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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방담] 새 국회 여야 초선 4인방 ‘막걸리 토크’ 

“1당이든 4당이든 쉽게 전횡 못해… 협치의 가장 좋은 시험대” 

글 박지현 기자·문상덕 인턴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여소야대 국면이 건강한 권력 분점과 견제 가져올 것… 민의는 무서운 것, 공부하는 정치인 돼야

20대 국회가 5월 30일 문을 연다. 워낙 혹평을 받았던 19대 국회였던 탓에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높다. ‘후생가외(後生可畏: 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라고 했다! 20대 국회는 ‘알짜배기’ 선량이 즐비하다. 국회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새내기들이 입법부의 미래를 바꿔갈지도 모른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에서 두각을 나타낼 초선 당선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새누리당(이하 새누리) 김종석(61) 당선인은 현재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이다. ‘경제학의 국정교과서’라고 불리는 <맨큐의 경제학>을 18년간 번역해오면서 이름을 알린 경제학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병관(43) 당선인은 게임업체 ‘웹젠’의 이사회 의장으로, 후보 중 가장 많은 재산액(2637억7300만원)을 신고해 화제가 됐다.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재 2호로 여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됐다. 국민의당 이태규(52) 당선인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복심(腹心)’으로 꼽힌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의당 김종대(50) 당선인은 군사전문 월간지 <디펜스21+>의 전 편집장으로 진보진영의 손꼽히는 국방전문가로 불린다. 참여정부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등을 거치면서 행정 실무를 익혔다.

이들이 5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주점에서 만났다. 술잔을 기울이며 초선의원으로서의 의지와 결의를 다진 ‘막걸리토크’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예비 의원님들 한 자리에 모시게 돼 기쁩니다. 당선 후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경황이 없다면서요.

김종석(새누리당)_당선인이 된 후에도 생활에 큰 변화는 없어요. 여의도연구원 출근하다 감투 하나 더 생긴 거죠. 당직자니까 현안과 쟁점 전략을 보고하고 있고요. 한동안 당 지도부가 와해돼 보고해야 할 대상이 모호해졌어요.(웃음) 여야 4당 중에 새누리당이 좀 우울하죠.

김병관(더민주)_전 시간 날 때마다 선거 때 도움을 준 유권자들께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관내 행사장을 돌지요. 오늘은 더민주 전체 워크숍이 있어서 인터뷰 끝나자마자 전남 광주로 내려가야 합니다.

이태규(국민의당)_맞아요, 오늘부터 더민주 워크숍이죠? 우리도 오늘 오전에 전방부대 다녀왔어요. (김종대 당선인을 보면서) 옛날 군복이라 그런지 통풍이 잘 안 되더라고요. 상의만 입고 철책선 안으로 갔는데 굉장히 답답했습니다. 병사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게 군복 아닌가요?

김종대(정의당)_정말 문제가 많죠. 전 다음주에 연평도를 방문해볼까 합니다. 지난주엔 강정마을을 두 번 내려갔어요. 자꾸 지방에만 내려가다 보니까 중앙당 일을 잘 못 봐요. 벌써부터 조금 어째 싹수가 없지 않냐는 소리를 듣고 있지요.(웃음)

총선은 국민의 경고 반영… 지지는 언제든 철회 가능


네 분의 정치 입문 동기가 궁금한데요?

김종석_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될 때만 해도 정책전문 조직으로 연구원을 업그레이드시켜 달라고 해서 왔어요. 그런데 비례대표로 가라고 해요. 30년간 학계에서 연구하고 가르친 경험을 돌이켜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김병관_지난해 입당 권유를 받았어요. 기업인으로 16년간 걸어온 길을 바꿔야 하는 거라 고민했어요. (경영과 정치를) 같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 뭔가를 숙고하다가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이태규_1990년 ‘꼬마 민주당’에서 공채당직자 1기로 정치행보를 시작했어요. 이후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에 합당해서 중앙당 조직부장을 지내다 정치개혁 시민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의 ‘진심캠프’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김종대_약자를 대변하고 싶었어요. 군 성범죄 피해자나 비무장지대 지뢰 사고를 당한 곽 중사의 어머니 같은 분들이 제보를 해오거든요. 정치인들은 예산 주무르고 목에 힘 주는 걸 좋아하지, 약자나 고통받는 사람들을 잘 돌아보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 총선은 각 당에게 다른 의미로 와 닿을 것 같은데요. 소속 정당이 어떤 책무를 안고 있다고 보나요?

김종석_총선 성적표를 보면 우리는 완전히 참패했습니다. 당에서 혁신한다지만, 야단 더 맞아야 해요. 그래야 긴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칭찬은 인색하지만 야단은 많이 치는 게 민심이라는 뼈저리게 느꼈어요. 내부(여의도연구원) 비밀인데 시효가 지났으니 말씀드리자면, 4월 3일 내부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170석을 얻는 걸로 나왔어요. 그런데 ‘반드시 투표층’ 중에서는 125석밖에 안 돼요. 우리 지지층이 투표 안 한다는 얘기예요. 그때부터 반성과 다짐도 하고 후보를 업어주는 등 낮은 자세로 달렸죠. 한 번 돌아선 민심이 열흘 만에 돌아오진 않았어요. 아주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김병관_분당은 아시겠지만 관성적으로 새누리당 후보들을 찍어왔어요.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당과 사람을 분리해서 봐주셨습니다. 덕분에 더민주가 1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견고한 지지를 보내주던 호남 분들이 마음을 거뒀어요. 당의 외연을 넓히는 만큼이나 기존 지지층을 공고히 다졌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은 선거였습니다. 새 지도체제가 들어서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태규_국민들이 모든 정치세력에 경고를 줬다고 평가합니다. 우리가 잘해서 의석을 얻은 게 아니라, 기성정당이 싫어서 우리에게 잠시 기회를 준 거라는 것이죠. 우리는 ‘잠정적 지지’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국민은 언제든지 지지를 회수해간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절제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고 워크숍에서 강조했죠.

김종대_이번 선거는 세월호 세대가 투표했다는 데 굉장한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청년이 볼 때 정당에 대한 걸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우리 정의당까지 포함해서 “구리다”거든요. 다당제에선 타협과 절충이 안 되면 의사결정이 안 되기 때문에 정치문화가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도 보완할 수 있을 겁니다.

이태규_그래요. 양당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동안 삶의 문제를 진정성 있게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까지 경제·사회의 모순 구조는 악화되기만 했죠. 그래서 3당 체제를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요? 새누리당은 내년 대선을 생각한다면 사전에 경고를 잘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바닥 민심도 모르면 내년 대선에 똑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었어요.

정치인은 이렇게 계속 욕 먹는 운명일까요?

김종석_안 그래도 아침에 언론에서 초선의원이 특권의식부터 배우냐고 두들겨 패더라고요. 좀 억울하긴 하지만 공인의식, 공인으로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입학 전부터 단단히 혼난 셈이죠.(웃음)

“정치와 정치인보다는 정당이 욕먹고 있는 것”

김병관_정치는 시작하는 순간 최소 50% 이상은 반대편에 서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반대편에 서게 되다 보니까 제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기본적으로 욕을 먹죠. 근데 감수해야 한다고 봅니다. 덜 욕 먹는 방향으로요.(웃음)

이태규_결국은 삶의 만족도에 대한 국민 여론의 표출이 아닌가 싶어요. 내가 성실히 벌어서 세금을 내는데, 그러면 당신네는 뭐하는가? 내 삶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서 한 게 뭐냐는 항변이겠죠.

김종대_정치와 정치인이 욕을 먹는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정당이 욕을 먹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람시라는 학자가 ‘현대 군주는 정당’이라고 그랬거든요. 귀족군주제 이후 현대에 가장 지배적인 결정적 역할은 정당이었고 저는 우선 정당이 바로 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한국 정치에서 정당은 왜 발전하지 못하고 왜 욕을 먹는가, 정당간의 관계는 극한적 갈등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가’라고 문제설정을 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자세라고 봐요.

혹시 당이 많아져서 앞으로 더 싸우게 되는 것 아닙니까?

김종석_아닙니다. 의석 분포가 어느 당도 전횡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어요. 협치를 실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다당제는 장점도 많지만 타협과 절충, 토론이 없이는 굉장히 부작용이 큰 제도입니다. 19대 국회와 같이 발목잡기나 여당 골탕 먹이기로 가면 다당제는 실패할 거고요. 내년 대선에서 지금 현재 의회구조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여소야대예요. 그래서 여소야대는 이제 상수로 보고 의회와 행정부 간의 권력 분점이랄까 건전한 의미에서의 견제가 필요할 때가 됐습니다.

김병관_더 이상 청와대와 여당의 독주,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은 불가능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심판해달라고 해서 새누리당이 제2당이 되는 결과가 나왔죠. 과거로 돌아가서도 안되지만 갈 수도 없을 겁니다. 새누리당 또한 초선들이 많이 들어왔잖아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된 거죠.

김종대_다당제 하에서 열리는 각종 토론에서 가장 불리한 쪽은 여당입니다. 저도 TV 토론에 몇 번 나갔는데, 이제 두들겨 패기도 미안할 정도예요.(웃음) 정당끼리의 관계가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바뀐 국회 환경에 박 대통령이 어떻게 적응할까요?

김종석_대통령의 스타일이나 소통방식을 바꾼다고 야당이 대통령을 지지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대통령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를 정치적 기회로 삼아 무력화시키고 발목을 세게 잡으면 피해는 국민에게 갑니다. 이제는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 책임을 야당에도 물을 거예요.

김병관_더민주가 총선에서 내세운 민생공약들이 1당이 된다고 해도 실행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 말은 공약 이행을 위해선 정부를 움직여야 한다는 건데, 정부는 앞으로도 꿈쩍 안 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당으로선 공약을 실천하려면 정권교체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죠. 지금까지처럼 청와대의 독주나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향은 민생을 더 어렵게 할 겁니다.

스타일 바뀐다고 야당이 대통령 지지하진 않아


이태규_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정리를 해주셨다고 보거든요. 단지, 선거 끝나고 대통령이 부족했던 부분이 뭐고 여야든 국회에 손을 내밀고 도와달라고 하면 그걸 거부할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대_‘밥을 같이 먹는다’, ‘누구와 스킨십을 강화한다’는 건 소극적 소통이고, 소통의 본질과 무관합니다. 집권 후반기에 어떤 각오로 임하고 선거의 의미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선 좀 더 책임 있게 나서셔야 하거든요. 그런데 주로 외국으로만 나가시니까 국민들로서는 답답한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요.

김종석_대통령의 스타일은 개인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런 걸 자꾸 얘기해서 바꾸라 얘기하는 것도 정략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국정은 결과로 심판받는 거고, 대통령은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으로서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가 분명 있습니다.

1년 반이나 남았으니 ‘결과’로 표현하긴 아직 이르다고 보시는 거죠?

김종석_그럼요, 아직 기회는 많이 있죠. 18개월 이후에 대한민국이 없어지는 것 아니잖아요. 10년 뒤 효과가 나올 정책이라도 지금 해야 한다면 해야죠. 한국 경제 현안을 우회해서 자꾸 소통 스타일에 집중하면 초점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이태규_반론을 드리면, 역대 대통령이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자기 고집을 안 꺾고 쭉 가셨어요. 좀 도와달라며 대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김종석_대통령이 소통하려 노력한다고 느껴요. 대통령이 뭘 원하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한다는 건 우리가 너무 잘 알죠. 그걸 도와드리고 싶은 겁니다. 나름대로 정무적 교류나 공감대 형성에 공을 들이는데 야당의 양에는 차지 않는가 봅니다.

20대에는 ‘일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대체 ‘일하는 국회’는 어떤 국회입니까?

김병관_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만드는 것이겠죠. 법을 만드는 구조, 정기국회 국정감사 같은 것들이 생산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석_그 이슈를 가장 크게 제기했던 게 새누리당입니다. 한때는 우리 현수막 문구도 ‘제발 일 좀 하게 해주세요’였어요. 사실 여당은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어요. 19대 국회에서 다수결 제도가 무력화되고 오직 합의 외에는 만들 수 있는 법이 하나도 없고 할 수 있는 개혁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런 결과가 빚어졌다고 봐요. 노동개혁도 해야 하고,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도 통과시켜야 하는데 타협은 안 되고 입법도 지연되고…. 그나마 공무원연금법이라고 해놓은 것을 보니 50점짜리밖에 안 돼요.

이태규_정치 자체가 결국 싸우는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각자 자기가 대변해주는 계급과 세력이 있죠. 그들을 위해 싸우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책임지는 정치’, ‘결과물이 있는 정치’는 치열한 논쟁의 산물 아닐까요.

김종대_일을 마구 벌여놓는 의원이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걸 보면 답답합니다. 원장님께서는 ‘일을 하는 세력’과 ‘발목 잡는 세력’으로 자꾸 이분법으로 나누시는데 이해는 합니다만 동의는 못하죠. 정말로 야당이 반대를 한다면 그것도 끝을 맺어야 합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성과 평가에 대한 기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현재 일 잘하는 의원은 결국 법안 발의 건수 아닙니까?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습니까? 정성적으로 무엇을 바꿨는지도 평가받아야지요. 이런 지표를 세워줄 우리 사회 지성들이 투입됐으면 좋겠는데 이분들은 또 욕만 하고 이런 일(정치)을 안 하세요.(웃음) 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렵습니다.

정치인이 ‘일을 한다는 것’, 정성적 평가 따라야


때로는 당론과 개인 소신이 다를 때가 올 수 있을 텐데,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김종석_취임 선서와 헌법에 있는 대로 양심에 따라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김병관_사안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어떤 사안은 당론과 달라도 소신을 지켜야 하는 게 있을 거고요. 대부분은 당론을 따라야겠지요. 정치인이 자기 생각만으로 정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태규_저 역시 사안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개인의 양심, 사회정의 등에 관한 사안이라면 소신이 우선이고 국가적 전략이나 안위에 관한 사안이라면 당론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아주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면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의 자율성을 구속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정당, 정치문화와 관행을 정착시키는 게 중요해요. 또 당론을 정할 때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나 당원의 뜻이나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지요.

앞으로 어떤 정치인,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김종대_전 최소주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정치인들의 어법은 나의 존재로 누군가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은 판타지를 조성합니다. 그런데 개인의 행복은 정치인의 몫이 아니라 개인의 몫입니다. 다만 행복할 자격이 있는 개인이 불행해졌을 때는 정치가 개입해야 된다고 봅니다. 정치가 사람의 행복을 책임져준다는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좋은 정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쁘지 않은 정치가 존재할 뿐이거든요. 불행을 막아줄 수 있는 둑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다’가 아니라 ‘이것만은 꼭’이라는 것이 저의 최소주의입니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저도 자신을 못 믿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을 부여해보겠습니다.

국가가 국민 행복 책임진다는 것은 포퓰리즘


김종석_김종대 당선인 말씀에 굉장히 공감이 가는데요. 새누리당이 정의당과 공감대가 생긴다는 것은 굉장히 신기한 일인데.(웃음) 저는 처음부터 국가가 국민의 행복을 책임져준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봤어요. 행복은 스님이나 목사님이 책임져주는 것이고, 정치인은 국민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하도록 보장해주는 것이지요.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왔는데 국민이 불행하게 느끼고 있는 이유가 뭐겠어요? 행복은 마음에 있는 것이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병관_‘강남좌파’, ‘제2의 안철수’, ‘자수성가형 기업가’. 이런 프레임에 절 가두고 싶지는 않아요. 재산공개 건으로 친근감보다는 거부감도 갖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제 얼굴보면 그런 느낌 안 들잖아요?(웃음) 저는 정치권에 비정치인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가 많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봐요.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학자나 고위공무원들이 주로 이끌고 왔는데, 개중에는 실물경제를 모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의원들 중에도 실물경제를 아시는 분들이 그리 많다고 보긴 어렵고요. 그러다 보니 현장과 괴리된 정책들이 많이 나옵니다. 저는 제 경험을 살려서 실물경제가 (민생에) 가장 도움이 되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만드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태규_아까 행복 얘기에 첨언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민이 불행하고 삶이 편하지 않은데 정치인이 행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국회의원들에게 대중교통카드를 줘서 본인이 반드시 일정액 이상을 소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삶의 현장에 더 가까이 가도록 하는 장치로서 말입니다. 국회의원들도 지하철, 버스를 타면서 민생을 체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 하고 싶으신 말씀하면서 마무리해주시죠.

이태규_사실 제가 김종대 당선인 책은 다 사서 읽어봤습니다. 안철수 대표께도 다 보내드렸어요. 정두언 의원이 국방위원장되면서 뭘 읽어봤으면 좋겠느냐고 그래서 권해드리기도 했어요.

김종대_아유, 고맙습니다. 제가 사비로 책 사서 뿌렸잖아요. 2000권.(웃음)

이태규_저는 우연히 <서해전쟁>이라는 책과 당선인 칼럼도 읽어봤는데, 많이 도움됐습니다. 앞으로 당이 달라도 도움 청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종대_우리 딸은 대학 1학년인데 아직도 아빠가 국회의원 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요. (정치권에) 가서 다칠 것이다. 더군다나 소수당이라 얻어맞기도 쉽고. 그게 제 딸의 애정이에요. 좀 더 큰 당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설움도 많이 겪었어요. 정의당이 그나마 본청에 딱 하나 가지고 있던 회의실을 국민의당에 뺏겼습니다.(웃음) 선거 중에 다 비우라는 거예요. 앞으로 의사당에서 만나는 동기생들께서 저에게 프리미엄을 좀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사정이 좀 딱해요.(웃음)

김종석_아주 젊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 20대 입학 동기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누가 제일 마지막에 졸업할지는 모르지만, 함께 가시죠.(웃음)

김병관_졸업연도는 안 중요합니다.

모두_하하하.

- 글 박지현 기자·문상덕 인턴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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