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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세대정치로 본 2017 대선 최대 변수 

보수에 대한 분노 진보가 주는 매력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5060의 지지층 이탈, 2040의 안티 새누리 결집 속도가 판세 좌우… 인구 구성비는 보수가 유리해 유권자의 진심을 사는 전략이 키포인트

▎2012년 12월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진영의 유권자들. / 사진·중앙포토
미국 루이스 벡 연구팀은 <미국 유권자에 대한 재고(The American Voter Revisited)>에서 1860년대부터 2008년까지의 미국 역대 대선을 크게 5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했다.

과반 의석 정당의 유무와 실제 선거결과를 조합하여 ①현상유지(maintaining) ②일탈(deviating) ③복원(reinstating) ④균형(balancing) ⑤재편(realigning) 선거로 분류한다. 과반 정당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무난히 승리한 경우를 현상유지, 과반 정당 대신 소수 정당이 승리한 선거를 일탈, 일탈선거 이후 과반 정당이 다시 승리를 되찾은 경우를 복원선거로 분류한다. 남북전쟁 이후 1928년까지 공화당 지지가 압도하는 구도에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 현상유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1968년과 72년 정당 지지에서는 민주당에 크게 밀리면서도 시민권, 베트남전 이슈 파이팅으로 승리를 거머쥔 닉슨대통령의 사례가 일탈선거로, 1976년 이를 다시 찾아온 카터 대통령의 사례가 복원선거로 꼽힌다.

한편 어느 정당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가운데 무당파들의 표심에 의해 선거결과가 좌우되는 2000년대 이후 선거들이 균형선거로 분류된다. 균형선거에서는 선두주자간의 지지율 격차가 대등하고, 후보 개인의 역량, 이슈와 캠페인에 의한 단기적인 변동요인이 선거결과를 좌우한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고령화의 재편 효과


▎2016년 4월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 사진·전민규
이에 반해 재정렬로 번역되기도 하는 재편선거는 각 정당의 오랜 지지기반 역할을 했던 사회적 집단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바꿔 타면서 세력 분포가 근본적으로 역전되는 경우를 말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공황 과정에서 노동계급, 가톨릭, 유대계를 민주당의 새로운 지지기반으로 끌어들인 뉴딜연합으로 민주당 우위의 정당 재편을 가져온 선거가 1932년 선거였다. 이후 1952년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등장까지 20년간 민주당 우위의 시대를 이끌었다.

한국은 어떠한가? 민주화 이후 첫 대선과 총선에서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 호남, 충청의 네 지역을 기반으로 한 4당 체제가 형성되면서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율의 우위를 갖는 과반 정당의 경험이 없다. 직접적으로 현상 유지나 일탈, 복원으로 부를 만한 선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7년 이명박 후보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선거를 제외하면 민주화 이후 대통령 선거는 대부분 균형(balancing) 선거의 틀에서 설명 가능할 듯하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 이전까지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균형선거가 아닌 보수 우위 정당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돼왔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확산되었다. 사실 과거에도 반복되는 균형상태에서 벗어나 과반 정당의 탄생을 가져오기 위한 정당 재편의 노력이 없진 않았다. 그러한 시도들은 주로 지역 연합에 크게 의존했으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돌려세우는 노력 대신 정당 간 상층 연합으로 재편을 시도했다. 즉 선거를 통한 재편이 아닌 정당 지도자 간 결단에 의존한 재편이었다.

1990년 3당 합당과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3당 합당을 통해 호남을 제외한 TK+PK+충청의 연합정당이 등장했고, 1992년 선거에서 김영삼 정부가 탄생했다. 1997년에는 반대로 DJP 연합을 통해 충청+호남 연합을 기반으로 정치적 재편이 추진되었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당파들이 증가하는가 하면, 제3정당·제3후보들이 출현하거나 야당에게 견제력을 행사할 힘을 주는 방향으로 표심이 움직였다. 국회에서는 특정정당이 압도할 수 없는 여소야대가 일상화되었다. 대선에서는 2012년 박근혜 후보가 처음으로 50% 지지율을 넘기 전까지는 과반 의석, 과반 지지율을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10년 주기로 정권의 주인이 바뀌게 되면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정치재편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물론 2004년 탄핵정국 하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열린우리당이 등장하고, 2007·2008년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압승하면서 재편선거의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시기 모두 임기 말에는 나란히 60~70%에 달하는 정권심판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쏠릴뻔한 분위기가 억제되고 정당 간 세력균형이 복원되어왔다.


▎유권자들은 정치인에게 책임지는 자세와 혁신의 목소리를 기대한다.
총선에서는 인구 수가 많은 TK+PK기반의 보수정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지만, 대체로 제1당을 유지하였고, 호남을 기반으로 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이 제2당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JP의 충청 정당은 여야를 오가다 독립한 후 캐스팅보트를 행사했지만, 2012년 다시 새누리당으로 흡수되면서 3당 합당 당시로 지역 구도가 복원된 셈이다. 그런 연후에야 박근혜 후보는 50% 지지 벽을 넘었고 새누리당은 여대야소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실 기존의 정당구도를 설명해온 ‘TK+PK>호남’ 부등식만으로는 압도적인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도권 유권자와 충청지역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 3당 합당 이후 형성된 ‘TK+PK’ 연합과 함께 보수성향이 강한 노령 유권자 증가라는 인구학적인 변화가 한국의 정당 대결 구도에서 보수 우위의 재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었다.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설득력을 가진 것은 첫째, 소위 ‘그레이 보터(gray voter)‘의 증가에 따른 ‘5060세대>2030세대’ 부등식이 성립했기 때문이다. 둘째, 5060세대는 보수적인 새누리당과 보수 후보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었다. 셋째, 이들 5060세대의 투표율이 2030세대의 투표율을 압도했다. 박 대통령 이후 차기 주자가 뚜렷하게 부상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2017년 대선을 야당의 승리로 단정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새누리당의 후보가 무난하게 승리한다면 고령화가 만들어낸 보수우위 구도로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20대 총선 여소야대, 기울어진 운동장 뒤집혔나?


▎2012년 12월 19일 대선 당일, 시민들이 광화문 KT 건물 외벽에 투사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충격의 여소야대였고, 대통령은 탄핵을 목도하기 직전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뒤집히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2002년 대선 이래 2030세대의 축소, 5060세대의 확대로 인한 인구 구성의 기울기는 계속 가팔라지고 있다. 그 위력은 이미 2012년에 어느 정도 확인이 되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5060세대는 더 증가했고 2030세대의 사이즈는 더욱 감소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전체 3490여 만 명의 유권자 중 48.3%(1689만 표)가 2030세대였고, 5060세대는 39.3%(1021만 표)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2030세대가 37.9%(1535만 표)로 감소한 반면, 5060세대는 40.3%(1632만 표)로 역전했다. 2017년 대선을 1년 앞둔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2030세대가 35.6%(1500만 표), 5060세대는 45.4%(1824만 표)로 늘어났다.

사실 유권자 고령화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 효과는 여전하다. 지난 2012년 대선으로 돌아가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보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투표 당일까지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론상으로는 사실상 박빙이었다. 그러나 세대구성의 변화와 세대별 투표율의 격차는 박근혜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2년 18대 대선의 최종 세대별 투표율을 보자. 전체 투표율은 75.8%이었지만, 2030세대는 69~70%, 50대 이상은 80%의 투표율 격차를 보여주었다. 선거 직후 실시한 EAI·중앙일보·SBS·한국리서치 패널조사에서 투표자들의 세대별 지지율을 보면 20대에서는 26.5% 대 70.7%, 30대에서는 37.5% 대 60.6%, 40대에서는 41.9% 대 56.3%로 문재인 후보가 우세였다. 반면 50대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64.5%, 60대 이상에서 76.9%의 우위를 보였다. 조사에 응답한 투표자 중 박근혜 후보 지지율은 49.7%,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48.7%로 전체 합계에서는 불과 1%포인트(0.01)격차였다.

당시의 그러나 세대별 선거인수와 세대별 투표율을 곱한 후 세대별 후보 지지율로 분배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얻은 표를 가지고 후보별 투표 지지율을 환산해보자. 박근혜 후보 51.1%, 문재인 후보는 47.2%로 3.8%포인트(0.038)로 벌어진다. 시뮬레이션한 표수로 보면 117만 표(117만 9866표)가 박근혜 후보가 앞선 결과이다. 실제 선관위가 최종 발표한 득표수는 박 후보가 51.6%(1577만 표), 문 후보가 48.0%(1469만 표)를 얻어 108만 표 차였다.

2017 현 구도: 깨어진 밸런스, 재편 선거의 조짐


반대의 경우와 비교해보자. 18대 대선의 세대별 투표율과 두 후보에 대한 세대별 지지율을 그대로 2002년 대선 시기 인구구성에 적용해보자. 당시 유권자는 3495만 명이었고, 세대별로 2030세대의 선거인수가 5060세대의 선거인수를 능가했다. 2030세대가 절반에 가까운 규모였다. 16대 대선 시기 선관위가 발표한 전체 투표선거인 수를 세대별 구성비율에 맞게 배분하고, 18대 대선 결과를 기준으로 삼고 세대별 투표율과 세대별 후보 지지율을 곱해주면 후보들이 세대별로 얻는 득표수의 규모를 점쳐볼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박근혜 후보가 얻을 수 있는 표는 1220만 표, 문재인 후보가 얻을 표는 1251만 표로 오히려 문재인 후보가 30만 표 이기는 결과다. 반대로 19대 대선을 한해 앞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세대구성에 세대별 지지율과 세대별 투표율을 곱해보면 박근혜 후보의 득표수는 1672만 표, 문재인 후보 득표수는 1478만 표로 추산된다. 세대구성의 변화만으로 앉은 자리에서 76만 표(193만 표-117만 표) 이득을 본 셈이다.

여대야소의 전망은 깨졌다. 5060세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보수를 찍을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환상은 근거 없는 맹신이었음이 드러났다. 보수 지지층의 기대와 자존심을 무너뜨리면 그 어느 세력보다 더 무섭게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에 회초리를 들 수 있음을 경고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초유의 진박공천이니 하며 대한민국의 구조개혁 대신 퇴임 후 권력유지에 우선했다. 2004년 탄핵 역풍보다 더한 역풍을 맞았음에도 처절한 자성과 혁신 대신 최순실 게이트 앞에서도 국민여론과 지지층의 기대를 묵살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보수층에서조차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에 동조하고 나섰다.

2016년 대통령 취임 4년차부터 탄핵국면까지 불과 10개 월 사이의 정당 지지와 국정지지율의 변동과정을 보면 한편의 롤러코스터 영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선거 전 2월 만해도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과반에 근접한 48.3%였지만 12월 9일 국회 탄핵 가결 직후 조사한 마지막 조사에서는 7.9%에 머물렀다. 정당지지율도 38.3%로 민주당 지지율을 두 배 이상 앞섰던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로 4월 조사에서 민주당에 역전당했다. 선거 이후 야당이 지지 멸렬하면서 다시 상승하는가 싶었지만,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로 급락했다. 특히 12월 탄핵 가결 이후 분당하면서 11.9%까지 떨어졌다. 탄핵 가결 이후 새누리당 지지의 폭락은 민주당 지지율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탄핵가결 전까지만 해도 20~30%를 오가는 수준이었지만 탄핵 직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그림 1, 2]에서 볼 수 있듯이 기울어진 운동장론의 주역인 5060세대가 더 이상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님을 입증했다. 2~4월까지 새누리당 지지율의 하락은 주로 5060세대와 40대에 집중되었다. 2월까지만 해도 40대에서도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우위였다. 그러나 총선 시기에 이탈한 40대는 이후 새누리당 지지층으로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40대의 제1당의 자리로 올라섰다.

반기문의 40대 소구력이 변수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는 보수 우위의 정치지형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반면 5060세대는 총선 이후 9월까지 보수지지 성향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9월 조사에는 50대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과반에 다시 근접했고 60대에서는 다시 60% 이상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국면 과정에서 천만 촛불이라는 시민들의 분노가 분출했고, 새누리당은 10월 이후 10%대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50대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고, 60대에서 20%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야당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2030 세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50%를 넘어섰고, 40대에서도 45% 수준까지 상승했다. 50대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30%에 근접하면서 이제 50대에서도 제1당의 주인이 바뀌었다. 60대 이상에서만 새누리당 지지율이 약간 앞서는 상황이다. 2017년 대선이 보수우위의 구도로 재편되는 선거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반대로 5060세대에서의 새누리당 지지연합이 약화되고, ‘안티 새누리’성향이 이전에 비해 강화되면서 소위 ‘재편선거’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능성은 진보 우위의 구도가 형성되는 재편의 계기가 되거나, 현재 무너진 보수층을 재결집하여 경합도 높은 선거로 귀결됐을 때 새로운 균형을 찾는 재균형선거로 될 가능성으로 좁혀진다.

당장 최대의 변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 보인다. 반 전 사무총장의 귀국과 함께 생각보다 강하게 대통령 출마 의지를 시사했다. 보수층 일부를 재결집시킬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12월 28~29일 실시한 3자 가상대결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41.8%, 반기문 34.6%, 안철수 14.5%, 미정 9.1%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촛불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최순실 사건 이전까지의 반 전 총장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에는 못 미치는 결과다.

하지만 반 전 총장에 대한 세대별 지지율을 보면 50대에서는 46.8%, 60대에서 63.9%로 나타났다. 60대는 이전 새누리당 지지율 수준을 회복한 반면, 50대는 과반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했다.

그럼에도 5060세대의 지지가 충분히 복원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2030세대에서는 반 전 총장 지지율이 20%에 못 미치고 있으며, 40대에서 50.2%를 얻은 문재인 후보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6% 수준이다. 이 정도 격차면 5060세대의 고령화 효과로도 따라잡기 쉽지 않다.

10년 전인 2007년 대선 전후 역대 최악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2030세대의 투표율이 최근 선거에서 급격하게 반등하고 있다는 점도 반 전 총장에게는 어두운 소식이다. 심지어 19대 대선에서 젊은 세대들의 투표율이 5060세대의 투표율을 능가할 수 있다는 지표들이 발견되고 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12월 9~10일 조사에서 선거투표 참여의 선행지표인 선거 관심도 응답에서 2040세대의 고관심층(매우 관심 있다)의 비율이 5060세대의 고관심층 비율을 능가했다. 뒤이어 나온 중앙일보의 12월 28~29일 조사에서도 투표 참여의 또 다른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투표의향 조사에서 역시 2040세대의 적극적 투표의사층이 5060세대의 투표참여의사를 넘어섰다. 민주화 이후 선거여론조사에서 5060세대의 선거관심도나 투표의향이 2030세대에 못 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재결집할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보수진영도 맞불집회를 통해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물론 선거과정에서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정치권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할 경우 젊은층의 투표율 상승은 기대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5060세대의 투표의사와 선거관심도가 유례없이 떨어진 것은 현 정부여당의 지지층에서 반대층이나 중도층 못지않은 실망과 냉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거공학으로 분노한 민심을 달랠 수 없다. 2017년 19대 대선은 10년 전에 있었던 17대 대선과 다르면서도 매우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참여정부의 실패로 심판론이 높아지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지지율이 과반을 넘나들었다. 당시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당시 구여권 후보의 지지율을 압도했다.

이에 당시 여권인 열린우리당의 주자들은 계속된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와의 선긋기, 분당, 연합 등의 정치 공학과 이벤트를 통해 이탈한 지지층은 결집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사실 2002년 대선과 2004년 만해도 전체 유권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이 컸고 5060세대는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역으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강한 개혁성과 열정적인 참여로 소위 ‘노풍’과 ‘탄핵 촛불’을 불러일으킨 주역들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대에도 콘크리트 지지층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상당수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적지 않은 2030세대는 이명박 후보 이름 위에 도장을 찍었다. 지금 보수진영에서도 유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선은 총선과 다르다는 둥, 선거 대결이 격화되면 콘크리트 지지층은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들이 빈번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더구나 현재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007년 대선 당시의 이명박·박근혜 후보 만큼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또한 현 여권에는 반기문이라는 카드도 살아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가 보수 우위의 구도가 무너지고 진보 우위의 구도가 정립되는 첫 재편선거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밸런스를 찾는 선거가 될지 아직 단정할 국면은 아니다. 그럼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진짜 콘크리트 같은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민심의 분노와 상실감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이미 총선과 촛불집회를 통해 입증했다. 유권자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분당, 탈당, 연합 등의 정치공학과 이벤트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2007년 당시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보여준 바 있다.

지금의 5060세대는 다를까.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반성과 혁신의 목소리와 책임 있는 행동이지, 컨벤션 효과니 제3지대론이니 하는 정치공학의 언어들이 아닐 것이다. 결국 유권자들이 듣고 싶은 얘기,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을 누가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따라 이번 선거의 의미가 결정될 것이다. 2017년 대선이 훗날 어떤 선거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한울 -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한미연합사·주한미군 한국자문위원회(KAC) 여론분야 자문위원.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 기획위원. 동아시아연구원(EAI) 사무국장·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역임. 저서로 <박근혜 현상> <변화하는 한국유권자>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와 선택> 등이 있다. 현재 한국일보 객원 여론전문기자로 있다.

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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