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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계파해체 깃발 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1987년 체제’ 한계점 도달 내각제 개헌으로 대통령제 폐해 종식해야”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 사진 오상민 기자 oh.sangmin@joongang.co.kr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새누리당 후보 나서려면 경선 거쳐야… 계파 패권주의 청산이 과제, ‘친박’의 대변자 역할은 안 할 것

<월간중앙>과 정진석(57)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만남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일대일 대면 인터뷰다. 원내대표 경선 후 지금까지 숨가쁜 여정을 달려온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소신을 밝혔다. 계파 패권주의가 잔존하는 한 내년 대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사이 좋게 지내되 의(義)를 굽혀 좇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정치 철학이기도 하다.

지난 4·13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는데 그치며 원내 제1당을 더불어민주당(123석)에 내줬다. 계파갈등과 공천파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결과는 ‘참패’였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제 1야당(더민주), 제 2야당(국민의당)과의 국회 운영을 무탈하게 진행하고 당·청 관계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는 가을부터는 여당이 불리하다는 대선 국면으로 본격 접어든다.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된 여당은 지난 5월 3일에 치러진 원내 대표 경선에서 ‘정진석’ 카드를 선택했다. “야권 출신으로 여야 통틀어 가장 적이 없는 인물이다”, “유연하면서도 단호하다”는 게 그에 대한 정계의 평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당시 당의 현실적 문제는 ‘노회한 박지원(75)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누가 상대할 수 있겠느냐’였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 후 박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꽉 껴안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새누리당은 그런 유연한 정치가가 필요하다.” 한 여권 인사의 말이다.

언론인 출신인 정 원내대표는 4선 국회의원이다. 충청 출신인 그는 김종필 전 총리가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의 명예총재특보로 1999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 전 총리가 그의 정치적 스승이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세종시 문제로 한나라당이 내분을 겪을 당시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범‘친박’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임명직·선출직 경험을 고루 갖췄지만 마당발에 유한 성격이어서 당의 주류 세력인 ‘친박’의 입김에 시달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원내대표로 선임된 지 약 70일 동안 그는 강경 ‘비박’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유승민 의원을 일순간에 복당시키는 등 예상을 뒤엎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를 두고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맥락’이 있는 유연함이 정진석 스타일의 정치라고 설명한다. 새누리당이 전당대회(8월 9일)를 앞두고 있다. 현재 유일의 당 지도부로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는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7월 12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약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지난 총선을 어떻게 평가하나?

“보수정당 역사상 이런 참패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얻었던 표수는 1570만여 표다. 그런데 이번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정당투표수 870만여 표를 얻는데 그쳤다. 사실상 표의 절반 이상 날아갔다.”

‘친박’ 아닌 ‘민의(民意)’ 따를 것


▎권성동 사무총장, 정진석 원내대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왼쪽부터)이 6월 16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 회의에서 의원 7명의 일괄 복당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총선 직후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어떤 심정이었나?

“지도부가 와해된 상태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막막한 심정이었다. 대반전의 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계파청산(당)’, ‘특권 내려놓기(국회)’, ‘중향평준화(정책)’라는 카드를 꺼내게 됐다.”

당시 가장 시급한 카드는 무엇이라고 봤는가?

“‘계파청산’이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지 않았나. 물론 정치 현장이라는 게 항상 다투는 곳이다. 이해관계, 생각과 방식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의 본질은 민의를 따르는 것이다. 국민이 가장 새누리당에 바라는 게 무엇이냐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보수의 분당사태를 막고 반드시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혁신이며, 잃어버린 780만여 표를 되찾아올 수 있는 방법이다.”

‘친박’의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쉽지 않을 텐데.

“당내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친박’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친박’만의 입장을 원내에 반영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필패할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할까. 내일 당장 대선을 치른다면 (새누리당은) 안 봐도 질 게 뻔하다.

내 관심은 오로지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있다. 고지(대선) 점령을 위한 새로운 진지구축이 현재 나의 사명이고 임무다. 때문에 ‘친박의 푸들’이 될 생각 없다.”

그렇다면 원내대표로서 계파청산을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가?

“계파에 편중된 인사를 하지 않고 오직 당의 결속을 위해 중간지대에서 서 있으려 노력했다. ‘강경 비박’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 후보로 제시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김 의원에게 폭탄주 스무 잔을 말아주면서 거듭 다짐을 받았었다.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당을 분당 위기로 몰아가선 안 된다’고.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이 또한 잘 마무리하지 않았나.”

“제가 혁신형 비대위원장을 못할 건 또 뭐 있습니까?”

5월 20일 새누리당 비공개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 원내대표는 농담조의 말투였지만 강경한 눈빛으로 이같이 말했다.

당초 20대 국회 당선인 총회의 결정에 따라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 원내대표가 이혜훈·김세연 의원 등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려 하자 친박계의 반발을 샀던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결국 이날 연석회의에서 정 원내대표는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자는 의견을 수용했다. 비대위원 인선을 일부 수정하면서 친박의 의사를 적극 수용하는 대신 비대위 구성을 다시 백지상태로 되돌리는 방향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비대위원장으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됐으나 전부 무산됐다. 특히 김 전 실장은 ‘친박과 그 뒤에 청와대가 있는데 혁신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며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

“‘만일 어떤 압력이 발생된다면 그 구도 자체를 깨뜨리겠다’고 말씀드렸었다. 나만의 신념이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의보다 지엄한 것은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구도를 만들어 가야한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부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의원 7명 일괄 복당… 옳은 결정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가 5월 4일 취임 인사차 방문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형님 만난다고 넥타이 색깔도 이걸(초록색)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견을 거스르기 힘들 때도 있었을 텐데.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다. 때문에 원내대표로서 대통령과 손잡고 대승적인 뜻을 함께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전에 박 대통령과 나는 국민의 지시에 따르는 사람이다. 결국 방법론에 있어서는 의견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 두 달 동안 청와대와 인선 협의 등을 두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아니라고 생각되는 의견에는 ‘노(No)’라고 분명하게 말씀 드렸다.”

‘노’라고 할 때마다 청와대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 협의가 잘 마무리됐다. 기존의 당청관계가 수직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당·청관계가 협력적 수평관계로 새롭게 구축됐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현재 새누리당의 면모일신에 큰 밑그림이 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5월 26일 혁신비대위원장에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이 선임되면서 새누리당 비대위가 순항의 닻을 올리는가 싶더니 출범 14일 만에 ‘유승민 복당’이라는 암초에 부딪히고 말았다.

6월 16일 혁신비대위가 무기명 표결을 통해 유 의원 등에 대한 복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표결을 주저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가 “다수가 오늘 결정하기를 원하는데 위원장이 반대하는 것은 중대 범죄행위”라며 김 위원장을 압박했고, 김 위원장은 당무를 거부하며 칩거에 들어갔다. 이후 김 위원장은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고 칩거 나흘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문제로 당내 내홍을 겪었다.

“우선 중대범죄라는 말을 쓴 적은 없고 범죄행위라고 했다. (복당 문제를) 오늘 처리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이걸 덮고 다음 주로 가게 되면 외부에 범죄 행위인양 ‘의뭉스러운’ 현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적절한 표현은 분명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사과 드린다.”

김 위원장에게 사과하는 모습이 지나치게 깍듯해 ‘90도 직각’ 인사, ‘폴더’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한 당의 원내대표로서 너무 수그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드리는 게 맞다. 나는 궁극적으로 ‘연결’의 정치를 추구한다. 체면 차리다 판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의원 7명의 일괄 복당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나?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최근 박 대통령이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처럼 이번 복당 건도 당이 원상회복에 반드시 필요한 퍼즐이었다.

7월 17일 당 차원에서 발표된 새누리당 총선백서에 따르면 유 의원 등 7명을 복당시키는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는 게 국민 절대 다수의 의견이다. 이번 복당 건은 새누리당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는 얘기다.

무수한 욕을 먹고 ‘폴더’ 인사를 하면서 자존심을 버리는 모습도 보였으나 중간지대의 리더십으로서 복당 건을 처리해 냈다. 돌이켜봐도 당을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었다.”

두 달간의 원내대표 활동에 대해 당내 평가는 어떻던가?

“의원 7명의 복당 과정에서 ‘기껏 도와줬더니 말 안 듣는다’, ‘현실정치에서 무슨 중도 정치냐’, ‘(정진석은) 속을 알 수 없다’며 원내대표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난 사실 주변의 평가에 별로 관심 없다. 이쪽저쪽에서 흔들어 봤자 소용없다는 말이다.

결국 어떻게 됐나? 복당 건은 당내 규정에 따라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졌고 당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해 당내서 아무도 이의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예전에는 날 보고 ‘돌출 행동을 한다’더니 이제는 ‘뚝심 있다’고 한다.”

그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

“혹자는 지난 과정을 보고는 나보고 ‘맷집 좋은 놈’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고통스럽지 않은 ‘매’가 어디 있겠나. 그래도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스스로 다짐한 게 있었다. ‘죽어도 청와대나 주류 세력, 혹은 비주류의 눈치 보지 말자’고. 이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오로지 중간지대에서 조율하는 길을 고통스럽게 걸어왔다. 설령 그 모습이 줏대 없이 비춰져서 웃음거리가 돼도 말이다. 나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내년 대선 승리가 나의 사명(使命)”


▎박근혜 대통령과 3당 원내대표단이 5월 13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 대통령,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번 회동을 두고 정 원내대표는 “당청 관계가 협력적 수평관계로 거듭났다”고 평했다.
어떤 꿈이 있나?

“계파 패권주의의 소멸을 시작으로 통섭의 정치를 이루는 것이 내 꿈이다. 정치에는 완승도 완패도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갖고자 하면 하나도 이루지 못하는 게 정치다. 그래서 협치가 필요한 것이다. 판을 깨는 게 아니라 판을 잇는 연결의 정치가 시작돼야 한다.”

“형님 만난다고 넥타이 색깔도 특별히 이걸(초록색)로 했어요.” 정 원내대표는 5월 4일 국민의당 상징색인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의 고민 중 하나는 야당의 노회한 원내대표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도 정 원내대표가 ‘형님’을 운운하며 박 원내대표를 뜨겁게 안을 줄 상상 못했다.

박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형님’ 운운한 게 자칫 품위 없게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때로는 본질이 형식을 넘어서야 할 때가 있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야당 원내대표인 우상호 더민주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을 평가한다면

“박 원내대표는 정치적 경륜이 풍부하고 합리적인 분이다. 29년간 호형호제하며 사적인 인연도 깊다. 우 원내대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문하에서 정치를 처음 배운 분이다. 나는 김종필 전 총리 문하에서 정치를 배웠다. 두 스승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해 IMF를 극복하지 않았나. 이것이야말로 협치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협치의 조건이 살아 있는 국회에서 일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

새누리당 전당대회(8월 9일)를 앞두고 있다. 현재 유일의 당 지도부로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우선 절대적 중립을 지키고 관전하는데 만전을 기하려 한다. 내년 12월(대선) 승리를 위한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게 나의 사명이고 임무다.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내년 대선의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무너진 진지를 구축해서 다시 고지에 오를 채비를 해야 한다.”

서청원, 이정현, 정우택 의원 등이 다음 달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선다는 얘기가 있다.

“솔직히 누가 당권을 잡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다. 나야 1년 원내대표하고 물러나는 사람이다. 내 관심은 오로지 내년 대선에서 이겨서 정권 재창출하는 것에 있다.”

대선 과정에서 당대표의 역할도 중요하다. (당 대표가)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에 나서는 당대표 후보들은 아마도 통렬한 반성과 함께 혁신, 기득권 포기 등 비슷비슷한 얘기를 할 거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표방하는 정책을 순조로이 이행할 수 있도록 공감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이었으면 한다. 자꾸 밖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두고 ‘너희는 소통이 부족하다’며 회초리를 들지 않나. 그런 걸 극복해낼 수 있는 통합적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친박 출신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앞으로 청와대와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겠나?

“과거의 당·청 관계가 수직적 관계였다면 이번 총선에서 더 이상은 그게 허용 안 된다는 것을 다들 깨닫지 않았나. 누가(당대표로) 당선되든 과거의 방식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사기 어려울 거다.”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 원내대표의 운신의 폭이 달라질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천만의 말씀. 그 어떤 분이 당대표가 되더라도 원내대표의 일에 관여할 수 없다. 원내대표의 권한은 당헌·당규가 보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에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새누리당도 이제는 세대교체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맨날 ‘다람쥐 쳇바퀴’, ‘그 밥의 그 나물’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젊은 새 인물을 키워야 한다. 청년층 유권자의 목소리도 더욱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청년 관련 법안을 내라고 지시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반기문 총장, 청바지 입고 대학생 만나라”


▎정진석(오른쪽) 원내대표가 6월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숍에서 김희옥 혁신 비대위원장에게 유승민 의원 등 의원 7명의 복당 표결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근래 들어 청와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수직적 당청 관계, 소통의 부재 등이 개선되고 있다. 반면 현 정부가 추진하려고 해도 제대로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정책도 많다. 일례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규제개혁특별법, 노동 개혁법 등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경제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필요한 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현 정부가 마지막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그나마 선전했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은 충청과 경북이었다. 특히 충청의 경우 27석 중 14석을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요새 부쩍 ‘충청대망론’이 언급되고 있다. 충청 출신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충청권의 표심이 내년 대선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다만 충청대망론은 과거 패권주의를 연상시키는 올드(old)한 표현이다. 지역주의 냄새가 풀풀 나는 접근 방식은 이제 국민에게 안 통한다. 그보다 충청 중심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번 대선에서는 충청 출신의 인물에게 기회가 돌아갈 거라는 전망도 있다.

“지금은 ‘3김(金)시대’가 아니다. 이미 국민은 새 시대를 그리고 있는데 몇몇 정치인 사이에서 ‘지역 맹주’이니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구시대적 감성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리더십을 개척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리더십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시대정신을 잘 읽어야 한다. 이를테면 양극화, 고령화 문제 등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한 과제에 대해 대안을 고민하는 리더십 말이다. 전문성을 갖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자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희망은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반 총장이 그동안 세계에서 인정받은 외교력을 국민께서 높이 평가하신 것 같다. 나는 반 총장이 청바지에 소매를 걷어붙인 와이셔츠 차림으로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청년에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조언을 해주시는 거다.”

최근 김종필 전 총리와 반기문총장의 만남을 주선했다는데.

“두 분의 만남을 주선한 바 없다. 반 총장이 김 전 총리께 개별적으로 연락한 거다.”

반 총장을 여권의 잠정적 대선후보로 염두에 두고 평가한다면 어떤가?

“개인적으로 그분을 잘 안다.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외교부의 수장이지 않은가? 다만 그만큼 국내 정치에는 생소할 거다. 굴곡 많고 파란만장한 한국정치의 내성을 언제쯤 경험하고 익힐 수 있을지…. 그게 미지수다.”

현재 반 총장의 대선 지지율이 굉장히 높다. 영입할 생각은 없나?

“반 총장을 영입할지 그분이 입당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꽃가마 태워줄 생각은 없다. 반 총장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모름지기 새누리당은 민주정당이다. 대선후보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에 의해 선출된다. 모든 건 반 총장에게 달렸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다. 대통령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확고부동한 권력의지를 갖고 조국에 헌신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여권과 충청권 인사 및 충청의 민심을 조율한 ‘키(Key)’맨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극찬의 말씀이다. 아마도 충청도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그런 평이 나온 것 같다. 충청도에는 ‘내 마음도 그려~’라는 사투리 표현이 있다. 바로 그런 공감의 능력이 충청도가 가진 힘 중에 하나다. 나 역시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 남경필, 원희룡 지사 등이 여권의 잠룡으로 언급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함께 정치를 해봤던 분들이지만 그분들이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지, 청사진을 아직 모르겠다. 구체적인 설명이 있기 전까지 평가는 유보하고 싶다. 게다가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꽤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정부의 성공이다. 이를 위해 당·정·청 관계의 조율, 당의 안정화 등에 계속 진력하겠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이 뜨겁다.

“사드는 안보 주권에 관한 문제다. 북한의 핵 위협이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가 대응 노력을 안하고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한미동맹 강화가 유일한 선택이라고 본다.”

사드 논란을 끝낼 방법은 무엇인가?

“국민을 설득시켜야 한다. 무릇 정치지도자라면 국민에게 이 정책이 왜 지금 필요한지에 대해 상세히 알려야 한다.”

대구가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은 “영남권이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 배치가 결정된 뒤 대구·경북(TK) 의원 21명이 반대성명을 냈을 때도 유 의원은 참여하지 않았는데.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사드처럼 중요한 국가적 결정사항에 대해선 정치인이 자기 지역 주민의 반대에 휘둘려선 안 된다. 이제부터는 해당 지역 정치인이 적극적으로 주민 설득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유 의원이 참 잘 (대처)했다.”

최근 각 당의 중진 사이에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도 개헌은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1987년 체제가 거의 한계점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그 결과 새로운 헌법정신이 필요해졌다. 비단 권력구조 이외에도 인권과 환경, 지방자치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보완이 있어야 한다.”

“다음 대선에서 직접 뛸 생각 없어”


권력구조의 개헌을 놓고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의 의견이 있는데.

“나는 내각제를 지지한다. 현재 대통령제는 분명 한계가 왔다. 전부 아니면 전무, ‘all or nothing’의 개념으로 오직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다. 대한민국 중심의 권력구조가 아니라 대통령을 위한 권력구조로 돼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역사적으로 어느 대통령이든 박수 받으면서 퇴임한 사례가 없지 않나. 자기가 구속됐거나 친족이 구속됐다. 권력 집중의 폐해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권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형태는 말로가 좋지 않다. 그게 4년 중임제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다.”

내각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개헌과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까지 내각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미흡한 편이다. 내각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 때문에 개헌 논의에 대한 범국민적인 공론화 작업이 매우 진지하게 상당기간 진행돼야 한다. 숙려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에서 개헌특위 만들고는 ‘정치인이 알아서 할 테니 국민께서는 지켜만 보시라’는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

정치에 대한 소신을 성취하기 위해 내년 대선에 직접 뛸 생각은 없나?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적어도 내년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밥을 지을 때는 물이 필요하듯이, 한국 정치에서 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묵묵히 내 갈 길 가는."

- 글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 사진 오상민 기자 oh.sangmin@joongang.co.kr

201608호 (201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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