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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 ‘촛불시위 깜짝스타’ 이재명 성남시장 대선출마의 변(辯) 

“집권하면 워싱턴부터 갈 것, 트럼프에게 방위분담금 깎자 하겠다” 

글·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 사진·주기중 기자 glutton4@joongang.co.kr
핵심 공약은 기본소득 도입과 선택적 모병제… 이재명식 뉴딜성장론으로 갑질 경제구조 개혁할 것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권을 꿈꿔왔던 그에게 대통령 탄핵 정국은 어떤 새로운 운명의 힘으로 작용하는 걸까. 조기 대선이 이뤄질 경우 그것이 과연 약일까, 독일까? 촛불시위로 급등했던 지지율이 최근 주춤해졌음에도 이 시장의 운명은 주목받고 있다. 그가 살아야 경선에 활력이 생기고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민은 부패 구조를 돌파할 용기와 추진력을 갖춘 지도자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할 것”이라 말했다.
이재명, 과연 다시 치고 올라갈 동력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이재명·박원순·안희정·김부겸 등 더민주 챌린저들의 에너지가 소진될 때, 문재인 앞에도 ‘대세론의 표상’ 이회창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지 모른다. 그래서 이재명의 운명은 정권교체의 명운과도 상통하는 변수가 됐다.

이 시장은 설 연휴 직전 출마를 선언하고 집권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불과 서너 달 안에 결판나는 단거리 경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의 지지율이 마의 30%를 돌파하고, 자신은 10%대 전반으로 주저앉았지만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그의 표정에는 밝은 기운이 넘쳐났다.

지지율 반등을 확신하고, 결국 자신이 더민주의 후보가 될 것이며, 본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란 자신감이다. 그는 “어차피 모든 후보의 공약은 엇비슷하게 수렴될 것이고, 결국 국민은 개혁을 강단 있게 실천할 후보를 선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약속 이행 능력, 실천력에 대한 평가가 반등의 불쏘시개가 되리란 전망이다.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든다.’

이재명 시장이 좋아하는 말이다. 이 시장에게 성남시가 ‘꼬리’라면 대한민국은 ‘몸통’이다. 그래서 그는 2014년에 <오직 민주주의,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다>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도 있다.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이 시장은 대권을 향한 출사표로 “성남시에서 배운 변방 장수의 전술로 민주주의를 망치는 부정부패의 꼬리를 잡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그가 과연 ‘몸통’이라 으스대는 사람들을 흔들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설 수 있을지, 그의 행보와 운명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1월 9일 2시간에 걸쳐 이 시장을 만나 출정의 소회를 들었다.

지지율이 급등했다가 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18%까지 치솟다 지금은 12%대다. 멈칫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지지율이라는 게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촛불현장에서 많은 시민이 나와 동지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시민이 원하는 대로 나는 다른 정치인보다 한 발 앞서 그들의 주장을 대변했다. 이렇게 생겼던 동질감으로 촛불국면에서 지지율이 많이 올라갔다가, 탄핵이 국회에서 의결되니 이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거다. 당연히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거지. 마치 연애 상대와 결혼 상대는 다르듯, 내가 결혼 상대로 적합한지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단계 같다.”

부패 기득권세력과 연결돼 있으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1월 1일 오전 서울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사저를 찾아 신년인사를 했다. 덕담을 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 사진·중앙포토
이재명이 과연 누구일까 더 지켜보는 단계인데, 그 토론은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다. 다시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은 찾아올까?

“지금까지는 주로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는 미래, 다시 말해 후보자의 정책을 알아보는 단계다. 정책과 비전, 실현 가능성이 제시되고 그것을 다른 후보들과 토론을 통해 비교되면 나의 지지율은 다시 반등하리라고 본다. 우리 국민이 매우 현명하고, 요즘은 집단지성의 형성과 전파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에 불과한 사람이 대선 후보 선호도 3위가 돼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변이자 기적이다. 그 기적이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 기적은 계속될 것이고, 더 큰 기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게 믿는 근거는 무엇인가?


▎성남시청 시장실 유리벽에 붙은 이재명 시장 응원 글귀. 이 시장은 시장실을 시민에게 개방 운영한다.
“대중의 믿음의 근거는 껍데기나 덩치가 아니고 알맹이다. 이재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대중은 믿고 있다. 예를 들어 공약 이행률 96%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수치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하지 않았고, 그 대신 일단 공약하면 다 지켰다. 실력도 보여줬다. 똑같은 예산으로 7000억원 대 빚을 만든 시장도 있었지만, 나는 4000억원의 빚을 갚고 정부와 싸워가면서 복지정책을 실시했다. 재정 안정성을 경기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놨다. 앞으로 모든 대선 후보의 최종 공약은 다 똑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약속을 지킬 사람을 뽑을 것이다. 그 다음이 자질이다. 부패 기득권구조와 싸워 이걸 깨야 하는데, 일단 부패 기득권세력과 연결돼 있으면 안 된다. 그 구조를 돌파할 용기와 추진력이 필요하다. 국민이 그 자질을 갖춘 자를 가려낼 것이다.”

경제의 핵심 공약으로 ‘이재명식 뉴딜 성장론’을 내세웠다. 노동계층의 경제력을 강화해 총수요를 늘리고, 성장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기본소득 도입이 주목받았다. 그 핵심은 무엇인가?

“공약의 핵심은 세 가지다. 하나는 기업, 경제주체들 간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 다시 말해 기업환경을 바꿔주는 것이다. 강자의 횡포를 막는 일은 원래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둘째는 노동권 신장을 통해 노동자의 몫을 늘리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가 정부의 복지 기능을 강화하는 것인데, 그 핵심을 기본소득 도입으로 내세운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에는 재원이 필요하다. 초기 단계에서는 연간 약 30조원, 기본소득으로 1인당 100만원 정도 배정될 수 있게 하려면 장기적으로 50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집권 초기부터 약 30조원을 쓰면 취약계층 중심으로 부분적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 있다. 일단 인구의 절반 이상이 혜택을 받게 하고, 그 다음에 목적세를 도입해 전 국민 상대로 기본소득을 확대해나가는 정책이다.”

기본소득은 포용적 성장론의 실천


▎2014년 10월 경기도에 대한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국감장에서 만난 이재명 시장(오른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남 지사는 모병제를, 이 시장은 ‘선택적 모병제’를 각각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 사진·중앙포토
문제는 역시 재원의 확보일 텐데.

“정부 재정의 7~8%를 구조조정해 30조원을 마련하고, 5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법인에 8% 정도 증세를 해 필요한 예산을 마련할 생각이다.”

이재명식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국민은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을 받게 되나?

“유·소·청소년과 장애인·노인·농어민 등 국민 2800만 명이 연간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받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 지급 대상은 0~29세 유·소·청소년과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30~65세 농어민이다. 다른 기준과 중복되는 장애인에게는 200만원을 지급한다. 다만 현금이 아닌 지역 화폐나 상품권 등의 형태로 지급한다는 것이 내 공약의 특징이다. 복지 확대와 지역상권 살리기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안이며, 현재 성남시가 시행하는 청년배당제도의 확대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560만 명의 자영업자가 연간 500만~600만원의 매출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유세 과정에서 기본소득 공약은 분명 포퓰리즘 논쟁에 휘말릴 것이다. 어떤 반박 논리를 준비하고 있나?

“국민이 내는 세금을 필요한 곳에 최소한으로 쓰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많이 쓰는 게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의무다. 헌법 34조 2항에 ‘국가는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되어 있다.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왜 포퓰리즘인가? 그것은 특별히 진보적인 정책도 아니다. 이미 정해진 예산으로, 그중에서 낭비적 요소, 부패적 요소를 막고, 또 세금 탈루를 철저히 관리해 형성한 예산으로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자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결코 아니다. 칭찬받아야 할 좋은 정책일 뿐이다. 자본주의 체제 경제의 목적은 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이 함께 잘사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국민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으로, 포용적 성장론을 실행하게 되는 의미가 있다.”

다른 복지제도보다 기본소득이 더 우월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론적으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 국민에게 현금으로 일정한 액수의 생계비를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게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그래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원래 정부의 재정지출 중 복지지출이 다른 데 쓰는 것보다 훨씬 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토목공사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IMF, 세계은행이 국민의 가처분소득 확대를 권장하고 있지 않나? 계층 간 불평등 심화를 조정해주지 않으면 대공황이 오게 돼 있다. 그래서 자산보유에 대한 세금, 초고소득에 대한 증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복지부문에 지출하자는 것이다.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성장을 도모하는 길이다.”

촛불시위 현장에 나가보면 간혹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석방하라는 구호가 들린다. 그는 내란 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9년형을 받았고, 헌재는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다. 이석기 유죄 판결, 통진당 해산은 정당한 사법적 판단이라고 보나?

“형량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이석기는 분명 법률을 위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진당 해산은 좀 다르다. 정당은 민주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해산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당 구성원 중 일부가 선동했다고 해서 당을 없애버리는 건 사실은 좀 지나치다. 대법원이 이석기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정당 해산은 공직자를 파면하는 탄핵 절차보다 오히려 더 신중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트럼프는 럭비공 아니다


▎이재명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나름 합리적인 판단력을 갖춘 협상의 파트너”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사진·중앙포토
통진당 조직의 뿌리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과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나는 모른다. 성남시가 원래 경기동부지역 아닌가?(웃음) 변호사 시절 성남법원이 관할하는 성남·용인·수원지역의 운동권 학생들의 시국사건을 내가 다 무료로 변론했다. 그런 인연 외에 NL이니 PD니 하는 운동권 학생들의 이념적 성격을 의식하면서 변호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방분야 개혁 공약 중 ‘선택적 모병제’가 화제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모병제와 무엇이 다른가?

“남 지사의 구상은 전면 모병제다. 그렇게 되면 돈도 너무 많이 들고 부유층이 군대를 가지 않게 되는 맹점이 있다. 현재 63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래 정부 계획상 50만 명으로 감군하게 돼 있다. 그런데 군인이 줄면 전투력이 올라가야 한다. 전투력을 제고하면서 모병제의 장점을 취하자는 것이 ‘선택적 모병제’의 핵심 아이디어다. 병력이 50만 명으로 감군되면 의무복무 병력이 30만 명이 되는데, 그중 10만 명의 전투 전문요원을 모병으로 뽑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무병력은 20만 명만 있으면 되므로 군 복무기간을 10~12개월로 줄일 수 있다. 병력 감축과 장비·무기의 첨단화가 국방개혁의 핵심이라면 선택적 모병제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현대전을 좌우하는 건 군인의 머릿수가 아니다. 대규모 병력의 유지보다 무기 첨단화에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10만 명 모병 예산은 연간 3조원 정도면 충분하다.”

트럼프 집권으로 북핵문제를 푸는 방정식이 더 복잡해진 것 아닐까?

“북핵문제, 또는 한반도 평화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대한민국 정부 책임자가 합리적이고 강단 있고 현명하다면, 오히려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라는 사람을 세상사람들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규칙성이 있다. 그 규칙성이 뭐냐 하면, 이해관계에 밝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즈니스맨답게 결론은 매우 합리적이다. 다만 거래방식이 좀 거칠 뿐이다. 1만원짜리 물건을 살 때 다른 사람들은 7000원을 제시하지만 이 사람은 1000원을 제시한다. 상대를 제압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매우 합리적으로 도출한다는 것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일방적으로 뭔가를 해왔던 사람보다 오히려 상대를 더 많이 고려할 사람이라고 본다. 상대가 매우 합리적이라면 그걸 엉망을 만들면서까지 결론을 망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핵문제도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한반도 정세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가지고 판단을 할 텐데, 거기서 우리가 미국의 국익이 된다는 정확한 답을 내려주면 트럼프는 수긍할 수 있다는 감을 나는 갖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막무가내로 나올 경우 트럼프가 크게 한 방 먹일 것이란 예감도 갖게 되지 않나?

“그렇다. 우리가 한반도문제에 주체적인 정책이나 판단을 못 내리고, 북한은 대책 없이 불합리한 제안을 계속한다든지 고집을 부리면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이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안을 우리가 만들어내고, 북한을 설득해 중국과도 합의가 잘 되면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손해 볼 짓 안 한다, 손해 봐가면서 과격한 짓 안 할 걸로 보면, 우리가 합리적 안을 만들어 설득하는 건 오히려 쉽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군 철수는 미국도 손해


▎이재명 시장은 “이재명기적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법이 없으며, 더 큰 기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 사진·중앙포토
예컨대 방위분담금을 올리겠다는 그의 공약을 우리에게 관철시키려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는 방위비를 독일·일본보다 많이 낸다. 독일은 18%, 일본은 50%, 우리는 77%다. 우리가 제일 많이 내고 만만하니 트럼프가 두 배 내라고 던졌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방위비 얘기 나왔을 때 무슨 소리냐며 즉각 반발한 거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독일·일본보다 더 많이 내는 분담금을 깎아달라고 해야 한다. 트럼프는 내심 기분 나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만만치 않은 거래 파트너로 생각할 것이다. 미군철수 카드? 철수하면 누가 손해인가? 우리도 손해지만 미국도 손해 아닌가? 트럼프는 기분 때문에 미국도, 한국도 손해 보는 이런 짓 안 할 사람이라고 본다. 트럼프를 충동적인 사람으로 평가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전혀 충동적이지 않다. 충동적인 사람이 미국의 최대 부동산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럭비공으로 보는 관점은 트럼프의 삶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단 있고 자주적 균형외교를 합리적으로 잘할 사람을 뽑아놓으면 한반도 정세에는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것이다.”

차기 정권 담당자가 북한과 미국을 중재할 때 어떤 지혜와 결단력이 필요할까?

“대북제재 일변도, 압박과 제재 이런 강경책만으로는 안 된다. 정말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오바마 때보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제재, 압박 일변도에서 대화와 협상이란 새로운 수단을 추가해야 한다. 제재와 압박 수단에 대화와 협상을 추가해 여지를 좀 만들고, 남북 간 상호 이익이 되는 건 무엇인지 찾아보자는 것이다. 남북문제는 최소한 우리가 중심을 갖고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미가 물밑으로 대화하는데 우리만 압박 일변도로 가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집권 후 워싱턴과 평양을 선택해 갈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다면 어디를 먼저 가겠나?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정에 입각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굳이 답한다면 미국은 대한민국의 주요 우방이고, 남북관계는 우리의 운명이 걸려있는 문제라서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보면 북한과 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방문 기회를 만드는 것은 집권 후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그에 반해 워싱턴은 즉시 방문할 수 있고,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당연히 미국부터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위안부 소녀상 문제와 2015년 12월에 맺은 한·일 위안부 협상, 어떻게 정리돼야 하나?

“부산의 소녀상 때문에 일본이 정치·경제적 압박까지 하고 있던데,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남이야 소녀상을 어디에 설치하든 무슨 문젠가? 2015년 협상은 문서로 합의된 것도 아니고, 밀실에서 쑥덕쑥덕 협작(協作)한 걸로 보인다. 국가 간 합의란 문서로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으니 내가 굳이 협작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다. 정식 국가 간 합의로서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 나는 이 합의 자체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합의의 실체가 없다고나 할까?”

10억 엔 받은 것은 천하의 바보 같은 짓


▎서울 일본 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이재명 시장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상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사실상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다. / 사진·중앙포토
10억 엔은 어떤 의미로 주려고 했을까?

“아, 그건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엔 계약금이란 게 있는데 그것은 두 배의 해약금을 내면 무효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은 증거금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10억엔은 일본 입장에서는 증거다. 일본에서는 이 돈이 굉장히 중요하다. 계약을 안 했다고 오리발 내밀 수 없다. 대한민국이 합의 안 했다, 이런 소리 못하게 하려고 걸어 놓은 돈과 같은 성격이다. 그러니 10억 엔을 받은 것은 천하의 바보 같은 짓이었다. 본질적으로 합의 내용이 뭐냐? 아무도 모른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 이야기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일본은 있다고 주장한다. 똑같은 문서가 있다면 그런 말이 나오겠나? 결국 문서로 합의된 것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보수 논객 중에는 원만한 한·일 관계를 위해 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나 같으면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일본을 위해서도 그렇다. 침략 사실과 위안부 동원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진짜 반성도 해야 한다. 반성하면 그걸 눈앞에 놓고 인정해야지. 진짜 반성하는 사람들이 왜 그걸 치우라고 하나? 그리고 철거 등의 문제는 온전히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 일본과 군사적 측면에서 적대성이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나를 싫어한다. 적성국가라고까지 보긴 어렵지만 군사적 적대관계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관계다.”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다는 가정 하에 과연 대선 전 개헌은 가능할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촛불혁명이 거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 그야말로 촛불민심이 원하는 바대로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별로 실현 가능성도 없는 개헌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배경은 뭘까? 촛불민심의 의도와 지향을 훼손하는 측면이 하나 있고, 두 번째는 개헌 문제가 너무 오염이 많이 된 측면이 있다. 개헌이 보수 기득권자들의 귀환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권력구조 얘기를 하고, 어떻게 하면 이걸 매개로 정계를 재편해볼까 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미 그 순수성이 훼손됐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런 얘기에 시간 빼앗기면 국민은 짜증난다.”

탄핵 기각돼도 시민은 이성 잃지 않을 것


▎지난 12월 이재명 성남시장이 17일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 사진·중앙포토
‘2018년 봄이 적기’라고 한 문재인 대표의 개헌 스케줄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판단해 추진하면 된다. 지금은 구체제 청산, 부패 기득권 청산, 공정한 대한민국 건설을 당면과제로 본다. 그리고 개헌으로 인한 임기 단축과 관련해서도 나는 수용한다. 지금보다 더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또 국민이 전적으로 동의하면 굳이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고 고집할 필요 없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얘기보다는 실제 선거구제 개편부터 논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더 시급한 과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연대 가능성은?

“(당내 경선에서) 결선투표가 도입될 텐데 연합 같은 것은 이뤄지지 않겠지. 그냥 끝까지 다 갈 것 같다.”

결선투표가 반드시 이뤄지리란 보장이 있을까?

“반드시 된다. 2012년 경선에서도 결선투표제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당권을 100% 장악한 상태에서 자기한테 유리하게 경선 룰을 퇴보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결선투표제 하지 않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결선투표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다. 내가 굳이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경선 때 반 문재인 전선이 제대로 구축될까?

“어차피 1등과 2등이 결선투표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반 문재인 전선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만일 문재인과 이재명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었을 때 다른 후보들의 지지를 이 시장이 온전히 흡수할 수 있을까? 어떻게 예상하나?

“그건 그 사람들 맘이다. 예측하기 힘들다. 3위 이하의 후보들이 나를 지지해주길 기대하는 거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그런 측면에서 예를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깊숙이 대화한 적이 있나?

“전혀 없다. 다만 박 시장과는 시민운동도 같이했고, 인권변호사와 인권운동도 같이했던 데다 자치단체장 등 삶의 궤적이 너무도 비슷하다. 거기에 지지자도 겹치는 측면이 있어 사람들이 뭔가 연대의 가능성을 높이 보는 것 같다.”

안희정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결정하는 거다. 코멘트하지 않겠다.”

만일 탄핵심판이 기각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문재인 전 대표는 도올 김용옥과의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혁명밖에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당시 녹음 파일을 다시 들어보면 문 전 대표의 정확한 워딩은 “혁명적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이었다. 객관적 상황에 대한 전망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탄핵이 기각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물론 국민도 여기에 관심 갖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기 때문에 기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일 기각이라는 예외적 상황이 발생하면 심각한 사회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치권도 새로운 탄핵 절차 등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국민도 다시 치열하게 대통령 퇴진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현재까지의 지적 수준이나 지금까지의 촛불혁명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 자질을 보건대 폭동을 수반한 혁명적 상황, 그에 준하는 사회적 혼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 글·한기홍 월간중앙 선임기자 / 사진·주기중 기자 glutton4@joongang.co.kr

[박스기사] 단독| 이재명 시장 대선 출사표…1월 출간될 자전 에세이 발췌 - “변방 장수, 성공한 샌더스 되겠다”


한국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허울을 내세워 재벌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렇게 한다고 재벌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재벌들은 겉으로는 윤리경영이나 투명경영을 들먹이지만 속으로는 개인재산 늘리기에 바빠 일명 ‘페이퍼 컴퍼니’나 ‘버진 아일랜드’로 자금을 빼돌리기에 바쁜 실정이다.

내가 대선에 나가겠다고 감히 선언한 것은 이 같은 정경유착으로 부정부패가 난립하여 서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 대한 분노 때문이다. 우선 먼저 정치혁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1%대 99%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며, 그럴수록 재벌들은 막강한 정치권력까지 등에 업은 무소불위의 채권자가 되고, 서민들은 빚만 잔뜩 짊어져 등이 휘는 채무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성공한 대한민국의 샌더스’가 되려고 한다. 나는 샌더스처럼 패배의 쓰라림 속에서 성공의 전략을 배웠다. 패배의 등 뒤에 성공이 있음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두 번의 성남시장 당선을 통하여 그것을 체험하였다.

나는 변방의 장수다. 인구 100만 명의 ‘성남시’라는 작은 지자체 단체장이지만, 나는 민주주의 정치의 정석대로 시민을 위한 머슴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시민은 주인이고, 나는 그들이 일을 맡긴 머슴임을 단 한시도 잊지 않았다. ‘성남시’라는 변방의 장수로 칼을 벼리고 무술을 연마하며 감히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을 익혀왔다고 자부한다.

중앙집권적 정치제도에서 변방은 항상 무시되어 왔으며, 아웃사이더라 관심 밖의 세상이었다. 그러므로 변방의 장수에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나는 그것을 기회로 삼아 변방의 행정을 다져나갔다. 변방은 작은 지역이므로 잘잘못이 금세 눈에 드러나 제대로 된 행정력을 발휘하면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잘된 것은 더욱 권장하여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명의는 사람의 몸 전체를 관류하는 피의 흐름을 먼저 보고, 이를 통하여 흐름이 막히는 곳과 멍들고 상처 난 부위를 찾아내 정확한 진단을 한다. 환자가 아프다고 하는 부분만 보고 병을 진단하고 고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원리 속에서 부분의 결함을 찾아내 뿌리부터 치료해 완치시키는 것이다.

정치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구도를 파악해야 부분의 결함을 알 수 있다. 지자체장인 변방의 장수는 비단 중앙정부보다 규모가 작지만, 한눈에 시정 전체를 읽어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 시정하는 행정업무를 숙달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크게 확대하면 중앙정부의 행정업무 시스템으로 운용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든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좋아한다. 성남시가 ‘꼬리’라면 대한민국은 ‘몸통’이다. 그래서 나는 2014년에 <오직 민주주의,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다>란 제목의 책을 낸 바 있다. 나는 성남시에서 배운 변방 장수의 전술로 민주주의를 망치는 부정부패의 꼬리를 잡아 대한민국에서 ‘몸통’이라 으스대는 사람들을 흔들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 정리=김가은 인턴기자

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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