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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 대선 출마 시동 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대선 주자들에게 개헌 연대 제안한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
“차기 대통령 2년 3개월 내 개혁 완수하고 물러난다는 선언해야”
“대선 경선룰 바꾸는 건 위인설법… 그 누구도 손 댈 수 없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제도를 통해 가진자들의 탐욕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여야 대선주자들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만큼 롤러코스터를 탄 인물은 없다. 김 전 대표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주간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지난해 5월 첫째 주부터 12월 셋째 주까지 33주 연속 1위를 달렸다. 하지만 20대 총선 공천파동과 패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부상과 함께 곤두박질쳤다. 지난 10월 10~12일 조사에서는 4.5%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5.1%)에게도 뒤진 7위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김 전 대표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개헌(改憲) 연대’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 전 대표는 “극한 대립의 정치구도를 깨고 국가의 근본틀을 바꾸기 위해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을 분산하고 연정(聯政)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 같은 개헌 원칙에 동의하는 여야 대선주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연대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기회가 온다면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해 임기 절반을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김 전 대표의 생각은 개헌으로 여권의 반기문, 야권의 문재인 대세론에 반대하는 비박·비문 세력을 한데 묶으려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의 ‘비(非) 패권지대론’과 닮았다. 김 전 대표도 “김종인 전 대표와 개헌에 대한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청와대가 김재원 정무수석을 통해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건 데 대해 “개헌이 없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 개헌은 반드시 해야 된다”며 “여야 국회의원 200명이 개헌을 하자고 하는데 (청와대가) 거론하지 말라고 한다고 안 하고 중단될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당 대표 시절인 2014년 상하이에서 개헌론을 꺼냈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비판하자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던 모습과 달라졌다. 김 전 대표와 인터뷰는 9월 28일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에서 2시간가량 직접 만나고 10월 13일 전화 및 서면 인터뷰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킹메이커 같은 건 고민 안 해”


▎지난 8월 대선을 앞두고 천지신명께 고하는 마음으로 백두산 천지를 찾았다는 김무성 전 대표.
얼마 전 만 65세 생일(1951년 9월 20일 生)을 맞았다.

“65세가 정말 의미 있는 나이다. 지하철도 공짜로 타고 공식적으로 노인의 길로 가는 거다. 그런데 지금 내 사정이 그런 생각을 할 시간 여유가 없어요. 생일날도 가족들하고 밥 한끼 못 먹고 점심·저녁 다 밖에서 다른 일정했고 그 다음날도 못 먹고 생일잔치를 못했다. 세월이 가는지 모르고 살고 있다.”

백두산 천지(天池)에서 촬영한 사진이 잘 나왔더라.

“8월 25일 동지 50여 명과 함께 올라갔다. 백두산은 민족의 성지니까 큰 일을 앞두고 가서 한번 내 마음의 결심을 우리 흔히들 하는 천지신명께 고(告)하고 부탁드리는 마음으로 갔다. 20년 전인 96년 초선 때 박종웅 의원 등과 갔을 때는 올라갈 땐 날씨가 좋더니 정상에서 비구름이 와서 천지를 제대로 못 봤다. 이번에도 구름이 싹 올라오길래 이거 못 보는구나 했는데 천지 날씨가 좋아 두 시간 동안 넋을 놓고 봤다.”

결심을 천지신명께 고했으면 조만간 대선 출마선언을 하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초 귀국한다는 데 그 전에 움직이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신문에서 그런 내용을 봤는데 주변에서 직접 들은 적은 없고 난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민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김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설 수도, 이번에도 ‘킹메이커’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 고민 중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런 고민은 안 한다.”

이번에는 킹메이커는 안 한다는 뜻인가?

“…”(김 전 대표는 대답 대신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했다)

총선 전 관훈토론회에서 ‘반 총장이 입당하면 새누리당 경선을 치열하게 거쳐야 한다’고 했다. 경선을 통해 경쟁하겠다는 뜻이냐?

“관훈토론은 ‘반 총장이 (대선출마) 생각이 있다면’이란 전제로 ‘이념성향상 우리 당과 맞으니 우리 당에 와서 정해진 룰에 따라 경쟁하기를 바란다’고 얘기한 거다. 우리 국민이 볼 때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성공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자꾸 국내 정치를 갖고 건드니까 실제 미국에서 여론이 안 좋으니 반 총장이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뜻에서 더 이상 반 총장에 대한 언급을 안 하는 게 좋다는 게 내 입장이다.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서 자기 입장을 밝히고 나서 그때 얘기를 해야지.”

미국 언론에서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한다고 말했던데.

“그날도 기자 질문에 ‘제발 반 총장을 그대로 놔두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는데 ‘최악의 평가’로 타이틀이 딱 나오니까 참 말을 안 해야겠구나 싶더라. 실제로 나는 반 총장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있고 잘 아는 사이다. 반 총장이 김영삼 대통령 때 의전비서관 할 때부터 인연이 있고 서로 존중하고 좋아하는 사이다.”

반 총장이 대선주자 1위로 부상한 후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김 전 대표로선 내년 대선 경선 전까지 두 자릿수(10%)대 회복이 과제인데.

“내가 대선주자 1위일 때 지지율에는 박 대통령 지지층, 김무성 지지층이 많이 겹쳤다. 거기에 반기문 사무총장 지지층도 겹쳤던 거다. 대통령과도 안 좋다고 자꾸 하니 겹치는 지지층이 싹 빠져 나갔다. 지지율은 이제 본격적인 대선 경쟁이 붙으면 그때 가서 내가 넘어야 할 벽이다. 반 총장의 경우도 지금은 우리 당이 아닌 지지층도 두텁지만 어느 한편에 서면 그 부분은 날라가는 지지다.”

“대선 경선룰 손대는 건 위인설법”


▎2015년 5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2015 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둘째). 사진·
본격적인 경쟁은 언제부터 시작하나?

“지금도 언론에서 너무 과하게 빨리 이야기를 한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로 (대선후보가) 정해진 거나 다름없지만….”

더민주 후보가 문재인으로 정해졌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더민주 전당대회 결과를 봐도 그렇지 않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당을 나온 이유가 뭐겠느냐. 이 구조 속에 도저히 안 된다고 생각하니 나온 거고 문 전 대표도 나가라고 하니 나온 게 아니냐. 이처럼 구조적으로 다른 사람이 안 되기 때문에 패권주의라고 한다. 우리 당도 패권주의로 가려고 공천파동이 일어났고 거기에 내가 저항했던 거다. 민심이 결국 지난 총선에서 철퇴를 가하지 않았나. 그런데 철퇴를 맞았으면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정신을 차리고 있느냐. 이런 분위기가 길어지면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아무도 모른다. 민심이 변하는 건 한 순간 변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경남중 1년 후배지만 대표 재임 중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었는데.

“문 전 대표에 대해 실제 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8월 내 딸 결혼식에 아무도 못 오게 했는데 문 전 대표가 어떻게 알고 찾아왔더라. 대표 재임 중 내가 마이크에 대고 문 전 대표를 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8·9 전당대회에서 김 전 대표가 지원한 비박계 단일후보(주호영)가 큰 차이로 졌다. 대표의 조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모든 경선은 상대적인 것이다. 그 정도만 얘기하겠다.”

이정현 대표와도 친하지 않나?

“이 대표하고도 사이가 오래됐고 친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질 때 동병상련을 느꼈고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와 연락이 잘 안 되잖나. 그러니까 이 대표를 통해 연락을 다 했다. 위기가 왔을 때 같이 머리 맞대고 고민해 해결한 적도 있었다.”

어떤 위기였나?

“지금도 절대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이 대표가 (캠프 총괄선 대본부장인) 내 방에 뛰어들어 왔다. 둘이서 노력해도 안 풀렸다. 워낙 중대사라 권영세 상황실장,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 등이 다 올라와도 해결 안 되다가 막바지에 해결이 됐다. 일이 잘 끝나자 이 대표가 격한 감정으로 나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더라. (대선과정에)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내년 대선 경선룰을 슈스케(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하는데.

“지금 룰(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투표와 여론조사 20% 합산)대로 해야 한다. 룰 속에서 슈스케 방식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거고 룰을 자꾸 손대는 건 안 된다.”

일반 국민 참여를 늘린다든지 온라인 참여방식을 도입한다든지 할 수 있지 않나?

“(단호하게) 그게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한 법)이지. 그 누구도 (경선 룰은) 손댈 수 없다.”

대표 퇴임 후 박 대통령에 섭섭하지 않나? 이 대표 취임 축하 청와대 오찬에선 송로버섯을 대접하고, 25분 독대도 했는데.

“(허허) 나는 청와대 가서 뭘 먹었는지 기억도 없다. (재임 중) 세상에 여당 대표와 정례회동도 안 해주는 그런 대통령이 어디 있나. 전화도 한 번도 없었다. 말이 되는 소리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대선 출마 선언한 건 아니지만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 시대적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대한민국의 경제적 발전과 민주주의 정착은 기적과도 같은 감동스토리였다. 그런데 이 불이 꺼져가고 있다. 심각한 위기의식과 고민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동력은 ‘우리도 하면 된다’는 정신이다. 정말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면 나의 신분상승이 되고 내 자식은 나보다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의 사다리가 있었다. 국민이 희망을 보고 긍정적 사고를 갖고 임하니까 불이 붙어 기적이 일어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희망이 없어져버렸다. 아무리 정직하게 열심히 일해도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없다. 내 자식은 나보다 잘 산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사회에 이런 좌절감이 팽배하고 좌절이 깊어지면 분노가 되고, 분노가 깊어지면 폭발이 온다. 지난 4·13 총선 때 소폭발이 이미 한 번 왔다. 대폭발은 남아 있다. 언제, 어떤 형태로 올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이 저성장으로 전환되면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국민이 분열되고 사회갈등이 되면서 점점 더 위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포철 계열회사 40개, 말이 되나”


▎지난 6월 중앙일보가 후원한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무성 전 대표와 김종인 당시 더민주 대표(오른쪽).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분노의 시대에 진입한 대한민국 사회적 갈등, 이게 바로 격차다.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져 중간지대가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그걸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국민들 마음속에 커지고 그 포션이 커지면 사회 갈등이 폭발하는 거다. 그래서 격차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는 우리 경제의 틀을 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본주의가 건전한 자본주의로 가면 괜찮은데 지금 완전히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그런 시장경제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이미 ‘오큐파이 월스트리트(Occupy Wallstreet)’ 시위가 나오지 않았나. 결국 가진 자들의 탐욕을 줄여야 한다. 그건 말로 안되고 규제를 해야 한다.”

가진 자의 탐욕을 어떻게 규제하겠다는 건가?

“소위 재벌, 대기업집단이 더 이상 문어발식 무분별한 확장을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포항제철이 계열회사가 40개가 넘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국민기업인 포항제철을 세계 최고 제철사로 만들어 재무구조를 단단하게 만들고 더 부가가치가 높은 철강을 생산하는 R&D(연구개발)에 투자한다든지, 특수강회사를 만든다든지, 철강단지를 산다든지, 철강생산에 중요한 석탄광산을 산다든지 이렇게 확장하는 건 좋은데 철강과 관계없는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다는 말이지. 이건 국민연금이 개입해서 빨리 구조조정해서 팔 건 싹 팔아버려야 한다. 또 큰 부자들, 재벌 가족들은 상속받은 주식을 갖고 배당을 받아 살아야지 재벌기업에 납품권 특혜를 받아 ‘기회균등’을 깨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재벌 규제는 경제민주화가 아니냐?

“그걸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가 좀 차이가 난다. 지난 대선에서 ‘김종인의 경제민주화가 너무 과격하다. 좀 수위를 낮추자’고 하면서 한참 격론이 벌어지고 결국 그것 때문에 두 사람이 갈라섰지만 경제민주화는 꼭 실현돼야 할 문제다.”

<중앙일보> 9월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시대 과제로 경제성장(32%), 경제민주화(16%), 복지확대(11.6%), 양극화 해소(10.6%) 순으로 꼽았다.

“‘성장과 분배’에 대해 얘기하면, 성장이 말이면, 분배는 마차다. 말과 마차는 함께 가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둘 다 중요하다. 다만, 말이 앞서고 마차가 뒤를 따라야지, 그 순서가 뒤바뀌면 안 된다. 엄정한 자유경쟁체제에서 모두에게 기회가 가지 않고 연고자본주의(Crony Capitalism)로 사돈의 팔촌까지 연결해 납품받고 하는 건 안 된다. 대기업 협력업체가 되기 위해 각종 시설투자를 했다가 계약기간 2년 끝나면 사장·회장의 친척이 밀고 들어와 회사가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래세대 학생들 긍정적 사관 가져야”


▎김무성 전 대표는 현재 교과서 시장이 좌파들에 의해 장악당했다고 말한다.
격차해소라는 시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더의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회 불공정에 대해 끊임없는 파악과 추구, 그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건 자신 있다. 그리고 지도자는 절대 사심이 없어야 한다. 2년 전 전당대회에서 날 도와준 동지들이 얼마나 많았겠느냐. 그런데 지금 내가 의리가 없다는 비판을 엄청나게 듣는다. 당 대표로서 비례대표 한 명 추천한 적이 없다.”

김 전 대표가 과거보다 상당히 ‘왼쪽’으로 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7월 4일자) 중앙일보 이념성향 보도를 보고 김종인 대표보다 더 왼쪽으로 나와 나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수-진보’의 굴레 속에 갇혀 있어야 하나. 난 이미 그 벽은 깨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방·안보면에서는 강력하게 대북 견제의 입장을 취해야 하고, 경제나 공정사회 이런 것에 대해서는 다수의 약자의 편에 서서 일해야겠다. 난 지금 보수냐, 진보냐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

국민들은 그런 프레임에서 다 벗어나지 못했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망국병 중에 보수·진보의 진영논리에 빠져 꼼짝도 못하고 있다. 이게 깨져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난 보수다, 난 진보다 그 굴레 속에 발목 잡혀서 고착화되는 건 안 된다. 사고의 유연성 가지고 유연하게 대처해야지. 원칙 없이 하자는 소리는 안 된다.”

안보면에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포함되는 건가?

“내가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유는 ‘국정교과서화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란 점이다. 현재 교과서 시장이 완전히 좌파들이 장악하고 있다. 뚫고 들어갈 수가 없다. 교학사가 실패했잖나. 그러니 중립적 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몇 년간 집필하고 그 다음으로 가자 이거였다. 우리 미래세대 학생들이 긍정적 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부정적 사관을 가지고 교육받으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 건국 이후 지금까지의 70여 년 우리 역사는 기적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세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부러워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미래세대는 부정적 사관을 갖고 나라를 보면 미래가 없는 거다. 아니 우리 고등학생들이 김일성 주체사상탑이 어떻고 이런 걸 왜 배워야 하느냐 이거다. 좌파학자들이 책을 만들어서 그걸 깨기 위해 (국정화는) 어쩔 도리가 없다.”

‘리더로서 사심이 없다’고 했는데 지난 총선공천을 돌이켜보면 당 대표로서 불개입을 선언했지만 결국 공천파동으로 번졌다.

“나는 후회 안 한다. 지지율 30주 이상 1등 하다가 지금은 형편없는 지지율로 떨어졌지만 후회를 안 하는 것이 나는 우리 정치의 뒤안길을 너무 많이 경험한 사람이다. 현재 정치인이 국민들이 혐오와 지탄의 대상이 돼 있는데 누가 나서든 이걸 풀어야 할 것 아니냐. 집권여당 당 대표가 된 마당에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정계를 은퇴한다고 했던 거다. 정치 부조리의 90%가 공천권 문제다.

그래서 내가 당 대표가 되고 나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하고 모든 회의에서 반대가 많았지만 당헌당규를 개정했는데 마지막 당규에서 막힌 거다. 내가 제일 답답한 것이 너는 왜 그렇게 무력하게 병신 짓 했느냐 욕을 먹고 있는데 우리 당이 집단지도체제다. 결정적 순간에 표결을 해야 하는데 공천문제를 표결하자는 데 어떡하나. 내가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안도 관철을 못 시켰잖아. 그게 제일 답답하다.”

그 첫 단추가 대표가 반대했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안이었나?

“그렇지. 그것도 표결하자고 한 거다. 그런데 최고위원회의가 7(친박)대 2(비박)인데 어떻게 하느냐. 공천심사위원회가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이기 때문에 자유경선을 하는데 심사할 이유도 없고 경선관리만 하면 되거든. 그래서 공관위원장을 최고위원들에게 추천하라고 하는데 아무도 추천을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한구다. 그래서 난 ‘다른 누구라도 좋지만 이한구는 못 받겠다’고 반대했다. 그러면 표결 아니면 방법이 없다. 게다가 나는 시간에 쫓겼다. 상향식 공천을 확정하고 새로운 기법인 안심번호 휴대전화 여론조사경선을 도입했는데 국회에서 선거법을 바꾸고 중앙선관위가 각 통신사에 공문을 보내 안심번호 추출에 들어가는데 최소한 34일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한구 임명 문제로 시비가 걸리니 ‘경선 자체가 물리적으로 안 되니 전략공천으로 가자’는 (친박계의) 전략이 빤히 눈에 보이는데 내가 자꾸 싸움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단독 신청지역을 제외하고) 87.53%를 경선해 상향식 공천을 했다. 이것도 굉장한 숫자다. 나머지 12.44%안에 유승민·이재오 등이 있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거다.”

“박 대통령, 개헌한다면 무조건 반대해”


▎지난해 12월 청와대를 방문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오른쪽). 그는 대표 재임 시절 대통령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도 못 받았다고 했다.
국민들은 공천 마지막 날인 지난 3월 24일 대표의 ‘옥새들고 나르샤’ 부산행만 기억한다.

“옥새는 그냥 그대로 (서울에) 있었는데 오해받은 거다. 왜 처음부터 당 대표가 브레이크 걸고 싸우지 그랬느냐고 하는데 상대가 바보냐. 공천관리위에서 처음 최고위에 공천안을 올릴 땐 (당헌·당규) 위반 안 되는 것만 계속 올렸지. 문제되는 지역은 브레이크 걸어 보류시켰다. 그리고 (유승민 등 공천탈락) 히든카드를 마지막에 올린 거였다. 53~54개 지역이 단독 신청지역인 데 서울에서 우리 당으로 당선되기 힘든데 개인기로 당선됐던 사람들, 김용태·김성태·정두언·박민식·김학용 등 이런 사람들은 나하고 가깝다고 안 해주는 거다. 애를 먹이고는 마지막 날 겨우 공천을 받았다.“

개헌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201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얘기해 박 대통령과 충돌했다.

“나는 이미 개헌주의자라고 오래전에 밝힌 바가 있다. 그런데 상하이발언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 등 중국 방문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마지막 날 밥 먹는 자리에서 기자 질문이 나와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터질 거다’라는 예상을 얘기한 건 데 결과적으로 실수였다. 정치계 불문율이 외국 나가서 국내 예민한 정치문제를 얘기하면 안 된다는 거다. 개헌은 최고로 예민한 정치사안이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탈리아 방문 중이었는데 실언했구나 싶어서 곧바로 사과했다. 또 하나 오해가 내가 오스트리아식 권력구조(이원집정부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오스트리아식이 한창 거론되고 있더라고 소개한 건데 내 주장으로 보도가 됐는데 해명하고 싶다.”

그러면 김 전 대표는 어떤 개헌을 하자는 입장인가?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 옛날 커다란 PC가, 이제 손바닥 안 스마트폰 문화가 그렇다. 세상이 바뀌면 국회가 선도적으로 제도를 만들고 법을 만들어 줘야 할 것 아닌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한계가 와서 극복하기 위해 노동개혁을 하자는데 야당이 반대하고 여야 극한대립 속에서 아무것도 문제 해결이 안되고 있다. 이런 극한 대립의 정치구도를 깨야 하는데 누가 깰 수 있나. 사람이 깨나, 대통령이 깨나. 제도적으로 깰 수 밖에 없는데 그게 개헌이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불리는 권력을 분산해야 하고 극한대립이 없는 연정의 시대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도 연정을 경험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 JP(김종필 전 총리)와 연정한 거 아니냐. JP를 좌파로 보는 사람이 없잖나. 지금 성공적으로 발전한 나라인 독일·일본 다 연정이다. 우리는 5년에 한 번씩 정책이 바뀌니까 현재 정권을 우파 10년이라고 하는데 나는 실질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정권교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온 거를 전부 부정하고 감사원서 감사하고 난리였잖나. 그래선 안 된다. 백년대계를 위한 하나의 정책을 꾸준하게 유지해서 누가 집권하든지 갈 수 있게 유지해야 한다. 그게 연정이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장기집권할 기회를 주는 건 안 되지만 권력이 분산돼 집단의 연정은 누가 시비 걸 일이 아니다.”

김 전 대표 개인적으로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지 않나?

“그건 얘기하지 않겠다.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 분권형 개헌에 동의하면 그 다음은 모두 타협해서 ‘짬뽕’식으로 새로운 제도를 만들자는 거다. 내각제냐, 이원집정부제냐 이런 거를 따지고 고집 피우면 또 (판이) 깨진다.”

“호남 출신 총리·장관 나와야”

개헌을 대선 전에 하는 게 좋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최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내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정말 나라 제대로 만들어보기 위해서 경제를 발전시키려고 무진 노력했지만 야당의 극한 반대 때문에 제대로 일할 수 없었다. 현재 국가의 틀 가지곤 안 된다. 여·야간의 극한 대립구도를 없앨 수 있는 개헌을 해야 한다’ 이렇게 제안하는 것이다. 과거 박 대통령도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관심 갖고 추진하면 무조건 반대해버리니 못한 거다. 지금은 모든 게 일사천리다. 연구는 다 돼 있고 합의만 보면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못하겠다고 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면 차기 대선후보가 개헌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약 내걸어야 한다. 그래서 당선되면 제일 중요한 것이 국회의원 4년 임기와 대통령 5년 임기를 맞추는 것인데 300명 국회의원 임기를 줄이라고 하면 말이 되지 않으니 차기 대통령은 ‘(21대 국회가 출범하는 2020년 5월 30일까지) 2년3개월 안에 개헌을 포함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갈 수 있는 각종 개혁을 다 추진하고 끝내겠다’고 임기단축을 선언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개헌에 나서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노동관계법 포함해 개혁입법을 다 놓고 개헌이랑 바꾸자고 해도 되지. 그게 딜(Deal)이고 정치다. 못할 일이 뭐가 있는가. 내가 볼 땐 개헌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김 전 대표는 임기 절반을 포기할 생각이 있나?

“만약 나에게 (대통령이 되는) 기회가 온다면 그렇게 하겠다. 아무것도 못하는 대통령을 10년 하면 뭐하나. 5년 단임 대통령의 일할 기간을 2년 반 정도 보는데 초기에 다 하는 거지. 모든 걸 마음 비우고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 속에 이런 거 안 된다. 요건 요렇게 개혁하고…’. 개헌을 하고 난 2년 반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헌에 동의하는 여야 대선주자들과 연대할 생각은 있나?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른 여야 주자들에게 연대를 공식적으로 제안하고 싶다. 특히 김종인 대표와 개헌에 대해 같은 생각이다. 누가 여기서 욕심을 부리고 ‘개헌한 최초 대통령은 다음에 또 출마할 수 있다’고 이렇게 나오면 또 망하는 거다.”

동서화합을 위해 호남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이정현 대표가 ‘새누리-호남 연대론’을 제안했는데 가능할까?

“가능한 게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호남인의 마음을 사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인사(人事)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이 결국 논란이 됐는데 다른 사람을 썼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 자리에 호남 출신인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보냈어야 한다. 정승 전 처장을 총선 때 광주 서구에 공천해서 떨어뜨려놓고 이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더라. 국가 지도자는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갈등과 망국병을 해소하는 데 제일 우선적 정책을 써야 한다. 동서간 지역갈등이 제일 심각한 망국병 중 하나면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냐. 지난 대선에서 호남표가 20%는 나올 걸로 기대했는데 10%밖에 안 나왔다. 호남 총리를 시켜야 하고, 총리 적임자가 없으면 장관이라도 시켜야 한다.”

-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

201611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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