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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 더불어민주당, 미국 대선 대응전략 보고서 

“노선 타령 끝내야 집권의 길 열린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당 싱크탱크 민주정책연구원, 최근 <트럼프 현상-정치의 종언> 발간... ‘야당다운 야당’ 아닌 ‘정치다운 정치’ 추구할 때 유권자 마음 얻는다

▎지난해 10월 박근혜(오른쪽)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호상의 이유로 대통령 뒤에서는 촬영할 수 없다. 연단 뒤에 미리 설치한 카메라를 리모컨으로 작동해 찍은 것이다.
11월 8일(현지시간) 미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Think Tank)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보고서 한 편을 작성·발간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트럼프의 현상-정치의 종언>으로 총 6개 단락 40쪽으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미스터리(막장? 파격!, 황당? 행동!, 극우? 분노!) ▷트럼프 지지자(백인 남성 저소득층, 소리 없는 유권자, 분노하는 집단) ▷트럼프 메시지(법과 질서, 미국 최우선, 나는 당신의 목소리) ▷트럼프 정당(공화당 이념의 교조화, 공화당 전략의 극단화, 공화당의 급진적 시민운동화) ▷민주당의 대응(상식·통합·유능) ▷수권정당의 길-미국 민주당의 혁신(오바마 현상-담대한 중도, 클린턴의 신민주당-제3의 길)을 통해 트럼프 열풍의 배경과 그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전략을 소개했다. 또 미 대선전(戰)을 통해 드러난 양당의 전략을 정밀분석,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선에서 야당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의 정체성을 ‘법과 질서의 나라’로 규정하는 한편 자신은 법과 질서의 후보임을 자처한다. 법과 질서는 공화당의 전통적 메시지다. 트럼프는 현재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과장함으로써 기존 공화당 지지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또 트럼프가 외치는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은 힘에 의한 일방적 고립주의로 공화당의 일방적 개입주의와는 방향이 다르다. 그러나 일방주의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엘리트들의 저항을 받긴 했지만 기존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 극대화 효과는 얻었다.

‘트럼프당’이 된 수권정당


▎96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앨 고어 부통령과 손을 잡고 있다. 두 사람의 뒤에서 기쁨을 갖추지 못하는 이는 힐러리 클린턴.
현재 공화당은 대통령직을 제외한 거의 전 부문에서 선출직을 장악하고 있다. 상·하원은 물론이고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지사, 30개 주의회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 같은 수권정당인 공화당이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공화당 이념의 교조화(敎祖化) ▷전략의 극단화 ▷당 자체의 급진적 시민운동화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진복 민주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정치학 박사)은 “공화당의 트럼프 ‘잉태’는 신(新)우파의 이념과 전략에 내재된 비정상적 DNA의 산물”이라며 “예측 가능한 관점에서 대선 결과를 전망해볼 때 ‘유산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화당의 ‘트럼프 정당화(政黨化)·교조화’는 1964년 배리 골드워터(Barry Goldwater)에서 시작됐으며, 80년 레이건 집권 이후 확립된 신우파 노선의 논리적 결과다. “자유를 방어하는 데 극단주의는 부도덕이 아니다”는 골드워터의 극단주의가 트럼프 현상의 씨앗이 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 문제의 해답이 아니다”는 레이건의 주장을 계승·극단화한 트럼프는 “정치가 문제”라고 외치고 있다.

신우파 노선은 19세기로 돌아가자는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와 50년대로 돌아가자는 전통 복원의 신보수주의의 모순적 결합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시장 만능은 원리적으로 전통을 파괴하며, 전통은 시장 만능에 적대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는 공존 불가능한 신우파의 헛된 꿈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현상은 신우파 노선의 최종 버전(version)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공세에 힐러리 클린턴은 ‘함께하면 강하다(Stronger Together)’는 슬로건을 내걸고 ‘상식의 대변자’를 자임한다. 특히 오바마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애국심 호소를 계승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집권당 후보’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는 이번 대선이 좌파와 우파의 선택이 아닌 큰 선택(Big Choice), 근본적 선택(Fundamental Choice)임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를 공화당답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독립선언 정신에 반하는 몰상식한 후보의 프레임에 가두고 있다.

근본적 혁신 필요, ‘제3의 길’로

미국 대선의 경우 ‘3연패의 법칙’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2연패를 당할 때까지는 정당의 정치노선이 되레 극단화된다는 의미다. 1932년 루스벨트의 압승과 4선, 1948년 트루먼의 승리까지 민주당은 5연승을 질주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공화당은 1952년 대선에서 자유방임주의 노선을 수정, 중도화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은 아이젠하워의 ‘현대적 공화주의(Modern Republicanism)’를 내세워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다.

80년 레이건의 집권과 재선, 88년 조지 부시의 승리까지 공화당은 3연승을 달렸다. 68년 공화당 닉슨의 승리부터 따지면 민주당은 6차례 대선 가운데 5패를 당했다. 그나마 한 번의 승리도 닉슨의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인한 반사이익이었을 뿐이다.

연패를 당하는 동안 민주당은 ‘영구 불임정당’으로 전락했다. 이때 민주당의 승부수는 단순한 브랜드 교체가 아닌 노선의 근본적 혁신이었다. 철 지난 노선에서 벗어나 ‘신(新) 민주당의 제3의 길’로 전환한 것이다.

빌 클린턴의 제3의 길 이후 신‘ 민주당’은 뉴딜 노선의 자유주의(Liberalism)를 폐기하는 한편 진보주의(Progressivism) 콘텐트도 변경했다. 중도화에서 집권의 길을 찾으려 한 것이었다. 민주당은 92년 클린턴 집권 이후 2012년 오바마의 재선까지 6차례의 대선에서 유권자 득표수로 보면 5승을 거뒀다.(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는 앞섰지만 대통령선거인단 수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266대 272로 패했다)

클린턴의 제3의 길은 정치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야당다운 야당’이 아닌 ‘정치다운 정치’를 추구했던 것이다. 클린턴은 “공화당은 정부를 해체하려 하고 민주당은 정부에 요구만 하려 한다”며 공화당의 신우파 노선과 민주당의 구좌파 노선을 동시에 비판했다.

이진복 실장은 “클린턴 재임 기간(93~2000년) 미국인은 역사상 가장 긴 기간 경제성장을 누렸다. 22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고 실업률은 30년 만에 가장 낮았다”면서 “회피의 정치(Politics of Evasion)란 반사이익을 통한 의회 다수당에 만족하는 야당을 의미한다. 클린턴의 제3의 길은 민주당은 물론이고 미국의 부활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611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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