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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의 ‘잃어버린 2년’ 

“현지에 봉사하려고 왔는데 할 일이 없네요”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1990년 시작한 코이카 해외봉사단 현재 누적 1만 명 상회 정부 청년인재양성 목적으로 파견 급증… 부실 관리로 잉여인력 늘고 봉사단원들 도덕적 해이도

▎코이카 해외봉사단원들의 인력배치를 두고 잡음이 많다. 봉사단원들이 파견된 기간 동안 업무 적성이 맞지 않아 허탕을 치거나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들이 몽골에서 현지 어린이들과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본 기사는 사례를 제보한 해외봉사단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과 해당국가, 분야를 임의로 섞은 경우가 있음을 밝힙니다.)

#1. 2014년 한국어교육 교사 자격으로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원의 티켓을 얻은 윤현아(가명·32) 씨는 부푼 기대를 안고 출국길에 올랐다. 파견 국가는 아프리카 르완다. 습하고 후텁지근한 기후에도 그는 임무 첫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생각에 밤잠도 설쳤다. 하지만 수업 첫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그는 눈을 의심했다. 교실이 꽉 차기는커녕 심드렁한 표정을 한 학생 세 명만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강의 시간도 일주일에 세 시간뿐이었다. 학생들이 결석하는 날엔 멍하니 교실만 지키고 있다가 숙소로 허탈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아무 할 일이 없는 날은 늘어만 갔다. 2년은 금세 흘렀고 윤씨는 별 소득도 없이 귀국을 앞두고 있다.

#2. 지난해 컴퓨터교육을 위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파견된 코이카 봉사단원 김진영(가명·31) 씨는 근무 첫날 교실에 컴퓨터가 한 대도 없다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현지 학교 담당자는 “코이카 본부에 요청해서 직접 컴퓨터를 받아오라”는 어이없는 얘기만 반복했다. 결국 근무지 변경신청을 하고 3개월을 기다린 끝에 근무처를 옮겼지만 이번엔 담당 업무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10대 학생들에게 키보드로 타이핑 연습을 시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8년간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을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에게 전수하고 싶었는데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고 토로했다.

#3. 2012년 사회복지 분야에 지원한 정은미(가명·29) 씨는 파견지역인 스리랑카에 도착한 뒤 근무예정지인 학교가 다음 해에나 개교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들었다. 코이카의 스리랑카 사무소에서는 봉사단원 공동숙소에서 새 파견지가 정해질 때까지 대기하라는 지시만 했다. 매일 숙소에 홀로 남아 파견지 결정을 5개월이나 기다렸다. 그동안 그는 숙소에서 봉사와는 관련없는 취업용 영어공부나 자격증 취득준비로 시간을 보냈다. 참다못한 그는 결국 봉사단원의 뜻을 접고 중도 귀국을 신청했다.

올해로 26년째를 맞고 있는 코이카의 해외봉사가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다. 봉사단원들이 평소 꿈꿔왔던 해외 봉사는 커녕 엉성한 행정 탓에 시간만 헛되이 떼우다 돌아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코이카가 청년실업해소 목적으로 봉사단 규모를 늘려놓고는 파견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봉사단원 인력 배치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단원의 일탈 행위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무상원조전담 기관이란 위상마저 흔들릴 지경이다.


▎1990년 4개국 44명을 시작으로 진행된 코이카 해외봉사단원 파견은 2016년 기준 누적 1만2000명을 넘었다. 2013년 당시 1만 번째 파견단원 박지은(27·여) 씨와 첫 번째 파견 단원 윤장용(51) 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원조(ODA)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국민참여형 협력사업이다. 해외봉사단 활동기간은 2년(일반 봉사단원 기준)으로 베트남·라오스·필리핀·스리랑카·튀니지·몽골 등 40여 개 개도국에 주된 파견 대상국이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은 1990년 1기 44명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는 규모가 2400여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9년에는 외교부·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부처의 7개 봉사단을 통합해 월드프렌즈코리아(World Friends Korea)를 출범시켰다. 이 덕분에 한국은 봉사단원 파견규모가 연간 5682명으로, 6818명(2014년 기준)을 파견하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봉사단을 파견하는 국가가 됐다. 지금까지 총 누적봉사자만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청년들이 꿈꾸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역대 정부는 해외봉사 파견인력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연간 208명에서 729명으로 전년 대비 250% 가까이 늘린 데 이어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는 봉사단원 파견 규모가 연간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청년실업해소를 목적으로 한 ‘글로벌 인재양성’의 일환으로 ‘2009~2013년 2만 명 해외봉사단원 파견’을 국정과제로 정해 파견규모를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2010년 1000명에서 2011년 2442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코이카와 한양대에서 지난 4월 발표한 ‘해외봉사단 효과성 증진을 위한 봉사단 분야별 직종별 추진전략’에 따르면 2011년 코이카 해외 봉사단원(일반봉사단원 기준) 모집 규모는 553명에서 2012년 1852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지원자는 매해 3000명을 상회했다.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취업박람회장을 찾아 “코이카, 코트라, 한상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정부가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청년실업해소를 강조했다. 국회 이해찬 의원실(무소속)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이카의 해외봉사단 예산은 2011년 792억원에서 2015년 1153억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국내교육 예산도 46억에서 143억으로 5년간 3배 이상 늘었다.

코이카 해외봉사는 청년들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봉사 경력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들은 스스로를 ‘귀족 단원’이라고 인정할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2016년 기준 한달 생활비(557달러)와 주거비(387달러)로 월 평균 944달러를 받는다. 특히 주거비로 개인 숙소도 얻을 수 있어 호스텔 형태의 공동숙소 생활을 하는 일본 자이카 봉사단원들보다도 좋은 환경을 보장받는다고 한다. 특히 봉사단원들은 귀국 후 정착지원금도 지급받는다. 나라 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월 50만원으로 개인당 총 1200만원가량(2년치)을 일괄 수령한다.

그래서 지원 경쟁률도 높다. 이해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해외봉사단 71개 직종의 평균 경쟁률은 5대 1이나 됐다. 인기분야 중 하나인 청소년개발은 2015년 14.8대 1, 전기·전력은 15대 1, 일반행정 분야는 2012년 41.1대 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문제는 현지에 파견 된 해외봉사단원들의 업무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운이 좋으면’ 많은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기대 이상의 경험을 쌓는 기회를 갖지만, 최악의 경우 시간을 ‘때우다가’ 귀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파견 근무지에서 업무적성이 잘 맞지 않거나 실제 주어진 일이 마땅히 없는 ‘잉여 단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할 일 없어 귀국 뒤 취업 준비… 관리부실 탓에 일탈 행위도”


업무가 적성이나 특기에 맞지 않으면 현지에서 근무지 변경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새 파견지가 정해지기까지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게다가 현지에서 자신이 지원한 분야를 찾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근무지 변경신청을 한 뒤 공동숙소에서 새로운 근무지를 기다리며 마냥 대기하는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

할일이 없어진 봉사단원 일부는 당초 파견 취지와는 달리 운동이나 여행, 자기계발 등으로 시간을 때운다. 특히 취업 공백이 생기는 20~30대의 청년 봉사단원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기도 한다. 사회복지 분야의 봉사단원 정은미(가명·29) 씨는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2년간 공인영어 성적 유효기간이 만료되는데다 자격증 갱신기간이 맞물리기도 해서 틈나는 대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실한 관리 탓에 봉사단원들의 일탈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는 해외봉사단원들의 비위사례 증가 문제가 거론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실에 따르면 해외봉사단 및 협력요원의 현지 비위 사례가 2012년 10건에서 2014년 19건, 2015년 8월 현재 30건으로 증가했다. 비위 유형도 성희롱, 야간업소 출입, 폭언폭행, 기관장 서명 및 문서 위조, 이중 주거 임차계약 체결을 통한 주거비 횡령 등으로 다양했다.

지난해 동남아 국가 중 한 지역에 파견된 시니어 봉사단원은 갑자기 젊은 단원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사실은 내연녀”라며 “곧 진짜 아내가 올 것이니 다들 아는 척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코이카 규정상 경력 10년 이상에 연령이 50대 이상으로 구성된 시니어 단원은 배우자를 동반할 수 있다. 단, 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서류 제출을 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현지 코이카 사무소 측에서 배우자 확인절차를 제대로 거쳤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불륜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코이카 본부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처음 접한 제보”라며 “본부 쪽에서는 전수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시간이 남아도는 일부 봉사단원은 코이카 현지사무소에 보고도 없이 해외여행을 위한 근무지 이탈도 감행한다. 단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파견국 이탈을 속칭 ‘점프(jump)’라고 부른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의 규정상 1년이 지나야 주재국이 아닌 다른 나라 여행을 신청할 수 있다. 코이카에서는 이를 단속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봉사단원들의 여권에서 출입국 도장을 확인한다. 하지만 일부 봉사단원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권을 분실한 걸로 속이기도 한다. 이 같은 수법으로 파견 6개월도 안된 단원이 4개국 여행을 다녀온 사실은 많은 봉사단원 간에 회자됐다. 코이카 측은 “봉사단원들의 비위 행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징계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해 처벌 수위도 지난 2년간 2배 이상 높아졌다”고 해명했다.

봉사가 아니라 사실상 창업을 위한 ‘사전답사’ 목적으로 파견되는 인력도 분위기를 흐리는 요인 중 하나다.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은 5월에 발표한 자료에서 “봉사 단원들이 창업을 위한 사전 시장조사, 언어 습득 등의 목적으로 봉사를 온 경우 주어진 업무에 소홀하거나 오히려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며 “봉사단 현장사업 등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귀국 후 레스토랑, 카페, 여행사 등을 창업하는 사례를 꼭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개도국이 원하는 업무와 파견 직종 90%나 안 맞아


▎봉사단원 모집 시 특정 직종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심화된다. 개도국에선 간호 분야 봉사단원을 원하는데 코이카에서는 한국어교육 자원이 넘쳐나는 식이다. 네팔에서 한 봉사단원이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코이카가 파견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직종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봉사단 효과성 증진’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92개 모집 분야 가운데 83개에서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고, 2013년엔 77개 분야 중 70개에서 수요를 채우지 못했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 모집인원을 3배 이상 늘리기 전 해인 2011년 52개 직종 중 10개만 불일치했던 것에 비해 훨씬 늘어난 숫자다. 코이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75개로 세분화됐던 모집 분야를 37개로 통합했다.

물론 봉사단원 모집시 특정 직종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도 한 이유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지원자 가운데 교육 분야가 58.8%(1433명)로 절반을 넘었고 한국어교육이 16.9%, 컴퓨터 교육 14%, 지역개발 10.4%, 간호 5.8% 순이었다. 개도국에선 간호 분야 봉사단원을 원하는데 코이카에는 한국어교육 자원만 넘쳐나는 셈이다. 지역별로 필요한 인원을 제대로 파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2012년 르완다 현지사무소가 요청한 봉사단원 수요는 35건이었지만 파견된 신규 봉사단원은 이보다 한참 많은 98명이나 됐다. 반면 2011년 카메룬에서는 51건을 요청했지만 신규 파견단원은 16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같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치안이 불안한 국가에 인력을 배치하는 위험한 상황도 빚어진다. 주 튀니지 한국대사관에서는 지난해 3월 바르도 박물관 테러, 6월 수스 호텔 테러 등 튀니지의 치안문제로 인해 더이상 한국 봉사단원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2017년 3월까지 모든 한국 봉사단원의 철수도 계획했다. 하지만 코이카 튀니지 사무소에서는 다시 신규단원 요청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권도 교육으로 파견 간 봉사단원 김진성(가명·30) 씨는 “안전문제 등으로 인해 일본 봉사단원도 모두 철수한 상태”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무턱대고 단원을 파견해달라는 사무소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튀니지에는 21명의 봉사단원이 파견돼 있다.

개도국의 요청을 받은 뒤 실제 봉사단원 파견까지 8개월이나 소요되는 것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을 마친 단원이 실제 근무지에 파견 될 때쯤엔 교육내용이 이미 해묵은 정보가 되거나 현지사정이 바뀌어 불필요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르완다 과학교사로 파견됐던 봉사단원 최지혜(가명·27) 씨는 첫날 현지 직원이 ‘수학교사를 요청한 상태인데 왜 과학교사가 왔느냐’고 되물어 황당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학교가 1년 전에 요청했던 과학교사 파견이 뒤늦게 이뤄진 까닭이었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코이카의 수요조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장 수요조사는 코이카 해외사무소에 파견된 담당 관리요원들의 답사로 이뤄진다. 해외봉사단원들을 관리하는 관리요원(코디네이터)들은 2년 계약직으로 해당국가 봉사단 경력이 있는 귀국단원 출신이 80%를 넘는다. 규정상 개도국에서 봉사 지원 요청이 오면 현지사무소의 관리요원이 해당 공공기관을 방문한다. 봉사단원이 2년간 생활할 주요 시설과의 근접성, 근무 내용, 기관장 및 직원들의 의사소통 수준을 파악해 코이카 본부에 보고한 뒤 모집을 공지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2시간 정도의 미팅이 전부라고 한다. 통역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1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수요 조사를 모두 끝내는 상황인 것이다.

면접관, “‘국위선양 봉사자’ 아니라 ‘해외 방랑자’ 아니냐”


▎중국의 춘흥소학교에서 봉사단원들로부터 컴퓨터교육을 받고 있는 현지 학생들.
코이카 측에서도 해외봉사단원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늘어나는 봉사단원에 비해 현장 관리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해찬 의원실에 따르면 봉사단원이 100명 넘게 파견된 9개 국가의 코이카 현장관리요원은 평균 4명에 불과하다. 1명당 20명 넘는 봉사단원을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미국은 관리요원 1명당 3~4명, 일본은 평균 15명을 담당한다.

현장 관리요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도 부실을 초래한다. 이들의 주 업무는 회계와 현지적응훈련 담당, 수요조사, 휴가·복무관리 등으로 봉사단원 관리이지만 전반적인 개발협력 프로젝트 업무까지 다 떠맡고 있다. 코이카 월드프렌즈의 박종민 총괄팀장은 “개발사업 프로젝트의 비중이 큰 ODA 구조 상 관리요원이 해외봉사단원 개개인의 모든 민원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관리요원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봉사단원 파견시 부실한 현지어 교육도 논란이다. 호주 봉사단의 한 책임자는 “코이카 해외봉사단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언어”라고 말했다. 2년 전 라오스로 파견됐던 봉사단원 이진아(가명·32) 씨는 “파견되는 개도국에서 영어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아 현지언어가 중요한데 국내에서 한두달 배워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을 반영해 코이카는 언어교육·안전교육 등을 위한 국내교육 시간을 늘리고 있다. 현지언어 학습시간은 올해 평균 37시간으로 지난해보다 7시간 늘었다. 영어교육도 10시간이 더해진 25시간이다. 지난해 평균 30일이었던 교육기간은 올해 54일로 크게 늘었다. 또 2014년에는 강원도 영월에 봉사단 교육원을 신설해 국내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시간 확대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2004년 중국 봉사단원이었던 하재웅 서정대 겸임교수는 “해외봉사의 성패는 현장이 관건이기 때문에 현지에 가서 적응력을 키워야 하는데 왜 국내교육시간만 늘리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미국, 영국, 호주 봉사단원은 별도 국내 훈련 없이 해외현장으로 파견돼 현지 적응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1. 봉사단원들의 부족한 현지어 실력도 논란이다. 개도국 파견 봉사단원들의 경우 현지어 수준이 다른 국가 봉사단원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세네갈 다카르 지역의 중학교. / 2. 코이카 개발사업 프로젝트의 비중이 큰 탓에 현장 관리요원들의 봉사단원들 관리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2012년 방글라데시 주민들이 태양광 관개 농업용수 펌프시설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해외 봉사활동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귀국 뒤 취업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 기업 면접에서 면접관이 한 지원자의 해외봉사 경력을 보고는 “요즘 봉사자들은 ‘국위선양 봉사자’가 아니라 ‘해외에서 놀다 오는 방랑자’ 아니냐”고 물었다는 풍문도 돌았다. 올해 말 귀국을 앞둔 봉사단원 한은애(가명·32) 씨는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막상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귀국 봉사단원들의 취업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미흡하다. 이해찬 의원실에 따르면 5년간 코이카 지원을 통해 취업한 비율은 평균 50%(한 해 300여 명) 수준이다. 그마저도 코이카 내에 설치된 ‘개발협력 커리어센터’를 통해 취업희망자로 등록한 귀국 단원 취업률이다. 이 때문에 실제 취업률을 더 낮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태주 한성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봉사단원들에 대한 봉사활동 중 지원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많은 편이지만 귀국 단원에 대한 지원은 부족해 지역전문가로서의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5년 코이카 봉사단에 대한 현장 집행예산(모집선발·국내교육·신규파견·현지적응·훈련활동 지원비)은 539억이었지만 봉사단 사후관리비는 7억이 채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대부분 봉사단원에게 일괄 지급되는 귀국 정착지원금이다.

해외봉사, 청년실업해소 목적으로 주객전도 돼선 안 돼

국회에서는 2009년 정부 및 공공기관 취업 시 봉사단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원봉사활동기본법’등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다른 자원봉사자들과의 형평성 논쟁 탓에 18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했다. 해외봉사단원연합회 코바(KOVA)는 코이카 해외봉사단원들을 지원하고 관리하며 일종의 ‘동문회’ 역할을 하고 있지만 봉사단원 개인의 취업 관리까지 뒷받침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운영위원장인 한재광 ODA워치 대표는 “ODA에 관심을 갖는 학생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정규직 취업기회는 매우 저조한 편”이라며 “인턴과 봉사단을 늘리는 것은 불안정한 비정규직 확대로 일시적 취업률 확대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2016년 현재 개도국으로 파견된 현장관리요원 99명 중 코이카 봉사단원 출신은 83명으로 전체 인원의 약 84%다. 하지만 모두 계약직이다. 국내 한국 코이카 본부에서 일하는 봉사단원 출신의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 직원도 39명으로 전체 직원의 10%정도에 불과하다. 하재웅 교수는 “현장에서 발로 뛰고 문제점을 경험한 귀국 단원 출신이 현장과 (코이카) 본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어떻게 관리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코이카 창단 멤버이자 해외봉사단 지도교수였던 이태주 교수는 “한국청년들은 첫 파견 당시 ‘나눔과 섬김’이라는 공존의 가치로 개척자의 꿈을 안고 있었다”며 “힘든 오지 마을에 파견돼 주민들과 일체가 되는 생활을 하도록 했고 생존을 위해 현지어를 비롯한 현지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성격이 변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바뀔 때마다 청년실업 대책으로 해외봉사단 파견 인원을 급격히 늘리면서 파견 봉사단원들에 대한 성과관리가 부실했다”며 “1만2000명에 이르는 봉사단원들을 소중한 지역전문가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미흡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세계 최빈국에서 드물게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다. 코이카 해외봉사는 청년들을 지역 전문가로 키워 전 세계에 봉사토록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코이카의 해외봉사활동은 갈수록 이 같은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 현재의 봉사활동과 관리 체계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보완을 통해 코이카 해외봉사활동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201609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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