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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김광두, 새해 한국경제에 비관적인 전망 

“공정성 무너졌다는 좌절감에 국민 분노 증폭” 

글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 수출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 부동산 시장도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질 것
■ 조기 대선으로 들어서는 새 정부, ‘게임의 룰’ 제대로 작동케 해야
■ 靑 참모들,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에도 ‘요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에 빠져들어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세계적 설비 과잉과 중국 경제의 침체로 한국 수출 전망이 어둡다고 말한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린 12월 6일 오전 서울 마포에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찾았다. 월간중앙과의 인터뷰 준비를 하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은 노트북 컴퓨터를 열어 생중계되던 국정조사 청문회 장면을 한동안 응시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총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여야 청문위원들의 날선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김 원장은 “권력자가 기업을 상대로 해서 뭘 요구하면 기업이 거절하기 어려운 나라, 아직 우리 사회가 참 후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인맥을 대표하는 인사로 2010년 12월부터 박근혜 의원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이끌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으로 박 대통령의 당선에 힘을 보탰다. 서강대 경상대학 학장을 지낸 그는 서강학파의 대부격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권유로 박근혜 진영에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박 대통령이 국가미래연구원을 탈퇴하는 등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미흡한 소통과 측근들의 독주를 지적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고 그는 돌이켰다. 한때 박근혜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던 김 원장은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경제정책의 비판자로 돌아섰다. 2014년 월간중앙 인터뷰에서는 박 대통령 리더십이 국가혁신형과 거리가 있으며, 경제정책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 겹쳐 새해 한국 경제는 중차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게 김 원장의 진단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 국면에 즈음해 마음이 착잡하겠다. 어떤 심정인가?

“모든 게 법과 제도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권력자가 부당하게 금전을 요구해도 거절할 수 있는데…. 아직 우리는 권력자가 인허가 또는 금융, 검찰, 국세청과 같은 수단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후진적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유산이라고도 한다.

“1960년대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경제를 일으킬 시절의 후유증이라고 여겨진다. 정부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기업은 최선을 다해서 수출하고…. 그때 생긴 거라고 보이는데 지금은 있어선 안 될,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기업의 기(氣) 살려줘야 경제도 잘 굴러가”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 / 사진·전민규
21세기에도 기업이 정치논리에 휘둘린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재계의 현주소 아닌가?

“염려스럽다. 기업이라는 게 의욕이 있어야 하는 건데…, 기업가들 입장에서 자꾸 저런 일을 당하면 사업할 의욕이 나겠나. 어찌 됐던 기업의 기(氣)를 살려줘야 경제도 잘 굴러간다. 의욕을 꺾어버리면 경제도 힘들다.”

대기업 총수들과 더러 만났나? 총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별로 만나본 적이 없다. 심정이라… 글쎄. ‘대한민국에서 사업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 대신 좋은 점도 있다. 앞으로는 권력자가 돈을 달라고 해도 ‘아니 내가 어떻게 돈을 주느냐. 지난번에 그렇게 당했지 않느냐. 이제는 돈 함부로 못 낸다’라고 버틸 수는 있겠다.”

전경련을 없애라는 요구에 일부 대기업이 수긍하는 분위기다.

“권력이 전경련을 창구로 삼아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받는 것에 견줘 뇌물 성격이 희석되는 셈이니까. 현재 상태의 전경련은 없어져야 한다.”

어제(12월 8일)는 마침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무역의 날’이다. 그런데 정작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행사에 참석하질 못했다. 아이러니하다.

“참 역사적인 날에 제대로 못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수출도 58년 만에 2년 연속 감소했다.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 등 주변 환경도 심상치 않다. 새해 한국 경제가 어렵다고 말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나?

“경제는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우리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동안 중국경제의 활황에 힘입어 한국의 대외 수출도 재미를 봤다. 요즘 들어 중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데다 세계 경기도 설비 과잉 탓에 전도가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경제관은 간명하다. 미국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는 수입을 최대한 줄인다는 것이다. 한국도 유탄을 맞는 분야가 나올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겠다고 했으니 미국 내 SOC 분야에서 기회를 잡는 국내 기업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트럼프와 관련해서는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을 더 정확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주는 충격파는 어떻게 예상해볼 수 있나?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했던 때의 경험을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이 왔었다. 새해 상반기쯤에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국정이 겉돌 가능성도 우려된다. 공직자들은 복지부동으로 갈 것이고 다들 눈치만 보는 상황 말이다. 이런 경우 국가 기능은 사실상 올 스톱(All stop)이다.”

“한국의 재정건전성도 고령화와 함께 악화”


▎12월 5일 제5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첫째)가 ‘수출의 탑’ 수상자들에게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12월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대만보다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을 동원해 단기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건실한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경기를 부양할 여력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 체질이 상대적으로 튼튼하다는 시각을 깔고 있다.

2년 전 이맘때 당시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팀이 손쉽고 만만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매달리다 정작 필요한 구조개혁 과제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최근 무디스는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이라고 평가한다.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무디스라는 조직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신용평가사들이 주로 들여다보는 건 유동성 분야다. 그 나라가 빚 갚을 능력이 있나 없나를 중점적으로 본다. 그것도 아주 단기간에 초점을 둔다. 1997년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리기 직전까지도 무디스는 우리 신용등급을 동일하게 유지한 전례도 있다. 2007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신용평가사들은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 선별적으로 그들의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재정건전성은 양호하다고 평가되지 않나?

“상대적인 평가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는 엉망인데 한국은 덜 엉망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과 가계 사정은 형편없는데 그나마 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40% 선인데 선진국들은 70% 선을 넘어간다. 그래서 상태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부채 증가속도와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재정건전성이 좋다고만 말할 수 없다. 선진국들이 우리 고령화 수준이었을 때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우리보다 낮았다. 한국의 경제 상황을 현상 중심의 스틸 사진으로 찍어서 보느냐, 구조와 함께 MRI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거품이 꺼진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금융수단을 동원했다. 그 결과 국내 경기도 부동산에 상당 부분 의지해서 버티는 실정이다. 그런데 금융권의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산 사람들이 문제다. 가계 부채가 현재 1300조원 규모라고 하는데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1600조원에 달한다고 봐야 한다. 그들은 무슨 배짱으로 돈을 빌렸을까? 부채 증가 속도에 소득 증가 속도가 미치지 못한다.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다. 계속 상승하면 부채 문제에 큰 고민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금융을 약간 조이고 투기 매매를 규제하니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나. 근본적으로 저금리와 부채 증가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따라서 이는 투기가 낀 거품이며, 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새해의 부동산 시장 전망은 잿빛인가?

“정부가 굳이 돈줄을 막지 않아도 과잉 공급 때문에 부동산 경기는 하락한다. 새해 하반기에는 신규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는 가구가 속출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으로 빠질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그렇게 내다보고 있다.”

“서민층 부채탕감 정책, 금융시스템 붕괴 가져올 것”


▎최순실 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10월 31일 민중연합당 당원들이 검찰청사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부동산 거품 터진다는 얘기는 늘 있어왔다. 새 정부가 부양책을 계속 쓰지 않을까?

“그게 부채가 주는 환상이다. 앞서 언급했듯 2년 전 1000조 원이던 가계부채가 지금은 1300조원에 달한다. 개인사업자들이 진 빚도 300조원에 이른다. 다시 말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부채로 버텨온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미국 금융시장이 무너질 당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85% 수준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그게 90% 가까이에 가 있다. 신용문제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들은 정말 힘든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지난 9월 정부는 한계상황에 달한 서민층 빚을 탕감하는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나?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를 조정한 일반 채무자 중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의 채무를 탕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마저도 전체 한계가구가 가진 부채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은 금액에 불과하다. 또 이런 식으로 빚을 탕감하면 시장경제 의미가 없어지고 금융시스템이 무너진다. 너도나도 은행 돈을 빌려 쓸 거다. 아마도 인기영합주의자들이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울지도 모른다.”

왜 선거 때마다 포퓰리즘이 고개를 드는 건가?

“국민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좌절감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다? 그럼 공정한 거지. 그런데 (최순실처럼) 노력하지 않고도 부자가 되는 게 문제다. 나도 잘살 수 있는데 세상이 공정하지 못해 이렇게 힘겹게 산다고 생각해보라. ‘너희가 그런 식으로 얻은 것 내게도 달라’고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법이 지켜지고, 정당한 노력으로 부를 축적하고, 실력에 따라 출세하는 사회라면 나눠먹기 하자는 생각이 덜할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공정성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낀다는 것 아니겠나. 정치지도자라는 분들 중 감성적 언어로 이런 의식을 자극하여 인기를 얻으려 하고, 또 인기를 얻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그러나 얼마 전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무료등록금을 거부하지 않았나. 포퓰리즘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정부가 공정성 확립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에 간섭할 생각 말고 말이다. 게임의 룰만 정확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주면 경제주체들은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한다. 정부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얘기가 안 나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시책으로 추진한 4대 개혁(공공·교육·금융·노동 개혁) 과제도 최순실 게이트에 밀려 결국 물거품이 됐다.

“이뤄진 게 거의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손을 좀 댄 것 외에 교육 개혁, 금융 개혁, 노동 개혁은 겉돌았다. 개혁은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게 핵심인데 그 과정이 서툴렀다. 각종 기관과 단체로부터 로비를 받는 국회의원들을 다독이고 아울러 개혁의 한 방향으로 데려가는 리더십은 대통령의 몫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어떤 땐 일과의 50%를 의회를 설득하는 데 쏟아붓는다고까지 하지 않았나. 박 대통령이 전화통을 붙들고 국회의원들을 설득했다는 얘기를 별로 듣지 못했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박 대통령의 참모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불법행위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대선의 공신(功臣) 격인 김 원장이 청와대 참모로 들어갔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 자리에 가봐야 알겠지만, 나는 아마 싸우고 나왔을 거같다. 국가 운영은 그렇게 폐쇄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박 대통령과는 언제, 왜 멀어졌나?

“나는 그분의 공익 우선 원칙과 신뢰 추구 등의 가치를 공감했다. 또한 그분이 국민행복을 증진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소망이라는 데도 동의했다.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에 함께 정책 공부를 했다. 그사이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 제안도 있었지만 의리를 지키기 위해 사양했다. 2011년부터 경선 캠프, 대선캠프를 만들어 선거전을 시작했는데, 공부할 땐 느끼지 못했던 폐쇄적 리더십을 경험하게 됐다.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보좌관에 대한 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으며 자기의 사고 범위를 벗어나는 언행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게 됐다. 이런 점을 직접적으로 본인에게 지적하고, 개선을 요청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공감대가 약해지고 멀어졌다고 본다.”

“최순실에게 왜 저렇게 매인 건지 의문”


▎11월 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3차담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는 박근혜 대통령. / 사진·중앙포토
구속된 참모들은 사회생활도 해보았고, 그게 나중에 칼날로 돌아오리라는 점도 잘 알 텐데 왜 그렇게 처신했을까?

“인간적으로 안종범은 성실하고 학자로서 유능했다. 우선 학자에 대해선 한 가지 이해가 필요하다. 법률 감각이 별로라는 점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평소 훈련이 잘 돼 있어 법률 감각이 강한데 말이다. 또 권력 핵심에 들어가 부당한 지시를 받을 때의 선택은 두 가지밖에 없다. 못하겠다며 사표를 던지거나, 아니면 ‘요 정도는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에 빠져드는 것이다. 옷을 벗고 나온 진영 전 보건복지장관이 전자의 케이스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행위가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걸 몰랐을까? 그런 마인드가 없는 걸까?

“대통령이 법을 의식했다면 그런 일은 안 했겠지. 법의식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20년 동안 그렇게 지내왔는데 뭐 어때’라며 간단하게 생각했겠지. 적어도 엄청난 법 위반이었다는 의식은 약했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봤을 텐데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

“본래 그런 면에서 엄격한 스타일인데 아주 뜻밖이었다. 최순실한테 왜 저렇게 매여 있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때 최순실의 존재를 정말 몰랐나?

“정윤회만 있는 줄 알았지… 최순실은 몰랐다. 내 추측으로 ‘정윤회는 비서실장을 했잖은가. 그 사람이 뒤에서 뭘 하겠거니’ 정도로는 짐작했다. 당시 내가 상대한 사람은 세 사람(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었다. 그들과 주로 만났는데 세 사람이 누구의 지시를 받는다는 느낌을 준 적은 없었다. 그들도 전혀 아니라고 해서 우리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최순실의 이름은 거론됐다. 최순실이 어떻게 관여하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말인가?

“전혀 몰랐다.”

2007년, 2012년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다른 이들도 최순실의 역할과 활동반경에 어두웠을까?

“캠프 사람들 대부분이 몰랐을 것이다. 강남 어디에 3인방 사무실이 있다더라, 거기서 어떤 작업을 한다더라, 그 정도 얘긴 들었다. 그런데 그 사무실의 대장이 그 사람(최순실)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3인방이 극도의 보안에 붙였다는 말인가?

“그렇다. (2004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고, 2007년 경선 캠프의 핵심 역할을 한) 유승민 의원도 몰랐을 것이다. 가끔 유 의원도 ‘이런 게 왜 안 되는 거지’라는 생각은 가졌다. 그 뒤에 뭐가 있는지는 유 의원도 몰랐다. 그만큼 보안에 완벽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

“남덕우 전 총리가 이런 사실 알았다면 도와줬겠나?”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도 심한 배신감, 자괴감을 토로한다. 최순실이라는 존재가 정말 뜻밖이었기에 충격이 더한 것 같다.

“나도 사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저 사람이 저런 영향을 미쳤는가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저런 사람이 뒤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았다면 누가 도와줬겠나.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남덕우 전 총리는 박근혜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으셨다. 만약 남 전 총리가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도와줬겠나?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하늘에서도 황당해 하실 것이다.”

남 전 총리는 회고록 <경제개발의 길목에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끈 개발연대의 경험을 기록했다. 남 전 총리께서 이와 관련해 어떤 말씀을 남겼나?

“얘기를 들어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은 권한을 철저하게 위임했다. 장관을 임명하면 인사권을 장관에게 넘겼다. 그러면 장관이 죽어라 뛴다는 거지. 지금처럼 하면 정부가 왜 뛰겠나. 그냥 쳐다만 보지. 남 전 총리께서 계셨다면 권한의 위임을 박 대통령에게 강조하셨을 것이다.”

‘선거의 여왕’이라고 할 정도로 민심 해석에 남다른 능력을 보여줬던 박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질곡을 자초했다고 보나?

“박 대통령은 선거 전략의 귀재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적기에 내세웠다. 그게 원래 민주당 어젠다 아닌가. 경제민주화 전진 배치는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정치적으로 브라이트(bright)한 사람이다. 세상은 저렇게 된 박 대통령을 일러 ‘바보’라고 하는데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선거 때마다 이겼겠나? 단지 최순실 건은 이상할 뿐이다. 왜 그렇게 된 건지….”

최순실 파동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 개인적 차원(성장 과정, 트라우마, 최태민 부녀와의 관계)과 헌정적인 차원(대통령 권력 집중)의 문제는 이미 충분히 거론됐다. 또 권력의 사용화, 남용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윗사람의 이익이나 지시가 법과 규범에 앞선다는 생각이 공직자들 사이에 존재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한국 공직사회의 심층적인 반성과 변화 없이는 어떤 정권, 대통령도 성공하기 어렵지 않을까?

“공직자가 윤리의식, 공익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건 다분히 이상적이다. 공직자에겐 승진과 보직도 중요하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사에게 대든다?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극히 어렵다. 공정한 인사가 되도록 조직의 책임자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더 현실적이다.”

인사 관리에서 박 대통령은 어떤 과오를 범했나?

“위임을 하지 않은 것이다. 중앙부처의 과장 인사까지 청와대가 간여했다. 이는 아주 잘못된 일이다. 공무원들이 장관 눈치 볼 필요 없이, 청와대만 바라보게 됐다. 승진이나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청와대의 지시와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다. 청와대가 인사 운용을 철저하게 틀어 쥔 게 문제다.”

- 녹취 정리·김준석 인턴 기자

- 글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사진 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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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호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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