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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 ‘구원투수’ 김종인, 또 한번 기회 올까 

“내각제 도입해야… 지금이 개헌 적기” 

글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삼성이 정유라 후원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시작… 역대 대통령 문제 터질 때마다 재벌 연관”
“야당과 합의해 선출한 총리에 대통령 전권 이양하고 탄핵 별도 추진해야, 야권도 일관성 없어”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개헌 아니면 뭘 할 수 있나. 정치체제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선 안 된다”며 내각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2016년 11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운집한 100만 국민은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썼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시민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킨 4·19 혁명이나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6·10 항쟁에 모인 인파보다 더 많은 규모였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종로와 경복궁, 시청광장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 집회에는 야3당도 참여했다. 여기에 김종인(76)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 위원회 대표도 끼어 있었다. 정치권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적 위기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온 그가 거리 정치에 참여한 것이다. 2012년 새누리당 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낸 것도, 지난 4·13 총선에서 벼랑끝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을 제1당으로 올려놓은 것도 그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속에 김 전 대표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퇴진운동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정을 수습할 거국내각 총리 1순위로도 거론되고, 새누리당의 몰락 속에 급부상하는 제3지대에서 핵심 역할을 할 인물로도 꼽힌다. 김 전 대표를 100만 촛불집회 다음 날인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어제(11월 12일) 광화문 광장에만 100만 명이 모였다. 그 의미는 뭐라고 보나?

“우선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면 시위의 의의가 없어져버린다. 원래 대한민국은 모든 걸 국민이 해결해왔다. 정치권은 해결할 능력이 없다. 이번 사태와 가장 관련이 깊은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어제 국민의 소리를 듣고 대통령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번 집회가 박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까?

“그 영향을 안 받으면 이상한 거다. 지난 4·13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졌는데도 그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조금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오늘날 이런 사태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에서 야당이 다수를 차지했으니 야당과 협치하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안 되게 되어 있다.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야당 원내대표들만 만났지 그 다음에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우병우 수석 문제만 하더라도 야당이 그렇게 인사 조치를 취하라고 해도 고집부린 것 아닌가.”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고(故) 백남기 농민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김 전 대표. / 사진·중앙포토
“국정 이끌어갈 능력 정치권에 있느냐도 문제”

대통령의 가장 바람직한 판단이라면 2선 후퇴를 의미하나?

“대통령 스스로 판단을 잘 할 거다. 현재는 거의 통치불능 상태다. 가장 바람직한 판단이라는 것은 ‘국민이 나에게 뭘 바라는가’를 읽는 것이다.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촛불집회에선 ‘하야’ 요구가 높았지만 정작 야당은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야당이 굉장히 애매모호한 거다. 어제 국민의 분노한 목소리는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라는 건 아니지 않나. 지금 이 상황을 혼란스럽지 않게, 정부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수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지 대통령이나 참모 스스로도 알 거다.”

2선 후퇴와 탄핵을 두고 야권에서도 논란이 있다.

“대통령을 그만두게 하는 방법은 법적으로는 사실 탄핵밖에 없다. 곧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시작한다고 하니까 국회에서는 탄핵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 탄핵 절차를 밟아서 통과되든 안 되든 그거야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될 수밖에 없으니까.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헌재가 180일 이내에 판결을 해야 된다. 그러려면 내년 6월까지나 가야겠지.”

너무 늦어지는 것 아닌가? 야당이 그래서 고민이 깊지 않은가.

“늦어지지 않는다. 야당은 야당대로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야당과 대통령 사이에 절충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건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떤 지점에서 절충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권한을 다 내려놓고 대통령과 야당이 합의해서 총리를 선출하면 그 총리가 전권을 갖고 당분간 나라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다.”

총리를 임명하면 탄핵은 필요 없나?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별개 문제다. 탄핵은 탄핵대로 국회에서 진행돼도 관계가 없다.”

수습할 사람은 대통령과 야당이 합의한 총리뿐이라는 얘긴가?

“물론이다.”

총리 권한이 얼마나 보장되는지가 문제다.

“헌법 제71조를 보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으면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법률적으로 따질 것만이 아니라 여야가 합의만 할 수 있으면 정치적 해법이 나오는 거다.”

헌법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초헌법적 상황인가?

“초헌법적 상황에서 생각해볼 것은 국정을 이끌어갈 능력이 정치권에 있느냐의 문제다. 밖에선 ‘박근혜 대통령도 벌을 받아야 하지만, 야당 꼴을 보면 걱정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어제(12일 집회) 난 솔직한 심정으로 창피해서 빨리빨리 피해서 도망갔는데.”

검찰 수사도 잘 되겠냐는 의구심이 크다.

“검찰도 아마 어제 국민의 뜻을 파악했을 거다. 검찰 수사가 특검으로 갈 텐데 특검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면 검찰은 자기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

총리가 될 사람은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음에 총리가 되는 사람은 어차피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물러날 때까지 관리해야 할 사람이다. 국정을 수습하고 관리하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겠나? 총리가 되는 순간 대선 출마는 어차피 불가능하다. 그런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총리를 안 할 것 아닌가.”


▎김종인 전 대표(맨 왼쪽)가 11월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김 전 대표를 삼고초려해 당에 영입했던 문재인 전 대표(왼쪽 네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 / 사진·뉴시스
“대통령 퇴진하면 야권 지지할 거라 착각하면 안 돼”

대통령이 2차 담화까지 발표했지만 지지율은 2주 연속 5%(한국갤럽 발표)를 기록했다.

“2주 동안 아무것도 못한 거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돌아가는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고, 합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 수준이 그만큼 높다. 대통령이 눈물 흘리면서 ‘어려웠을 때 도와준 사람이어서 경계를 허물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감상적으로 들린다. 옛날 같으면 통했겠지만 지금은 감상적으로 국면을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사과성명을 해봤자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어버렸다.”

김 전 대표는 야권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그 권력이 자연히 야권에 올 거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금 야권도 처음에는 자제하는 듯하다가 국민적 분노가 세지는 것 같으니까 ‘우리가 같이했다는 걸 역사에 남기자’ 그래서 다 나온 것 같다”고도 했다.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했다가 대통령 퇴진으로 입장을 바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5%인데 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야권에 대해서 국민이 신뢰하나?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은 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대로 평가하고 야권은 야권대로 평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그 권력이 자연히 야권에 올 거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서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저 사람들이 하면 뭔가 되겠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야권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표는 신중하다가 더 강경해진 듯하다.

“어제 문재인 대표도 (집회에 참석한 걸 보니) 다시 똑같아졌더라. 사람들이 일관성이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한다. 정치인들은 ‘한 번 뱉은 말이니까 사람들이 적당히 지나가겠지’ 생각하지만 국민은 저 사람이 왜 언어를 바꾸는가를 유심히 본다. 정치인에게 있어 ‘말’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말이 변하니까 그 사람을 믿을 수 있겠나. 다들 급한 것 같다.”

야권에선 안희정 충남지사만 유일하게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성숙미를 보여준 거다. 이 사태는 결국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거 아닌가. 정치권이 시민과 어울려버리면 그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 건가. 그에 대한 식별을 못하고 있다. 과거 4·19 혁명이나 6·10항쟁 때는 정치권이 공짜로 이익을 얻었다. 정치권이 아무런 기여를 안 했다. 지금 야권도 처음에는 자제하는 듯하다가 국민적 분노가 세지는 것 같으니까 ‘우리가 같이 했다는 걸 역사에 남기자’ 그래서 다 나온 것 같다.”

촛불집회에는 어떤 마음으로 나왔나.

“나는 당의 행사이기 때문에 참석했고 그 행사만 잠깐 보고 나온 거다.”

김 전 대표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구체적으로는 내각제를 주장한다. 그는 이번 최순실 사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전형적인 폐단이라고 진단하고, “그 대통령제를 또 하면 대한민국은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70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했던 정치체제, 경제운용 체제를 바꾸려면 개헌을 1차적으로 해야 한다”며 “이 사태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면 (설득)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불신이 걸림돌이란 지적에 대해선 “내각제를 하면 내각의 힘이 세지지, 국회의원은 더 힘이 없어진다”고 했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여전히 20%를 밑돈다.

“그 사람들의 한계다. 박근혜에 대한 반대가 자기네에 대한 찬성으로 착각하면 큰일 난다. 그래서 내각제를 하자는 거다. 능력도 없는 대통령이 참모를 데리고 한다고?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 옆에 두고 뒤에선 재계랑 통하면서 엉뚱한 짓을 하는 거다.”


▎김 전 대표가 10월 27일 경제단체가 주최한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합동토론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조우했다. / 사진·중앙포토
“대통령제 또 하면 대한민국 발전 가능성 없어”

제3지대론이 다시 탄력을 받는 듯하다.

“정계가 개편되면 그럴 가능성이 꽤 크다고 본다. 나는 제3지대라 하지 않고 비패권지대라고 한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탈당해서 같이할까?

“여당에 몸담은 사람들은 생리적으로 여당을 빠져나오기가 굉장히 힘들다. 새누리당은 지금의 형태로는 정당으로서 지속하기 힘들 거다. 분당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한테 말 한마디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

책임은 어떤 형태가 돼야 하나? 그 공동의 책임에는 비주류나 비박도 예외가 없나?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거다. 국민이 심판할 텐데. 비주류, 비박도 예외 없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감도 불러일으켰다.

“2018년이면 대한민국 정부가 만 70세 되는 해다. 40년 동안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이 있었고 그 후 30년 동안은 직선제로 바뀌면서 국민이 소위 정치민주화를 이뤘다. 그런데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한결같이 제왕적인 대통령으로 일관했다.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잡으려고 한다. 특히 재계가 그렇다. 그것이 지금까지 대통령이 성공을 못한 이유다. 매번 ‘실세’라는 사람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쳐서 각종 이권을 나눠주고 사고 나서 잡혀 들어간 거 아닌가.

이번 최순실 사태도 그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전형적인 모습으로 터진 거다. 최순실 사태는 대통령제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대통령제를 또 하면 대한민국은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 내각제는 혼자 국가를 끌고 가는 게 아니다. 내각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해야 하니까 개인적 횡포를 부릴 소지가 없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난 70년간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했던 정치체제, 경제운용 체제를 바꾸려면 개헌을 1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개헌을 말할 때는 아니라는 주장도 많은데.

“지금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뭘 해야 할 때다. 정국이 이렇다고 해서 넋 놓고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지 않나. 지금 개헌 아니면 뭘 할 수 있나. 정치체제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선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만들어졌다고 보나?

“그렇다. 난 아직도 내각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태를 국민들한테 제대로 설명하면 된다고 본다. 지난 30년간 정치민주화 이후 제대로 성공한 대통령이 있나. 지도자를 잘못 만난 나라는 융성할 수 없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지 않기 때문에 내각제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건 잘못된 판단이다. 내각제로 가면 국회의 힘이 세질 것 같지만, 오히려 국회의 힘이 더 없어진다. 내각의 힘이 세지는 거다.”

개헌을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이 상황이 지나면 시간이 아직 많이 있다. 개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김형오 국회의장 시절 내가 개헌자문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1년 반 동안 연구도 많이 해놨고 조문까지 다 만들어놨다. 그동안 다른 의견도 있고 상황변화도 있으니까 약간의 수정을 거치면 된다. 그 작업 자체는 별로 힘들지 않다. 지난번(87년)엔 2개월 만에 개헌했다. 시간문제는 없다.”

만약 총리가 되면 개헌을 제1과제로 삼을 건가?

“난 총리에 별 관심도 없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려면 모든 여건을 참작해서 ‘내가 하면 이런 일을 진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했을 때 자리에 가는 거다. 총리에 대해선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 위로는 임금 한 명 있고 아래로는 만백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해서 대통령 다음에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번 총리는 다르지 않나. 대통령의 전권을 대행할 수 있다.

“이번 총리라는 게 단기간 동안 재직할 수밖에 없다. 무슨 업적을 쌓을 수나 있는 기간인가. 과도적으로 관리밖에 못하는 기간이다.”

“내각제 도입 후 차기 정부가 경제민주화 이뤄야”


김종인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는 ‘경제민주화’다. 김 전 대표가 2012년 새누리당 캠프에 합류한 것도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약속해서였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 결별한 것도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포기해서였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서도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예방책으로 내세웠다. “이번 사태도 제일 먼저 삼성이 최순실 딸 정유라를 후원하면서 시작된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가 사라져버린 데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의혹만 갖고 있었는데 이제야 모든 실마리가 다 풀렸다”고도 했다.

최순실 사태의 핵심에는 또 재벌이 있다. 결국 경제민주화인가?

“대통령이 관련된 부정적인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전부 재벌이 관련돼 있다. 이번 최순실 사태도 시작이 그런 것 아닌가. 삼성이 제일 먼저 최순실 딸 정유라 승마를 지원해준 걸로 이번 사태가 시작되지 않았나.”

더민주 대표 재직 시절 경제민주화법(상법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예방책이 될까?

“이 법안이 통과되나 안 되나 끝까지 볼 거다. 나는 과연 국회가 경제민주화를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굉장한 회의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법안이 통과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재계에 로비라는 게 말할 수도 없이 많다. 재계가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도 상당히 포섭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히려 경제민주화에 더 반대한다.

왜 나라가 이 꼴이 됐나? 소득분배가 왜곡돼 양극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노사 간에 소득분배가 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노동시장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쪽에만 압박을 가한다. 그러니까 노동시장에 소득이 더 불리하게 배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양극화를 해결하나. 정치인들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만 하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도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버렸다’고 하지 않았나. 대통령이 넘어간 권력을 다시 찾아오려고 해야 하는데 그 힘이 없는 거다.

경제민주화가 가장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돈의 권력(경제세력)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걸 막자는 거다. 경제세력이 정치도, 문화계도, 언론도, 법률시장까지 다 지배하고 있는데 무슨 정의가 이뤄지겠나?”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다른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당장 문재인 대표가 싱크탱크라고 만들어서 4대 재벌연구소 소장들 만나지 않았나. 대통령 후보자 때부터 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거다. 명분은 외연확장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외연확장 절대 안 된다.”

해법은 내각제와 경제민주화로 정리가 된다. 수순은 어떻게 될까?

“경제민주화는 내각제가 이뤄진 후 다음 정부가 할 일이다. 시민의 분노는 박근혜 대통령만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사회가 극도로 양극화돼서 기득권층과 비기득권이 부딪히면 저런 분노가 재계를 향해서도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민주화를 국민이 이룬 거지, 정치권이 이룬 게 아니다. 경제민주화도 정치권이 못하면 국민이 이루게 된다. 이번 사태도 분명히 재벌이 공범인데, 재벌에 대해선 별로 이야기를 안 한다. 그게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고질적인 과제다.

2012년 대선 때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만약 수만 명이 특정 재벌 회사 앞에서 데모한다면 그땐 이미 때가 늦다. 그래서 ‘너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조금씩 양보하라’고 한 거다. 자유가 최고의 가치라고 하지만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스스로 자유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가 있으니까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겠다면 그건 절대로 안 된다.”

2012년 대선 캠프에 있으면서 비선 문제 눈치는 못 챘나?

“추측은 했다. 박 대통령은 분명히 약속한 걸 금방 뒤엎는다. 경제민주화도 마찬가지로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지 않았나. 그걸 보면서 누가 뒤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는 의심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수수께끼가 풀렸다. 재계가 최순실을 통해 그렇게 했다고 나는 확신한다. (내가) 재계한테 당한 거다.”

김 전 대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한미관계는 상호관계가 아니라 갑을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미국과의 무역에서 지금보다 우리나라가 20~30조원 손해를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미관계에 대해선 “강경책으로 가다가 직접 북한과 협상해서 문제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다음날인 14일 최운열·박용진 의원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북방경제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었지만 개인사정으로 일정을 취소했다.

“한미관계도 갑을관계로…대미수출 20조~30조원 감소할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린 어떤 걸 예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제 선거 기간 동안 얘기해왔던 것들, 그리고 인수위에서 내년 1월 25일 취임할 때까지 준비해서 만든 취임사가 나올 것 아닌가.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다. 미국 위주로 가겠다는 거다. 당연히 트럼프가 말한 방위비 문제, 자유무역협정(FTA), 한미안보방위조약 등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한미 관계는 우리 생각대로 상호관계가 아니라 갑을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미 FTA도 수정해서 대미 수출이 20조~30조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대미외교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잘하는 게 아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김정은 암살설, 북한 핵폭탄 투하 등 각종 괴담도 쏟아져 나온다.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경책으로 가다 직접 북한과 협상해서 문제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북핵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결국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니까 그런 식으론 하지 않을 거다. 대한민국이 그런 환경에 변화해서 스스로 적응해서 어떻게 대한민국이 자주권을 갖고 외교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질 수 있냐를 걱정해야 한다.”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할 텐데 북방경제로 뚫어야 하나?

“우리가 중국, 러시아랑 친하면 미국이 싫어하니까 조심스럽게 해야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어떤 구상을 갖고 방문할 예정인가?

“최근 그쪽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 동북3성은 바다를 접한 곳이 없어서 북한 나진항에서 부두 2개를 조차해서 쓰고 있다. (러시아 하산과 북한 두만강역을 잇는) 두만강 철도도 있고 러시아도 시베리아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도 앞으로 일본에 (쿠릴열도) 섬을 반환해야 되니까 극동 연해주 (최대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간 개발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북극에 얼음이 녹으면 북극해로가 생길 수 있다. 동해에서 구라파(유럽)로 가는 섬 등 그쪽에 방점을 두고 탐사해볼 필요도 있다.”

- 글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201612호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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