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직격 인터뷰] 운동권 출신 굴레 벗고 홀로서기 100일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집단으로서 386 실패 숙명 같은 386 책임질 것”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 우상호의 등장은 새로운 정치세대의 등장…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 돼야
■ 계파갈등 관리와 일하는 국회 만든 게 ‘보람’… 세월호·백남기 문제 해결하고 싶어
■ 수권정당 되려면 소속의원 모두가 고통스러운 자기혁신의 주체 돼야


▎8월 10일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 중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우 원내대표 뒤에 걸려 있는 액자에서 87년 7월 미국 시사 주간지 에 실린 우상호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왼쪽)과 총학생회 사회부장이던 영화배우 우현 씨의 모습이 보인다. 우 원내대표가 들고 있는 영정사진은 민주화 시위 도중 사망한 고(故) 이한열 열사.
더불어민주당 우상호(54) 원내대표가 8월 1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2000년 김대중(DJ) 총재의 새천년 민주당에서 정치에 입문한 이래 16년 만에 원내 수장으로 올라선 그를 향해 당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여덟 번의 당 대변인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정치권에서 내로라하는 달변가이자 여야를 가리지 않는 마당발이다. 하지만 운동권 출신 진보 성향의 그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과 국회를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끄는 김종인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관심사였다.

일단 현재까지는 평가가 후한 편이다. 특히 당내 불만이 없진 않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유연하게 전술을 펼쳤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김종인 대표는 “사드 문제 등에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는 감각을 보여줬다”며 우 원내대표를 내년 대선 주자 후보군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세월호 특별조사 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 등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당대표와의 호흡도 다시 맞춰야만 한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8월 10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우 원내대표를 만났다. 마침 새누리당에서 호남 출신의 이정현 대표가 선출된 다음날이었다.

“이정현-정진석 잘 안 맞을 것”

어제(8월 9일) 이정현 대표가 선출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사에서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당직자로 시작해서, 특히 호남에서 여러 번 도전해서 떨어지면서도 호남 재선 등 총 3선이 되고 집권당 대표까지 됐다는 건 개인 정치사로 봐도 대단한 성공이다. 본인이 고생을 많이 해서 비주류, 아웃사이더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에 대한 순기능이 있을 거라고 본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이고 청와대 수석을 지냈던 분 아닌가. 집권당 대표로서 다뤄야 할 여러 사안에서 청와대 지시만 받고 움직인다면 풀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관계가 워낙 특수하니까 민심을 잘 수렴해서 대통령을 설득한다면 국정운영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당대표가 됐으니 그 자리에 걸맞은 역할을 고민해야 하리라고 본다.”

정진석 원내대표와는 호흡이 잘 맞겠나?

“잘 안 맞을 것 같다. 이정현 대표는 ‘목표가 있으면 무조건한다’는 스타일이다. 방법이나 언사에서 무리가 있더라도 집중해서 일한다. 반면 정진석 원내대표는 비교적, 기자 출신이 갖는 합리성이 있다. 야당은 지도부 두 사람이 합의하면 끝난다. 하지만 여당은 대통령이라는 강한 존재가 있으니까 그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두 분의 스타일이 차이가 날 거다.”

인터뷰가 이뤄진 날은 마침 사드배치 논란과 관련해 중국으로 떠났던 더민주 초선 6인방이 귀국한 날이었다. 우 원내 대표는 이들을 직접 비판한 박 대통령에 대해 “단기적 정쟁에 써먹으려고 야당 의원을 매국노 만들 듯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3-5-10’(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규정을 ‘5-5-10’으로 완화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우상호가 총대를 멨다’는 말이 나돌았다.

더민주 초선 6인방의 중국 방문을 두고 논란이 크다.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미국과 현안이 있으면 미국 가고, 중국과 현안이 있으면 중국 가는 거다. 우리 같이 외교로 먹고 살아야 되는 나라들은 주변 강대국의 싱크탱크나 집권세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과 교분을 쌓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라인이 너무 없다. 러시아는 아예 없고 미국통도 의외로 없다. 그런 면에서 어떤 형태로든 라인을 뚫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김영호 의원이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하길래 ‘조용히 가서 라인을 뚫어 달라’ ‘중국에 이용당하지 말고 박 대통령 욕하지 말라’ 등의 지시를 했다. 김 의원은 중국 인맥이 보통이 아니다. 중국 라인을 잡아서 관심 있는 초선들 서너 명 같이 가서 소개도 해주고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려고 한 거다. 그런데 대통령과 집권당이 이런 야당을 단기적 정쟁에 써먹으려고 매국노 만들 듯한다. 내가 극렬히 반대하는 당의 원내대표도 아니지 않나. 외국 간다고 다 매국노 만들면 국회의원이 어떻게 (외교) 라인을 만드나.”

“박 대통령, 정쟁 써먹으려 야당의원 매국노 만들어”


▎5월 4일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는 우상호 원내대표 당선자.
방중 의원들의 중국 관련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호 의원과 박정 의원은 워낙 중국통이고 김병욱·손혜원·신동근 의원은 국회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다. 중국에서 한류 연예인 진출을 막는다고 해서 상황을 보고 설득하러 간 거다. 언론에서 국방위, 외통위(외교통일 위원회) 위원들은 안 갔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중국에 간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가 아닌 직업을 따졌다. 사드 문제는 한두 달 사이에 끝낼 사안이 아니다. 사드배치를 하려고 했던 박 대통령과 국방부의 고민이 있을 거고, 여기에 반대하면서 중국 반응을 체크하는 야당도 있는 거다. 어느 한쪽이 절대선이고 절대악이라는 구분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김영란법 관련 발언은 왜 총대를 멨나?

“두 가지 측면이다. 실제 19대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다룰 때 상임위에서 식사비는 5만~10만원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우선, 음식점이 타격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음식점은 다 자영업자들인데 우리가 자영업에서 지지세가 약하다. 중소자영업 대책을 세운다는 게 중요한 대선 전략이기도 하고. 또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에게도 타격이 있다. 그분들을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김영란법 관련 쟁점 가운데 ‘농·축·수산업 타격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 제가 대답한 거다. 민생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쟁점은 부정청탁 방지 대상의 범위다. 부정부패를 막는 문제에선 타협할 생각이 없다. 다만 시행령은 정부 재량인데, 대통령과 정부가 ‘피해가 우려된다’면서도 시행령을 안 고치고 있다. 저런 유체이탈 화법을 보면서 국회가 김영란법을 잘못 만든 것처럼 몰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타협안을 낸 거다. 그러면서 결정은 정부가 하라고 한 거다.”

얼마 전에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조속한 추경 처리를 요구하는 대국민호소문을 냈다.

“정부나 대통령의 추경 접근방식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상임위가 가동되면서 추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는 추경을 거의 다 통과시켜놨다. 정작 새누리당 소속 위원장들이 하는 상임위가 안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7월 26일에 추경안을 보냈고 국회가 바로 다음날 시정연설을 하게 해줬다. 국회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들이 검토보고서 쓰는 데 보통은 열흘 준다. 아무리 빨리 잡아도 5~6일은 걸리는데 이번엔 4~5일 정도밖에 안 줬다. 그런데 마치 아무것도 안 되는 것처럼 자꾸 비판하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건 뭔지 모르겠다. 정말 화가 난다. 우리가 예전에 경제부처 실·국장들한테 ‘추경 언제 제출하느냐’고 물어봤을 땐 ‘7월 말에나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유일호 부총리는 ‘7월 초·중순에는 통과시켜야 된다’고 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끊임없이 야당을 ‘발목 잡는 정당’으로 만들려고 허위사실을 만든 거다.”

추경 내용은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추경의 목적은 구조조정이다.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부실은행에 조 단위의 돈을 넣는 거다. 분식회계 하고 이런 걸 눈감아주고는 돈을 퍼붓는 거다. 그래서 부실 책임을 갖고도 성과급 100%, 200%씩 받은 사람들에 대한 청문회를 하기로 했다. 둘째는 대량 실업을 막는 거다. 그런데 실업 대책 관련 예산이 이번 추경에 7%뿐이다. 추경 11조원 중 은행에 상계해주는 걸 제외하고 실제 쓰는 건 얼마 안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추경을 짜온 걸 대통령이 아시나. 한심하다. 역대 최악이다.”

이화여대가 우 원내대표의 지역구에 있다. 이번 이화여대 사태를 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정말 깜짝 놀랐다. 경찰이 교내에 투입된 것도 최근 10년 새 처음 있는 일이다. 반미투쟁 같은 정치 문제도 아니고 학내 문제다. 그런데 학생들이 소녀시대 노래를 부르면서 울었다는 것, 그 다음에 200명에서 700명으로 점거 인원이 늘어난 걸 보니 ‘아 이게 뭐지’ 싶더라. 제가 우리당의 이 대학 출신 의원들께 ‘모교 후배들인데 도와야 되지 않겠느냐’ 했더니 이런 전화가 왔다. ‘오지 말래요. 외부세력이라고.’”(웃음)

이대 사태,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오늘날 대학의 위기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불통 위기다. 대학 당국자들이 학생들의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무시해온 게 터진 거다. 학내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다. 둘째로 학내 상업화다. 학문과 무관한 돈벌이가 너무 많다. 총장되면 건물 많이 짓고 외형 성장만 시키면 성공했다고 보니까. 불통과 상업화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터진 거다. 이건 정당한 문제제기다. 전통적인 운동권 방식이 아닌 새로운 표출 방식이 상당수의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국회에서 따로 논의할 계획은 없나?

“과도한 상업화를 부추기는 교육부에 대해선 교문위에서 논의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교육부가 ‘돈 줄 테니 따라와라’ 같은 가장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문제다. 대학의 자율성은 어디 갔나. 교육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서 시작된 비극이다.”

내년이면 87년 체제 30주년이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지 않는 한 개헌은 불가능하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임기를 줄여야 되는데 누가 자기 임기를 줄이겠나. 어젠다로서 개헌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같은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허망하다고 본다. 어떤 권력구조를 도입한다고 해도 정당문화,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고서는 우리나라를 바꿀 수 없다. 개헌을 해야 된다면 자치분권 개헌이 맞다고 본다. 중앙정부는 외교·안보와 큰 경제정책 중심으로 가고, 지방정부의 권한은 훨씬 확대하되 그에 대한 국민의 실질적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게 맞다. 복지정책도 전부 지방정부 위임사무로 해놓고 돈을 안 내려 보내지 않나. 그럴 바엔 과감하게 다 넘겨주고 국민의 일상생활에 관한 업무는 지방정부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책임정치 구현이란 점에서 자치분권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이다. 권력구조 개편에는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달렸다.”

“문재인 독주? 절대 그렇게 안 봐”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가 8월 1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와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대변인으로서 ‘입 대결’ 맞수였던 우 원내대표에 대해 “대선 당시 방송토론에서 너무 합리적인 토론을 했다. 깊이 존경한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예비 대선주자 중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독보적 위치 아닌가?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레이스가 시작되면 지지층 균열이 온다고 본다. 언론이 분석한 바대로, 범친노 대 비노 구도로 봐도 범친노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들어간다. 두 사람이 레이스를 벌이면 비노의 표를 가져가겠나. 결국 범친노의 표를 가져간다. 그러면 문재인 전 대표의 표가 분산될 거 아닌가.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송영길 의원이 강자였는데 컷오프 됐다. 밖에서 보는 시각과 내부 변화의 움직임은 다르다. 친노 안에서 새로운 세대와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당내 조직도 없고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도 안 했지 않나. 결국 내년에 문 전 대표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맞지만 그가 독주할 거라고 보는 건 단견이다. 좀 더 지켜보자.”

지난 100일 동안 했던 일 가운데 스스로 뭘 잘 했다고 보나?

“계파갈등을 잘 관리했다. 우리 당이 100일간 안 싸워본 건 처음이다. 비결은 소통이다. 미리 방향을 공유하고, 다양하게 만나고 대화한다. 실제로 내가 어느 계파에 속해 있지 않으니까 계파의 긴장감을 완화시킬 수 있다. 둘째는 의회를 종래의 정쟁 구도로 운영하지 않았다. 양보까지 하면서 역대 최단 시간 내에 개원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히려 당에서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개원을 빨리 한 것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니까 비판하던 의원들도 입을 다물었다. 국민이 좋아하는 걸 하고 당 지지도가 높아지면 당에 불만이 있는 의원들이 참아준다는 걸 깨닫게 됐다. 6~8월, 3개월 내내 국회가 열려 있다. 실제 상시국회를 해버렸다. 의원들이 힘들어 죽겠다고 하니까 나도 미안해 죽겠다.(웃음) 그래도 국회가 놀고 먹는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 지금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구조조정 청문회, 추경 등 숨가쁘게 주요 현안을 해결해가는 과정에 있다. 의회의 한 축으로서, 여소야대 속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실제로 이끌어가고 있다. 올해는 하루도 못 쉰다. (개원 후) 6개월 내내 일하는 국회의 상을 보여준다는 게 둘째 보람이다.”

원내대표로서 반드시 하고 싶은 건 뭔가?

“지금 주목하는 게 세월호 특조위 연장과 백남기 농민 청문회다. 세월호 문제는 7월 중·하순까지는 해결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새누리당이 안 받아준다. 협상으론 잘 안 된다. 사람이 죽었다. 이 사람들이 무슨 죄인가. 여야가 나뉠 문제가 아니다. 이걸 안 해주는 게 서운하다. 그래서 계속 호소하고 있다.”

86그룹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7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 중인 우상호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김 대표는 7월 17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우 원내대표에 대해 “내년 봄에 (대선) 후보군에 못 들어오리란 법도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0년은 86그룹의 정치적 전성기였다.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가 탄생했고 원내에선 이인영 의원이 당내 빅3(손학규·정동영·정세균)에 이어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그 흐름을 타고 86그룹이 ‘진보행동’으로 처음 뭉쳤지만 2012년 대선 패배 후 자진 해체했다. 우 원내대표는 “집단으로서 386은 실패했다”면서도 “‘세력은 없애고 가치와 정신만 남긴다’는 정신으로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86그룹은 어떤 존재인가?

“86그룹은 사실 하나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010년부터 386이 진보행동이란 이름으로 초·재선과 3선 의원 20명 정도가 뭉쳐있었는데 2012년 대선 패배 후 내가 다시 ‘386 이름으로 정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해체했다. 근본적으로 해체한 이유는 결국 이중(二重) 멤버십이다. 386 같이하자고 해놓고 절반은 특정 계파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그 후로 단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 어차피 하나가 아닌데. 정치권에서 그나마 몇 십 명을 묶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해봤는데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깨버린 거다. 내 취지는 ‘세력을 없애고 가치와 정신만 남긴다’는 거였다. 각자 알아서 하되 적어도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가치와 정신은 지켜가자는 의미다. 그 후에 만들어진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정치그룹이 되자는 거였다. 특정 계파색이 강한 사람은 다 뺐다. 시민운동, 학생운동, 민청련(민주화 운동청년연합) 출신 등이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 노동중심 경제구조를 고민하면서 모였다.”

여전히 외연 확장과 중도화가 야당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더미래는 우리당의 유일한 진보블럭이다. 하지만 당이 그 입장을 다 반영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견해를 수용할 뿐이다. 나는 더미래 소속 진보 정치인이지만 원내대표가 돼서 수권 정당으로 가기 위해 당을 끌고 가고 있다. 경제·사회 정책에선 진보적이어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그거다. 더미래에서 논의했던 정책들은 원내대표로서 끌고 갈 자신이 있다. 그래서 김종인 대표와 잘 맞는다.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선 나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실제로 앞장서고 있다.”

그래도 양보해야 할 부분은 있나?

“외교·안보다. 더미래는 사드를 반대해야 된다. 하지만 우리 당은 그렇게 갈 수 없다. 나는 반대파다. 그러나 당이 조금 더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여서 ‘저 당에 정권을 맡기면 나라를 위험하게 하진 않겠구나’ 하는 신뢰를 줘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DJ)도 자신에 대한 불안한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 온건한 외교·안보 정책을 폈다. 나는 김대중 문하생이다.”

386에 대해선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 억울한 측면도 있겠다.

“집단으로서 386은 실패했다. 20대 때 만난 인연으로 정치권에 들어와서 훨씬 더 큰 공복으로서의 집단적 가치를 가질 줄 알았는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거다. 개인은 다 훌륭하고 정치적 비중이 있다. 그러나 집단으로서 뭘 보여준 게 없어서 우리가 욕 먹은 거다. 내가 어떻게 움직이든 ‘학생지도 자가 정치지도자가 됐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의 정치적 출발은 그 지점이다. 86이라는 건 나에겐 숙명과도 같다. 나는 그걸 벗어던질 게 아니라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다. 나 하나라도 잘해서 우리 세대 정치인들을 욕먹이지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우리를 쳐다보는 동료 50대들이 ‘저놈들 정치권 가서 기득권됐다’고 서운해 했는데, 요즘 동창들 만나서 ‘야, 너 좀 한다’ 그 말 들을 때 제일 행복하다. 십여년간 욕만 먹고 살았다. 지난 3개월 진짜 열심히 했다. 그러니까 평가가 ‘지켜볼게’, ‘너 요즘 좀 괜찮아’ 같은 수준이 됐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맙다. 우상호의 등장이 새로운 정치세대의 등장이고 그 등장이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이 돼야 한다.”

새로운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우리당과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동료 의원들과 깊은 대화를 해보려고 한다. 새누리당도 개혁적 보수들이 집단을 이루고 당내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주역으로 가는 시기를 앞당겨야 된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양당 체제의 주역이 돼서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우리당에선 내가 그 시발점이 되겠다.“

“꿈은 정권교체…지금 투표하면 또 진다”

이루고 싶은 꿈이 뭔가?

“정권교체다. 나의 모든 걸 던져서 정권교체를 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 나라가 바뀌고 국민들에게 더 좋은 정책이 반영된다. 항상 문제는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정권 잡으면 난 장관할까, 시장할까’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2012년에 그랬다. 우리당이 조금 좋아졌다고 하지만 호남 가보면 지지율이 아직도 30%다. 뭐가 나아진 건가. 2012년 추운 겨울에 선거에서 지고 눈물 흘리면서 술 마셨는데 다시 그 추운 겨울을 맞을 생각하면 너무 싫다.”(웃음)

이번엔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이 시점에선 정권교체가 쉽지 않다고 본다. 총선에서 얻은 총득표가 절반을 넘겼나? 지금 바로 투표하면 또 진다. 현역 의원들은 대선에 대한 절실함이 없다. 통상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위기의식이 있는데 당선된 사람들은 이게 줄어든다. 더 절실해져야 한다. 더 바뀌어야 한다.

DJ가 당선될 때 자기 일처럼 나선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겨우 30만 표 이겼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하고 이인제 후보까지 출마해서 여당표가 분산됐는데도 30만 표 차로 힘겹게 이기는 나라다. 문재인 보고 ‘이길 선거에서 졌다’고 하는데 문재인은 100만 표 질 사람이었다. 수권정당이 되려면 소속의원 모두가 고통스러운 자기혁신의 주체가 돼야 하는 거다.”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군가?

“두말할 것도 없이 김대중 대통령이다. 리더의 덕목은 용기와 지혜 두 가지다. 용기가 없으면 지혜를 현실화할 수 없고 지혜가 없는 용기는 만용이다. 김 대통령은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지도자였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욕을 먹더라도 집요하게 주장해서 다수가 동의하게 만드는 게 용기다. 우리 정치인들은 욕 많이 먹을 것 같으면 도망가지 않나. 지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얘기듣고 정리하는 거다. 그분처럼 끊임없이 자기공부하고 자기정리하는 분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경세가가 부족하다. 나라를 어떻게 보고 세상을 어떻게 운영할 건가를 고민해야 된다.”

우 원내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했던 두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1 1 987년 7월 8일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김대중 대통령은 3일 전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열사의 분향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김 대통령은 상주 역할을 하던 우 원내대표(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희생으로 내가 풀려났소. 잊지 않겠습니다.” 김대중과 ‘김대중 문하생’ 우상호의 첫 만남이었다.

#2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동교동에 인사를 갔다. 대변인으로 배석했던 우 원내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 김대중 = 우상호 의원! 떨어져서 힘들어요?

▷ 우상호 = 대통령께서 저를 키워주셨는데 당에 기여하지 못해서 죄송하고 착잡합니다.

▷ 김대중 = 이 사람아! 한 번 떨어진 걸로 그렇게 축 쳐져 있으면 어떡해. 난 네 번이나 떨어지고 다음날 바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6월항쟁을 주도하고 이 나라를 바꾼 사람이 젊은 지도자감이라고 해서 데려와 키웠구만. 배낭 메고 민주주의와 서민을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호소해야 할 사람이 선거 한 번 떨어졌다고 (여기서 우 원내 대표는 ”난 두 번 떨어졌는데“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 되나?

우 원내대표는 “김 대통령이 그렇게 15분 정도를 버럭 소리를 지르시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고 기억했다. “김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분향소를 지키는데 계속 눈물이 흐르면서 그렇게 혼났던 기억만 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이를 악물었죠. 저분 말씀이 맞다. 내가 국회의원 해먹으려고 정치권에 들어왔나, 나라를 바꾸려고 들어왔지.”

-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201609호 (2016.08.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