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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 재계 ‘빅2’ 이재용·정의선의 ‘위기와 도전’ 

‘병신년’은 시련의 연속, 해법은 현장에 있다 

신희철 서울경제신문 기자 hcshin@sedaily.com
李, 갤럭시노트7 실패 이어 청문회장 증인까지… 삼성전자, ‘씨앗사업’에서 돌파구 마련 나서
鄭, 3년여 만에 분기 영업이익 ‘반토막’… 현대차, 다양한 신차(新車)로 재도약 노려

준비된 3세이자, 재계 1·2위 기업을 이끄는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46)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에게 2016년 한 해 적용되는 공통된 키워드는 ‘위기’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지금까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향후 이들이 보여주는 판단과 결과물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다. 새해를 맞아 두 쌍두마차의 위기와 기회를 진단하고 한국경제의 미래를 전망한다.


▎한국경제의 ‘빅2’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을 각각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에게 2016년은 위기와 시련이었다. 2017년 새해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1. 삼성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1910~87)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호암재단에서 펴낸 <담담여수(淡淡如水)>에는 이 회장이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손자(이재용 부회장)를 안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수록돼 있다. 1972년 2월 12일 이병철 회장의 62세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함께 등장한다.

그로부터 44년이 흐른 지금, 당시 네 살이던 어린아이는 재계 1위 삼성을 진두지휘하는 선장이 됐다. 사랑을 듬뿍 주던 이병철 회장은 1987년 타계했고, 인생과 경영의 선배인 이건희 회장은 건강 악화로 201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삼성’이라는 기업에 대한 막대한 관심은 오롯이 이 부회장에게 쏠려 있다. 2016년 10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 이사에 선임된 후 ‘이재용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많아졌고 날카로워졌다.

2016년 한 해에는 이 부회장에게 많은 시련이 닥쳤다. 야심 차게 선보인 갤럭시노트7이 대규모 리콜 끝에 결국 생산이 중단됐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서는 일까지 있었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이 부회장 스스로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을 터다. 그럼에도 최근에 겪은 일들은 예상하기도, 극복하기도 어려운 것들이었다.

# 2.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인 ‘왕자의 난(2000년)’을 앞둔 1999년 미국·일본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전격 귀국했다. 29세이던 그가 처음 맡은 보직은 현대자동차 자재본부 구매실장. 수만 개의 부품으로 완성되는 자동차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정 부회장은 나사 하나, 케이블 하나까지 외우는 열성을 보였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업무에서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이며 상무(2001년), 전무(2002년), 부사장(2003년) 등에 이어 2005년 기아차 사장이 됐다. 이후 정 부회장은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며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다. 그 결과 적자 상태이던 기아차는 흑자로 돌아섰다. 2009년 현대차그룹 부회장 자리에 오른 정 부회장은 종횡무진 활약하며 순항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 역시 위기는 피하기 어려웠다. 노조 파업에 수입차 파상공세로 내수 시장점유율이 추락하는가 하면 신흥국 불황에 글로벌 시장 판매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분기(分期) 영업이익이 줄곧 2조원을 넘어섰던 2012~2013년과 달리 2016년 3·4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을 겨우 넘겼다. 3년여 만에 이익이 반토막 난 것으로 머지않아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노트7, 역대 최고 스펙으로 국제무대서 망신


홍채인식 보안기능, 번역 등 활용도를 높인 S펜, 방수방진 기능,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를 부착한 고화질 디스플레이, 전면 500만·후면 듀얼픽셀 1200만 화소, 일체형 3500mAh배터리…. 2016년 8월 2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 사업부장 사장은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공개 행사에서 역대 최고의 스펙으로 평가받는 노트7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의 예상대로 노트7의 사전예약 판매량은 40만 대를 기록하며 갤럭시S7 시리즈의 3배, 노트5의 5배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8월 19일 노트7 정식 출시 이후에도 흥행돌풍이 계속되면서 블루코랄 등 일부 모델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노트7의 판매량이 연말까지 12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면서, 아이폰7 출시 이전부터 노트7의 승리가 확실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출시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노트7의 ‘폭발’이 일어났다. 초기엔 소비자·언론·삼성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국내외에서 비슷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사태가 심각해졌다. 삼성전자는 8월 말 노트7의 공급 일시 중단·품질 점검에 들어갔다. 이어 9월 초 배터리 결함을 인정하고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제품 전량을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9월 21일 노트7을 직접 손에 들고 삼성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면서 재판매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노트7 교환품에서도 잇따라 발화(發火) 사례가 터져 나오자 제품 출시 발표 54일 만에 결국 단종(斷種)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노트7의 손실을 반영해 3·4분기 영업이익을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이나 줄여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63% 감소한 수준으로 2014년 3·4분기(4조600억원) 이후 8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업계에서는 이미 판매된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비용과 미(未)판매 제품 폐기 등을 모두 포함해 이번 사태로 인한 삼성전자의 직간접적 손실이 최대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큰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업이 ‘범용화의 함정’에 빠진 점이라고 강조한다. 범용화의 함정이란 경쟁사 제품과 기술적 격차가 좁혀지면서 제품 간 차별성이 사라지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이로 인해 기업 간 무한경쟁이 심화되는 현상이다.

‘최순실 사태’ 연루, 이재용 수난시대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8월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발표회장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김상선
실제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로 지속돼왔던 스마트폰 시장은 신흥 강자의 부상으로 다핵 시대를 맞는 모습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중국 화웨이의 경우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글로벌 3위에 올라섰고, 삼성전자의 안방방인 국내시장에 보급형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프리미엄 제품인 ‘P9’과 ‘P9플러스’를 선보였다. 화웨이 이외에도 중국 기업인 오포와 비보 역시 세를 키우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애플과 삼성의 영향력이 여전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 3개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은 사실상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트7 사태가 기술적 결함으로 삼성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은 삼성의 도덕적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삼성은 ‘국민의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에서 손해를 봤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을 보면 삼성은 지난해부터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出捐)했다. 또 최순실 씨에게 80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게 16억원을 지원하는 등 재단과 최씨 일가에 총 300억원을 썼다. 특히 최 씨에게 건넨 80억원 중 37억원은 2015년 9월 최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직접 송금됐고, 43억원은 삼성전자 독일 계좌로 보내 말을 구입해 최씨의 딸인 정유라가 타도록 했다.

최종 수사 결과는 특검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문제는 삼성이 국정을 농단한 최씨에게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줬을 것이라는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된 과정에서 삼성이 최씨를 통해 정부와 국민연금의 동의를 얻어낸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합병 발표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35주였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합병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한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라며 “국민은 삼성이 재계 1위라는 점을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양가감정(兩價感情)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 법적 처벌과 대규모 인사이동, 미래전략실 해체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해외에서 80%가량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여론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삼성 아니면 대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평판 경제’가 갈수록 중요해진 만큼 소비자·내부직원·협력업체와의 신뢰관계가 기업 성장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가 미뤄지면서 2017년 초로 계획됐던 갤럭시S8 등의 출시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규모 인사·조직 쇄신이 예고된 만큼 그룹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정리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이후 인사가 미뤄지면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계열사의 2017년 경영계획까지 연쇄적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국내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재용 부회장에게 내년 상반기는 더 큰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이 같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빗장을 잠그기보다는 공격적인 사업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점은 향후 삼성의 미래를 밝게 하는 대목이다. 또 이 부회장이 미래 전략실 해체 등 기존 조직의 환골탈태를 선언한 만큼 삼성이 새로운 모습으로 위기를 빠르게 돌파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위기일 때 투자하라’ 반전의 묘수 찾나


▎1972년 이병철 회장의 62회 생일 때 서울 장충동 자택에 모인 가족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호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앉아 있다. 호암의 품에 있는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중앙포토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한 공격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월에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하만을 9조3000억원에 전광석화처럼 인수한 것을 비롯해 2016년에만 뉴넷캐나다·비브랩스·데이코·비야디(BYD)·애드기어·조이언트 등 7개 기업을 사들이거나 투자를 단행했다. 2013년(3개), 2014년(5개), 2015년(3개) 등과 비교하면 M&A 횟수와 투자규모가 확연히 늘어났다.

성장이 정체상태에 접어든 ‘열매사업’보다는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씨앗사업’에 전력투구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M&A의 경우 뚜렷한 방향성을 마련한다. 따라서 단일상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보다는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 가상현실(VR) 등 솔루션 분야에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비브랩스(인공지능), 뉴넷캐나다(메신저), 조이언트(클라우드), 애드기어(디지털광고), 루프페이(모바일 결제) 등이 대표적이다. 비브랩스는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 개발자들이 독립해 만든 곳으로 음성인식 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비브랩스의 기술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양한 가전제품과도 접목할 수 있다.

또 미국 모바일결제 전문기업 루프페이는 스마트폰을 카드 리더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관련 핵심특허를 가진 미국의 벤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루프페이 인수 덕분에 6개월 만에 삼성페이를 내놓을 수 있었고 더 쉽고 빠르게 모바일 결제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향후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한 것 역시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하만 인수는 자동차부품 생태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피력된 것으로, 전기차·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스마트카에 들어가는 전장부품 사업에서 시장 장악력을 단숨에 확대할 수 있는 묘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전장 분야 사업과 바이오·의료기기 사업을 미래성장을 이끄는 양대 축으로 삼고 있는 만큼 2017년 초 조직개편 역시 관련 부서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등 불필요한 조직은 과감히 정리하고 주요 부서엔 힘을 실어주는 이 부회장의 전략이 빛을 볼 것”이라며 “이 부회장은 미래성장 동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추가적인 대형 M&A에 나서 삼성의 선택과 집중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車, 새해에도 먹구름 전망?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 정 명예회장 뒤로 정몽구(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 있다. 사진·중앙포토 / 사진·중앙포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경우 실적 부진과 브랜드 신뢰도 하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친환경차·고급차·고성능차 등 3대 차세대 사업에서도 난항이 예상되자 ‘정의선 시대’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2016년 미국·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신흥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된 데다 내수부진까지 심화하면서 현대차는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설상가상 노조 파업까지 더해지며 생산 차질이 3조원대에 이르렀다.

2016년 1월부터 10월까지 현대차의 국내 판매량은 24만 6555대로 전년 동기 대비 6만1560대나 줄었다. 판매량이 줄면서 내수시장 점유율은 60% 아래로 꺾였고,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SUV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량이 늘면서 매출은 3분기 누적 기준 108조90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조1016억원으로 8.7% 감소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를 기록한데 이어 2016년 상반기 6.6%까지 떨어지며 5년 연속 하락했다. 기아차 영업이익률도 2011년 8.1%에서 2016년 상반기 5.2%로 감소했다.

최근 세타2 엔진결함 논란이 일면서 현대차는 브랜도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세타2 엔진이 YF쏘나타와 그랜저HG 등 현대차 주력 차량에 탑재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현대차는 ‘세타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국에서는 리콜을 실시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쉬쉬했다가 형평성 논란이 일자 뒤늦게 ‘세타2 엔진’이 장착된 차량의 엔진 보증기간을 기존 5년 10만㎞에서 10년 19만㎞로 연장하기로 했다.

여기에 현대차가 싼타페 에어백에 결함이 있는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직장인 박모(31) 씨는 “여러 나라 차량을 자주 비교해보는데 현대차와 수입차의 가격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의 2017년 사업전망도 어둡다는 점이다. 국내외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 자동차 시장은 내년 제로(0) 성장을 하고 중국은 3~4% 플러스 성장, 내수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2016년 10월, 임원 1000여 명의 임금을 내년까지 10% 삭감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시장 위축으로 현대차가 벼랑끝에 섰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임원 보수를 조금이라도 깎아 회사의 미래 기술 투자에 보태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돼 이를 반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정몽구 회장이 2006년 6월 현대차 비자금 사건 이후 10년여 만에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회사 분위기마저 침체됐다. 당초 밝힌 것과 달리 기금 출연 외에 최순실 씨 측에 일감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대차그룹은 더욱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그럼에도 정의선 부회장 역시 이재용 부회장처럼 다양한 묘수를 고민·실천하고 있어 현대차의 미래에 거는 재계의 기대는 크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제네시스·신형 그랜저·아이오닉 승부수 통할까


▎2015년 11월 4일 서울 동대문 DDP에서 현대차 새 브랜드 제네시스 론칭행사가 열렸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신차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정 부회장은 2015년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브랜드 비전·전략 발표회에 깜짝 등장했다. 2009년과 2011년 신차 발표회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적이 있었지만 공식 기자간담회 참석은 본격적인 경영 참여 이후 처음이었다. 그는 현대차 고급차 전용 브랜드 ‘제네시스’ 공식 출범을 발표하며 “이날을 위해 10년을 기다렸다. 현대차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이후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 EQ900을 시작으로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본격화했고,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시 1년 만에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12월 출시된 플래그십 모델 EQ900은 2016년 10월까지 2만1895대가 판매됐고, 7월 선보인 G80은 넉 달 만에 1만3284대가 팔렸다. 덕분에 현대차는 2016년 1~9월 국내 고급차 시장점유율을 46.6%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6년 하반기 북미·중동·러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유럽·중국 진출을 검토하는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을 위해 다시 한 번 디자인 인재 영입에 힘쓰고 있는 점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부분이다. 정 부회장은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담당 사장을 필두로 벤틀리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전무, 벤틀리 외장 디자인 총괄을 지낸 이상엽 상무를 연달아 영입했다. 이를 통해 제네시스 디자인을 전담하는 별도의 디자인팀, 컬러팀을 운영 중이다.

정 부회장은 판매 부진에 빠진 현대차를 구할 신차로 ‘신형 그랜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랜저IG’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풀 체인지(Full Change)된 6세대 신차다. 당초 2017년 초로 잡았던 출시 일정을 2016년 11월로 앞당겼을 정도여서 그야말로 ‘와일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은 2011년 1월 5세대 신형 그랜저HG 신차 발표회에 직접 참석해 신차를 소개했을 정도로 그랜저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형 그랜저의 경우 2016년 11월 2일 사전계약 개시 하루만에 계약대수 1만6000여 대로 역대 최대 신기록을 달성했다. 역동적인 디자인과 ‘현대 스마트 센스’ 등 동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첨단 안전 편의사양이 고객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은 친환경 차량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젊은층을 겨냥한 신형 i30를 선보이며 해치백 브랜드를 부활시키는 등 라인업을 넓히는 데도 힘쓰고 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업, 원화 강세 영향으로 2016년 3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신형 그랜저 조기 출시 효과로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희철 서울경제신문 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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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호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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