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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대선기획 大토론 | 2017 대선과 국가개조의 시대정신(2)] 새누리당 50대 잠룡 남경필·오세훈·원희룡 

“세계는 젊은 리더십이 대세, 3각 동맹으로 차기 대선주자 내세울 것” 

사회·글 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glutton4@joongang.co.kr / 사진 오상민 기자
이정현 대표 선출로 반기문 부상론은 언론이 만든 과장된 프레임… 양극화 해소 문제에 대한 복안 없으면 내년 대선 나설 수 없을 것
<월간중앙>은 8월호부터 연속토론 대기획 ‘2017년 대선과 국가개조의 시대정신’ 연재를 시작했다. 9월호 두 번째 기획으로 남경필·오세훈·원희룡 3각 토론을 게재한다. 차기 대선을 강렬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젊은 잠룡들의 토론이다. 이정현 새 대표가 뽑힌 전당대회 직후에 열려 더욱 치열했다. 50대 초중반 젊은 리더 3인의 내년 대선 활약상을 앞당겨 살펴본다.


▎좌로부터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경기도지사.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리더인 이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을 ‘양극화 극복’이라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 지사·오세훈 전 서울시장·원희룡 제주도지사(가나다 순) 등 새누리당의 비주류 3인방이 전당대회 다음날인 10일 월간중앙 주최 대선기획 토론회에 참석해 소신 발언했다. 이들 3인은 “새로 선출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리더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도 “내년 대선 과정에서 젊고 역동적인 새누리당의 주자들이 부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은 이들 3인은 “전 세계가 젊은 리더십 추세”라는 점을 강조하며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이 차기 대선의 유력한 잠재후보다. 오·원·남 3인방은 토론을 통해 “만일 3인이 대선 경선에 참여한다면, 막판 가장 유력한 후보를 밀어주는 수준의 연합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대교체론을 기치로 내세워 세력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3인은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결과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비박 계열의 대표가 자신의 대권 행보에 하나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이정현 대표의 선출로 이들의 대선 행보가 다소 움츠러들 것이란 관측도 있으나, 막상 토론장에 모인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젊고 역동적인 차기 지도자론’을 내세우며 대권을 향한 각자의 도전 의지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미 오래전 ‘카리스마 정치의 종언’을 선언했다. 대신 그는 ‘First among equals’의 리더십을 말하고 전파했다. 비슷한 무리(equals) 가운데 조금 나은 1인이 리드하고 수많은 ‘equals’가 함께하는 리더십이다. 그의 리더십 지론은 지금 ‘연정과 협치’의 정치 신념으로 진화했다. 요즘 그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부연하면 “권력은 독점하면 약해지고, 나누면 강해지는” 속성을 가졌다는 것이 지론이 됐다.

그는 대통령의 꿈과 비전을 이미 여러 차례 토로했고, 그 최종 결정을 내년 초로 미뤄둔 상태다. 당초 차차기를 대선 도전의 적기로 봤던 그가 차기를 노려보게 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한국이 당면한 정치·경제적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점증한 데다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로 유탄을 맞은 잠룡이 많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는 사람들이 있다. 어쨌거나 그는 “(협치의) 대통령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이란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공인된 잠룡’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남경필 지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남 지사가 양의 기운을 띠고 있다면 원 지사는 음의 아우라가 아직은 강하다. 남 지사가 백도(白道)를 걷는다면 원 지사는 흑도(黑道)의 스탠스라고 할까. 원 지사의 의욕은 똘똘 뭉친 상태에서 강한 폭발을 예비하는 암중모색의 시절을 지나고 있다. 지난 7월호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원 지사는 그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어쨌든 우리 국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의 내용이 있다면, 온갖 어려움과 복합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함께 힘을 합쳐가야 할 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게 지금이고 지금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면 바로 그 순간부터 해야 되는 거다. 하지만 아직 그런 소명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못 찾고 있는 상태다.”

궁극에 이르러야 변화가 온다


▎토론에 나선 3인은 새로 선출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사진)가 ‘서민의 아이콘’으로 당의 약점을 상쇄할 장점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대선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는“제주도민이 원하면…”이란 모범 답안을 꺼내든다. 그런 입장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않는다.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도지사가 된 이후 술을 완전히 끊은 원 지사는 적어도 표정만큼은 여유가 있다. 요즘엔 코딩(Coding: 컴퓨터 프로그램의 명령문을 사용하여 게임 또는 앱 등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측근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미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부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주제는 도지사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실은 국가의 전략이다. 원 지사 역시 언젠가 자신의 어깨 위에 져야 할 운명적 책무를 의식하고 있단 얘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고민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지난 총선 패배의 상흔이 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비박 주호영 후보를 밀었지만 좌절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 가운데서는 “왜 매번 지는 싸움만 하는가”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장 대권 도전을 선언하기엔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반기문을 제외한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2위를 기록하는 것이 위안이다.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그의 대권 행보는 굉장한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8월호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그 괴로운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먼저 지역구에서 떨어진 사람이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전국 253개 선거구 중의 한 곳에서 진 것이지만 종로는 ‘정치 1번지’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여기서 선택을 못 받았다는 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지난 3개월은 자성의 시간이자 숙고의 시간이었다. 선거에서 국민들이 내게 준 메시지의 의미를 정리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다.”

오 전 시장과 원희룡, 남경필 두 지사와는 정치노선의 결이 조금 다르다. 세 사람 모두‘개혁적 보수’를 지향하지만 오 전 시장은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대기업의 활용을 적극 주장하고 나선다. 대기업, 다시 말해 재벌의 시대가 지났다고 보는 남·원 두 지사와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예컨대 그는 스웨덴 재벌 발렌베리 가문 모델에 관심이 많다. 스웨덴 국부의 30~4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는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의 상당부분이 가문이 설립한 공익재단을 통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사회사업, 사회간접자본에 투입된다고 한다.

어쨌거나 오 전시장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정치판이 한두 번 요동을 쳐야 기회가 올 것 같다. 그런 점에서“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궁극에 이르러야 한다”는 <주역>의 가르침이 그에게 꼭 맞는 말이다. 그 궁극의 순간을 위한 준비는 결코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월간중앙> 대선기획 3인 토론회는 8월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당 대표 말이 곧 대통령의 생각으로 비쳐선 안 돼


이정현 대표 선출을 어떻게 보는가?

남경필: “이정현 대표가 갖고 있는 장점이 우리 당의 약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게 꽤 많다. 호남, 비주류, 서민의 이미지다. 17계단 상승한 인생역전 스토리에 국민이 주목한 것으로 본다. 전당대회 때 연설하는 것 보고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줄 아는 대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차차기 대권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하면 성공할 것이다.”

오세훈: “나는 주호영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정현 대표가 전당대회 다음날 아침 내게 전화를 해와 역시 도량이 큰 분임을 알게 됐다. 일단 선출됐으니 그의 역할을 지켜보자는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으로 본다. 사실 이 대표는 그간 소위 ‘강성 친박’ 의원들에게 속된 말로 ‘왕따’를 당한 측면이 있었다. 그동안의 행보가 그들과 달랐던 만큼 그에 대한 기대도 크다.”

원희룡: “바닥민심을 흔들만한 역량을 갖춘 분으로 생각한다. 본인도 흙수저 출신이라고 했고, 기득권적이고 모범생 같은 이미지를 탈피한 호소가 먹혔다.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했던 분이 당 대표가 된다는 건 선뜻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40%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국민과 당원은 대통령에게 사사건건 반기를 들면서 당내 정치에 휩쓸려가면 더 희망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긴밀한 관계로 비춰볼 때, 당 대표 말이 곧 대통령의 생각이며 결정으로 비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정현 대표 선출로 친박을 중심으로 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오세훈: “이른바 친박에서 반기문 총장을 후보로 만들려고 애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반 총장이 친박을 선택할까? 정권 말기에 집권 주류가 전폭적으로 지지해서 만든 후보가 경쟁력이 있을까? 반 총장이 바깥에서 일단 세를 형성하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보수 단일후보가 된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가 친박에 얹혀 대선에 나올 것으로 보는 것은 단순하고 희망적인 관측이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세계적 차원의 갈등을 조정하는 유엔사무총장 직을 원만히 수행했다. 다만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나 청년실업, 공존과 상생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국내 정치인들보다 더 철저히 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으로 남는다.”

원희룡: “반기문 총장이 당에 들어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겠다는데 왜 막겠는가? 국민 대다수가 믿고 선택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일부로 폄훼할 필요는 없다.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른바 ‘대세 후보’가 되려면 지금보다 지지율이 두 배는 더 높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내년 초부터 대선 행보를 시작할 때 그분에게도 수많은 위기가 닥쳐오지 않겠나? 한국 정치는 지금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보다 타파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잘 어루만지고, 하늘의 선택까지도 있어야 끝까지 갈 수 있다. 반기문 총장에 대해 솔직히 우리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야당에 비해 열세다. 야당의 강한 주자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사람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내년 봄이 되어야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남경필: “반기문 급부상론은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이다. 전 정권의 축복을 받는 것이 과연 축복으로 작용할까?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반기문 대망론이 횡행하는 것은 결국 여권 내 소위 잠룡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야당은 문재인이라는 강력한 후보가 있다. 새누리당 안에 문재인에 맞설 뚜렷한 주자가 없다 보니 저 신기루 너머에 반기문이라는 환영이 서 있는 것이다. 전당대회 결과는 (내년 출마 여부를 밝히려는) 나의 대선 구상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당과 청이 한목소리인 것이 좋을까?”


대표 선출과정에서 ‘오더’ 논란이 있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당 운영 과정에서 다시 드러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정현 대표의 등장으로 현 정권이 차기 정권 창출에도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남경필: “오더가 있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먹힌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이정현 대표 스스로 ‘나는 오더에 의해 당선된 게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젠 비서라는 정체성 의식을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차차기 대선에 나가겠다는 각오로 일 한다면 당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본다. 그간 새누리당에 많은 당 대표가 있었지만 대표를 거치고 의미 있는 대선주자, 또는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의 문제를 이 대표가 정면으로 붙잡고 씨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원희룡: “오더라는 표현은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다. 조금 각도를 바꿔 말하면 조직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투표의 트렌드가 대선 경선 투표로 그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된다고 볼 근거는 없는 것 같다. 좀 염려스러운 점은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크게 생각하는 분이라는 것이다. 장기적 차원에서 당과 청이 한목소리로 가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해야 한다. 역시 현명한 것은 정치적으로 중간층에 좀더 호소하고, 당내 불만세력에 대해 포용의 손짓을 하는 것이 단수가 높고 성숙한 정치라는 것이다.”

오세훈: “이정현 대표는 다른 분들과 비교했을 때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이 움직일 때 생기는 어떤 역풍이나 역기능까지 내다보는 분으로 생각한다. 언론에서 보듯 그렇게 일방적인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진 않을 것이라 본다. 그래서 내가 기대감을 갖고 희망적인 관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고 믿는 분인데, 그런 식의 편파적인 행보를 보이겠는가? 아마도 그가 단선적인 행보를 보이진 않을 것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문제는 어떻게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원희룡: “공권력의 솔선수범 차원에서 보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대통령의 위신이 살고 공직사회의 기강도 선다. 특정인이 없으면 나라가 큰일 날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을 항복시키는 모양새 역시 좋지 않다. 만일 박 대통령에게 우 수석의 사임을 건의한다면 이정현 대표가 최적임자다.”

남경필: 남경필 “국민 여론은 대통령에게 부담이 안 되게 그만두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이게 보통의 생각이다. 그러나 인사문제 이므로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다. 대신 국정에 부담되는 건 감수해야 한다. 여론은 우 수석에게 부정적이다.”

오세훈: “우병우 수석이 책임져야 할 대목은 인사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안고 가겠다는 결심을 분명히 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 수석의 거취는 이정현 대표가 최우선 순위로 처리해야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대통령의 판단을 더 지켜봐야 한다.”

“사드의 한반도화로 중국 설득해야”


사드배치 문제로 국론이 갈려 있다. 안보와 외교 문제가 중첩된 사안이다. 국민을 단합하고 주변국을 설득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푸는 것이 지혜로운가?

오세훈: “우리가 사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이 중요하다. 김정은 집권 후 미사일을 31번이나 쐈다고 한다. 올 들어서는 19번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그런 상황에서 방어를 위한 자구책이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망설여야 하는가? 중국에도 우린 외교적으로 할 만큼 했다.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에 참석했고,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만들 때도 지분 참여했다. 그런데 중국이 우릴 도와준 게 무엇이 있나? 이번 결정을 통해 우린 중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원희룡: “‘사드의 한반도화’라는 게 있다. 사드가 중국과 상관 없이 오직 한국의 방어에만 복무한다는 뜻이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른바 엑스밴드 레이더의 탐지 반경 문제다. 우리는 몇 백㎞라 하고, 중국은 최소 2000㎞라고 주장한다. 옆집에 대한 안보적 조망권 침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양쪽의 이야기가 너무 다르다. 물론 난 대한민국의 설명을 믿지만 엑스밴드 레이더라는 것이 미국은 알지만 우리는 보유해본 적이 없고 기술적으로 아는 바도 없다. 사드의 한반도화가 확실하다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다. 한반도화를 해놓고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판을 규정하는 문제가 있다. 사드가 북핵에 대응하는 불가피하고 유일한 대안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다. 핵은 결국 공포의 균형이다. 궁극적인 보복 역량, 압도적인 보복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드배치 문제도 이 같은 보복 역량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남경필: “사드의 경기도 내 배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한 필연적인 논리의 귀결이다. 대한민국 안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경기도라고 해서 예외 지역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에 성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아쉬운 대목이 많았다. 선정 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설득이 부족했다. 중국이 사드와 관련해서 우려하는 것들이 있다. MD 체제에 편입되는 것이 아닌가, 북핵 해결 후에도 계속 존재하는 게 아닌가,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면 더 깊숙이 중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들이다. 중국의 이런 우려를 우리도 알고 있어야 한다. 팩트와 관련된 것을 미국에 정확히 확인해서 중국에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했다. 조만간 미·중 고위급 군사회담이 열릴 것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이 우려하는 바를 충분히 설명하고 안심시키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요구하는 것 중 타당한 것은 받아주고 해결해주어야 사드배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원 지사의 ‘압도적인 보복 능력’이란 말을 들으니 ‘전술핵의 재 배치’가 떠오른다. 전문가 중에는 과거처럼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든지, 아예 핵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원희룡: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자는 주장은 아니다. 전술핵을 한반도에 다시 들여놓는 문제가 사드배치보다 중국을 더 자극하게 될 것이다. 다만 사드배치라는 게 결국 북한 미사일의 무력화를 의도하는 것이라면 이것에 연결된 여러 가지 군사적 수단, 다시 말해 보복 능력에 기초한 억제력 구축도 논의구조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훈: “지금 단계에서는 사드배치 정도가 중국에 주는 메시지로서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전술핵은 언제부터인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임 있는 공직자일수록 전술핵 배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 언론은 얼마든지 공론화해도 상관없다. 특히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나 주요 공직에 오를 사람들은 전술핵 한반도 배치에 대해 더욱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경필: “사드 얘기를 국내 정치화하기 시작하면 중국은 우리를 흔들고 싶은 욕망에 빠진다. 이걸 결정하고 빨리 이 스테이지를 지나가야 한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배치 반대론이 강해지면 무산될 수도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사드 문제가 장기화되면 새누리당이 유리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나 더민주는 사드문제를 국내 정치화해선 안 된다. 토론의 과정을 통해 국가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여야 대표를 만나 이 문제를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드 문제는 초당적으로 소통하고 승부해야 할 사안이다.”

국민의 분노 게이지는 지금 엄청난 수치


▎3인 토론자(좌로부터 남경필·오세훈·원희룡)는 “새로 뽑힌 새누리당 지도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대선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대선의 최대 이슈는 양극화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김종인, 유승민의 경제민주화나 보수혁신론이 반향을 일으키는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가 그런 화두를 대선 때까지 제대로 껴안고 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새누리당이 집권 후 경제민주화 공약을 파기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원희룡: “청년들이 경제활동 영역 안에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그나마 사람과 일자리가 미스매칭되는 현상, 인구가 줄면서 고용 없는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 우리가 직면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잘 풀지 못하고 있지만 설사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쉽게 해결되긴 어렵다. 세계적인 현상으로는 미국과 유럽 모두 자국 중심주의로 가고 있다. 내년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경제구조와 미래의 생존 문제가 아주 중요한 변수로 다가올 것이다. 새누리당의 지도부가 정말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

남경필: “새누리당이 그런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우리를 포함한 다른 세력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물론 당이 잘해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그렇게 못하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경제민주화, 보수 혁신, 일자리 창출, 경제 시스템의 문제를 토론할 수밖에 없다. 내년 대선이 그 토론의 장이 될 것이다.”

오세훈: “양극화 해소 문제에 대한 복안 없이 내년 대선을 치를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5년 전부터 시작된 현상이지만 국민의 분노 게이지는 지금 엄청난 수치로 올라가 있다. 양극화 상처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해법이 안 보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좌절하고 있다. 가장 살아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지금의 지도부가 그 문제를 모를 리 없다. 간과하거나 도외시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개헌할 마음이 있을까? 이 점이 궁금하다. 개헌의 필요성은 제기되지만 그 주체세력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개헌의 시기와 방법론은?

남경필: “개헌, 권력구조 개편, 연정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려면 트리거(trigger, 격발기)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선거구제 개편이다. 말도 안 되는 공천 파동, 극심한 정치적 갈등 등이 국민의 기억 속에 따끈따끈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 정기 국회가 골든타임이다. 국회의원들도 갓 당선되었기 때문에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될 것으로 낙관한다. 다양한 정당이 탄생할 수 있는 선거구제를 만들어내고 여야가 합의한 오픈 프라이머리 같은 공천제도를 확립하면 그 기틀 위에 다양한 개헌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오세훈: “의미 있는 개헌을 하려면 다음 정부 초기가 적기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공약하고 당선된 사람이 그 공약을 지키면 된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한 해에 치르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4년 중임제 개헌을 하고 차기 대통령이 임기 6개월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음 정권은 딱 임기 중반에 중간 평가 성격을 갖는 총선과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원희룡: “개헌은 결국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엄혹한 경제 상황 속에서 국민 관심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권력 구조 측면에서 대통령제와 내각제로 갈려 있는데 대통령제 선호가 좀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굳이 개헌이 필요한 것인지 회의적이다. 장기적인 국가 전략과 관련한 개헌은 필요하다고 본다.”

세 분은 차기 대선 과정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3인 모두: “대선에서 우리 3인이 힘을 합쳐 새누리당의 혁신 분위기를 이끄는 길은 활짝 열려 있다. 만일 3인이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를 나머지 두 사람이 밀어주는 형태의 연합도 가능하다. 연령과 세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새누리당은 젊은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우리가 중심이 될 것이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며, 또 어떤 사람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돼야 하나?

원희룡: “아프다고 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래서 사회에 대한 원망과 타집단에 대한 분노가 끓어 넘친다. 이런 국민적 아픔에 대한 공감에 기초한 소통능력을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합리적인 토론을 토대로 의사 결정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세계가 그런 추세다. 육체적으로 젊어야 정신도 젊다.”

오세훈: “젊은 리더십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차기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시대변화를 통찰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구조 개편과 교육 혁명이 차기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역시 생각이 젊은 대통령이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남경필: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일자리와 안보다. 우리당 후보로는 상대 당과 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한민국 위기를 극복할 정치적 비전과 철학, ‘실질적인 플랜’이 있는 후보여야 한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다는 신화는 끝났다. 보수대혁신이란 말은 우리끼리 할 수 있지만 국민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정확한 워딩은 ‘대한민국 리빌딩’이다. 실질적으로 리빌딩할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고 편해진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특히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남경필: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에 대한 평가보다 국정방향 측면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판단이 들면 국정 전반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그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통령보다 부족하지만 꼭 조언하고 싶은 것은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고 편해진다.”

원희룡: “1년 반이란 남은 임기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이미 임기가 끝난 대통령처럼 대해선 안 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펴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같은 것을 여소야대라는 한계 내에서 어떻게 야당의 동의를 얻어 추진할 것인가를 과제로 둬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도 여소야대 국면은 돌파가 쉽지 않다. 1980년대 지방자치제와 국정감사 부활, 5공청문회 등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3당이 추진해 성공했다. 남은 임기에서 추가해야 할 것, 20대 국회가 딴 길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참모들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오세훈: “적어도 당내에서는 임기 말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아쉬운 점도 있다. 창조경제가 대표적이다. 창조경제는 최첨단 과학기술과 문화가 잘 융합되어 탄생하는 것인데, 취임 초의 목표에 얼마나 접근했는지 잘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 초기 칸막이 허물기 인사를 인상 깊게 봤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것에 대해 별 관심을 쏟지 않는 것을 보면서 현 정부가 관료사회를 포기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정부나 지자체 일을 해본 사람은 뭘 하나 하려면 관료사회와 얼마나 끈질긴 전쟁을 벌여야 하는지 잘 알 것이다. 힘들어도 그런 싸움을 임기 말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 정리 최정윤 인턴기자

201609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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