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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 유승민, 복당(復黨) 후 대선 기지개 켜나 

새누리당 매니어층과 함께 춤을!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본선 파괴력은 있지만 당파적 입장 강한 보수층 설득 없인 ‘예선’ 어렵다는 지적… 사드 배치, 영남권 신공항 문제 해결에서 대통령과 ‘2인3각’ 행보도 눈길

▎6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공항 관련 중진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최경환·유승민 의원, 정진석 원내대표(왼쪽부터).
“하면 다 하고 안 하면 다 안 한다…. 일단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4월 총선을 며칠 앞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언론과의 공식 접촉을 전면 중단하고 유권자 상대로 한 현장 선거운동에만 전념했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새누리당에 복당 이후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혀간다. 총선 후 첫 언론 인터뷰를 정치적 고향인 대구 언론과 가졌다. 7월 3일 대구의 [매일신문]을 필두로, 7월 6일 [조선일보], 7월 12일 [CBS]에 등장했다.

정치권의 시선은 전당대회를 건너뛰기로 한 그가 내년 대통령선거 레이스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지로 쏠린다. 당장은 조심스럽다. [매일신문]에서는 “물론 아직 결심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등 떠밀려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저의 소명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늘 고민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 뒤로도 “저 자신이 준비되어 있는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조선일보), “내 자신이 그런 준비가 돼 있느냐?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깊은 고민을 하고 있고. 아직 그런 결심을 한 건 아니다”(CBS)라고 자세를 낮췄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나서는 김용태 의원은 출마 선언에 앞서 유승민 의원을 만나 지지를 당부했었다. 김 의원은 “총선 공천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겠나”면서 “당분간 정치적 파장이나 논란을 야기할 행보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반기문 여의치 않으면 유승민에게도 기회?


▎지난 4월 총선 당시 대구 동구 각산역 앞에서 차량 유세를 벌이던 유승민 의원에게 한 시민이 악수를 청하고 있다.
유 의원의 향후 스탠스는 전당대회 불참 사유로 제시한 ‘지난 1년간 당내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당의 화합을 위해서 노력을 다해야 한다’(CBS)는 발언에서도 충분히 읽혀진다. 갈등현안에서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 있으리라는 시각을 낳는 배경이다.

대선에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내 자신이 충분히 고민하고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언젠가 감당할 수 있다는 결심이 서면 대선 도전을 선언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7월 12일 <월간중앙>과 만난 유 의원은 ‘대선으로 가는 수순에 접어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뿐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밝힌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안 꺼려했던 언론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지난해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뒤로 인터뷰는 하지 않았는데 정치를 하면서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해야 할 때도 된 듯해서 다시 시작한다.”

앞으로 많은 언론에 등장하는 것인가?

“당직이나 국회직을 가진 것도, 전당대회 경선에 출마한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 인터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기회 있을 때 의견을 밝히는 정도로 할 것이다.”

대선에 떠밀려서는 나가지 않는다고 했던데.

“그렇다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도 그렇게 해왔다.”

보수진영이 대안이 없어 유 의원에게 기대를 건다는 소문도 나돈다.

“사람이 왜 없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있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나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끝내 대선에 노크하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장은 “비록 ‘고민 중’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표하고는 있으나 그렇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대선에 관심이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어법은 자신은 대선에 관심이 있어 두드려는 보는데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 자체가 바로 대선 행보에 다름아니다.”

대선의 꿈은 의지만으로 성취되는 게 아니다. 유 의원이 말하는 ‘결심’과 같은 ‘주관적 의지’에 ‘지지율’이라는 ‘객관적 조건’이 더해질 때 필요충분조건이 맞아 떨어진다.

객관적 환경은 그에게 꼭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대선주자 지지율이 총선 이후 내리막길에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월 11일~13일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유 의원은 3.8%를 얻어 전체 7위에 머물렀다. 지지율도 총선(4월 13일) 직전의 4.7%, 새누리당 탈당(3월 23일) 직후의 7.1%에 견줘보면 낙폭이 적지 않다.

물론 희소식도 있었다. <중앙일보>가 5월말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여권 대선주자 중 2위에 올랐다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누구를 가장 지지하는가’라는 항목에서 유 의원은 13.4%를 기록, 36.8%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김무성(8.8%), 오세훈(8.3%) 등 잠재적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따돌리는 등 차기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여야 주자가 총출동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감소세를 보이고 여권 주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이가 유 의원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박근혜 의원이 여당 내의 야당 역할을 하던 것과는 다른 경우”라며 “유 의원은 실제 야당 역할을 하다 보니 야당 지지층이 그에게 쏠린다”고 분석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의원이 집권한다면 정권재창출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높게 나와 박 의원의 측근들이 이를 대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수의 지지층은 고스란히 물려받으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유권자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이미지가 구축됐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여권에서는 누가 뭐래도 박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선 잠룡을 들라면 유 의원이 맨 앞에 놓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그가 처한 딜레마도 함께 보여준다고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분석했다. 예컨대 전체 후보들 중에서 6, 7위를 달리는 유 의원이 여당 후보 가운데서 2위를 했다는 것은 야당 지지층이 그를 1순위 후보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여당 후보 가운데서 유 의원을 선택하는 야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여야 후보를 망라한 조사에서는 야당 후보 쪽으로 돌아선 게 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야당을 제쳐놓고 여당 후보만 묻는 조사에서는 다른 후보에 비해 유 의원이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게 분명하지만 그를 무조건 1순위로 적극 지지하는 층은 두텁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여권 후보 중에서 높게 나오는 지지율이 유 의원의 대선 경쟁력, 지지기반을 증명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정 교수의 진단이다. “유 의원은 독자적인 자기 기반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섣불리 나섰다가 지지율 저공비행하면 모양새 망쳐


▎6월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서청원 의원(오른쪽)과 유승민 의원.
그가 여권의 대선 주자로 우뚝 서자면 새누리당 매니어층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여권의 최대주주 격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이 급선무라고 볼 수 있다. 7월 청와대 오찬에서 박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이 유 의원에게 좋은 시그널이 된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이념성향으로는 보수면서도 전통적 보수와 다른 이미지를 가진 유 의원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큰 파괴력을 갖는다.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을 아우르는 득표력을 갖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 친박계의 마땅한 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수는 있다.”

유 의원에게 대선이라는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라는 ‘예선’을 통과하는 일이 더 벅찰 수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예선의 승패는 당파적 입장이 강한 대의원·당원과 지지층에 의해 좌우되는 반면, 본선 승패는 진영에 속하지 않은 중간지대 유권자층의 향방에 좌우된다. 새누리당 전통적 지지층 중에는 유 의원을 껄끄럽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여권의 현실이다.

정 교수는 “여권 지지층이 (현재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총장을 대선후보로 세워보려 하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유 의원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처신이 극히 조심스럽게 마련이다. 섣불리 대선 무대의 전면에 나섰다가 지지율이 지금 같은 3% 대에 머문다면 모양새만 사나워진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7월 6일 국회 본회의 산회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복당 인사를 하는 유승민 의원.
대선후보 경선이 조직과 세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데 유 의원 측도 일정부분 공감하면서도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절부터 유 의원과 행보를 함께해 온 이종훈 전 의원은 내년 대선의 최대 이슈로 경제 문제를 꼽으면서 새누리당이 여기서 활로를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야당이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는 것 같지만 국민에게 야당은 여전히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경제위기라는 걸 인정은 하면서도 국정의 키를 선뜻 넘겨주는 데는 주저하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 경제민주화뿐만 아니라 경제 활성화도 동시에 추구할 세력을 원한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미래가 있다. 유 의원은 이 충돌하는 두 의제를 관리할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민심이 당심을 움직이면 새누리당 경선도 양상이 달라지리라는 게 이 전 의원의 시각이다.

최근 유 의원과 박 대통령은 7월 8일 청와대 오찬에서 악수를 나눈 이래 각종 현안에서 해빙 무드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을 낳는다. 오찬에서 ‘오랜만에 뵙습니다’로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국회 상임위를 소재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유 의원이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K2 공군기지 이전 문제로 대구·경북 주민들의 걱정이 많다”, “대통령께서 도와달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같이 힘을 모아 길을 찾아보죠”라고 응대했다. 사흘 뒤인 11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K2 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의 조속한 통합 이전 방침을 밝혔다. 유 의원은 이튿날 [CBS]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라는 평가까지 나온다’는 질문에 “힘을 실어주신 건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오해가 풀리면 대통령도 내 진심에 대해 이해를 해주실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불편한 관계 해소에 방점을 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지역으로 경북 성주가 결정되면서 현지에서는 반대여론이 극도로 증폭됐다. 주요 안보시책의 하나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 대통령과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유 의원은 원조 사드 찬성론자다. 그는 “사드 배치가 영남권으로 결정되더라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사드 경북 배치 결정을 비판하는 대구·경북의원 공동성명서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대구·경북 의원들의 공동성명 취지에는 상당 부분 공감하지만 다만 사드 도입은 제가 오래전부터 국회 국방위에서 강력히 주장해왔던 국가안보 이슈”라며 “조금이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뜻에서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역의 역풍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의 원칙과 국가의 시책에 충실을 기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대통령과 ‘배신의 정치’로 맞섰다가 협력관계로


▎박근혜 대통령은 7월 8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 헤드테이블 뒤쪽에 자리 잡은 유승민 의원(오른쪽 넷째).
앞서 봤듯이 유 의원은 여당에서는 고정 지지층 확보가 용이치 않아 내부 확장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유 의원이 최근의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행보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서로를 향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하고 ‘대한민국 헌법 1조’를 상기시키던 두 사람이 현안을 놓고서는 ‘2인3각’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장은 “복당한 유 의원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입장이고, 박 대통령도 영남권 신공항 문제, K2 공군기지 이전이라는 난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처지”라며 “두 사람이 힘을 합칠 접점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마음속에 누구를 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 지지자들에겐 두 사람이 화해한다는 메시지를 주고도 남는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유 의원의 변신이 고착화된 지지율과 이미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608호 (201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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