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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이슈] 1% 금리 시대, 수입차 가격의 비밀 

할인 받을 때 놀라고 이자 보고 또 놀라고 

박재원 서울경제신문 기자 jw860627@gmail.com
차량 가격에는 큰 폭 할인 적용되지만 할부금리는 시중 이자보다 훨씬 높은 7% 이상 ‘불만’… 국내 업체들 공격적 프로모션 펼치자 수입차들 저금리 유예할부 혜택 제공 등 ‘반격’에 나서

▎할인받고 산 수입차의 이자가 생각보다 매섭다. 자칫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수입차 전시장이 몰려 있는 서울 도산대로를 달리는 차량들.
신모델 출시를 앞둔 수입차를 구입한 김준호(40) 씨는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포함해 약 1000만원의 가격할인을 받았다. 새 차이지만 구 모델인 만큼 큰 폭의 할인이 적용됐다. 단 자사(自社) 파이낸스 회사를 이용해 할부로 사는 조건이 붙었다.

평소 수입차를 갖는 게 꿈이었던 김씨는 할인조건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높은 할부금리가 마음에 걸렸다. 초저금리 시대에 수입차 구매 할부금리가 8%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이자 보고 많이 놀라셨죠?” 자동차 관련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네티즌의 댓글 내용이다. 최근 수입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업체들은 수백만 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이나 가격할인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차를 구입하려면 높은 이자에 흠칫 놀라게 된다.

할인받고 산 수입차의 이자가 생각보다 매섭다. 자칫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시중은행 금리가 바닥을 기고 있지만 수입차 할부금리는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BMW파이낸셜서비스 코리아는 BMW 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7.26%의 평균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연체이자율은 19%에 달한다. 최고금리는 11.99%다.

폭스바겐코리아의 파이낸셜서비스인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평균 7.57%의 금리로 차량을 할부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BMW보단 다소 낮지만 최고금리도 10.59%다. 평균금리 7.34%, 최고금리 9.16% 적용해온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각각 3.87%, 8.81%로 평균금리와 최고금리가 낮아졌다.

“차값 대신 금리로 이득 보는 것 아냐?”


소비자들에게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차값을 깎아주며 생색을 내고 있지만 결국 할부금리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판매 딜러가 나서 할부 구매를 권유하는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

최근 아우디의 중형 세단 A6를 구입한 이모 씨는 “전액을 카드 일시불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1000만원이라도 할부로 사면 가격을 8%가량 할인해준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일부 금액은 할부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할부를 권유하는 것은 자사 파이낸셜 업체의 매출을 늘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전시장 관계자는 “자사 금융사를 통해 차를 사면 10% 정도 할인이 가능하다”며 “할인된 금액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금융사 이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할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가 거둬들인 할부 이자 수익은 494억원에 달한다. 수입차 업계 중 가장 높다. BMW 파이낸셜서비스도 지난해 할부이자로만 348억원을 벌었다. 이 회사의 매출은 5000억원이 넘는다. 벤츠파이낸셜서비스 역시 지난해 348억의 이자 수익을 얻었다. 벤츠파이낸셜서비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157%나 늘어난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벤츠 차량 판매가 늘어난 까닭도 있지만 할부나 리스로 거둔 수익이 지난 한 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수입차 자사 파이낸스업체도 마찬가지다.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평균 3.56%, 닛산 계열인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평균 6.76%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최고금리는 토요타파이낸셜이 8.90%, RCI파이낸셜이 7.99%로 다소 높은 편이다.

고수익 노린 대기업들의 각축전

국내 업체들의 할부금리는 3% 수준이다. 현대자동차가 4월부터 무이자할부카드를 꺼내 든 만큼 실제 금리는 다소 낮다.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도 1~2%의 저금리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할부금리가 높게 측정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시중은행 금리와 현격하게 벌어진 것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고리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리스 수익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오토리스 시장 규모는 수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연평균 70% 수준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국산차보다 수입차 리스 비중이 10배 이상 높아 할부·리스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오토리스의 대부분을 제조사와 연계된 외국계 여신금융회사가 지배하고 있다”며 “리스시장의 성장에 따른 최대수혜자는 외국계 여신금융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판매하는 딜러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기업들의 경쟁도 뜨겁다. GS, 코오롱, 효성, KCC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등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끼었지만 수입차 시장은 얘기가 다르다. 비싼 차량 가격은 물론 애프터서비스(A/S)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늘면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딜러사가 점차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BMW를 판매하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9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1조 달성을 눈앞에 둔 것이다.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판매부문 매출은 지난 2013년 7719억원, 2014년 8657억원 등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코오롱은 또 OLED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던 회사를 ‘코오롱 아우토’로 탈바꿈시켜 지난해 9월부터 아우디 딜러로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시설자금 160억원, 운영자금 40억원 등 총 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6개월 새 세 차례나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참존이 해오던 아우디 송파 딜러권을 사들여 아우디 판매를 시작한 코오롱은 점차 사업을 확장한다는 입장이다.

재규어·랜드로버를 판매하는 ‘KCC오토모빌’은 지난해 전년 대비 70%나 매출이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했다. 벤츠 딜러사 ‘KCC오토’는 작년 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모회사인 KCC홀딩스는 KCC오토와 KCC오토모빌 외에도 KCC모터스(혼다), 아우토슈타트(포르쉐), 프리미어오토 모빌(닛산), 프리미어오토(인피니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지난해 매출은 6000억원에 육박한다. 작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24만대 규모로 성장하면서 KCC 소유의 모든 딜러사들은 최대 200%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극동유화그룹이 보유하고 잇는 포드·링컨 딜러사 선인자동차와 아우디 딜러사 고진모터스 역시 판매 성장세가 무섭다. 아우디 최대 딜러사인 고진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5164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약 60%가 늘었다. 선인 자동차 역시 매출 2770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올리면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BMW, 벤츠, 아우디 등 독일자동차 업체가 이끌던 국내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몬데오, 쿠가 등을 앞세운 포드와 같은 미국 브랜드까지 판매가 크게 증가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페라리와 마세라티의 국내 판매사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수입차 포트폴리오를 늘렸다. 1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를 판매하는 FMK는 지난해 전년 대비 800억원 늘어난 18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효성은 FMK 외에도 벤츠(더클래스효성)와 도요타(효성도요타), 렉서스(더프리미엄효성) 등을 판매하고 있다. 더클래스효성은 벤츠 판매 호조로 지난해 21% 성장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대기업들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딜러 외에 대다수 업체가 지난해 크게 성장했다. 2000만원대 수입차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푸조와 시트로엥을 판매하는 한불모터스는 지난해에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0%나 폭증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08’ 등의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BMW 판매하는 한독모터스와 도이치모터스도 각각 영업 이익이 130%, 120%로 늘었다. 벤츠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지난 2014년 수입차 딜러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올해 2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적자를 달성한 곳도 있다.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폭스바겐을 판매한 딜러다. 폭스바겐 딜러사 아우토플라츠는 지난해 1760억 매출에도 2억원의 영업 손실 기록했다.

내수시장에서 7년 만에 위축, ‘비상등’


▎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수입차 채용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각 업체 채용부스를 찾아 면접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논란을 상쇄하기 위해 과도한 할인 정책을 펼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판매 확대를 위해 지나친 프로모션을 펼쳤기 때문에 사상 최고치로 성장한 수입차 시장에서 적자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뒤집어 생각하면 수많은 이익을 낸 다른 딜러사들이 판매하는 수입차 가격에 그만큼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준형(42) 씨는 차량 구매 후 1년 뒤 헌 차를 새 차로 바꿔주는 ‘차량변경’ 제도로 현대자동차 그랜저HG를 구매했다. 휴대폰 기기변경처럼 1년마다 신차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와 토종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업계에선 과거에는 볼 수 없는 판매정책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최근 자동차 시장이 소비자들의 신차에 대한 강한 욕구와 다양화된 중고차 거래 시스템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차량을 교체하는 수요층이 점차 늘고 있다고 보았다. 또 휴대폰과 달리 자동차가 고가의 내구재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신차가 나오면 이를 먼저 구입해 타 보려 하는 ‘얼리어답터’군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나타나다.

내수시장에서 판매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가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 ‘스마트 익스체인지’도 여기서 출발했다. 현대차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차를 구입한 고객이 실직했을 때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놓은 적이 있다.

할부 프로그램에 따라 그랜저를 구매하는 고객이 앞으로 1년 동안 부담해야 할 금액은 733만원이다. 그랜저(HG 2.4 모던 기준) 신차 가격인 2933만원의 20%인 587만원을 선수금으로 내고 나머지 차량 원금(2346만원)에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적용한 대금인 월 65만2000원을 12개월간 내는 조건이다.

이 고객이 내년에 이 차를 현대차에 되돌려줄 때는 ‘중고차 가격보장 프로그램’에 따라 신차 가격의 최대 75%인 2200만원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아직 갚지 못한 할부 24개월어치가 남았으므로 이를 제하면 636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고객이 쓴 돈은 선수금(587만원)과 12개월치 할부금(782만원)을 더해 1369만원이다.

여기서 636만원을 돌려받으면 최종적으로 쓰는 돈은 733만원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달 그랜저를 산 고객은 내년 신형 차량을 살 때도 무이자할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복잡한 할부 대신 한 번에 733만원을 내고 1년 동안 그랜저를 타는 것이다. 다만 이때는 이자의 기회비용을 감안해 내년 신형 그랜저 구매 때 50만원을 추가 지원받는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벨로스터, i30, 쏘나타, i40, 그랜저, 아슬란, 제네시스 등 대부분의 승용차 라인업을 무이자로 판매한다. 기아자동차 역시 모닝 구매고객에게 200만원 상당의 무풍 에어컨을 제공하는 등 판매를 늘리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선 상태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선전으로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은 7년 만에 줄었다. 올 1~3월 자동차(승용차) 내수시장은 총 35만9164대 규모다. 이 중 국산차는 30만31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3% 늘었다. 하지만 수입차는 5만5999대로 5.0%포인트 줄었다.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도 전년 대비 2.6%포인트 감소한 18.5%에 머물렀다.

이 같은 판매 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수입차 업체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폭스바겐의 경우 전 모델을 대상으로 0.24~1.22%의 저금리 유예할부 혜택을 실시했다. 아울러 금융 프로모션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구입 후 1년 이내에 사고로 차값의 30%가 넘는 수리비가 발생하면 새 차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닛산은 맥시마 구매 고객에게 10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패스파인더 구매고객에게는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캐시카이에는 36개월 할부와 100만원 할인, 전기차 리프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정책을 펼친다. 시트로엥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도 수입차 시장 유일 디젤 7인승 MPV인 ‘그랜드 C4 피카소 2.0’, 5인승 모델인 ‘C4 피카소 1.6’ 모델을 대상으로 10% 할인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 박재원 서울경제신문 기자 jw860627@gmail.com

201606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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