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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북, 핵실험 중단하고 비핵화 테이블로 복귀해야” 

만난 사람 박성현·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 대북정책, 경제협력 등 한미동맹 어느 때보다 강고하며 정점에 와 있어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 정책은 불변
-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 김정은 계산법 바꾸고 협상으로 복귀케 할 것
-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 별로 중요한 문제 아니지만 북한 위협은 엄중해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그간 당연시되던 한미동맹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게 한다. 그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독일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주둔비용 100% 부담을 요구하고 나왔다. 한반도 분쟁 불개입,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용인 시사 등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마크 리퍼트(43) 주한 미국대사는 5월 10일 <월간중앙>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동맹은 안주(complacency)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날씨가 좋다고 긴장을 풀지 말고 이 기회에 건물을 2층, 3층으로 증축하기 위해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미동맹의 확대·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양국간 긴밀한 대북정책 및 경제협력 등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최고 정점에 와 있다”면서 양국의 긴밀한 안보 공조의 중요성을 거듭 부각시켰다.

5월 3일(현지 시간)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 CSIS본부에서 개최한 ‘중앙일보-CSIS 포럼’에 연사로 참여하기도 한 리퍼트 대사는 “이 포럼에서도 한미동맹이라는 튼튼한 기반을 확인했고, 한미동맹이 아주 굳건하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 김정은 노동위원장은 얼마 전 막을 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보유국임을 선언했다. 이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비핵화 실현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모순된 의제를 제시했다.

이에 리퍼트 대사는 올 들어 방한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리퍼트 대사 인터뷰는 서울 중구 정동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1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대북 제재 완벽 이행에 초점


▎마크 리퍼트 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2009년 5월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인 마크 리퍼트(오른쪽)와 뭔가를 상의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정은은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을 또 했다.

“우리는 지난 몇 개월, 몇 주 동안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를 취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가 실효를 얻은 경우에서처럼 대북 제재도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엔안보리 결의안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제재였고 당분간은 제재를 완벽하게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목표는 김정은이 가질 수 있는 선택지를 더 명료하게 하는 것이다. 핵 개발을 해서 고립되든지 아니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고 신뢰할 만한 회담으로 복귀하든지 둘 중 하나다.”

만약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추가 제재방안은?

“무엇을 할지 안 할지에 관해서는 추측하지 않겠다. 단지 그동안 한미 간에는 서울·워싱턴·뉴욕에서 전례 없는 조율이 있었고 유엔에서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외교적인 활동을 수행해왔다. 만약 그 사건(핵실험)이 다시 발생하면 우리는 동맹국, 국제사회와 함께 논의할 것이다.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위반하는 북한의 행동을 비난하기 위해선 동맹국과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쉽게 추측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거 일련의 일을 보게 된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김정일, 김일성 등 전임자들보다 ‘위험한 리더’라는 일부의 지적을 어떻게 보나?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 이전과 같건 다르건 추측할 일이 아니란 게 나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북한 정권이 가하는 위협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은 예산 압박을 무릅쓰고 한반도 위협에 대비해 서태평양 지역에 미사일 방어시스템(MD)을 추가했고 한반도에 최상의 무기와 최고의 군인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과는 결을 달리해


▎리퍼트 대사는 4년 6개월여의 협상 끝에 타결된 한·미원자력협정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리퍼트 대사가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오른쪽)와 2015년 4월 22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양국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협정서’에 서명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4월 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과 한국이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관해 워싱턴에서 답변한 대로다. 지금까지도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연례적·방어적인 성격이고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40여 년간 이어져온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압박은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한국과 미국 양국에 어떤 이익을 안겨줄까?

“이미 한미 간 공식협의가 시작됐고 만남이 이뤄졌다고 안다. 기술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보고하겠지만 우리가 비단 한반도뿐만 아니라 괌을 포함해 중동 아시아와 같은 전세계 곳곳에 사드를 배치해온 이유는 사드가 전역적인 방어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처럼 특정한 지역 일부(point)에 대한 방어가 아니라 사드는 더 넓은 지역을 방어하는 추가적인 방어체계다. 이것이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에 미국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사드 배치하는 데 많은 노력과 공을 들여왔던 것이다.”

리퍼트 대사는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에서 군사적 협력이 잘 이뤄진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3월 28일 주한미국 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개최한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은 방위비 분담 차원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은 인력 운용비를 제외한 주한미국 주둔 비용의 55%를 부담하고 있으며 한국의 국방비도 매년 3~5%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주장과 결을 달리하는 발언으로 시선을 끈다.

북한이 추가적인 핵개발을 포기하면 기존의 핵무기를 인정하는 선에서 북미평화협정 등 북미간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미국 조야에서 제기된다. ‘비핵화’가 아닌 북한 ‘핵 동결’이라는 관점에서 북미 관계를 풀어보자는 입장인데, 핵 동결 아이디어는 어떤 관점에서 언급되고 있나?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핵화’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이 있다. 블링컨 부장관이 지난 2월 공개적으로 밝혔듯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핵실험을 중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행동이 대화의 전제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스스로 진정성 있는 비핵화 논의 테이블로 복귀하는데 관심이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는 조치들이 필요하다.”(블링컨 부장관은 2015년 2월 방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실험 중단, 사찰을 통한 핵 동결 검증이 대화의 조건이다”라며 “이 조건들이 이뤄져야 우리는 회담을 열고 해법을 찾을 수 있는지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과의 대화 전제조건이 추가적인 핵실험 중단과 핵 동결이라는 점에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과거부터 현존하는 핵에 대한 폐기 여부에 대해 입장이 다를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이에 대해 앞으로도 목표를 같이할 수 있는 건가?

“그 점은 명료하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는 한미 양국의 변함없는 현재의 정책이다.” [CVID란 부시 행정부 시절 입안된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핵폐기(Dismantlement) 정책을 뜻한다.]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상’ 기조 확고부동


▎지난 1월 6일, 북한 수소폭탄 실험 이후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오른쪽)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만났다. / 사진·중앙포토
안보 환경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없나?

“CVID 정책은 미국의 정책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추측과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 답하고 싶지는 않지만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의 국제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선언한 ‘핵무기 없는 세상’은 전세계적인 정책이고 이에 따라 러시아와 뉴스타트(신전략무기감축)협정을 체결했다. CVID 정책은 대(對)한반도 정책일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없앤다는 전 세계적인 구상과도 완전히 일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을 주장하고 있고 미 정부에서도 비핵화 협상과 북미 평화협정에 대한 병행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하지 않았나?

“대니얼 러셀 차관보가 방한했을 때와 성김 미 국무부 대북 정책특별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비핵화’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

성김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의 ‘병행논의 가능성’에 대해 “대변인의 언급은 우리가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외교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반적으로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우리는 분명히 병행논의를 한다는 어떤 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우리가 하는 어떤 노력도, 그것이 6자회담이든 다른 형태이든, 비핵화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비핵화’ 우선 원칙을 강조했다.

얼마 전 방한 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DNI)이 한국 정부 측에 북미평화협정에 대해 한국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을지 타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미간 추가 접촉이 있었는지, 지금 진행되는 접촉이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나?

“클래퍼 국장의 방한 당시 나는 한국에 없었다. 내가 미국 정보당국 기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

미대사관은 인터뷰가 끝나고 보내 온 메일에서 미국의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가 설명했다.“대니얼 러셀 차관보가 4월 워싱턴 한미연구소에서 ‘북한의 평화협정 시도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라는 이슈에서 자신을 분리시키려는(diversionary) 의도가 다분하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당시 대니얼 러셀 차관보는 덧붙여 북한의 ‘병진정책’은 실패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만약 북한이 지금의 도발 위협에서 태도를 바꿔 대화를 제안하고 나온다면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 간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한국 내에 존재한다.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과 대니얼 러셀 차관보가 말한 대로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 제재 이행을 완성하는 게 우선 목표다. 대북 제재 이행 완수가 당분간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다. (제재 이행을 완수한) 이후에는 어떤 문제에서든 미국은 한국과 협의할 것이다. 한미동맹을 최고의 상태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비핵화’ 목표와 관련해 양국 간에는 틈새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리퍼트 대사는 미국 워싱턴 CSIS 본부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6’에 참가했다. 올해로 6회째인 이 행사는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워싱턴에서 열렸다.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도 참여하며 양국 현직 대사가 심포지엄에는 처음으로 함께했다.

‘한반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미국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특보, 한국의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서훈 전 국가정보원 제3차장, 안호영 주미 대사 등 양국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현직 당국자로는 최초로 기조 연설을 맡기도 했다.

대북제재 이행 후에는 어떤 문제든 한국과 협의


▎리퍼트 대사는 “한미 관계가 십수 년 전에 비해 매우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5월 4일 대사가 참석한 중앙일보-CSIS 포럼은 6번 만에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워싱턴(CSIS 본부)에서 개최됐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주최자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회장과 존 햄리 CSIS소장에게 먼저 물어봐야 될 것 같긴 하지만 워싱턴에서 개최한 것은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의 중요한 안건과 이슈를 다루는 회의는 워싱턴에서 개최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이런 중요한 포럼은 싱크탱크 커뮤니티가 형성된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번 포럼은 주최자 분들이 생각한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회의는 크게 세 가지 이슈들을 하나로 모아주는 역할을 했다.”

세 가지 중요한 이슈란 뭔가?

“우선은 북한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이뤄졌고, 러시아·중국·일본을 포함하는 지역적 차원에서의 이슈를 다뤘다. 마지막으로는 한미동맹의 중요한 원칙을 다루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대사는 어떤 주제를 언급했나?

“내가 받은 질문들은 한미동맹에 대한 것이었다. 동맹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 덕분에 동맹이 가장 좋은 분위기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간의 강력한 협력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이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논의했다. 우리의 동맹이 좋은 상태에 있다는 합의에 도달했으며,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청중들도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회의에서 도출된 새로운 아이디어나 전략이 있나?

“회의는 아주 좋은 토론의 기회와 장을 마련해줬다. 남은 임기 동안 오바마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을 던졌고 이후 미래에 어떤 질문에 직면할지에 대해서도 잘 요약했다고 본다. 이번 토론은 다른 정책 입안자들도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질문들을 잘 요약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슈도 있었을 텐데.

“두 가지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 역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한미동맹이 좋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십수 년 전보다 훨씬 한미관계가 성숙한 단계로 진전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로 북한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과 김정은의 선택지를 명료하게 하는 것에 대한 공감이었다. 더 강력한 조치를 통해 김정은이 계산법을 바꾸고 협상으로 복귀토록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포럼을 논쟁이라고까지 말하진 않겠지만 학자들 간의 치열한 토론이 있는 건 학회나 심포지엄의 특징인 것 같다. 북한과 중국의 다음 행보에 대한 추측이 많았고 일련의 흥미로운 분석도 많았다.”

한미동맹의 현재적 좌표를 설명하자면?

“10~15년 전만해도 한미 관계가 잘 이뤄질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왔는데 지금은 매우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돈과 시간을 들여 변화를 모색하는 포럼에 참석코자 워싱턴을 방문한 것부터가 하나의 상징이다. 홍 회장께서도 매우 바쁜 가운데서도 더 나은 한미관계를 위해 워싱턴을 찾지 않았나.”

대사로 부임한 이후 가장 어려웠던 미션은 무엇이었나? 자칫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도 있었나?

“우리는 몇 년 동안 양자·다자 차원의 어려운 문제를 힘을 합쳐 해결해왔다. 예를 들어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도 잘 해결했다.(우리 정부는 2014년 10월 한미 전작권 무기한 연기를 신청했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에볼라 사태도 마찬가지로 해결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이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던 한미 양자간 원자력 협정도 잘 조율됐다. 한미 간의 고위급 회담도 열렸을 정도다. 넷째로 메르스 사태 해결이 있었다. 매우 어려운 사안이었지만 한미 양국의 머리를 맞대 실질적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생각한다.”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와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해 “동맹의 원동력(Alliance Dynamics)”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 한미 대사 간의 상호 관계(interaction)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안호영 대사와는 꾸준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매우 독특한 관계다. 내가 미 국방부 차관보로 있을 때 안 대사는 한국 외교부 차관보로 서울과 미국에서도 만났다. 우리는 서로의 연설문을 바꿔 읽어도 좋을 만큼 의견이 굉장히 비슷하다. 이 점은 한미동맹이 좋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포럼에서 받은 질문 중 하나가 ‘한미 관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는데 안호영 대사가 서로의 관계를 너무 당연시해 안주(complacency)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좋은 지적을 했다. 날씨가 좋을수록 긴장을 풀어서는 안되고 기회 삼아 건물의 2층, 3층 증축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호영 대사와 원고 바꿔 읽어도 좋을 만큼 의견 유사


▎5월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6’. 왼쪽부터 배명복 중앙일보 논설위원,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에번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문정인 연세대 교수. / 사진· 중앙포토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다. 부임시 어떤 소명감으로 임했고, 재임하면서는 어떤 신념을 체득했나?

“아주 좋은 질문이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낀다. 한미동맹에 대해서 더 많은 동기부여를 받고 있으며, 책임감은 계속 커지는 느낌이다. 한미 관계가 좋은 이유는 훌륭한 파트너들 덕분이라고 본다. 양국의 많은 사람이 한미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걸 알 수 있었다. 워싱턴에서는 결코 못 봤을 현장을 대사로 있으면서 목격하곤 했다. 한국에서는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북정책을 비롯한 국제안보 문제를 논의한다. 이곳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느끼기 힘든 강력한 의지를 이곳 현장에서는 느낄 수 있다. 대사 부임 후 국무장관, 합참의장 등 미국 각료급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했었고 페이컴 사령관은 네 번 정도 방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에 두 번,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한국에 네 번 방문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평소 SNS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큰 관심을 표했다.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나?

“한국은 역사와 문화를 현대적인 가치와 접목해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음식이나 케이팝,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이 한국을 더 특별한 곳으로 와 닿게 한다. 우리 부부는 여가 시간에 야구를 보러 가거나 광장시장에 간다. 한국 사람들은 각별하게 환대해준다. 사람을 환영해주는 분위기와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매력이 충만해서 한국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그는 사진촬영 때도 ‘(아들) 세준이와 찍어도 되겠느냐’며 방에 있는 아들을 데리고 나와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편 이날 리퍼트 대사는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과 조태용 청와대 안보실 1차장 등 한미 고위급 전략 협의가 재차 진행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북핵 고위급 협의가 전례 없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한미 고위급 전략 협의가 올 들어서만 두 번 열렸고, 추가적인 만남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 만난 사람 박성현·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누구?: 마크 리퍼트(43·Mark William Lippert)는 스탠포드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고, 2014년 10월 30일 역대 최연소로 주한 미국대사에 부임했다. 2012년 5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비서실장과 국방부 아시아 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로 일하며, 국방장관의 수석보좌관직을 수행했다. 미 해군에서 2년간 현역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이 기간 중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기도 했으며,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버지니아 주 미해군특수전개발단에서 정보장교로 복무했다. 리퍼트 대사는 2015년 3월 5일 김기종에게 피습을 당해 얼굴과 팔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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