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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정유라 IOC 선수위원 만들기’ 프로젝트의 전말(顚末) 

“i-SR 로잔 사무실 설립 추진은 결정적 증거”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문체부는 문대성이 원하는 ISC-iSR 재단 통합을 돕고, 문대성은 “흠 있어서 안 된다”(김종)는 유승민을 IOC선수위원 후보로 결정한 이해 못할 행적들

▎8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에 참석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앞) 뒤쪽에 ‘찍어내기’로 인사 피해를 입은 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있다. / 사진·중앙포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는 스포츠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승마협회는 승마선수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드러났다. 청담고와 이화여대가 체육특기자 전형에 승마 종목을 갑자기 신설하고, 정유라가 출전했던 승마경기의 승부조작 의혹을 조사하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두 명이 ‘나쁜 사람’ 낙인이 찍혀 결국 공직을 떠난 일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적잖은 성과를 냈고 특검이 진행 중이지만 스포츠계에선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일이 숱하게 남아 있다.

대한민국 문체부 차관이 국보급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왜 방해했을까? 그가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를 ‘싫어한다’고 말한 이유는 뭘까?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이상하다’고 여겨 왔던 스포츠계는 ‘정유라’라는 조각을 맞춰놓고 나서야 “이제야 그 퍼즐이 다 맞춰지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정유라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의 중심에는 김종 전 차관과 19대 국회의원이자 현재 i-SR(국제스포츠재단) 이사장인 문대성 전 의원이 있다. 월간중앙이 ‘정유라 IOC 위원 만들기 프로젝트’ 의혹을 추적했다.


▎2012년 7월 27일 런던하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문대성 전 IOC 선수위원.
이번 의혹은 한 가지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박태환의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을 막으려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 전 차관은 지난 5월 25일 박태환 측과 만나 올림픽 불참을 종용했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박태환 측에 “기업들도 소개해줘서 (중략) 부담 없이 도와주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기업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 줄 수 있다”, “(박태환 모교인)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중략) 교수가 돼야 행정가도 될 수 있고 외교로 나갈 수 있고 다 할 수 있다”라고 회유했다. 그런가 하면 “(박태환과 정부가, 대한체육회도) 서로가 앙금이 생기면 (중략) 예를 들어 단국대학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라고 협박에 가까운 발언까지 했다. 김 전 차관은 이 자리에서 “나는 김연아를 참 좋아하지 않는다”, “안현수는 그냥 메달을 딴 아이다”, “유승민은 흠이 있어 IOC 위원이 되기 어렵다”는 말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이 박태환의 올림픽 출마를 막은 건 IOC 선수위원 출마 자격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스포츠계의 유력한 관측이다. IOC 선수위원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선수위원을 선출하는 해의 올림픽 또는 그 직전의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박태환이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면 2020년까지 IOC 선수위원 출마 자격을 갖게 된다. 김연아 역시 2014년 현역 복귀를 앞두고 “소치올림픽에서의 현역은퇴는 IOC 선수위원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12월 7일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에서 ‘김연아가 싫다’고 말한 데 대해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고 사과했지만, 그렇게 발언한 이유에 대해선 “지금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고 입을 닫았다.

김종, 박태환 올림픽 출전 왜 막았나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본부 예전 모습. 현재는 지난 2012년 11월 발생한 홍수로 건물이 훼손돼 공사 중이다.
IOC 선수위원은 국가당 1명이 원칙이기 때문에 문대성 위원의 임기가 끝난 2016년부터 대한민국 선수가 IOC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유승민 위원이 선출되면서 유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까지 또 다른 IOC 선수위원이 나올 수 없게 됐지만, 당시만 해도 박태환 선수 의 출마만 막아도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는 셈이었다. 김연아는 그 다음 수순의 문제였다. 정유라는 임신(2015년 9월)과 출산으로 인해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IOC 선수위원 출마 자격을 노렸을 것이란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스포츠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라를 IOC 선수위원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가장 유력한 경쟁자가 하계에서는 박태환, 동계에서는 김연아 선수”라며 “대한민국 정부 차관이라는 사람이 유망한 선수의 앞길을 막았다는 게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IOC 선수위원 선출을 두고 국내에서는 또 다른 이상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7월 대한체육회는 IOC 선수위원에 입후보할 KOC 후보 추천자 선출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KOC 후보 추천 소위원회는 최종 입후보한 역도 장미란, 사격 진종오, 탁구 유승민 선수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올림픽 참가 경력 및 성적(25점), 종목별 참가 선수 수(10점)로 구성되는 서류평가에선 세 사람 모두 35점 만점에 31점으로 동점을 받았다. 소위는 개별 진행되는 영어스피치와 영어 집단면접, 국문 집단면접 등을 거쳐 1위 유승민, 2위 진종오로 결정했다. 결국 ‘면접’이 결정적이었던 셈이다. 규정상 IOC 선수위원 후보자는 KOC 선수위원회가 선출한 1, 2위 두 명 중 KOC 선수위원장과 KOC 회장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있다. 당시 KOC 선수위원장은 문대성 전 의원이었다. 유승민의 선출은 대체로 ‘이변’이라는 평가였다. 김종 전 차관조차도 박태환 측과의 면담에서 이미 IOC 선수위원 후보로 결정된 유승민에 대해 “흠이 있어 IOC 위원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포츠계에서 나오는 “문대성은 올해 IOC 선수위원이 선출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가장 경쟁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던 유승민을 후보로 밀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문대성 IOC 선수위원 선출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송민석 KOA(대한올림피언협회) 국제사무총장은 “다행히 유승민 선수가 IOC 선수위원에 당선되긴 했지만 스포츠계에선 KOC 선수위원 후보 선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스포츠계의 핵심 관계자도 “당시만 해도 진종오나 장미란이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유승민 선수가 선출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가장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유승민 후보를 IOC 선수위원 후보로 내보낸 이유는 뭘까? 그 과정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던 문대성 전 의원과 김종 전 차관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문체부, 문대성 재단 통합에 개입


▎8월 2일(현지시간) 리우올림픽 선수촌에서 선거운동 중인 유승민 IOC 선수위원 후보. 18일(현지시간) IOC선수위원에 당선돼 한국인으로 두 번째로 선수위원이 됐다. / 사진·중앙포토
문대성 전 의원과 김종 전 차관으로 이어지는 문체부와의 커넥션은 지난 6월 마무리된 두 재단의 통합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체부 산하의 (재)국제스포츠협력센터(ISC)와 외교부 산하의 i-SR(국제스포츠외교재단)이 논란 끝에 통합을 이룬 과정에 문체부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진통 끝에 두 재단은 국제스포츠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i-SR로 통합됐다. i-SR은 통합 전에는 외교부 산하였지만 현재 문체부 산하 기관이다. 두 재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ISC와 i-SR은 문대성 전 의원과 부인 권소영 박사가 설립한 재단이다. 문 전 의원이 논문표절 의혹으로 ISC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ISC 복귀가 여의치 않자 i-SR을 새로 설립했다고 한다.

이은철 전 ISC 이사장은 “문체부 체육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통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문체부 측에 “통합을 요구하려면 정식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문체부가 “그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송민석 KOA 국제사무총장은 “ISC의 설립 취지는 당시 문대성 IOC 위원에게 쏟아지는 국제스포츠 정보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것이었다”며 “이제 유승민 IOC위원에게 모든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에 i-SR은 한국스포츠연구원으로 통합하면 되는,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 기구다. 그런데 그 기구가 존재하고 있고 국고가 지원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ISC와 i-SR 통합을 추진한 이유는 뭘까? ISC 전 직원은 “ISC는 문체부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i-SR은 2015년부터 외교부의 지원이 끊겼다”고 밝혔다. 또 다른 ISC 전 직원은 “문대성 이사장이 자기가 만든 ISC를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그걸 되찾아오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2015년 1월 4일 ISC 사무처에 보낸 ISC 신규 이사진 안에 따르면, ISC는 문체부 추천 이사 2명과 문대성 의원실 추천 이사 4명으로 이사회를 새로 구성했다. 문체부 추천 이사에는 최근 교육부가 정유라 부정 입학 의혹으로 해임을 요구한 김경숙 전 이화여대 건강과학 대학 학장이 포함됐다. ISC 직원들은 “김경숙 교수는 국제스포츠 분야에 전혀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라며 “통합이 마무리되자마자 문체부 추천 이사 2명이 바로 그만둔 것은 ‘미션’을 완료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문체부가 추천한 또 다른 이사 A씨는 “문체부가 이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두 번이나 거절했다가 결국 이름을 올려 이사회에 한 번 참석한 뒤 이사를 그만뒀다”며 “두 재단의 통합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불참한다고 했더니 문대성 이사가 직접 찾아와서 자신에게 위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나는 문체부 추천 몫이기 때문에 문체부에 위임해야 한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문대성 의원실 측 추천 이사인 B씨는 “비슷한 성격의 두 기구가 경쟁을 하고 통합을 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상세한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대성 의원실 측에서 추천한 또 다른 이사 C씨는 “통합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최순실이니, 정유라니 말도 안 되는 소문에 휩싸여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두 재단의 통합이 수상한 낌새는 ISC에 대한 문대성 전 의원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서 엿보인다. 19대 국회의원이었던 문 전 의원은 2015년 10월 30일 교문위에서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2016년도 ISC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그렇게 큰 부분은 아니지만 문체부 산하 체육단체인 ISC 관련해서 질의를 좀 드리겠는데, 이 ISC 관련해서 2014년 7월 16일에 제가 예결위에서 분명히 지적을 했고요. 김종 차관 역시 ‘조직 조정하고 구조적으로 확실히 틀을 잡을 것이며, 그리고 문체부에서 예산을 점진적으로 삭감하겠다. 그래서 재단을 자립할 수 있게끔 하겠다’라는 답변을 했는데 작년 예산하고 올해 예산하고 삭감된 게 없습니다.” 결국 문체부의 ISC 예산은 3억5600만원에서 3억3200만원으로 삭감됐다.

스포츠인인 문 전 의원이 일개 작은 스포츠 재단의 예산을 삭감하려고 했던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문 전 의원은 이 질의를 하기 전인 10월 14일 재단 통합에 반발하던 ISC 노동조합과 면담을 갖고 “ANOC(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 등 국제기구는 물론 정부로부터 큰 규모의 예산을 받아올 것”이라며 “양 기관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i-SR 관계자는 “정부에만 의지하는 것보다는 예산을 점차 삭감해서 자립해야 한다는 게 문대성 이사장의 평소 생각이었다”며 “평소 직원들에게도 ‘외국에 눈을 돌려서 펀드나 프로젝트를 따오라’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문 전 의원은 ISC가 개최하는 국제회의에 로고 사용을 허용한 IOC에도 문제를 제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IOC 관계자는 “한국의 어떤 인사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ISC 국제회의가 IOC의 공식후원을 받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 인사가 문대성 전 의원이었다는 것이다. ISC 측 관계자는 “ISC뿐 아니라 한국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i-SR 관계자는 “ISC가 IOC 로고를 무단으로 썼다는 문제가 제기됐던 것 같다”며 “로고 사용권한이 일회성에 그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사용권한을 준 게 맞느냐는 문의를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i-SR, 로잔 사무국 설립 시도”


▎지난해 10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IOC 컨퍼런스. 백드롭에 IOC 로고가 보인다. / 사진제공·ISC
문대성 전 의원이 주도한 두 재단의 통합과 ‘정유라 IOC 위원 만들기 프로젝트’의 연관성은 김종 전 차관이 추진했던 로잔 국제스포츠 교류협력 거점구축 사업에서 발견된다. 스위스 로잔 IOC 본부의 국제스포츠빌딩(MSI)에 사무실을 설립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문체부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당초 문체부 예산안에 없던 ‘로잔 국제스포츠 교류협력 거점구축’ 사업 13억원이 신규로 추가됐다. 문대성·서용교 의원이 “소수 개인적 영향력에 의존해온 스포츠 외교 형태에서 탈피하여 시스템에 의한 스포츠 외교 역량 강화를 위해 스위스 로잔에 국제스포츠 교류협력 거점 구축비 13억 반영 필요”하다며 요구한 예산이다. 당초 원안에 없던 예산이 국회 예산소위에서 반영된 것은 ‘쪽지예산’으로 통한다. 이 예산은 결국 예결위 야당 간사였던 안민석 의원이 이의를 제기해 삭감됐지만, 스포츠계에선 “스포츠 전문가인 안민석 의원이 간사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넘어갈 수 있었던 예산”이라고 지적한다.

스포츠계 종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로잔 사무소 설립은 김종 전 차관이 2014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라고 한다. 문체부는 로잔 IOC 본부에 입주 중인 WTF(세계태권도연맹)에 사무실을 같이 쓸 수 있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WTF 측은 이에 대해 “엄연한 국제기구인 WTF의 사무실을 특정 국가의 정부가 함께 쓰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17년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생각보다 어렵게 유치했다”며 “사람 중심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거점을 구축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2008년에도 정부 차원의 관심이 있었지만 이후에 김종 전 차관이 적극 추진했다”며 “당초 2016년 정부 예산안에는 기재부의 반대로 예산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 제기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 차원에서 로잔에 사무실을 따로 설립하는 건 흔치 않다는 이유다. 현재 사무실을 두고 있는 브라질과 일본은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 유치라는 현안이 있었지만, 한국의 경우 당면한 현안이 없다. 문체부 관계자도 “스포츠외교 분야에서 현재 당면한 현안은 없다”고 인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스포츠 전문가는 “로잔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제네바 한국대표부가 있기 때문에 로잔에 또 다른 사무실을 차릴 이유가 없다”면서 “문체부가 로잔에 따로 연락사무소를 차리려고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로잔 사무국 설립을 추진한 곳이 문체부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대성 전 의원도 지난 4월 i-SR 직원들을 로잔 출장까지 보내 IOC 본부 입성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출장 명목은 컨퍼런스 준비였지만, 중요한 출장 미션 중 하나가 MSI 사무실 입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i-SR 관계자는 “재단 차원에서 로잔 사무국 설립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당시 박 국장과 함께 로잔에 출장을 갔던 한 관계자는 “문대성 이사장이 MSI에 입주할 수 있는 사무실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남는 사무실이 없어서 진행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로잔에 한국 사람들도 출장을 많이 다니고, 한국 스포츠외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피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문체부가 아니라 i-SR의 로잔 오피스를 내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정유라 IOC 선수위원 만들기 프로젝트’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이에 대해 송민석 KOA 국제사무총장은 “i-SR이 로잔 사무국 설립을 추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럴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 우리나라 체육사에 단 한 번도 없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SR 차원에서 로잔 사무실을 설립하려고 했고, 문체부가 예산을 지원하려고 했다면 정유라와의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2020년 정유라를 올림피언으로 만들고, IOC에 로비 창구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밖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은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2020년까지 정유라에게 승마훈련 지원 등을 명목으로 후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중장기 로드맵’과도 맞아 떨어진다.

이같이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피해를 입은 쪽은 스포츠외교 분야의 일을 꿈꾸던 젊은 체육학도들이다. ISC에서 근무했던 연구원은 스포츠경영 관련 석사학위를 마친 뒤 ISC에 입사했지만 재단이 통합된 후 회사를 그만뒀다. 현재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사업을 준비하는 이 연구원은 “직원이 10명도 안 되는 재단끼리 일종의 권력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실망해서 이 분야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같이 근무했던 다른 동료는 분야를 바꿔서 공부를 하고 있다”다고 말했다.

-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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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호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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