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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트럼프 내각 면면으로 본 대(對)한반도 정책의 행로 

안보는 힘의 논리, 경제는 보호무역 득세 

박진 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사)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국방장관, 외교안보보좌관, CIA 국장 모두 대북 강경론에 입각… 억만장자, CEO 포진한 경제부처는 미국우선주의 정책 취할 가능성도

▎지난 2016년 11월 9일 대선 승리 직후 뉴욕에서 대국민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가 이끄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는 벌써부터 많은 관심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친러(親露)·반중(反中) 정책이 국제정세는 물론 아시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미·중 관계가 무역마찰, 대만문제, 남중국해문제 등으로 껄끄러워지면 우리의 수출전선과 대북공조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하여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한미 동맹 관계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내각 인선의 최대 파격으로 꼽히는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엑손모빌 회장의 국무장관 내정은 미국의 외교노선에 큰 지각변동을 암시한다. 친러 성향의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며, 지금까지 유럽과의 밀접한 협력을 기반으로 대러 강경책을 펴온 미국의 대외정책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미·러 밀월관계가 형성될 경우, 중·러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틸러슨은 텍사스 출신으로 오스틴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1975년 다국적 석유회사 엑손모빌에 엔지니어로 입사, 2006년 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엑손모빌을 위기에서 구한 경영의 귀재로 불리지만, 외교분야의 공직 경험은 전무하다. 미국 내 대표적인 친 러시아 인사로 꼽히는 그는 1990년대 엑손모빌의 러시아 법인을 맡으면서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와 협력하며 2013년에는 푸틴으로부터 ‘우정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 정책에 반대기조를 펼쳐온 것 역시 엑손모빌의 러시아 사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틸러슨은 2013년 한 포럼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어 TPP 폐기를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조율이 필요하다. 에너지 업계의 경영자로서 전반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그가 국무장관에 임명된 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기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석이 엇갈린다.

팔루자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 세운 국방장관


▎1.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 / 2. 차기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 / 3. 억만장자 사업가 빈센트 비올라 육군장관. / 4.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한편 국방장관에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전 미국 중부군사령관은 해병대에 사병으로 입대해 4성장군에 오른 전설적 인물이다. 문민통제 원칙이 강한 미국에서 군 장성 출신이 국방장관에 임명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지 마셜 이후 처음이며, 역시 파격적 인사로 분류된다.

평소 ‘미친 개’라는 별명 탓에 얼핏 매우 호전적인 인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수도승 전사(Monk Warrior)’라는 또 다른 별명에 걸맞게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독서가로 유명한 지장(智將)이다.

그는 2003년 이라크 침공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였던 팔루자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는 한편, 일선 장병들에게는 불필요한 마찰 자제를 주문하는 등 균형 잡힌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런 매티스가 트럼프의 눈에 띈 것은 그가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더 적극적인 전략과 군비증강을 주장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견제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노선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매티스 내정자는 러시아에 대해선 견제하는 원칙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친러 기조를 보여온 트럼프 당선인 또는 틸러슨 내정자 등과의 입장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군인다운 직설적인 화법으로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었던 그의 의사소통 능력이 새로운 외교·안보팀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의회에서도 여야를 아울러 신망이 높아 역할이 기대된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매티스는 인수위의 고위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억만장자 사업가인 빈센트 비올라를 육군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또한 인수위가 제시하는 다른 인선 명단에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낙점된 마이클 플린(Michael Flynn) 역시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군 출신의 두 사람은 급진 이슬람테러에 강경한 입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반러 성향인 매티스와는 달리 플린은 러시아에 우호적이다. 두 장군은 인수위의 인선 과정에서도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매티스는 2013년 퇴역하였기 때문에 군 장성은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을 지낼 수 있다는 규정에 위반된다. 이 점을 의회에서 어떻게 풀어낼지도 주목된다.

역시, 해병대 장성 출신 존 F. 켈리(John Kelly)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는 카리브해와 중남미 32개국을 작전지역으로 둔 남부사령관을 역임했다는 점이 장관직 내정에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멕시코 간 국경관리 정책을 끊임없이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온 점 역시 트럼프 당선인과 노선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특히 귀추가 주목되는 정책 포인트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문제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적법성, 인권침해 등의 논란을 빚은 해당 시설을 폐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자, 켈리 내정자는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며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을 포함, 국내 모든 전투보직을 여군에게 허용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에도 전투력 손실을 들어 반대하기도 했다.

중동에서 아들이 전사한 유일한 장군, 켈리


▎CIA 국장 마이크 폼페오 공화당 캔자스주 하원의원.
켈리 내정자 역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때로 부적절한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두 아들이 해병대 장교로 복무한 바 있으며, 둘째 아들은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해병대 중위로 근무하던 중 지뢰를 밟아 전사했다. 지난 9년간 중동에서 전사한 유일한 장군의 자녀라고 한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오(Mike Pompeo)는 공화당의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분류되는 3선 하원의원이다. 공화당 내 보수세력인 ‘티파티(Tea Party)’ 소속으로 하원 정보위에서 활동해온 정보통이다. 미 육사 출신으로 탱크기갑부대 장교 복무를 거쳐 변호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전미총기협회 (NRA) 회원이기도 하다. 공화당 경선 초기에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했으나, 이후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트럼프를 밀었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CIA 국장 지명발표 하루 전에는 트위터를 통해 이란을 “세계 최대의 테러지원국”이라고 비난하는 등, 중동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파를 대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제재를 넘어 경제력과 군사력까지 활용해 강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앞으로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눈과 귀를 담당할 폼페오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숨은 실세라 할 수 있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낙점된 마이클 플린은 3성장군 출신으로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역임한 바 있다. 군비증강 등 트럼프의 외교·안보 분야 대선공약의 밑그림을 그린 그가 가장 가까이서 트럼프 당선인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처음에는 부통령 후보로 거론된 적도 있었을 만큼 무게감이 있다. 그는 ROTC 출신으로 30여 년의 군 경력을 쌓은 특수·정보통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DIA 국장에 발탁된 뒤 오바마 정부의 대테러 정책을 비난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다 2014년 경질된 바 있다.

플린 역시 친러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에는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기도 했는데, 특히 중동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멸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미·러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IS 등 극단적인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린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역시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최근 한국 고위급 실무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위협을 우선순위로 다루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과거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현 북한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한반도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펴낸 저서 <전장(戰場)>에서 이슬람 세력과 북한, 러시아, 중국 등을 연계하기도 했다.

플린은 한국과 일본의 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증액에 대한 트럼프의 공약을 작성한 것으로도 알려져서 우리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플린 보좌관과 호흡을 맞춰 백악관의 외교안보팀을 이끌 캐슬린 맥팔랜드(K. T. McFarland) 국가안보회의(NSC)부보좌관은 여성이자 역시 대표적인 매파 인사로 분류된다. 임명 전까지는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에서 안보분야 분석가로 활약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 혁명을 위해서는 보병역할이라도 하겠다”라며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보인 맥팔랜드는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특히 IS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대통령이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고 힐난하는 등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앞으로 플린 보좌관과 호흡을 맞추며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강성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법무장관직에 지명된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 상원의원은 진작부터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에 서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후보시절 트럼프의 외교안보분야 자문조직이었던 ‘국가안보위원회’를 이끌었고, 공화당 경선을 주관한 전국위원회와의 교섭, 유럽 싱크탱크들과의 소통 또한 그를 통해 이뤄졌다. 그 때문에 한때 부통령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그 누구도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았을 때부터 흔들림 없이 트럼프를 도운 세션스의 ‘충성’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인종차별 언행으로 판사 인준 부결된 검찰총장


▎1.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 / 2.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후보자.
남부 앨라바마 주 검찰총장 출신의 세션스 내정자는 사실 17년간 미 상원 군사위에서 활동해온 대표적인 안보통이다. 그래서 국방장관 후보로 점쳐지기도 했다.

극우파로 분류되는 그는 2013년 상원의 이민개혁법안에 반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시민권 부여 축소나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등 불법이민 방지를 넘어, 아예 합법적 이민마저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슬림 일시 입국금지 등 위법적 여지가 있는 트럼프의 주장도 적극 옹호한 바 있다.

세션스 내정자는 그러나 인종차별적 발언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과거 전력 탓에 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난항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지명했으나,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동료 법조인들이 나서 그의 인종차별적 언행에 대해 증언하면서 인준이 부결된 과거가 있다. 공직생활 내내 그를 따라다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이 이번에도 그의 발목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세션스는 앨라바마 지역구에 우리 현대자동차 제조공장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 한미관계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억만장자 내각’이라는 비난을 받는 트럼프 내각의 재무장관직이 월가 출신 억만장자 스티븐 므누신(Steve Mnushin)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발표로 많은 이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에 우려를 표하게 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탐욕스러운 금융계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대표적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므누신이 미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전망은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와 므누신은 꽤 오래 인연을 쌓아온 관계로, 므누신이 운영하던 헤지펀드에서 트럼프의 건설프로젝트에 투자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므누신은 트럼프 캠페인의 재무위원장을 맡아 선거자금을 총괄하기에 이르렀고, 트럼프가 공언한 대규모 감세, 대형 인프라 투자 등 핵심 공약사항 이행을 이끌 적임자로 당선 직후부터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므누신은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규제완화와 감세, 미국을 위한 공정한 무역협정을 강조한 바 있어 대외경제정책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므누신 내정자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인준 부결을 추진하고 있어 청문회 결과가 주목된다.

투자 및 경영 경력 가운데 수천 건의 주택 압류를 강행하고 히스패닉계를 차별하는 등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이겨내고 므누신이 워싱턴 입성에 성공할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재무장관과 함께 미국의 경제정책을 이끌 상무장관에는 역시 금융갑부 윌버 로스(Wilbur Louis Ross Jr.)가 낙점되었다. 로스는 사모투자펀드 출신으로, ‘파산의 왕(King of Bankruptcy)’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공격적인 경영방식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트럼프와는 수십 년 지기로, 로스가 로스차일드 투자은행에 재직하던 1980년대, 트럼프가 운영하던 카지노의 도산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로스는 미국 ‘재팬소사이어티(Japan Society)’의 회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지일파 인사로, 그의 상무장관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측에서는 크게 반겼다는 전언이다. 특히 로스는 일본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TPP에 찬성 의사를 보인 바 있어, 그가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 폐기 위기에 직면한 TPP를 살려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로스는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1997년 한국의 IMF 위기 당시 국제 채권단의 협상 자문 및 중재역을 맡아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공로표창을 받기도 했다. 물론 한국산업은행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비난도 동시에 받는다.

윌버 로스의 상무장관 지명에 더불어 트럼프는 백악관 보좌진에 국가무역위원장직을 신설하고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내정했다. 나바로 교수는 로스 내정자와 함께 트럼프 캠페인의 경제공약의 틀을 짠 핵심참모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對中) 강경파 교수를 무역 수장(首將)으로


▎2016년 11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뉴욕타임스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떠나는 모습.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는 ‘미국 상품을 구입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참모조직으로, 트럼프가 주창해온 보호무역, 고립주의 정책의 전 위조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NTC는 ‘바이(buy) 아메리카, 하이어(hire) 아메리카’ 프로그램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나바로 교수는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대표적 학자로, 캠페인 기간 내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발언으로 일관한 트럼프 당선자의 노선에 충실한 대중 강경론자다.

2012년에는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 날>이라는 책을 공동저술해 중국의 부상이 미국에 끼치는 악영향을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 미중관계에 있어 무역문제에서만큼은 강경노선이 확실시 되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나바로 교수가 앞으로 “무역적자를 줄이고, 성장률을 높이며 미국으로부터 일자리가 이탈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행정부 내에서 미국의 무역정책 중심이 무역대표부(USTR)에서 로스 상무장관과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이 이끄는 쌍두마차로 제대로 움직일지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는 현직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 게리 콘(Gary Cohn)이 임명되었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 므누신 재무장관까지 행정부 고위직에 한 투자은행(골드만삭스)에서만 세 명을 기용하는 등, 트럼프가 캠페인 기간 중 “대통령이 되면 로비스트와 월스트리트를 규제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리 콘 역시 2014년 연봉 258억원, 자산가치 3110억원에 달하는 억만장자이자, 매우 공격적인 업무 스타일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인물로 알려졌다. 내각 내 월가 출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트럼프의 핵심공약인 법인세 인하와 보호무역 정책추진에 앞장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가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임명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쿠슈너는 이미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최고 운영자 역할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쿠슈너가 백악관 실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1967년 제정된 친족등용금지법에 위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구설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자신이 담당하는 기관에 친척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쿠슈너의 임명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성명을 냈으나, 쿠슈너 측은 백악관과 대통령 비서실은 친족등용금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반박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선 무엇보다도 최우선 안보현안인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하여 트럼프 정부가 과연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1월 12일 상원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하여 “심각한 위협으로 일촉즉발 상황(volatile)”이기 때문에 대북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오바마 정권이 북한에 책임을 묻는 데 실패했다”


폼페오 CIA 국장지명자도 북한은 중국, 러시아, 테러집단과 함께 미국이 직면한 4대 위협으로 꼽는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도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적(敵)’으로 규정하면서 오바마 정권이 북한에 책임을 묻는 데 실패하면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북한에 대하여 강력한 대북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된다. 틸러슨 내정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핵문제가 미중관계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하여 플린 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사드는 “한미동맹의 상징”이라고 했고,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미사일 방어망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평소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하여는 아는 바 없다고 언급하고 있어 동맹유지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경제 분야에서는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등이 어떻게 정책조율을 해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만약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배타적인 무역정책을 취할 경우, 해외 수출시장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 미치는 압박요인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미동맹 관계의 중요한 한 축이며,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와 일자리 증가에 기여함으로써 한미 양국에 실질적으로 상호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 박진 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사)아시아미래연구원 이사장

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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