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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취재 | 한일 양국 동병상련 연구] 고독 권하는 사회… 싱글족 생존법 백태(百態) 

아웃사이더의 행복 오래 지속하면 위험하다 

김경철 일본 고단샤 서울통신원(뉴스잡지 부문)
다양한 ‘관계’에서 야기된 스트레스가 더 심각할 수도… 고령자의 고독사 증가, 한일 공통의 문제로 부각

▎‘나홀로족’이 즐겨 찾는 서울 역삼동의 한 화로구이집. 혼자 온 손님이 손바닥 두 개 정도 크기의 화로에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논다. 수업도 혼자 듣고, 영화도 혼자 보고, 심지어 여행도 혼자 다닌다. ‘나홀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날로 증가한다. 지난 5월에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알바천국과 잡 서치의 조사에서는 성인의 4명 중 3명이 자신을 “나홀로족에 가깝다”고 대답했다. 연령별 비율을 보면 30대, 40대가 82.9%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78.3%였다. 나홀로족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인 의견(75%)이 부정적인 의견보다 세 배나 높았다.

문화평론가인 김헌식 교수(동양방송예술대학)는 “나홀로족은 결혼이나 주거형태에 상관없이 평소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1인 가족이나 싱글족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혼자 행동할 때 느끼는 불편함은 주로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들어 혼자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줄어들면서 나홀로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MT는 딱 한 번 가봤는데 장기자랑이나 술 마시는 분위기가 저랑 맞지 않았어요. 지금도 학과 행사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아요.”

경희대 3학년생 안형수(가명·22) 씨는 스스로를 ‘아싸’라고 부른다. 아싸란 ‘아웃사이더(outsider)’의 준말로 대학생들이 스스로를 무리와 함께하지 않는 자로 규정할 때 사용한다. 즉 동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혼자 대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지칭한다. 안씨는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서울로 상경한 탓에 입학 당시부터 친구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친구가 없는 자신의 생활이 오히려 자유롭다고 말한다. “고등학교처럼 모두 같은 수업을 받고 모두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대학생활의 장점인데, 굳이 친구들을 만들어서 억지로 어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같은 대학 4학년 김수현(가명·26) 씨는 최근에 일부러 친구들과의 교제를 끊었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와서 취업준비를 시작하면서 모임에 자주 빠지다 보니 이제는 거의 혼자서 다녀요. 혼자 수업 듣고 혼자 밥 먹는 편이 효율적이고 시간이 절약되는 편이라 좋아요. 솔직히 밥 먹는데 한 시간이나 소비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홀로족의 등장배경에는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복잡한 사회 속에서 자유를 선망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들 수 있다. 현대사회의 개인화 문제를 연구해온 신경아 한림대(사회학과) 교수는 “80년대 중반 이후에 서구사회에서 진행된 개인화 현상이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나홀로족”이라고 정의한다.

‘관계로부터의 회피’ 증상 심각하다


▎‘홀로 존재하기’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피하게 해주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
신 교수는 “집단주의가 강한 우리사회에 반발하여 가족이나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심리가 자발적인 나홀로족이나 싱글족의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고영민 원장(은초록 샘 정신건강 의원)은 “나홀로족이 외로움과 불안에 시달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외롭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다양한 ‘관계’에서 야기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고 원장의 설명이다. 현대인들은 고독보다 관계에 지쳐있다는 진단이다.

일각에서는 나홀로족의 증가에 대해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기대학교 곽소현 교수는 나홀로족의 존재방식을 ‘일종의 관계로부터의 회피’라고 규정했다. 곽 교수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관계를 맺을 시간과 에너지를 상실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심리”라고도 분석했다. 신경아 교수 역시 “나홀로족 중에는 왕따나 학교폭력 등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소통이나 인간관계가 취약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집단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 비자발적 사람도 많다”고 봤다. 교육환경에 존재하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다.

나홀로족의 증가로 과거 궁상맞게만 여겨지던 ‘혼밥(혼자 먹는 밥)’이 이제는 어엿한 ‘문화’라는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최근 한 이동통신회사가 2030세대의 대학생 및 직장인을 대상으로 ‘혼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혼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96.4%에 달했다. 이 중 66.8%는 일주일에 10회 이상 혼자 밥을 먹는다고 대답, 혼밥이 일상화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SNS를 중심으로 ‘혼밥레벨’이라는 놀이도 확산 중이다. SNS에 혼밥 인증(혼자 밥 먹는 모습을 찍어서 증명하는 것)을 올리며 혼밥을 어디까지 경험해봤는지 체크하는 놀이다. 1단계인 ‘편의점에서 혼자 밥 먹기’에서 시작해서 푸드코트-패스트푸드점-일반식당-고깃집, 횟집-술집을 거쳐 최종 단계인 패밀리 레스토랑에 이르게 되면 ‘혼밥의 달인’에 오른다는 놀이다.

혼밥족을 위한 서비스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홍대앞 등지에는 혼밥족을 위해 앞과 좌우에 칸막이가 설치된 1인용 테이블을 설치한 식당들이 적지 않다. 커피전문점들도 혼밥족 모시기에 동참하고 있다. 매출 1위인 스타벅스는 1인 손님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 테이블석 외에도 1인용 좌석을 늘려간다. 혼밥을 즐기는 손님들을 위해 새로운 브런치 메뉴도 속속 추가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혼밥족들을 겨냥해 40여 개의 브런치 메뉴를 선보이는 푸드 콘셉트 매장도 운영 중이다.

혼밥족들의 주 메뉴인 편의점 도시락의 시장규모는 올해 5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점유율 상위 3사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도시락만 해도 한 해 5000만 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통계청에서는 올 12월 30일에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지수부터 도시락 물가를 포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가를 즐기는 방법에서도 ‘나홀로’ 정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5’에 따르면 15세 이상 응답자의 반수 이상인 56.8%가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7년보다 12% 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인 여가활동으로 혼자서 영화를 보거나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 CJ CGV가 지난해 CGV 극장을 찾은 고객을 집계한 결과 10명 중 1명(10.1%)이 혼자 극장을 찾은 나홀로족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초로 10%를 돌파했다. 또 인터파크투어 조사 결과,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을 예약한 1인 여행객은 한 해 평균 54%씩 증가하고 있다. 올해 7∼8월 인터파크투어를 통해 해외 호텔을 예약한 고객의 5명 중 1명은 나홀로 여행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 혼자 산다-1인 가구 전성시대


▎‘동조압력’이 강한 일본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고립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한편 ‘나홀로’ 살아가는 1인 가구도 점점 늘어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2015년 현재 27.2%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나홀로 가구’다. 2035년에는 34.3%로 세 가구 중 한 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1인 가구 전성시대를 맞아 나홀로족을 겨냥한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솔로 이코노미(Solo+Economy), 싱글슈머(single+consumer) 등의 새 경제용어가 탄생했다. 1인 가구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은 급성장세로 주가가 치솟았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치고 유통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미니세탁기나 핸드청소기 같은 소형가전의 매출이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가구에서 생활용품, 식품에 이르기까지 ‘1인용사이즈’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품종을 개량한 미니사이즈의 과일이 인기를 끌면서 일반 수박의 4분의 1 크기의 1인용 수박도 등장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오피스텔처럼 관리비가 높지 않으면서 혼자 살기에 알맞은 10평 전후의 초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얼핏 ‘골드족’이나 ‘화려한 싱글’을 연상하게 되는 1인 가구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다인(多人) 가구에 비해 열악하고 빈곤한 경우가 많다. 서울연구원은 1인 가구를 그 발생 배경에 따라 ▷전문직종 종사자로 독신의 삶을 즐기는 ‘골드족’ ▷ 20~30대 초반의 아직 직업을 가지지 못한 ‘산업 예비군’ 그룹 ▷30대 후반~50대 초반의 혼자 사는 ‘불안한 독신자’ 그룹 ▷65세 이상의 ‘실버 세대’ 1인 가구 등 4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이 중 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골드족을 제외한 나머지 유형은 ‘빈곤’과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은 47.5%로 절반 가까이나 되었다.

신경아 교수는 “개인의 생존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적 안전망’이 확립된 서구의 복지국가와는 달리, 한국은 가족이 개인의 생존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결국 생존자체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신 교수에 의하면 현재 우리사회는 이혼율의 증가, 미혼과 만혼의 유행, 취업난 등의 심각한 경제상황 등으로 인해 평생을 1인 가구로 지내야 하는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위험사회’다.

최근 다발하고 있는 이상범죄,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들의 공통점은 독신에 무직이라는 점이다. 1인 가구를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로 간과하는 것은 자칫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신 교수는 “그들이 다양한 자발적 모임 등의 관계망에 참가할 수 있도록 ‘사회(the social)’라는 공동체적 가치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국가가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시급하다”며, 1인 가구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국민적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톨이밥, 1인여행, 솔로웨딩… 어디까지 해봤니?


▎나홀로족이 사는 오피스텔의 침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혼밥에 해당하는 일본의 신조어로 ‘봇치메시(ボッチ飯, 외톨이밥)’라는 표현이 있다. ‘봇치(ボッチ, 외톨이)’란 집단에 속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젊은이들의 속어다. 봇치메시 역시 혼자서 식사하는 것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부정적인 인식이 담겨 있다.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인 마치자와 시즈오 씨는 환자들과의 상담내용을 분석한 자신의 저서에서 혼자서 식사하는 데 저항감을 갖는 젊은이들의 심리상태를 ‘런치메이트 증후군’이라고 명명하고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학교와 직장에서 혼자서 식사하는 것은 친구가 없기 때문이고 친구가 없는 것은 나에게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혼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주위는 자신을 매력 없고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길 것’이라는 사고가 혼자 식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유발한다….”

마치자와 씨에 따르면 런치메이트 증후군은 젊은 여성과 명문대 학생이나 출신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유소년기에 입시공부에만 집중한 나머지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을 배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아사히신문>은 혼자서 식사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은 대학생들이 교내 화장실에 숨어서 식사를 하는 이른바 ‘벤조메시(便所飯, 화장실밥)’가 사회현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명문대학의 화장실에 “화장실내에서의 흡연, 낙서, 식사를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 신문은 수차례에 걸친 보도를 통해 ‘화장실 식사’의 현상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학생의 2.3%가 화장실 식사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대학교수의 설문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3년 TBS의 한 방송에서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화장실에서 식사를 해본 적이 있다”는 대답이 무려 12%로 늘어났다.

홀로 식사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가는 현상에 대해 일본의 전문가들은 SNS의 영향을 주요원인으로 꼽는다.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동조압력’이 강한 일본사회에서는 고립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 SNS의 영향으로 동조압력이 더욱 강화되면서 고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한층 강해졌다. SNS의 발달로 보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기가 쉬워진 반면, 실생활에서는 외톨이 식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교토(京都)대학은 2013년부터 혼자 식사하는 학생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학생식당에 칸막이를 한 1인용 식사테이블을 설치다. 현재는 많은 대학에서 이와 유사한 1인용 테이블을 설치하고 있다. 국립대학인 고치(高知)대학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학생들을 위해 합석을 주선해주는 지도원을 학생식당에 배치했다. 지난 3월에는 ‘봇치메시 토크’라는 iOS용 어플이 개발되어 호응을 얻고 있다. 외톨이식사족들이 인터넷 공간에 모여서 자신들의 식사모습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SNS다. 친구맺기를 통해 서로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다. 결국 가상의 공간에서 ‘런치메이트’를 만들어 혼자 식사하는 데 대한 저항감을 줄여보자는 발상이다.

외톨이밥은 연출하기에 따라서 멋진 이벤트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1인 손님(お一人樣)’이 되어 우아하게 식사를 즐기는 것이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에 거주하는 회사원 A씨의 취미는 맛집 탐방, 특히 주말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혼자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이 처음에는 꽤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제일 좋은 자리를 골라 앉아서 요리를 즐기곤 합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식사할 때는 메뉴 선택이나 화제를 동료들에게 맞춰야 하는데, 혼자서 식사하면 좋아하는 메뉴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종업원들도 여자 혼자 온 손님에게는 각별히 신경을 써주는 경우가 많아서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본의 요식업계도 ‘1인 손님’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1인 손님 사절’을 내걸던 콧대 높은 프렌치 레스토랑이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1인 손님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창가나 센터의 가장 좋은 자리를 1인 손님을 위한 자리로 배치한 레스토랑도 있다. 1인 손님들을 위해 쉐프와 대화할 수 있도록 카운터 자리를 마련한 프렌치 레스토랑까지 등장했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에 커플을 사절하는 레스토랑, 1인 손님을 위한 크리스마스패키지와 연말패키지 등을 운영하는 호텔도 생겨났다. 1인용 메뉴를 마련한 고깃집과 샤브샤브 전문점도 성황 중이다.

힐링 요법으로 ‘1인 여행’도 큰 인기


▎일본의 40대 초반의 직업을 가진 여성 독신자. 일본에서는 이들 독신자를 만족시키는 각종 서비스업이 크게 발전하는 추세다.
복잡한 ‘관계’로 둘러싸인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힐링 요법으로 ‘1인 여행’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최고의 호텔 예약전문 사이트인 ‘자란네트’에서 실시한 2015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1인 여행자의 비율은 10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날로 협소해지고 있는 일본의 여행 시장에서 ‘1인 여행족’이 큰 손님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많은 여성잡지에서 1인 여행 특집을 꾸민다. <지구를 걷는 법>이라는 유명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에 <여성의 1인 여행 가이드북>이 새롭게 가세했다.

고속버스 업계에서는 여성전용의 야간고속버스가 큰 인기를 끈다. 심야에 여성 혼자서 버스여행을 하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다. 여성 승객들을 위한 파우더룸을 각 터미널에 설치하여 고객의 만족감을 높였다. 낯선 나라로 홀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1인 여행족으로 투어를 구성한 여행상품도 큰 인기를 끈다. 2015년의 해외여행객 약 7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여행조사 2016’에 의하면 1인 여행족의 인기 있는 여행지는 1위가 태국, 2위 대만, 3위 한국이라고 한다.

여행 전문 라이터인 야마다 시즈카 씨는 1인 여행객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혼자가 되고 싶다는 갈망과 SNS의 발달”을 들고 있다. 일본인들은 일상의 대인관계 속에서 남의 눈을 의식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혼자서 즐기고 싶다는 갈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SNS의 발달로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함께 대화를 나눌 가상의 친구도 많아졌다. 1인 여행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솔로웨딩’이라는 기상천외한 결혼식도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결혼 시기를 놓친 여성이나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웨딩드레스는 입어보고 싶은 여성을 겨냥한 웨딩 상품이다. 교토 소재의 ‘체르카 트래블’이라는 여행사가 처음 시작한 이 상품의 요금은 교토 1박 2일 여행이 25만 엔부터다. 첫날은 웨딩 플래너와의 미팅, 드레스 선택, 부케 만들기 등으로 시작한다. 둘째 날에는 헤어 메이크 후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고급차량을 타고 이동하여 웨딩촬영을 한다. 숙박은 허니문 여행에 사용되는 고급 호텔이 사용된다. 옵션으로 피로연이나 신랑역할을 맡아줄 상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체르카 트래블의 관계자에 따르면, 참가자는 40대 전후의 독신 여성이 가장 많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거나 다시 한번 드레스가 입어보고 싶다는 이유로 참가하는 기혼 여성들도 적지 않다. 2015년 2월 21일자 <요미우리 신문>의 인터넷판에는 30대 여성 부하에게 솔로웨딩의 하객으로 초청받은 상사가 부하직원들과 함께 참석해야 할 것인가, 축의금을 내야 하는가 등에 대해 상담글을 올려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혼할 마음은 없지만 드레스는 입어보고 싶은 여성들의 에고에 가득 찬 코스프레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함께, “일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고 살아온 직업여성들을 응원하는 신선한 서비스”라는 평가도 있었다.

나홀로족의 최후는 고독사?


▎장을 보러 외출한 일본의 독거 노인. 일본에서는 고독사 이후의 여러 가지 문제를 대신 처리해주는 서비스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인 손님을 지칭하는 ‘오히토리사마(お一人樣)’라는 표현은 ‘1인 가구’를 의미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현재 일본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 부부만으로 구성된 2인가구보다 1인 가구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국세조사(우리나라의 인구주택총조사에 해당)에 의하면 2010년의 일본의 1인 가구 비율(세대수 기준)은 32.4%이다. 특히 도쿄의 23구(도쿄중심부의 23개의 특별구) 내의 1인 가구 비율은 약 49%다. 한 집 건너 1인 가구가 있다고 보면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42.5%가 1인 가구가 된다는 점이다. 이 중 고령층(65세 이상)의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5%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고령자 1인 가구를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미 홀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 대표적이 예가 ‘고독사’다. 일본의 노동후생성에서는 ‘고령자가 자택에서 홀로 사망한 후 4일이 넘어 발견되는 경우’를 고독사로 규정하고 있다. 2009년에는 과거 국민여배우로 인기를 누리던 오히라 레이코가 62세 나이로 자택에서 사망한지 2주일이 지나서야 발견돼 일본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노동후생성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일본 전역에서 약 1만5000명, 도쿄에서만 약 5000명의 고령자가 고독사로 사망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방지책 마련에 고심하는 가운데 홀로 생활하는 고령자의 생활을 돕는 각종 서비스가 속속 등장한다.

홀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의 안부를 매일 체크하고 반응이 없을 시에는 경비원이 긴급 출동하는 개호(간병)보험 서비스, 사망 후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정리해주는 사후사무위임 계약 서비스, 고독사 이후의 장례와 납골, 유품정리 등을 보장해주는 사망보험 상품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노인문제 전문가인 <슈칸겐다이>의 엔도 스스무 기자는 “자의건 타의건 혼자서 인생을 마쳐야 하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은 물론, 사회적인 장치와 배려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서는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재정확보가 쉽지 않다. 노인대국 일본에서도 고령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 김경철 일본 고단샤 서울통신원(뉴스잡지 부문)

201608호 (201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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