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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新文’ 최재성 전 의원이 공개한 대선 비책 

“문재인 대세는 확고, 반기문은 가장 위험한 후보”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정리 최정윤 인턴기자 / 사진 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국민이 만들어준 정치 지형 인위적으로 바꾸는 ‘제3지대론’ 설득력 없어… 식상한 후보 단일화보다는 국민 여망 반영하는 삼자구도가 더 나을 수도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 ‘신문’의 핵심이자 전략통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최 전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더민주가 국민적 흐름에 응답할 수 있다면 ‘삼자구도’라는 큰 숙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성(51)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당 요직을 거쳤다. 사무총장과 총무본부장을 맡아 당 살림을 챙겼다. 온라인을 통해 10만 명을 당원으로 입당시킨 것도 그의 작품이다. 모두 문재인(63) 당대표 시절의 일이다.

17~19대 남양주갑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던 최 전 의원은 오래전 20대 총선 출마 의지를 접었다. 그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4년 전 19대 총선 당선 직후 20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대표적인 SK(정세균 국회의장)계로 분류됐던 최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통합민주당 원내대변인 등 당의 ‘입’ 역할만 4번이나 맡았다. 그만큼 순발력과 판단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월간중앙>이 ‘신문(新文, 신 문재인계)’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최 전 의원과 10월 13일 만났다. 장소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이 아닌 인근 커피숍이었다. 야인으로 돌아간 그는 “한 번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들 하는데 그것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잠시 국회 밖으로 나와 충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말문을 열었다.

좀처럼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유명한데.

“대변인 시절에는 이따 금 했지만 2012년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격랑(激浪)의 시기에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굉장히 중요하고 무겁다. 때로는 폭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12년간의 의정활동을 접고 야인이 됐다. 총선 이후 어떻게 지냈나?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선거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충격은 없다. ‘준비된’ 금배지 떼기 아니었나? 요즘 책을 많이 읽는다. 한 발 떨어져 국회도 보고 정치도 보니까 좋은 측면도 있다.”

4선도 가능했을 텐데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이 궁금하다.

“2009년 말 안철수 안랩이사회 의장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한 번 더 (국회의원을) 한 뒤에 그만두는 것이 디지털 문명과 변화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도 직업이 바뀔 수 있고, 잠시 간극(間隙)이 있을 수 있다. 쉬지 않고 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

국민이 직접 정권교체 나설 것


▎지난해 6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최재성 사무총장과 문재인 대표가 상념에 잠겨 있다. 두 사람의 사이로 전병헌 의원이 보인다.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은 총선을 통해 정권을 심판했다. 이 정권 들어 보수진영 내에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정치적 참극들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 스스로 생각해도 굉장히 치욕스러운 장면이 여럿 있지 않았나? 그래서 야권 분열 속에서 총선이 치러졌음에도 여권이 패했던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응답이 훨씬 더 많다. 야당에는 기회다. 국민적 흐름에 응답할 수 있도록 집권 후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다.”

최근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내년 대선에서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이 53.1%였다. 새누리당으로 정권이 재창출돼야 한다는 응답은 30.6%, 모름·무응답이 16.3%였다. 2011년 9월 같은 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 희망 응답률은 이번보다 높은 55.7%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2년 12월 대선에서 야권은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나?

“가능하다. 다만 야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직접 나설 것이다.”

국민이 직접 나선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올해 4월 총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새누리당은 과반의석 확보를 기정사실화하며 진박(진짜 친박) 타령을 했다. 더민주는 80석도 안 될 것 같다며 불안감에 떨었다. 그런데 결과는 정치권의 전망과는 정반대였다. 국민이 직접 나서 의회권력을 전략적으로 조합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이 직접 또는 카카오톡 또는 전화로 대화하며 의견을 모은 것이다. 내년 대선도 그렇게 될 것이다.”

최 전 의원을 가리켜 ‘신문’이라고들 한다.

“내가 부정한다고 해서 (세간의) 규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식어를 붙이려면 조직이나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지난해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 ‘문재인 대표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당내 갈등) 사태를 봉합하려 한다면 문 대표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었다.”

문재인 대세론이 나오고 있는데.

“대세는 대세다. 더민주나 야권 전체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다. 야권에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테고, 여권을 포함하더라도 대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영수증을 끊어놓았다는 말은 아니다.”

반기문·김무성 등 범여권 예비후보들을 합쳐도 문재인이 대세라는 말인가?

“이 정권은 가장 촌스럽고 폭력적이고 후퇴한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해왔다.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야권 분열 상황임에도 국민은 여당에 패배를 안겨준 것이다. 여당이 어렵기 때문에 야당이 대세다. 야당에서 대세라면 여야 통틀어서 대세가 되는 것이다. (대선주자로서) 한 인물의 능력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 준비된 내용들을 같이 봐야 후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비 정도, 인적 네트워크, 집합적 에너지 등의 측면에서 볼 때 문 전 대표의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 같다. 반면 여권은 장기적 인물난을 겪게 될 것이다.”

장기적 인물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DJ(김대중) 정권 말기 인기가 떨어지자 여권은 제도 변경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사상 최초로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했고 그 결과 ‘노무현의 기적’이 일어났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막바지이던 2007년 여권 주자는 10명이 넘었지만 다들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그래서 신선한 인물로 돌파구를 만들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 당이 빠져들었던 ‘10년 터널’을 앞으로는 새누리당이 가게 될 것이다. 지금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가 여권을 앞선다. 여권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외에 눈에 띄는 후보가 없다. 반 총장의 현재 지지율(20%대)은 결코 높은 것이 아니다. 제도권에 들어오기 전 어느 정도 지지율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진입 후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내려가게 된다. 참여정부 때 고건 전 국무총리도 20%대 중·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새누리당은 장기적 인물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고건 전 총리는 2005년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고건 열풍’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고건 총리 기용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판과 함께 여권 주류의 지원을 받지 못하자 이듬해 대선 출마 의지를 접었다.

새누리당 장기적 인물난 피하기 어려워


▎2007년 2월 24일 충남 천안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 기간 중 열린 친선축구대회에서 최재성 대변인이 단독드리블을 하고 있다.
8·27 전당대회를 통해 더민주가 친문 일색이 됐다는 비판이 인다.

“과거의 해석 방법대로라면 그런 비판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은 정당 내 지도부에 과도하게 위임됐던 권력이 당원들에 의해 축소된 것이다. 많은 당원이 들어와 정당권력을 뒤흔들어놓은 결과다. 디지털 문명은 전문가의 독과점, 의사결정의 독과점을 용납하지 않는다. 기존의 정당구조로는 디지털 유목민을 설득할 수 없다. 패자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문명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과 자꾸 반대로 가려 하니까 정치가 쪼잔해지는 것이다. ‘친문이 다 해먹는다’는 비판은 과거의 문법에 따른 해석일 뿐이다.”

그렇다면 친노 패권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치인들에게는 자신의 그릇 크기만 한 권력의지가 있다. 그 안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권한을 행사하고 상대를 이기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은 이를 못마땅하게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친노 패권주의는 있다고 본다. 자기 그릇 크기에 걸맞은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면 친노가 당연히 유리하다. 그래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바꾸겠다고 나선 시대에 버틴다면 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의 흐름과 의사에 반하지 말아야 한다.”

온라인 당원, 모바일 투표 등과 관련해 비문 진영의 불만이 큰 것 같은데.

“2012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는 기존 당원과 모바일을 통해 선거인단 참여를 신청한 일반시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다. 그러다 보니 패한 쪽에서는 모바일을 이유로 유·불리는 따질 수 있었다. 모바일은 도구였을 뿐 권력은 아니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 2012년 대선 이후 ‘모바일은 안 된다’는 ‘부적’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소위 비노라는 김한길 대표 시절에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라는 큰 기준을 마련했다. 당대표 등 당직은 당원 중심으로, 대통령·도지사 등은 국민 중심으로 권한을 행사해서 뽑자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당헌(黨憲)에 명시돼 있다. 8월 전대는 당내 선거였다. 선거인단 중 당원의 비중이 85%였다. 당원들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뽑은 것 아닌가?”

2012년과 2016년의 모바일 투표가 다르다는 말인가?

“2012년의 모바일이 도구였다면 2016년에는 선진적 정당을 만드는 에너지다. 영국 노동당이 네트워크 정당을 추진하면서 내건 슬로건이 ‘등록된 지지자에서 움직이는 지지자’다. 대한민국의 정당에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을 앞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본다.”

야권, 분열 아닌 미래지향적 통합 에너지 구축 중

현재 여야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우리 당의 후보군(群)은 역대 최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멤버를 갖춘 적이 없었다. 정당의 규칙과 틀을 깨거나 링 밖으로 나가는, 파괴적 정치를 하는 분들은 없지 않나? 또 정치적 태도에서 강온(强穩)은 있을지 몰라도 급진적 진보나 좌파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당 쪽 후보들은 반기문 총장을 제외하면 다들 국가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해볼 만할 분들인 것 같다. 남경필·원희룡 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극우가 아닌 상식적으로 다듬어진 인물이라고 본다.”

어떤 이유에서 반 총장만 제외되는가?

“다른 분들은 국민적 검증이 끝난 것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다. 반 총장은 외교 이외의 경제·사회·인권·민주주의·역사 등의 분야에서는 능력이나 실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가장 위험한 후보라는 것이다. 자고 나면 변하는 세상이다. 지금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 반기문’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가?

“그렇다. 그는 ‘얌전한 트럼프’다. 본선 진출 가능성을 낮게 본다.”

4년 전에도 정권교체 가능성은 크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100만 표 넘게 패했다.

“2008년 국내 스마트폰 보유 대수가 80만 대였는데 지난해 3500만 대를 넘어섰다. 그 7년 동안 우리사회는 완벽한 디지털 문명으로 진입했다. 그 중간에 2012년이 있었다. 당시 총선에서 우리는 다수당이 될 기회를 놓쳤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큰 이슈였는데 우리는 둘 다 반대했다.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일들을 야당이 됐다고 반대함으로써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총선 결과가 8개월 뒤 대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지지층만 바라본 것도 스스로 확장을 거부한 꼴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자들 이외의 국민들과는 가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읽혔다. 포용이 부족한 선거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확장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빨갱이·호남 등의 폭격을 맞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확장성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는 아마도 콘크리트 맨홀 뚜껑을 열 수 없는 지하 후보에 머물렀을 것이다. 외골수, 비주류 중의 비주류, 과격 이미지가 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확장성 문제는 누구에게나, 심지어 1등에게도 제기될 수 있다.”

친박·친노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한데 뭉치는 제3지대론이 나온다.

“개헌이나 권력구조 개편 등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 인위적인 제3지대는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은퇴해야 할 사람들이 연명(延命)의 수단으로 들고 나온 제3지대에는 국민과 시대가 빠져 있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는 가능할까?

야권에는 분열하면 안 된다는 ‘가위눌림’이 있다. 그래서 기계적·인위적·정치적 분열과 봉합을 반복해온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분열이 진짜 분열인지, 정치를 크게 바꾸기 위한 에너지 구축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외형적으로는 야당이 두 개이니까 분열로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미래지향적 통합의 에너지가 형성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식상한 단일화보다 삼자구도로 가더라도 국민적 여망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 전 의원의 외아들 최낙타(본명 최정호) 씨는 인디(indie) 뮤지션으로 유명하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대안학교에 다닐 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격려해줬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작사·작곡 실력은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노래는 만들되 네가 직접 부르지 말고 나를 다오. 곡이 아깝지 않니?’라며 어깨를 토닥거린다.”(웃음)

내년 대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싶은가?

“집권은 정당의 존재 이유다. 그렇다고 집권 자체가 최종목표는 아니다. 집권을 통해 자기 세력과 정당의 비전·철학 등을 국정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나는 제도권에 있을 때 엄청난 문명의 변화속도를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20대 총선 때 불출마를 결정했던 것이다. 다음 총선에는 출마할 수도 있고,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의 인생은 모르는 것 아닌가? 다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다.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 글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정리 최정윤 인턴기자 / 사진 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201611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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