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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여권 헤쳐모여 시나리오의 실체 

“새 대선주자가 새누리당 붕괴 이끌 것”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정두언 의원 등 보수 일각, 안철수·손학규와 새누리당 비박계 간 연합론 ‘솔솔’... 새 질서 구축에 목마른 보수인사들이 집권전략 제시하는 후보 민다는 전망도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3일 여야 3당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청와대로 초청,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 사진·중앙포토
“한 마디로 보수와 진보의 사이비(似而非)를 다 정리하라는 것이다.”

보수 진영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4·13 총선이 가져다 준 3당 체제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으로는 완전히 다른 이를 일컫는 ‘사이비’ 세력을 솎아내거나 분리하는 게 이번 총선 민의라는 것이다. “보수는 보수 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가짜 세력과 결별하고 진짜 세력끼리 뭉치는 정계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윤 전 장관이 보는 향후 정국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보수라고 한 사람들이 진짜 보수였나? 아니다 이제 진짜 보수를 만들어내야 한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언제 진보가 진짜 진보인 적이 있나?”

단초는 이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자라고 있다는 게 그는 진단이다. 새누리당 내 주류인 친박계는 총선 과정에서 다수파의 위치를 점했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 장을 자파 사람들로 앉혔다. 비주류인 김용태 의원을 당 혁신 위원장으로 추대하기는 했지만 당의 주인이 친박계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들은 전당대회에서 당권 장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윤 전 장관은 자신이 한때 몸담은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의 미래에 언급, “친박계가 다시 당 주도권을 잡는다면 국민은 총선에선 내린 심판만으로 새누리당이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렇다면 더 가혹하고 냉혹한 심판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그 전에 당이 쪼개지거나 사단이 벌어질 것으로 다들 보는 것 아닌가”라고 내다봤다.

윤 전 환경부장관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도 지무크(G-MOOC, 온라인 공개수업) 추진단장 공모에 응모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수라고 한 사람들은 희망이 없다. 그들이 무슨 가치를 추구했나”라고 되묻고 “이제는 진실로 보수적 가치가 몸에 밴 세력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은 더민주도 비슷하다. 더민주는 당 주류인 친노그룹의 헤게모니가 강화된다면 야당에서도 이탈세력이 생기는 등 새누리당과 비슷한 분화 과정을 겪게 된다고 윤 전 장관은 전망했다. “(친노의 주도권 장악 같은) 그런 일들이 (비주류) 인사들을 밀어내는 이탈 효과를 생기게 한다.” 그 시점은 올 정기국회 의정활동 평가가 반영되는 내년 4월 재·보선으로 잡았다. 그는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를 제외한 비주류가, 더민주에서도 친노를 제외한 비주류가 본류에서 떨어져 나와 합종연횡을 모색할 개연성을 염두에 둔 듯했다.

1995년 김종필 자민련 창당 이후 20년 만의 보수 분열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에 선임된 비박계 김용태 의원(가운데)과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정진석 원내대표(왼쪽). / 사진·중앙포토
정두언 의원은 아예 새누리당의 소멸을 예견한다. 새누리당 정체성을 독재로 규정짓고 소멸할 정당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월간중앙>과의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 총선 참패와 관련해 “국민들이 표를 안 준 건 새누리당이 보수가 아닌 독재였기 때문”이라며 “소속 의원들도 당이 망할 때가 되면 독재자를 비난하며 뛰쳐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계개편이 된다는 말인가?

“새누리당이 없어지리라 본다.”

보수당의 분열은 199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민련 창당 이후 20년 넘게 없던 일이다.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 쉽게 탈당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이라면 일어나지 않은 일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이뤄져야 하는 것인가?”

새누리당의 분열, 붕괴를 이끌 구심점이 안 보인다.

“글쎄 누군가 나타나겠지. 결국 대선주자가 그 역할을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권력을 가진 당이 무너질까?

“국민들이 표를 주지 않은 건 새누리당이 보수가 아닌 시대착오적인 독재 정체성을 가진 당이라서 그렇다. 망할 때가 오면 독재자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당을 뛰쳐) 나온다.”

총선 전만 해도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절대 의석(180석)을 목표로 하던 새누리당이 당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총선 참패 후에도 제대로 된 반성 없이 친박계가 주도권을 행사하자 탈당론, 신당론이 고개를 든다.

정부와 여당이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인선 등 인적 개편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다급한 사정과 맞닿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청와대 오찬을 통해 의회와의 ‘협치’와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또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 교체를 통해 임기말 안정적인 국정수행의 기반 구축을 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당권의 향배가 뜨거운 감자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현행 당헌·당규 규정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계산이 다르다. 대선 주자는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는 선출직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친박계는 현행 규정을 선호하는 반면 비박계는 고치자는 입장이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홍문종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지 않으면 외부 인사를 당으로 초청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북 김천의 이철우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 조항의 폐지를 주장한다. 그는 “당권과 대권을 특정인에게 몰아주고 영웅을 만들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5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특강을 실시했다. / 사진·조문규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는 머릿수를 발판으로 당대표를 거머쥐겠다는 속셈인 반면, 비박계는 유력한 대선 주자가 당대표 선거에 나선다면 친박계를 능히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파워게임이 더 치열하게 전개되는 게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19대 국회 들어 당대표와 원내 대표 경선에서 비박계에게 밀린 친박계는 총선 이후 자신감을 회복한 듯하다. 20대 국회 당선인 총회에서 자신들이 민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을 1차 투표에서 당선시켰다. 총선 패배의 책임론에 곤혹스러워하던 친박계가 당내 최대 계파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라고 서성교 바른정치연구원장이 말했다. “내침 김에 전당대회 당대표까지 차지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물론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는 규모부터가 비교가 안 된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선인 122명이 투표하지만 전당대회 대표는 당원, 대의원, 일반 국민 등 수만 명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또 여론조사도 20% 가미된다. 정진석·김광림 조가 1차 투표에서 가뿐이 당선되던 상황과 전당대회는 판 자체가 다르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선인 122명만 관리하면 그만이다. 공천의 고마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박표의 단속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당대회는 대의원, 당원 등 관리 대상이 광범위하다. 새누리당 초선 당선인 45명의 상당수가 친박으로 분류된다. 갓 정계에 입문한 이들 초선 당선인은 지역구 내 대의원, 당원의 면면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조직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표밭 관리에 실패할 수도 있다. 친박계가 미는 당권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못해 비박계가 승리하는 상황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게 바로 2014년 7월 전당대회다. 비박계의 김무성 후보가 친박계 서청원 후보를 누르고 당대표에 당선됐다. 친박계는 두 달 전인 5월 의원총회에서 이완구 의원을 원내대표에 당선시켰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이완구)를 당선시키고도 이어진 전당대회에서는 비박계(김무성)에 고배를 마셨다는 사실이 전당대회 경선의 가변성을 잘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친박계의 세몰이가 부를 보수 분열


▎새누리당 친박계 조원진(왼쪽) 의원과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5월 13일 대구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친박계는 2014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최강의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 최경환, 이주영, 홍문종 등 친박계 주자들 중에서 누군가가 정해지는 순간 철저한 표 단속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명운을 걸고 필사적인 세몰이에 나선다면 줄 세우기 논란과 같은 불공정 경선 문제가 발행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친박계가 당권을 잡는다면?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경실련 공동대표는 “친박계가 독주하면 비박계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면 친박계는 뒤로 물러서고 비박인사들을 내세워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 공동대표는 “가뜩이나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가 없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내닫는 구조”라며 “총선 공천 갈등이 치유되지도 않은 데다 차기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 새누리당이 분열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발 정계개편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비대위원도 “총선에서 국민이 새누리당에 심한 회초리를 때렸는데도 친박계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친박계 위주로 가면 내년 대선에서 집권을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 비대위원은 “굳이 당 외부에서 구심점이 형성되지 않더라도 당내 원심력이 크게 작용해 이탈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한동안은 주어진 상황을 견디겠지만 한계에 도달하는 어느 시점에서는 집단 심리가 작동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당이 이런 식으로 굴러간다면 큰 위기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 비주류에게 이렇다 할 희망도 없는데 차기 주자도 마땅찮은 정당이라면 작은 내분에도 쉽게 흔들린다. 더욱이 야권은 차기 주자들을 중심으로 뭉쳐 역동한다. 총선에서 민심에 의해 사실상 비토를 당한 친박계가 그나마 남은 보수층의 애정을 밑천으로 당권을 잡는 일은 가능하다. 이때는 박 대통령은 점점 힘이 빠질 것이고 경제로 날로 내리막길을 걸을 게 뻔하다. “해운, 조선업 구조 조정에 이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한계상황에 직면한 위험 요소들로 인해 하반기 한국 경제에 험로가 예상되며 그게 고스란히 정부·여당에 짐으로 작용한다”고 정부기관에 몸담은 친박계 인사가 전망했다.

총선 패배 후 당직을 내려 놓고 잠행하던 김무성 전 대표도 최근 “이대로 가면 나라가 참 어렵다”는 심정을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학용 의원은 “(나라가 어렵다는 건) 김무성 전 대표뿐만 아니라 모든 많은 국민이 느끼는 것”이라며 “특히 새누리당을 아끼는 사람들은 다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게 뭐 특별한 얘기인가. 사실이 그렇지 않나”며 지금 상황으로는 여권의 미래가 아주 불투명하다는 데 주목했다.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부·여당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야당은 지난 3년간의 국정의 어두운 면을 들춰낼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정책, 인사, 업무 수행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는 장관 한두 명 정도 해임건의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입김이 줄어들면서 다핵(多核) 화하는 새누리당은 야당의 공세와 내부의 분열로 인해 혼돈에 빠져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자는 여론이 한순간에 분출될 수도 있다. 개혁적 보수의 지지를 받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미뤄지고 친박계가 자충수를 거듭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미 대구에서는 비(非)새누리당이 넷이나 나왔고, 부산·경남·울산에서도 13석을 놓쳤다. 영남권도 더 이상이 새누리당 텃밭이 아님이 선거에서 증명된 상태다. 새누리당에 더 이상의 미련을 두지 않는 의원, 억지춘향으로 친박을 해온 의원들은 당을 이탈해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새누리당은 친박계 중심의 극우 영남당으로 남을 것”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운데)는 보수진영 일각의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 사진·김현동
정두언 의원은 현 여권에 염증을 느낀 보수 정치인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제 3지대에 있는 보수세력과의 교감하리라는 전망에 공감한다.

지금의 보수진영에 새로운 구심점이 있나?

“보수를 과거의 보수로만 보지 말라.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 지금 새누리당은 보수가 아니다.”

새누리당 밖의 보수, 즉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보수 범주에 들어가나?

“그게 보수지…. 지금 (여와 야에서)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들은 엉터리가 많다.”

보수의 헤쳐모여식 결집을 예상하나?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대선 국면이 온다. 이때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에서는) 우르르 다 빠져나가고 친박계 중심의 ‘영남당’ 하나만 남을 것이다. 극우당이지.”

안철수 대표와 새누리당 내 ‘반(反)독재’ 세력과의 연대가 가능할까?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지.”

영남과 호남의 연대를 말하는 건데 오랜 지역간 대결 의식 등으로 쉽지 않을 텐데.

“단계가 있다. 일단 극우적인 보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보수가 (외부에서) 모여 있다가 안 대표와 연대를 한다. 곧바로(영호남 연대가) 되는 건 아니고.”

정 의원도 내년 4월 이후 상황을 그리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새누리당 비박계 이탈세력 간의 제휴·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노계의 독주에 불만은 품은 더민주 비주류 의원도 일부 가세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친다. 친박, 친노를 배제한 중도·보수 세력의 결집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계 개편의 진원지는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어 이른바 ‘불임정당’으로 치부되는 새누리당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총선 뒤 친박계 주류의 독주가 가시화하면서 소외감을 느낀 비주류 이탈이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지지기반 이완도 원심력이 작용하는 한 배경이 된다. 민 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이 버텨온 건 개혁의 목소리가 조금씩 있어왔기에 가능했다”면서 “지금은 새누리당을 찍던 개혁적 보수표가 등을 돌린 상태”라고 진단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명분으로 당을 떠나는 의원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오랜 세월 새누리당 등 보수 정당에 당료로 몸담았던 한 정치권 인사는 “정치를 같이해온 동료들과 만나보면 새누리당이라는 간판이 오래 가겠느냐고 걱정이 많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새누리당 출신 은퇴 당료들을 만나보면 혀를 찬다. 친박계가 당권을 움켜쥐고 청와대가 변화하지 않는 지금의 새누리당에 어떤 미래가 있을까? 새누리당에는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 그렇다고 진보 진영에 정권을 내줄 수 없지 않느냐. 현재대로라면 당의 분열은 시간문제다. 보수 집권전략을 제시하는 등 당선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인물이 나온다면 그쪽으로 당세가 확 쏠릴 것이다. 설령 그가 당 외부에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보수진영은 상황을 타개해 줄 새로운 질서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호남 설득해 제2의 DJP 연대 만들 것”


▎지난 1월 국회에서 만난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김종인 대표. 더민주 역시 친노계가 다시 주도권을 잡으면 이탈 세력이 생긴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사진·김상선
진용을 새로 짠 청와대가 여권 내분을 수습하고 통제할 역량과 비전을 가졌다고도 장담키 어렵다. 박성민 대표는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에 미달하는 바람에 대통령이 일을 추진할 동력도 상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청와대에는 이미 마음을 떠난 참모들이 박 대통령 주변에는 더러 있다. 다음은 친박계 핵심 관계자가 전한 내용이다. “총선 직후 청와대 한 비서관과 대화를 나눴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를 떠나 다른 분야에서 진로를 모색하고 싶지만 분위기상 입도 뻥긋하지 못한다고 토로하더라. 이대로라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마쳐야 하는데 미안하지만 자신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실토했다. 여기서 보낼 사람은 보내고 정말 의욕을 가진 이들로 청와대 비서진 진용을 새로 꾸리는 게 순리인데도 그런 낌새가 안 보여 답답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집권 4년차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내부 기류의 일단을 엿보게 하는 장면이다. 청와대에 이런 분위기가 만연하다면 여권의 전략적 미래를 개척할 심도 있는 방안이 논의될 여지는 극히 좁다고 하겠다.

국민의당은 연립정부론, 즉 연정론을 통해 여와 야에 모두 러브콜을 보낸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호남 사람들이 뭉쳐서 어떤 특정 인물이나 특정 당이 집권하는데 도와주고 반대급부를 받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빠지면서 연정론은 쑥 들어간 상태지만 여전히 몸집 불리기 차원의 이합집산은 반긴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당선인인 이상돈 최고위원은 정가의 각종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대해 “인위적인 정계개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지배력 강화에 염증을 느낀 일부 새누리당 의원과 친노의 독주에 좌절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몇몇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으로 합류하는 그림이 더 현실적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이 최고위원은 “부산과 대구에서 몇몇 상징적인 의원이 국민의당과 함께한다면 우리로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소규모 이합집산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성교 바른정치연구원장은 1997년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룩한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와 같은 전혀 다른 정치적 성향의 세력 결합 가능성을 짚었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는 5·16 군사정변의 주역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손잡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서 원장은 “김대중 총재는 야권 내 반(反)김종필 여론을 다독이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적극적인 외연 확장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면서 “호남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한 거부감을 박지원 원내대표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설득하고 명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더민주가 엄존하는 현실에서는 단독으로는 대선 집권이 불투명하다. 호남의 이익을 반영하는 쪽으로 대선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일부 세력과의 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서 원장의 생각이다.

새누리당 의원 중에는 체질적으로 체제 순응형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많고, 맞바람을 뚫고 나갈 의지를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운 법이다. 어쩌면 몸부림도 쳐보지 않고 새누리당과 함께 몰락하는 고통을 감내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윤여준 전 장관은 “빈 공간이 생기면 그 틈을 메우려는 사람과 세력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라며 “나라의 미래도, 개인의 장래도 없는 상태로 우물쭈물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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