다 그런 기조에 맞춰 추진하려 노력한다.”

안희정 지사도 이번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안 지사는 “애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정치의 최종 목표라고 했다. 두 분 모두 신기하게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개인이 행복하지 못하면 국가가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엔 달랐다. 국가가 부강해져야 개인이 행복해진다고 봤다. 시대의 흐름이 달라진 것이다. 안 지사도 정치의 요체를 정확히 보고 계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 패러다임이 패권정치에서 소위 민주정치로 바뀌는 과정 속에서 생긴 흐름일 것이다. 혹시 대통령이 되어 국가 운영의 틀을 새로 만들고 싶은 복안은 없나?

“개인적 자리와 관련된 정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대통령이다.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다. 지금은 대한민국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의 정치가 중요하다.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실제로 경기도가 해서 바꾼 것이 적지 않다. 경기도가 변화하면 대한민국이 변화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목격하고 있다. 경기도지사는 어떤 측면에서 행운을 누린다고 볼 수도 있다. 경기도는 인구와 GRDP(지역 내 총생산) 규모가 서울보다 크다.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개수, R&D 투자 퍼센티지 등은 전부 다 전국의 25% 이상이다. GRDP를 국가로 비교할 때 말레이시아보다 크고 체코와 비슷하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국토의 모든 특징이 집약돼 있다. 경기도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대한민국 바꾸는 일도 가능하다. 제가 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총선 참패의 진단 안 이뤄져


▎남경필 지사는 경기도정의 세 가지 핵심 과제로 저출산, 저성장, 청년실업 문제를 꼽았다. 이 중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과 ‘원포인트 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중앙포토
연말까지 6개월 기간 안에 새누리당이 변하지 않으면 혁명적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진단했다. 당의 간판은 어떻게 바꾸고,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도체제 문제, 당권과 대권의 문제 등은 부차적인 것이다. 지금 룰을 정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새누리당을 심판한 총선 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다. 청와대와 당의 소통방식, 공천 파행을 부른 당내 계파갈등의 해결이 중요하다. 비대위원장, 혁신위원장을 누가 맡느냐가 뭐가 중요한가? 총선 참패의 진단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당선자는 물론 낙선자도 다 모여 토론에 동참해보자. 예를 들면 장외에서 객관적으로 선거 과정을 지켜봤던 새누리당 소속의 시·도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진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치료가 될 수 없다.”

현재 새누리당 문제의 핵심은 계파 갈등인 것 같다. 대통령이 친박 해체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탈당하는 등의 세리머니가 필요한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은 계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해체선언이나 탈당 같은 건 하지 않으리라 본다. 그러나 책임소재는 분명하게 규명해야 한다. 머리가 터지더라도 끝장 토론을 해야 한다. 8년 집권 과정에서 쌓인 문제점을 국민이 단칼에 심판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의 문제의식과 구조대로 가면, 정기국회 이후에 새누리당이 지금 모습대로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만큼 위기의 볼륨이 커진 것이다. 때문에 지금은 정말 깨놓고 모든 이야기를 다 해야 한다. 전당대회의 과정에서도 그런 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져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 당은 감당하기 힘든 혁명적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당이 위기가 극한에 이르면 정치판의 구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 보는 건가?

“벌써 정계개편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아닌가? 과거 집권 여당에선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런 말을 했다. 대다수는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다르다. 새누리당 여러 의원들 만나보면 정계개편 이야기가 화제에 자주 오른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집권당이 국민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이 상태로 간다면 미래가 없지 않을까? 아마도 서서히 죽어 갈 것이다. 저성장과 저출산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난제이지만 피부에 당장 와 닿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청년실업 문제는 아주 급박한 것으로 정치권의 즉각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문제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물론 야당에도 국민은 책임과 역할을 물을 것이다. 집권당이 뭔가 해법을 제시했을 때, 국민이 그 해법 속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때 어떤 사회적 도전과 혁명적 요구가 터져 나올지 다만 두려울 따름이다.”

새누리당의 혁신이 지지부진할 때 새로운 대선 후보에 대한 열망이 표출될 가능성은 없을까?

“일단 사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람은 없다. 지금 당장 대선 지지도를 봐도 새누리당의 후보들은 야당 후보에 비해 반 토막도 안 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경천동지할 변화를 할 수가 있나. 뭘 가지고 그렇게 하겠나. 당이 변화 하면서 당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면 후보에 대한 지지도 올라가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슈퍼스타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바가지가 깨져도 보통 깨진 게 아니다”

당내 일각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박 대통령이 그를 민다는 말도 회자된다. 반기문 대망론, 과연 가능한 건가?

“반 총장에 대해 개별적인 평가는 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 보통 자리가 아니다. 흔히들 국회의원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대통령은 ‘맨 발로 시퍼런 작두날 위를 걷는 사람’이다. 그런 각오 없이는 대통령에 도전할 수 없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다 걸고 작두날을 타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권한이 막강하고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가르겠다는 결기와 각오가 돼 있어야 이 작두에 올라간다. 그런 준비가 됐는지 반 총장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누가 바깥에서 ‘당신 할 만하다’고 해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새누리당이 신속하게 틀을 바꾸는 데 성공한다면 지금의 후보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인가?

“예전에는 일단 집권 보수정당에서 공정경쟁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내면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50% 내외는 된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은 틀에 대한 긍정적 지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다. 바가지가 깨져도 보통 깨진 게 아니다. 국민은 ‘이게 그 바가지 맞느냐’고 물으신다. 깨진 바가지로 무슨 메시지를 담아 국민에게 전달할 건가? 그런데 지금 당내의 인식에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바가지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른 쪽은 ‘바가지를 아예 깨버리고 새바가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각이 너무나 달라서 그 간극을 좁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20대 정기국회에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을 꼽는다면?

“선거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 국민이 정치권에 협치를 요구하고 양당제의 종언을 선언했다면, 이에 걸맞은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민이 만들어준 3당 체제를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거기에 정의당을 포함하면 ‘3+1’체제다. 국민은 ‘더 이상 양당체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엄명을 내리신 거다.

양당체제를 벗어나 협치가 가능한 체제로 가려면 궁극적으로 개헌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헌으로 가는 길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이른바 거대담론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한 선거구제 개편은 올가을 정기국회 때 아예 표결해서 끝내버리는 게 좋다. 왜냐면 1년차에 안 하면 3, 4년차에는 절대 못하기 때문이다. 차기 선거 임박해서 하면 국민이 의원들의 기득권 수호로 비판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하면 국민은 그 진정성을 이해하실 것이다.”

선거법 개정은 새누리 안에서도 공감하는 사람이 다수일까?

“최근 만나본 여야 의원들은 거의 전부 찬성하고 있다. 올해 빨리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새로운 정치구조의 틀을 짜고, 대선후보들이 가시화되는 내년에는 미래 권력 구조에 대한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양당 체제 안에서 싸움질 그만하라’는 국민의 명을 우선 받들어 선거구제 개편하고, 청년실업 해소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5월 9일에 김무성 전 대표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자가 있었나?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배석자 없이 단 둘이 만났다. 김 전 대표의 마음고생이 정말 극심했던 것 같다. 당의 상황을 진단하면서 고민을 토로했다. 진단을 같이 해봤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는 만남이었다. 걱정이 많았던 자리였다.”

유승민은 소중한 자원으로 복당해야


▎올해 1월 20일 <월간중앙> 주최로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뉴리더 4인의 제주도 대토론회. 왼쪽부터 김부겸 20대 국회 당선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 사진·임현동
유승민 의원의 복당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유 의원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당연히 함께해야 한다. 당의 화합을 위해서도 그의 복당이 바람직하다.”

미 대선에서 결국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가 당선돼 지금까지 쏟어낸 한국 관련 공약을 실천한다면 가공할 만한 사태가 오지 않을까? 트럼프 측에 선이 닿는 외교부 라인이 거의 없는 것도 걱정스럽다.

“미국의 권력시프트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미국이 그동안 세계질서 유지를 위해 견지했던 정책에 전면적인 수정이 올지도 모른다. 설령 힐러리가 당선된다 해도 트럼프의 공약은 하나의 의제로 부상해 그동안 정착된 한미관계의 틀에 균열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국가의 리더들이 향후 이 문제를 아주 진지하게 분석하고 성찰해야 한다. 지금 공개를 할 필요는 없지만 정부 내 누군가는 그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만일 안 하고 있다면 큰 일이다. ”

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전제로 한 미국-북한 간의 평화협정 접근이 가능하다고 보나?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의미가 없다. 다만 우리가 과연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그 논의에 참여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 열어놓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핵 폐기나 동결에 대한 문제, 그리고 미북 관계 설정 등의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만족할 만큼의 주도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는 이 문제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정도의 비전은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싶은 국정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청년실업 위한 연정체제를 가동하셨으면 좋겠다. 원포인트 연정이다. 이번에 이태리를 방문해 토스카나주를 시찰할 기회가 있었다. 토스카나주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지오반니(젊은이) 정책’을 운영해 큰 성과를 거뒀다. 청년실업을 임금 문제로만 보지 않고 주거복지, 사회적 일자리 문제, 교육 등 6개 분야를 입체적으로 아우른 정책이다. 지방자치펀드, 국가 펀드, 심지어 EU펀드에서까지 수 조원을 동원했다고 한다. 그 결과 45%에 달했던 청년실업률이 30% 초반 대까지 떨어졌다. 이런 정책은 지방정부 힘만으론 못한다. 전 국가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연정이 필요하다. 여야 청년실업 연정을 통해 젊은이들의 고통을 줄여주면 어떨까? 이런 제안을 대통령께 꼭 드리고 싶다.”

- 만난 사람=박승희 중앙일보 정치국제에디터 겸 정치부장,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 오상민 기자

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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