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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창조의 본고장’ 바우하우스를 가다(10)] ‘훔쳐보는 것을 훔쳐보기’란? 

‘메타적 시선’이 창조를 가능케 하다 

글.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 사진. 윤광준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행동뿐 아니라 속마음까지 들여다보는 교차편집은 방송 연출자가 갖는 창조적 작업의 일환이며 핵심이다. 마찬가지로 개인서가, 대형서점에서 어떤 분류법으로 책을 정리해 꽂아 놓느냐도 ‘메타적 시선’을 통하면 항상 놀라운 통찰과 창조를 이룰 수 있다.
#1.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 ‘훔쳐보기’

지금은 많이 늙었지만, 내게 샤론 스톤은 여전히 가장 에로틱한 배우다. 1992년에 개봉되었던 에서의 ‘다리 바꿔 꼬기’ 장면은 지금 봐도 여전히 흥분된다. 자신을 심문하는 형사들이 속옷을 입지 않은 자신의 다리 사이를 훔쳐보도록 다리를 바꿔 꼬면서도 아주 쿨한 표정을 짓는 샤론 스톤의 연기는 압권이다. ‘관음증(voyeurism)’이라는 인간의 아주 오래된 본능적 욕구를 기막히게 편집한 장면이다. ‘훔쳐보지만, 보지 않는 것으로 하기’라는 이중의 심리적 장치가 작동한다.

오늘날 인터넷의 SNS를 통한 ‘훔쳐보기’ 혹은 ‘드러내기’ 또한 유사한 심리적 기제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훔쳐보기’를 극대화한 영화는 따로 있다. 바로 다음해인 1993년에 제작된 라는 영화다. 공교롭게도 의 주연 또한 샤론 스톤이다. ‘슬리버’에서 ‘훔쳐보기’는 한 차원 더 높아진다. 이혼한 샤론 스톤은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슬리버’라는 이름의 아파트에 이사 온다. 그런데 그녀가 이사 온 직후부터 의문의 죽음이 연속해서 일어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샤론 스톤은 아파트의 젊고 매력적인 주인(윌리엄 볼드윈)과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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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호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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