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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세계 최고’ 지진국 일본에서 배운다 

지진 발생 후 10시간 국가 존망이 결정된다 

김경철 일본 고단샤 서울통신원(뉴스잡지 부문)
1995년 6300명 사상자 낸 고베지진 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관측 시스템 구축··· 지진 발생하면 중앙정부·관계부처·지자체 등이 한 몸처럼 연계돼 재난에 대처

▎전 세계 10% 이상의 지진이 일본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의 사전·사후대책이 철저해 대규모 지진에도 인명피해가 적은 편이다. 2011년 3월 지진 해일과 화재가 발생한 이와테현 게센누마에서 소방관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9월 12일 경주에서 지진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도(震度)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진앙지인 경주에서 5.8~6.0 정도의 진도가 측정됐다고 한다.

지진 규모란 지진 발생 시 분출되는 에너지의 강도다. 진도란 지진으로 인해 우리가 생활하는 곳에서 느끼는 진동 크기다. 따라서 진앙지에서 먼 지역일수록 진도는 약해진다. 진도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인 만큼 일본에서는 지진 속보 시 반드시 진도계급을 발표한다.

한국의 현행 지진 속보에서는 지진 규모와 진원지·진앙지 등 위치정보만 발표되지만 2018년부터는 진도 정보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전 세계의 지진 가운데 10% 이상이 일본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대규모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사망자 등 인명피해가 많지 않다. 여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는 일본 기상청의 지진 속보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은 자체 개발한 일본기상청 진도계급(JMA scale)을 사용한다. 총 10개의 진도계급(0, 1, 2, 3, 4, 5약, 5강, 6약, 6강, 7)을 상정, 진도별로 발생하는 피해를 알기 쉽게 설명한 자료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평상시 준비사항과 재해응급활동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고지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몸으로 감지할 수 있는 진도는 ‘2’부터다. ‘4’가 되면 자던 사람이 눈을 뜰 정도의 강한 진동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는 물건이 흔들리게 되고 불안정한 물품들은 쓰러지기도 한다. 5약은 서 있는 사람들은 뭔가에 의지하고 싶을 정도의 공포감을 느낀다. 물건이 떨어지고 창문이 깨지기도 한다. 5강은 벽을 짚지 않으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흔들림이 강해진다. 실내 가구들이 이동하거나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하며 타일이 떨어진다. 운전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이번 경주지진 진도와 비슷한 6약의 경우는 두 발로 서 있는 것이 힘들어지고 고정되지 않은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거나 넘어진다. 창문과 출입문이 뒤틀려 열리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거의 모든 건물 벽의 타일이 떨어지고 창문이 깨지거나 손상된다. 내진성(耐震性)이 낮은 목조건물은 벽·천장 등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기와가 떨어지며 심한 경우는 건물이 기울거나 무너지기도 한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라도 내진성이 낮으면 벽·천장·기둥에 금이나 균열이 다수 발생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6강부터는 심리적 공황이 올 정도의 강한 진동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며 충격으로 사람이 날아가는 경우도 생긴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라도 기둥이나 천장이 무너지기도 한다.

올해 4월 구마모토 지진은 3.7초 만에 ‘경보’ 발령


▎2015년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 뉴타운에서 초등학생들이 지진대비 훈련을 받고 있다.
일본기상청은 전국에 270여 개의 지진계 외에도 국립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관측망 800여 곳을 이용해 지진을 관측한다. 지진파가 감지되면 즉시 자동으로 ‘긴급지진속보’를 내보낸다. 사람이 몸으로 지진을 느끼기도 전에 기상청이 먼저 경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매질(妹質)을 따라 직선으로 이동하는 P파(Primary, 초기진동)와 물결치듯 움직이며 이동하는 S파(Secondary, 주진동)가 동시에 발생한다. P파는 사람이 감지하기 어려울 만큼 미미한 진동으로 지진 피해는 나중에 도착하는 S파로 인해 발생한다. 초속 약 4㎞로 이동하는 P파가 초속 약 7㎞로 이동하는 S파보다 지역에 따라 수 초~수십 초 먼저 도착한다.

일본의 지진 관측시스템은 지진계가 P파를 감지한 직후, S파가 오기 전에 지진 규모·진원지 그리고 전국의 200개로 권역별로, 예상되는 진도를 실시간으로 자동 분석해 발표한다. 한 곳 이상의 관측점에서 진도 3 혹은 규모 3.5 이상의 지진이 예측되면 P파 감지 후 2~3초 내에 제1보인 긴급지진속보(예보)를 내보낸다. 이어 2곳 이상의 관측점에서 진도 5약 이상의 진동이 예상되면 ‘경보’가 자동으로 발령하도록 돼 있다.

일반 국민에게 발표되는 것은 이 ‘경보’부터다. 기상청에서 발표된 긴급지진속보(경보)는 방송사와 학교 등의 지정 공공기관·이동통신사 등에 통보된다. 이어서 지하철 등의 교통기관과 백화점·빌딩 등에 자동으로 전달돼 일반에게 고지된다.

지진파는 초당 수 ㎞씩 이동하지만 유무선 전기 신호는 초 당 30만㎞(빛의 속도)로 이동하므로, 주진동인 S파가 도착하기 전에 방송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국민에게 경보를 보낼 수 있게 한다. 주진동이 오기 전에 대비할 수 있는 유예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실내에서는 주진동이 오기 전에 테이블 아래 등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해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경우 가장 가까운 층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건물 밖에서는 쓰러질 위험이 있는 자동판매기 근처나 담벼락 등으로부터 재빨리 떨어져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

해안가에서는 해일을 피해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자동차 운전 중일 때는 급작스러운 흔들림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 선다. 공항에서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제어해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항구의 수문을 통제해 해일에 대비하거나 선박 등에 경고를 보낼 수 있다.

국민뿐 아니라 사회기관도 진도별로 상세하게 규정된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방송국은 진도 3 이상이 예상되는 지역 시청자들에게 자막으로 지진정보를 전달한다. 진도 5약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NHK는 정규방송을 즉각 중단하고 지진속보로 전환된다. 진도 4부터 철도와 고속도로 등은 사업자의 판단으로 운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된다.

5약부터는 가스공급이 자동 중단되며 5강부터는 엘리베이터가 자동 정지한다. 6강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지역은 통화량 급증으로 전화가 연결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다. 통신 사업자가 피해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재해용 음성사서함 서비스’를 제공해 피해지역 주민들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게 돕도록 돼 있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171번’으로 전화해서 자신의 안부를 알리는 메시지를 등록하면 가족들이 171로 전화해서 그 메시지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일본의 신속한 지진경보 시스템은 1995년 6300명의 사망자를 낸 ‘고베아와지 대지진’(고베 지진)을 계기로 구축됐다. 전국 각지와 바다에 20㎞ 간격으로 고감도 지진 예측망 정비가 시작됐다. 2007년 본격 도입된 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 발생 8.6초 만에, 2016년 4월에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은 3.7초 만에 경보를 발령하는 실적을 보였다.

예고 없는 훈련으로 학생 때부터 생존방법 체득


▎일본의 신속한 지진경보 시스템은 1995년 6300명의 사망자를 낸 고베대지진 이후 갖춰지기 시작했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 거주하는 나카가와 메구미 씨는 9월 1일, 아들의 보육원에서 실시하는 ‘귀가훈련’에 참가했다. 올 4월에 쇼헤이(3) 군을 보육원에 입학시킨 후 처음 경험하는 훈련이다. 오후 3시 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교통수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가정하에 직장에서 보육원까지 쇼헤이 군을 데리러 가는 것이 훈련의 내용이다.

메구미 씨는 보육원까지 걸으면서 지진 발생 시 위험이 될만한 건물이나 물건 등이 있는지 일일이 살피며 지형과 주위 환경을 익혔다. 보육원에 도착한 것은 4시20분이 조금 넘은 시간. 담당 보육사에게 신원을 확인 받은 후 교정(校庭)에서 기다리고 있던 쇼헤이 군을 인도받았다.

미야기현 최대의 항구도시인 이시노마키시는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사망자 3237명과 행방불명자 717명 등 4000명에 가까운 희생자 대부분이 높이 20~30m의 해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해일에 의한 피해가 이처럼 심각했던 이유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높이의 해일에 대한 대처요령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진발생 직후 아동을 귀가시키려고 출발한 유치원 버스가 해일에 휩쓸려 아동 5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학교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74명의 사망자를 낸 오카와 초등학교의 끔찍한 사고도 있었다. 특히 오카와 초등학교의 경우 매뉴얼에 피난 장소가 ‘높은 곳’으로만 표기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원들 사이에서 피난 장소를 두고 30분 이상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학생들이 미처 대치하지 못했고, 경보 발령 50분 후 닥친 해일로 전교생의 약 70%가 사망하는 참사를 맞았다.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메구미 씨는 보육원에서 실시하는 훈련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한다. “평일 낮 시간에 시간을 내는 게 회사에 눈치가 보이고, 무더운 날씨에 오래 걷다 보니 지치기도 하지만 가급적 앞으로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우리 집은 지대가 높아서 지진이 일어나면 아들을 신속히 집으로 데려오는 게 아들을 지킬 수 있는 길이에요. 지진이 나면 반드시 집으로 돌아오자고 남편과도 미리 정해놓고 있어요.”

일본 보육원은 ‘아동보호법’과 ‘소방법’ 등에 의거해 매달 한 번씩 방재훈련(피난훈련)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며, 매년 1회씩 학부모의 협조를 얻어 귀가훈련을 실시해야 한다.(학부모에 의한 귀가훈련은 초등학교 이하의 교육기관이 동일하게 연 1회 실시하고 있다) 초·중·고교의 경우는 매년 2회 이상의 방재훈련 실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교육기관의 방재훈련은 사전통보 없이 불시에 실시된다. 교내방송으로 지진 발생이 통보되면 학생들은 재빠르게 책상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감싸고 숨는다. 이때 각자 책상이나 걸상에 비치해 둔 방재두건을 머리 위로 뒤집어써서 머리를 보호한다.

흔들림이 멈췄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방재두건을 뒤집어쓴 채 복도에 정렬하고 교직원의 지시에 따라 뛰지 않고 신속하게 피난한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가정하에 훈련할 때는 화재가 발생한 장소별로 각기 다른 피난경로를 확인한 후 재빨리 밖으로 탈출해 대피장소로 향한다. 훈련이 종료되면 전원이 교정에 집합해 교장의 평가를 받는다. 피난에 걸린 시간, 잘한 행동, 잘못된 행동 등에 대한 피드백을 해준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지도하는 부분은 절대 떠들거나 장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도쿄 디즈니랜드도 연 1회 대규모 방재훈련 ‘엄수’


▎일본 고베의 한 대형 마트 직원들이 지진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성인도 강제는 아니지만 1년에 한두 차례 훈련을 한다. 지역 주민회·단지 등의 자치회 주최로 관할 소방서의 지도 아래서다. 자치회의 회장 혹은 소방담당자가 소방청 담당자와 함께 지진의 규모, 피해 상황 등의 훈련 시나리오를 상정, 그에 맞는 훈련법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오후 5시에 진도 6강 규모의 지진이 발생, 식사 준비 중인 가정이 많아 화재가 다발하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이 있다” 등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훈련을 실시한다. 미리 정한 피난장소(보통 공원이나 광장·학교교정 등 공개된 공간)에 모여 화재 진압방법부터 부상자 응급치료법, 무너진 건물에서 부상자를 구출하는 법 등의 내용을 시연하고 학습한다. 피난장소에 준비한 방재비품창고의 물품과 긴급급수탱크 등의 점검도 이뤄진다.

이 밖에 지자체나 소방서의 ‘지진체험차’도 방재훈련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는 인기 아이템이다. 트럭을 개조해 만든 지진체험차에서는 일반 가정의 거실처럼 테이블과 의자 등의 가구와 물건이 배치돼 있어 진도별로 흔들리는 정도를 체험할 수 있다. 실제로 지진이 발생할 때 차분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일반 시민에게 진도 7까지의 지진 시뮬레이션을 경험하게 하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방재관련 이벤트뿐 아니라 지역 축제나 상점가의 이벤트 등에도 적극적으로 출동시키고 있다.

공항이나 기차역·대형 상업시설·병원·호텔 등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는 층별 혹은 점포별로 반드시 방재 책임자를 둔다. 또 비상식량·물·간이침대·담요 등 비상용품 비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상업시설에서는 경비 담당자가 각 층이나 점포의 방재 책임자를 지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때문에 도쿄도에서 경비원이 되기 위해서는 방재센터요원증, 자위소방요원증, 상급구명요원증 등 방재와 관련된 각종 자격을 취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피훈련은 일반객들이 없는 개점 전이나 야간 등에 소방서 담당자의 입회 아래 실시하고 평가 받도록 돼 있다. 일본 최대 유원지인 도쿄 디즈니랜드에서는 매년 1회씩 개장 전에 직원 가족들을 초대해서 피난훈련을 실시한다. 올 2월에 실시한 대규모 방재훈련에는 2700여 명이 참가했다.

정부·지자체·관계기관에서는 지진 시 행동요령, 구역별 피난장소 안내, 일상에서 필요한 지진대책에 대해서 팸플릿과 매뉴얼을 작성, 배포한다. 또 구청 등 관공서의 담당창구와 홈페이지를 통해서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도쿄도(都)는 2015년 9월에 도내의 각 가정을 대상으로 방재책자인 <도쿄방재>를 제작, 배포했다. 320페이지 분량의 이 책자에는 재해 시 상황에 따른 행동요령과 피난방법, 평소에 비축용품 리스트와 응급처치 등 비상시 생존에 도움이 되는 각종 지식 등이 실려 있다. 일러스트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돼 있어 일반 서점에서도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39페이지 박스)

21개 대도시 재해 시 상호지원 협정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중앙정부와 관계부처, 지자체가 미리 정비된 시스템을 토대로 한 몸처럼 연계돼 움직인다. 우선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 내각정보수집센터에 지진이 통보되면 지체 없이 총리와 관방장관, 관방부장관, 내각위기관리감,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게 보고된다.

통상 도쿄 23구(도쿄중심부)내에서 진도 5강 이상, 기타 지역에서 진도 6약 이상의 지진이나 해일경보가 발생하면 ‘재해대책기본법’에 의거, 자동적으로 관저의 위기관리센터 내 대책실이 마련된다. 이어 관계부처의 국장급으로 구성된 ‘긴급소집팀’을 집합시킨다.

긴급소집팀은 재해상황을 신속히 파악·분석한 뒤, 총리에게 보고하고 피해의 심각성에 따라 ‘비상재해 대책본부’(내각부에 설치, 본부장은 방재담당각료)나 ‘긴급재해대책본부’(총리관저에 설치, 본부장은 총리대신)를 설치해 재해응급대책방침을 결정한다. 이어 각 관계기관의 재해응급대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피해지에는 재해대책본부가 지진 발생과 동시에 설치된다. 시시각각으로 피해상황을 파악, 피해지역 주민들의 피난 권고, 피난 지시 등을 내리고 신속한 구조작업을 위해 관계부처에 인력과 장비를 요청한다. 피해지역과 협정을 맺은 지자체 등에도 지원인력과 물자를 요청한다.

일본 지자체들은 다른 지자체와 별개로 ‘재해 시 지원협정’을 맺어 재난 발생 시 도움을 주고받는다. 일례로 도쿄도를 비롯한 21개 대도시는 ‘21개 대도시 재해 시 상호지원에 관한 협정’을 맺고 있다. 지자체는 또한 민간업자들과도 ‘재해협정’을 맺어 재난이 발생하면 물자나 의료 지원, 긴급 수송지원, 피난민 수용장소 제공, 라이프 라인 복구 등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유·무상의 지원을 확보해둔다. 민간업자들도 사전 약속대로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마련에 적극 협력한다.

지난 4월 14일에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역시 지진 직후부터 3일간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다음과 같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적극 대처해 나갔다.

도쿄역 30㎞ 권내 200개 역에 6만 명분 비상식량 비축


▎2008년 관동대지진 85주년을 맞아 일본 전역에서 진행된 가상 지진대비 훈련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헬기 1대가 요코스카 인근 해상을 날고 있다.
일본의 지진대책은 그동안 겪은 수많은 지진피해의 피드백으로 다듬어져 왔다. 1978년 최초의 대도시 지진으로 불리는 ‘미야기현 지진(규모 7.4)’이 센다이시를 덮친 후 1981년에 건축기준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진도 5강 정도의 중규모 지진에서 미세한 손상, 진도 6강~7 정도의 대규모 지진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내진 기준을 갖추도록 의무화됐다.

1995년에 발생한 고베 지진에서는 당시의 부정확한 지진 속보로 인해 피해규모가 커졌다는 반성이 일었다. 이후 기상청의 지진 속보시스템을 보완하는 작업이 실시되며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지진 관측이 가능하게 됐다.

지진 당시 1981년 건축기준법 이전의 건물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희생자의 90%가 무너진 건축물에 의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기존의 주택과 시설물의 내진화를 위한 ‘내진개보수촉진법’이 제정됐다.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 당시 수도권에서 6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교통편 단절로 귀가하지 못하고 지하철 역 등에서 밤을 새웠다. 이로 인해 일본의 철도사업자들은 대지진으로 승객들이 역 구내와 전철 등에서 밤을 지새울 것을 대비해 비상물품을 비축해놓고 있다.

JR동일본은 도쿄역에서 30㎞ 권내(圈內)의 200개 역을 재난 시에 개방할 방침을 밝혔다. 각 역사에 총 6만 명 분의 비상식량·물·담요 등을 비축하고 있다. 지난 4월의 구마모토 지진 때는 요청이 오기 전에 필요물자를 미리 현지로 보내는 ‘푸시(push)형 물자수송’ 작전이 시행됐다. 이 역시 동일본 대지진 당시 ‘풀(pull)형 물자수송’(요청이 오면 물품을 보냄) 방식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불편에 대한 피드백이다.

지진을 포함한 재해방재의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책정하는 내각의 중앙방재회의(내각총리가 회장)에서는 대규모 지진 발생 후에 반드시 당시의 피해상황을 집계, 분석해 대책의 효율성과 문제점을 점검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에 대한 피드백을 집약한 ‘지진대책대망’(地震對策大綱)을 책정해 현행 대책을 보완·수정해 새로운 대책을 추진하는 근거자료로 삼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동일본대지진의 피드백을 통해 2014년도판 ‘대규모지진방재 및 감재대책대망(大規模地震防災·減災對策大網)’을 책정했다.

여기에는 앞으로 30년 안에 70%의 확률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수도직하지진’(수도권 내륙의 얕은 곳을 진원지로 하는 수직형지진)과 ‘난카이트로프(南海 trough) 거대지진’[시코쿠(四國)지역의 해구에서 발생하는 해구형지진, 시즈오카~큐슈까지의 피해가 예상] 대비책의 골격마련을 위한 각종 제언이 수록돼 있다.

중앙방재회의의 분석에 따르면 규모 7의 수도직하 지진과 규모 8~9의 난카이트로프 거대 지진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에는 수십만 명의 사망자와 수십조 엔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의 피드백을 통해서 지진 발생 후 10시간 동안의 초동 대응책, 발발 후 100시간 동안의 조기대응책에 국가 존망이 걸려 있음을 절감, 대책 마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김경철 일본 고단샤 서울통신원(뉴스잡지 부문)

[박스기사]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도쿄방재>


1. 평상시 유의사항: 막상 지진이 발생하면 적절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에 가족과 지진 시 대비책을 미리 상의하고, 방재훈련에도 적극 참가해 행동요령을 몸에 익혀두는 것이 좋다.

2. 지진 발생 순간: ‘(물건이) 떨어지고’, ‘(무거운 가구 등이) 쓰러지고, 다가오는’ 위험으로부터 최우선적으로 자기 몸을 보호한다. 즉 탁자 밑이나 책상 밑에 숨어서 낙하하는 물건으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넘어질 우려가 있는 가구, 파손 우려가 있는 창가 등은 되도록 피해 숨는다.

3. 흔들림이 멈춘 후: 바닥이 두꺼운 슬리퍼 등을 신고 발을 보호한 뒤 이동한다. 출입문을 열어 피난 경로를 확보하고 조리 중일 경우 반드시 흔들림이 멈춘 후에 불을 끄도록 한다. 집 밖으로 피난할 때는 전기 차단기를 내리고 나가도록 권장한다.

4. 비상시를 대비한 비축용품: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적어도 3일, 가능하면 7일 정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물·식량·일상용품을 비축해 둔다. 이 밖에 손전등·휴대용 라디오·건전지·응급약품·담요·라이터·헬멧·호루라기·휴대용 충전기·현금(동전) 등을 넣은 비상 반출용 배낭을 마련해 두도록 한다.[도쿄 구청에서 운영하는 한국어로 된 관련 홈페이지(www.metro.tokyo.jp/KOREAN/GUIDE/BOSAI)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201611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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