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불새가 날았다 

 

박 지 웅

뼈아픈 사람들이 빼곡하다
모두 흰 뼈에 불을 붙여들었다
촛불은 핏줄이 되고 핏대 세웠다
촛불이 방패다 촛불은 단검이다
그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는 실핏줄이 아니다 동맥이다
촛불이 아니다 불길이다
나의 앞뒤가 모두 촛불이다
우리의 좌우가 모두 불꽃이다
촛불 위에 촛불을 쌓은
단지 촛불의 성이 아니다
칠흑의 궁 앞에 세운 민심의 하늘이다
보라, 삼천리를 뒤덮은 붉은 날개를
세상이 가장 어두울 때
국민은 가장 아름다운 새가 된다
보라, 저 준엄한 붕새의 날갯짓을
국민은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이 하늘땅에 국민만이 불사조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지웅 -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수혜, 201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됐다. 시집으로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가 있다. 제11회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12호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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