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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미국 대선] 트럼프 시대 미국을 이끌 사람들 

초당적 정치관의 트럼프 참모들 색깔도 ‘각양각색’ 

박진 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인수위 참여 일가족 ‘4인방’,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스티브 배넌 선임고문 두각... 네오콘 존 볼튼 전 유엔대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하마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당선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 / 사진·뉴시스
전 세계의 주목을 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 요인은 평소 진보성향 다큐멘터리 영화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명쾌하게 지적했다. 그것은 미국 사회의 민심 저변에 흐르고 있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일자리 상실에 대한 박탈감을 트럼프 후보가 대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서부 쇠락한 산업지대 즉 미시건·오하이오·펜실베니아·위스콘신 등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백인 노동자층의 성난 표심이 클린턴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다.

히스패닉 인구가 많다고 하는 플로리다에서도 피 말리는 접전 끝에 1.3% 차이로 클린턴 후보가 패했다. 선거인단 수가 많은 플로리다(29명)와 펜실베니아(20명)에서 패한 것은 클린턴 후보에게 치명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클린턴 후보가 러스트 벨트의 3개 주, 즉 위스콘신(10명), 미시간(16명), 오하이오(18명)에서만 이겼어도 총 276표를 얻어서 충분히 당선될 수 있는 게임이었다.

트럼프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와 클린턴 후보가 부유한 기득권층을 옹호해서 심각한 소득 양극화가 이루어졌고, 자유무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하는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쳤고, 이것이 분노하는 백인 노동자층의 정곡을 찔렀다. 무어 감독은 이를 ‘러스트 벨트 브렉시트’와 ‘분노한 백인 남성(Angry White Man)의 최후 저항’이라고 표현했다. 무어 감독은 또한 클린턴 후보의 비호감 및 구식 정치인 이미지, 미국인의 70% 가까이가 그녀를 믿을 수 없으며 부정직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클린턴 후보가 급진 민주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의 지지자들을 충분히 끌어안지 못한 점도 패착으로 꼽혔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 미네소타주에서 제시 벤츄라라는 인기 프로레슬러를 엉뚱하게 주지사에 당선시킨 것처럼 정치 문외한인 ‘이단아’ 트럼프를 보란 듯이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식상한 미국 정치의 판을 뒤집어엎으려는 욕구가 분출한 것도 클린턴 후보에게 불의의 일격이 됐다.

‘러스트 벨트 브렉시트’의 전조


▎트럼프 정권 인수위는 측근과 가족들 위주로 짜인 게 특징이다. / 사진·중앙포토
트럼프 후보는 예측불가능하고 돌출적인 성격이지만, 미국 국민들이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는 것, 즉 무능하고 실패한 기존 정치를 확 바꿔버리는(shake things up) 변혁적인 리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등에 업고 당선됐다. 우여곡절 끝에 트럼프 시대는 개막됐고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도 형성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후보로서 증세, 총기 규제, 낙태, 이민에 반대하면서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의 자유무역, 오바마케어(의료보험), 기후변화 등 자유주의 정책들을 맹공격했다. 하지만 사실은 전통적인 공화당의 보수주의 정책과는 상이하거나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공화당은 대외정책에서 보호무역보다는 자유무역, 고립주의보다는 동맹 중시와 해외 군사개입 등을 선호해왔다. 트럼프의 경우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과도한 자유무역이 미국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죽이는 것(job killer)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미군 주둔이나 군사 개입에 있어서도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등 미국의 동맹 우방국이 그들이 얻는 안보 이익의 대가로 충분한 방위비를 내지 않고 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미국우선주의 논리로 이어졌다. 심지어 한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를 100% 내지 못할 이유가 없고, 그렇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화를 용인할 수 있다는 극단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캠페인 과정에서 나온 돌출적인 발언들이 그대로 정책으로 현실화된다는 법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당선인이 현실주의 외교로 전환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나는 절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한 오바마케어도 일부분은 유지할 수 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참모의 발언을 통해 한 발 물러섰다.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공약도 “장벽도 될 수 있고 울타리도 될 수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한미자유무역에 의존하고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서 한미연합 방위 억제력에 기대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이고 치밀한 대응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화당·민주당 넘나드는 초당적 정책 발상


▎2016년 10월 미국 워싱턴 소재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개관식에 참석한 트럼프 가족들. / 사진·중앙포토
트럼프 후보는 또한 전통적인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공화당 정책과는 달리 공공부문 인프라 투자에 1조 달러를 투입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트럼프판 ‘뉴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딜정책은 미국 민주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사회 재건과 산업 부흥 및 빈곤 구제를 목적으로 자유방임주의를 포기하고 케인스의 공급 경제 이론을 받아들인 획기적인 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화당과 민주당을 넘나드는 초당적인 정책 발상은 본인 자신의 자유분방한 정치 이력과도 일맥상통한다. 트럼프의 첫 당적은 민주당이었으며, 1987년 레이건 대통령 말기에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1999년 클린턴 대통령 말기엔 제3정당인 개혁당으로 바꾸었다. 2001년 부시 대통령 초기에는 반대편인 민주당으로 다시 돌아섰다가,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초기에 반대편인 공화당으로 다시 옮겼다. 잠시 무소속을 거쳐, 2012년 이후에는 공화당에 복당할 정도로 탈당과 복당을 여섯 번이나 했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당적은 상황과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당 정책에 따르기보다는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훨씬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즉 경직된 이념보다는 실리와 목적 달성을 중시하는 철저히 사업가다운 발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소감 연설에서 “이제 미국은 분열의 상처를 치유할 때가 왔다”면서 “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민주당과도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선거 캠페인 기간 중 트럼프 후보의 반(反)공화당적인 정책과 여성 및 무슬림 비하 발언, 끊이지 않는 성추문 및 음담패설 논란 등으로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던 공화당의 주류 정치인들도 뒤늦게 당선을 축하하고 현실을 수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조지 허버트 부시 전 대통령, 공화당 후보경쟁자였던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이다.

특히 선거기간 중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라이언 하원의장은 선거가 끝나고 트럼프가 “다른 누구도 듣지 못한 국민의 소리를 들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한때 철회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전력을 다해 새로운 대통령에 협조할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지난 8년간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 행정부 아래서 쌓인 불만과 갈등으로 격심한 분열상을 보였던 공화당이 이제 새로운 트럼프 시대를 맞아 집안의 울타리를 허물고 내분을 봉합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을 이끌어갈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선 트럼프 당선인의 이력이 흥미롭다. 독일 이민자 3세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은 1946년 백인 거주 지역인 뉴욕시 퀸즈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부동산 개발업자 아버지 밑에서 유복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등 반항아 시절을 거쳐 13세 때 뉴욕군사학교에 진학해서 절도와 규율을 배운다. 이후 가톨릭계 포덤대학을 거쳐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와튼스쿨의 부동산 개발 수업 첫 시간에 왜 강의를 듣느냐는 교수의 질문에 “저는 뉴욕의 부동산업계의 왕(King)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당돌하게 답변했다고 한다.

신랄한 비판과 천부적인 협상가 기질 주목


▎미 위스콘신주 출신으로 ‘온건 보수’ 지향 정치인이자 트럼프 캠프의 의회파인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오른쪽). / 사진·중앙포토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체를 ‘트럼프 그룹’으로 변경하고 맨해튼의 고층 건물 리노베이션 및 주상복합아파트 ‘트럼프타워(Trump Tower)’ 건설을 통해 사업을 점차 확장시켜나갔다. 그는 거액의 채무를 지고 카지노 사업에 실패하는 등 수차례 파산하는 쓰디쓴 경험을 겪기도 하면서 세계 각지에 부동산, 호텔, 골프장을 가진 글로벌 종합 부동산 개발 그룹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원래 영화를 좋아해서 한때 영화배우나 프로듀서를 희망하기도 했다. 방송계로 진출해서 TV토크쇼와 리얼리티쇼, 특히 NBC에서 10년 이상 진행자를 맡은 견습생 취업 면접 인기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Apprentice)>를 통해 자신을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상품 브랜드화 하는데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출마 정치 메시지는 지난해 11월에 출간한 <불구가 된 아메리카(Crippled America)>에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

그 책에서 트럼프는 기성 정치인들이 말만 늘어놓고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미국 국민의 이익보다는 로비스트와 이익단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기존 정치 시스템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그는 또한 1987년에 나온 <협상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란 자신의 베스트셀러에서 자신은 협상을 위해서 “매우 높은 목표를 세운 뒤 이를 넘어서기 위해 계속 밀어붙인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못 미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으며 협상에는 하나의 접근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타고난 협상가로서의 기질은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 외교적인 협상과정에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8) 트럼프 그룹 수석 부사장은 수년 전 한국을 방문해서 한 세미나에서 아버지의 인생철학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 적이 있다. 첫째,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라. 둘째,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셋째, 집중력을 유지하라. 스스로 모멘텀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한걸음 물러나라. 넷째, 노(No)라는 말을 듣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등이다. 즉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뜻이다. 그는 평소에 “좋은 평판은 나쁜 평판보다 낫고, 나쁜 평판은 때로는 평판이 전혀 없는 것보다 낫고, 논란은 장사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미국 대선은 분명히 트럼프 후보가 좌충우돌하면서 논란을 만들고, 논란의 중심에 항상 서 있었고, 논란으로 인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의 수혜자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에게 일견 불리한 논란도 마다하지 않는 공격적이고 승부사적인 기질이 결국 그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24시간 활용했다. 한 예로 보수 언론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싣자 그는 바로 트위터에 글을 올려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나에 대해서 나쁘게 쓰는 걸 좋아한다. 그들은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들을 혼내 줄 테니까. 기대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한 노스캐롤라이나 유세 연설에서 “푸틴은 우리 대통령보다 훨씬 더 지도자다운 사람이었다” 라고 칭찬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불리한 논란도 마다 않는 트럼프의 승부사 기질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용될 것으로 알려진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부부와 함께한 필자(왼쪽). / 사진제공· 박진
예측하기 어려운 다혈질인 트럼프 당선인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선거 캠페인의 위기를 관리해온 것은 그의 측근들이다. 그중에서도 트럼프의 직계 가족인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단연 돋보이는 측근이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35)는 아버지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운동선수이자 모델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패션모델 출신 여성사업가다. 아버지 회사의 개발 및 획득 담당 부사장을 담당하면서 부동산과 호텔 경영을 맡아왔다. 그는 아버지처럼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어프렌티스> 방송 프로그램에 아버지와 같이 출연할 정도로 트럼프의 분신처럼 행동했다. 이방카는 공화당 색깔이 짙은 편은 아니며 2007년에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1000달러를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유대인 남편과 결혼해 유대교로 개종했으며 여성과 이스라엘을 옹호하고 있으며, 주로 여성과 보육정책 분야에서도 아버지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이번에 트럼프 인수위원회 집행위원으로 들어갔다.

남편인 제러드 쿠슈너(35)와는 신랑 부모의 반대로 한때 헤어지기도 했으나 다시 만나 2009년 유대인 방식으로 결혼했고 클린턴 후보의 딸인 첼시나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딸인 조지나와도 가깝다. 쿠슈너와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쿠슈너 역시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집안의 성을 딴 회사와 주간지 <뉴욕옵서버>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사회학, 뉴욕대에서 법학(J.D.)과 경영학 (MBA)을 공부한 인재로 25세 때 아버지가 조세포탈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자 사업을 대신 맡아 경영했다. 26세가 되는 2007년에는 미국 맨해튼 5번가의 건물 매입 거래를 역사상 최대 규모인 18억 달러에 성사시켜 유명해지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가 자신의 정권인수위원회와 구성을 쿠슈너에게 맡길 정도로 각별한 신뢰를 얻고 있다. 쿠슈너 역시 이방카와 함께 인수위 집행위원에 선정되었다. 이밖에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38)와 차남인 에릭 트럼프(32)를 포함해서 트럼프 일가족 모두 4명이 인수위 집행위원으로 대거 진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족정치’와 ‘연고주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13일 백악관 비서실장에 라인스 프리버스(44)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을 전격 임명했다. 프리버스는 뉴저지 출생으로 위스콘신에서 자라난 변호사로 워싱턴 인사이더로 평가받는다. 또 공화당 주류에 가까운 온건파로서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지도부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같은 위스콘신 출신인 폴 라이언 국회의장과 친분이 있고,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공약들을 의회에서 법제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소감 연설에서 프리버스를 “믿기 어려운 스타(unbelievable star)”라고 극찬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은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동등한 파트너’로서 트럼프 캠프 2기의 좌장을 맡아 선대위를 이끌었던 스티브 배넌(62) 최고경영자를 백악관 선임고문 및 수석전략가(chief strategist)로 임명했다. 스티브 배넌은 강경 보수 인터넷 매체인 <브레이트바트>의 설립자로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 후보를 맹공격하고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특검을 요청한 바 있다. 그는 전직 해군 장교출신으로 조지타운 대학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은행가 출신으로 한때 할리우드에서 영화 프로듀서로 일한 적도 있는 워싱턴 아웃사이더다. 그는 반(反)유대주의 성향에 자신을 반(反)기득권층으로 보고 있으며 <블룸버그> 뉴스에서 붙여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 책략가(political operative)”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추문이 터질 때마다 트럼프 후보 방어에 앞장섰던 켈리앤 콘웨이(49) 선대본부장은 백악관 공보수석으로 거론되고 있다.

스티브 배넌,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책략가?


▎트럼프 대선 승리의 주역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리차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왼쪽부터). / 사진·중앙포토
트럼프 후보를 보좌할 거물급 인사들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제프 세션스 앨라바마주 상원의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마이크 펜스(57) 부통령 당선인은 이번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최고의 중책을 맡았다. 그는 인디애나 대학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이번 선거기간 중 트럼프 후보를 적극 변호하고 보좌해서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2012년 인디애나 주지사에 당선됐으며, 공화당 내 강경보수그룹인 ‘티 파티(Tea Party)’ 소속으로 한때 대선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캠페인 기간 중 공화당 지도부와 트럼프 후보 사이의 다리 역할을 했다. 아일랜드계 이민 3세 출신으로 부친은 한국전 참전용사이며 안보 문제에도 식견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막말과 쇼맨십을 구사하는 공격형 정치인이라면 펜스 당선인은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방어형 정치인으로써 두 사람 사이의 상호 보완관계가 눈에 두드러진다. 펜스 부통령은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딕 체니 부통령과 같이 국정운영에서 상당한 권한과 비중을 지닌 실세 부통령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들어간 뉴트 깅리치(73) 전 하원의장은 의회전문지 <더 힐>에서 분석하는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임고문 (Senior Advisor)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나, 경우에 따라서는 국무장관으로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조지아주 출신 공화당 중진 정치인으로 트럼프 후보와 지난 7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만나 부통령직을 놓고 상의한 바 있다. 당시 깅리치 전 의장은 부통령 러닝메이트 1순위였다. 그때 깅리치 전 의장은 트럼프 후보에게 자신은 연방정부를 전체적으로 다루는 ‘계획자’가 되어서 어떤 부서의 어떤 프로그램도 검토하고 낭비, 사기, 권한 남용 등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민주당 정부의 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과의 계약’을 설계하고 1994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국무장관 후보로는 그 밖에도 존 볼튼 전 유엔대사, 밥 코커 상원외교위원장, 그리고 최근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이 거론된다.

볼튼 전 대사는 북한은 ‘악의 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네오콘 출신의 대북강경파 인사다. 테네시 주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중시하는 정책적 유연성이 있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리차드 하스(65) 회장도 잠재적인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하스 회장은 지난 9월 미국 차기 행정부에 대한 초당적 권고안을 통해서 대북정책의 윤곽을 제시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재처리와 농축을 중단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면 한미가 대북 영양 지원과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와 내용을 조정하고, 평화협정 및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역시 이번에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 제프 세션스(69) 앨라배마 주 상원의원은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좌장을 맡아서 9명으로 구성된 ‘국가안보위원회’를 이끌었다. 그는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이 3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앨라배마주 지역구를 가지고 있으며, 원래는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했으나 캠프에 들어오면서 입장을 비판적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세션스 상원의원은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후보로도 이름이 올라 있지만 앨라배마주 검찰총장 출신으로 법무장관 후보로도 저울질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사건 때 신속한 위기대응에 탁월한 수완을 보였던 루돌프 줄리아니(72) 전 뉴욕시장도 인수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뉴욕 출신으로 수십 년 동안 교류해온 절친이자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후보가 무슬림 차별 발언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그를 적극적으로 옹호했고, 하루에도 수차례 트럼프 후보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크고 작은 일을 논의해 왔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현재 국무장관, 법무장관과 국토안보부장관 후보에 올라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54) 뉴저지 주지사도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는데 세션스 상원위원, 줄리아니 전 시장과 함께 차기 법무 장관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평소 거침없는 성격에 직선적인 화법으로 한때 클린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3년 9월 소위 ‘브리지게이트(Bridgegate)’ 스캔들, 즉 맨해튼에서 뉴저지로 향하는 조지워싱턴 브리지의 정치보복성 폐쇄로 인한 교통체증과 일대 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인수위 부위원장인 마이클 플린(57) 전 국방정보국 국장은 58년생 퇴역 육군 중장 출신으로 평소 정보융합 및 공유를 주장해왔다. 2010년 1월에는 ‘신미국안보센터’에서 출판된 보고서를 통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정보에 실패한 이유는 전장에서 인적, 사회적 맥락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미국 정보 커뮤니티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對) 한반도 정책 윤곽은?

그는 특수군사령관으로 이라크전을 지휘하기도 했지만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작년 5월에는 한때 트럼프 후보의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으며, 지난 7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미국의 리더십과 예외주의(exceptionalism)에 대한 ‘불을 뿜는 연설(fiery speech)’로 유명해졌다. 플린 전 국장은 현재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국방장관 후보로 검토되고 있으며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켈리 에이욧 뉴햄프셔 상원의원도 국방장관 후보로 포함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국장후보로는 피터 훅스트라(63) 전 하원 정보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53) 전 하원 정보위원장, 그리고 마이클 플린(57) 전 국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캠프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던 에드윈 퓰너(75) 미국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의 역할도 주목된다. 퓰너 창립자는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정통 보수주의자로 1977년 이후 헤리티지 재단을 이끌면서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만들고 국내정치 고문을 맡은 바 있다. 그는 한국을 100여 차례나 방문한 대표적인 지한파로 한국의 정·관계와 재계 그리고 학계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간의 원활한 소통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학부를 졸업한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무장관 후보로는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정치자금 모금 책임자인 스티븐 너친(53) 은행가 겸 영화제작자, 트럼프와 같은 뉴욕 퀸즈 출신으로 ‘기업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칼 아이칸(80) 회장 등이 거론된다. 상무장관 후보로는 철강 회사인 ‘뉴코르 코퍼레이션’의 댄 디미코(66) 전 회장 또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무역에 비판적인 댄 디미코 전 회장은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이끌 적임자로도 오르내린다. 에너지 장관 후보로는 해럴드 햄(70) 오일 재벌회장과 사라 페일린(52) 전 부통령 후보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기존 양당 정치의 벽에 부딪힌 미국 정치에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대이변이다. 어떤 의미에서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 공화당 양당을 상대로 싸운 거나 다름없다. 트럼프 시대의 대(對) 한반도 정책은 아직도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정국이 마비되고 국가적 리더십이 블랙홀에 빠져 있지만, 그렇다고 내치의 진공상태가 외치의 진공상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당장 우리의 이웃인 일본은 아베 총리가 11월 17일 직접 뉴욕을 방문해서 트럼프 당선인과 첫 회동하고 일본의 국익을 최대한 방어키 위해 외교 총력전에 돌입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새로운 총리 하에 비상거국내각을 구성해서 미국에 특사단을 파견, 트럼프 인수팀에 우리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정확히 설명하고 한미동맹의 건전한 유지 발전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 박진 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201612호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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