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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시진핑의 진검승부 

(미국)‘힘에 의한 평화’ 對 (중국)‘영토 주권수호’ 정면충돌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트럼프 무역 파트에 반중 인사 내세우자, 시진핑 미 기업 독과점 조사 등 맞대응 고려… 남중국해 영유권, ‘하나의 중국’ 원칙 놓고서도 군비증강 등 양국 무력시위 나서

▎G2의 두 지도자 트럼프(왼쪽)와 시진핑은 경제와 안보 두 측면에서 강성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의 값싼 상품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고, 중국의 환율조작에 미국 부채가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National Trade Council)의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된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 교수가 쓴 저서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 우리나라에선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됐음)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나바로는 대표적인 초강경 반중(反中) 경제학자다.

나바로는 2012년 자신의 저서인 <중국에 의한 죽음>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영화 포스터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칼에 찔려 선혈을 흘리고 있는 미국 지도를 그렸다.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나바로는 책과 영화에서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으로 고초를 겪고 있으며 중국 제조업이 성장한 탓에 미국 제조업이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나바로는 또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양해군, 스파이, 해커, 우주 진출 등의 군사·안보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나바로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에서는 7만 개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았고 중간층의 평균 가계소득은 하락했으며 중국에 수조 달러의 빚을 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나바로는 또 “중국 상품에 45%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이 더 큰 세계시장에 접근하려면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바로의 지론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나바로 교수의 미국 무역 관련 저서를 몇 년 전 읽었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바로와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주장은 일맥상통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선거 유세에서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둑”


▎미국의 대외무역 정책을 주도할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트럼프가 나바로를 초대 NTC 위원장으로 발탁한 것은 앞으로 중국과의 무역과 통상 문제에 대해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강경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NTC는 트럼프 정부에서 신설되는 기구이다.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NSC)를 본떠 만든 NTC는 상무부와 무역대표부, 노동부 등을 산하에 두고 무역과 통상정책을 총괄한다. NTC를 만든 것은 무역과 통상을 외교·안보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간주하겠다는 트럼프의 뜻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바뀌더라도 정부 조직을 뜯어고치거나 부처 명칭을 바꾸는 일이 극히 드물다. 때문에 NTC를 백악관 직속으로 했다는 것은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는 대선기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불관용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가 NTC까지 신설해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결의를 보이자 미국 철강노조연합(USW)이 이례적으로 트럼프를 높이 평가하는 성명까지 내놓기도 했다. USW는 85만 명에 달하는 철강산업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철강노조가 공화당 소속인 차기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NTC는 앞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나바로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보인다. 나바로는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일본의 반도체에 100% 관세를 매긴 바 있다”면서 “사람들은 사기행위에 대해 보호관세를 부과하는 자유무역주의자(레이건·트럼프)와 중국이 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바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45% 징벌적 관세가 무역전쟁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대규모 부정행위를 중단시키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에서 중국 공격에 앞장설 또 다른 인물들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로스는 자신이 창업한 사모펀드인 월버로스 컴퍼니를 운영하는 등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파산의 제왕’(king of bankruptcy)이라고 불리는 로스를 발탁한 것도 트럼프가 무역과 통상 정책을 강경하게 다룰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로스는 “덤핑 수출에는 반드시 징벌적 관세를 매겨야 한다”면서 중국산 철강제품의 덤핑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한 기업회생 전문가로서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에 밀려 쇠락해가는 철강산업의 일자리 수천 개를 구하는데 일조했었다. 로스는 둔화되는 경제성장률과 국영기업 개혁과제를 안고 있는 중국 지도부의 속사정까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중국 경제에 정통하다. 로스는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지만 전 세계에서 수입품에 가장 높은 관세를 매긴다”면서 “이런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종합무역법, 슈퍼 301조의 부활?


▎남중국해와 인접한 필리핀 동쪽 해역에서 공동작전을 펼치는 미국 해군 7함대의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함(앞쪽)과 로널드 레이건함.
라이트하이저도 레이건 정부에서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통상법전문가이다. 미국 최대 로펌 가운데 하나인 스캐든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해 온 라이트하이저는 중국을 상대로 철강 분야 반덤핑 제소를 담당하는 등 대중 강경파이다. 이로써 트럼프는 정책 입안(나바로), 정책 집행(로스), 협상(라이트하이저) 등 미국의 무역정책을 이끌어가는 삼두마차를 반중 인사로 채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어떻게 벌일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농산물 수출을 가로막는다며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국의 조치는 쌀과 밀, 옥수수에 대한 중국의 수입 쿼터 제도를 깨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저율관세할당(TRQ)이라는 관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WTO와 약속한 의무수입 쿼터까지는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지만 쿼터를 넘어서는 물량에는 고율의 관세를 매긴다. 중국이 TRQ로 사실상 수입 장벽을 쳐 미국산 농산물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밀과 쌀, 옥수수 규모는 3억8100만 달러로 2013년 수출량 23억 달러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USTR는 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를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 업체로 분류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간판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 자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중국은 WTO에 가입한 이후 15년의 시장경제지위 인정 유예기간이 지났는데도 미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경제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국가는 덤핑 판정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고 덤핑률 산정에서도 불리하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미국의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의료기기업체인 메드트로닉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2억1000만 위안(363억 원)과 1억1800만 위안의 벌금을 각각 부과했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점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느냐와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느냐 여부다. 환율조작국이란 자국 수출을 늘리고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를 말한다. 환율조작국 지정 자체는 무역전쟁의 수단으로서 실질적인 효과가 거의 없지만 다른 수단과 맞물릴 경우 고율의 관세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해온 중국으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이유는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키고, 이를 통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줄이려는 의도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려면 ▷해당국이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GDP 대비 달러 순매수액 2% 초과(환율개입)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충족하는 조건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뿐이다. 이 때문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게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종합무역법을 동원하면 중국을 보다 쉽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1985년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플라자합의’ 이후 무역적자 해소 등을 목적으로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환율조작국 지정, 지식재산권 보호, 불공정 무역관행 조치, 긴급 수입제한 조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4.8%가 줄어드는 시나리오


▎2012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시진핑 국가주석이 총서기에 선출됐다.
미국은 종합무역법에 근거해 1992년 이후 3년 연속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적이 있다. 당시 양국 간 긴장관계는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5월과 10월 의회에 보고서를 내는 형식을 빌어 교역 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판단해 환율조작국 여부를 적시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한 바 있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환율조정을 요구하고, 1년 내 수정되지 않으면 무역보복을 시작한다. 환율조작국에는 지속적인 무역 협상 재검토, 미국 정부 관련 계약 배제, 신규 투자에 대한 해외민간 투자공사(OPIC)의 자금 지원·보험·보증 제한, 국제통화기금(IMF) 환율정책 감시 강화 등 제재 조치가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미국과 중국은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을 벌일 것이 분명하다. 특히 중국산 제품 관세 45% 부과 여부가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3년 안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8%가 줄어들고, 중국의 대미수출 물량은 87%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중국의 대미수출은 작년 기준 4092억 달러, 중국 총수출에서의 점유율은 18%로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피해를 볼 경우 미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등은 2019년까지 미국 GDP가 4.6% 감소하고 7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급격한 고율의 관세 부과는 오히려 미국에 손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도 트럼프 당선인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45% 관세 부과는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중국산 제품 전체보다는 미국 제조업과 경쟁하는 개별 품목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레이건 정부는 1980년대 일본산 자동차에 45%의 보복관세를 물려 일본 자동차업계의 수출 자율 규제, 미국 현지 생산 등의 양보를 얻어낸 적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곡물, 자동차, 항공기 수입 중단 등 반격 가능


▎2012년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사흘간 4.59% 떨어지면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도 동반 추락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이른바 슈퍼 301조 조항 발동과 중국에 대한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를 확대하는 등 보호무역 조항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슈퍼 301조는 미국에 대한 비관세장벽 등 교역대상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 중 우선협상 대상을 지정해 협상을 진행하고, 장벽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인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슈퍼 301조는 의회의 동의 없이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발동할 수 있다. 슈퍼 301조에 따라 미국은 150일간 모든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 무역법 201조에 따른 세이프가드 발동, 무역법 301조 및 관세법 337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행위 대응,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법령 등의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로 매년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물론 미국의 공세에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중국의 보복 수위에 따라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오는 가을에 열리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계기로 1인 지배 체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인 만큼 미국에 강경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카드로 ▷미국 국채 매각 ▷애플 퀄컴 등 중국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업에 대한 독과점 조사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보잉사 항공기 구매 제한 등을 거론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조12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 매각할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이렇게 되면 트럼프 정부가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재정지출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현재 20조 달러에 육박한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2000억 달러나 늘어난다.

중국이 또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 대해 보복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의존율(매출 기준)은 지난해 기준으로 애플 23%, 퀄컴 57%, 마이크론 43%였다.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액은 2조2800억 달러나 된다. 중국은 2016년에서 2017년까지 8600만 톤의 대두를 수입할 예정인데 이 중 미국으로부터 3000만 톤을 수입할 예정이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의 대두 수입을 중단하거나 보류할 경우 아이오와주 등의 미국 농민들은 큰 타격을 입는다. 중국은 현재 보잉사에 여객기 292대를 주문한 상황인데, 이를 취소하고 유럽산 에어버스로 바꿀 수 있다. 중국은 또 미국산 자동차와 아이폰의 판매를 제한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은 물론 남중국해 문제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대립할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2일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를 해 중국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심지어 트럼프는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 가능성을 서슴없이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11일 폭스뉴스 토크쇼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만, 우리가 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은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남중국해 대형 요새 건설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것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발언의 맥락으로 볼 때 중국이 미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대만·홍콩·마카오 등을 모두 중국의 영토로 보고, 이 중 오직 중국만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리처드 닉슨을 비롯해 역대 미국 대통령은 이 원칙을 양국관계의 기초로 인정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지는 못하더라도 ‘대만 카드’를 사용해 중국을 견제하거나 협상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미국의 태평양 패권에 도전하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67주년인 2016년 10월 중국 텐안먼 광장에서 행진하는 중국 군인들.
중국은 트럼프의 ‘대만 카드’에 맞서 항공모함으로 대응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이끄는 항모전단은 지난해 12월 23일 우리나라의 서해에서 출발, 24일 동중국해를 거쳐 25일 일본의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 사이의 미야코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으로 진입했다.

당시 랴오닝호 항모 전단은 제1열도선을 돌파했다. 제1열도선(First Island Chain)은 일본 열도-오키나와 등 난사이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을 잇는 가상선으로, 중국이 1982년 자체 설정한 전략방어선을 말한다. 중국의 항모 전단이 제1열도선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미국의 태평양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류화칭(1916∼2011)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전략에 따라 해군력 강화에 힘써왔다.

‘중국 해군의 아버지’라고 불린 류 전 부주석은 2010년 제1열도선, 2020년 제2열도선(오가사와라제도-사이판-괌-파푸아뉴기니)의 제해권을 각각 장악하고, 2040년 미국의 태평양·인도양 지배를 저지한다는 장기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랴오닝호 항모 전단의 제1열도선 돌파는 바로 류 전 부주석이 제시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랴오닝호 항모 전단은 서태평양을 항해한 후 지난 12월 25일 밤 대만과 필리핀 사이에 있는 바시해협을 통과했다. 바시해협은 태평양과 남중국해를 구분하는 경계선이다. 랴오닝호 항모전단은 이어 대만의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해역을 통과해 남중국해로 진입했고,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하이난다오 해군기지에 기항했다. 랴오닝호 항모 전단은 새해 벽두인 1월 1일과 2일 남중국해로 진입해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랴오닝호 항모 전단이 사상 첫 원양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랴오닝호의 기동 훈련을 통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갈등을 빚는 한국,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인 일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는 미국과 대만을 향해 동시에 군사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중 두 번째 항공모함을 진수할 예정이며, 세 번째 항모도 건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가 어떤 구실을 삼더라도 중국인들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 주석의 신년사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개입에도 단호히 맞서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주권’을 언급했다는 건 미국과의 갈등에서 핵심인 남중국해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립할 것에 대비해 남중국해 인공섬들에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대거 배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훙치(紅旗· HQ)-26와 훙치-9 등 500기의 중·장거리 대공미사일을 남중국해의 최대 섬인 하이난다오에 투입했다. 훙치-26은 최대 402㎞ 밖의 표적 6개를 동시에 격추할 수 있는 최신예 장거리 대공미사일이다. 훙치-9의 사거리도 200㎞에 달한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의 인공섬 7개에 대공미사일을 배치하지는 않았다.

중국은 또 하이난다오에 공군 주력기인 젠(殲·J)-11 72대를 배치했다. 이들 전투기는 앞으로 인공섬들에 순환 배치되는 형태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또 남중국해와 대만을 겨냥해 러시아로부터 인도받은 수호이(Su)-35 전투기들을 광둥성에 배치했다. Su-35는 기존 4세대 전투기와 차세대(5세대) 스텔스 전투기 사이의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이 전투기의 속도는 마하 2.25, 항속거리는 3400㎞, 전투 반경은 1600㎞다.

“산 하나에 두 마리 호랑이가 같이 있을 수 없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 항모는 서태평양 진출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최신예 대공미사일과 전투기들을 대거 배치한 것은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주권 국가의 권리라고 강조하면서 선포 시기는 중국이 영공 위협에 직면했는지, 영공 안전위협이 어떤 수준인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만약 중국이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경우 미국과 정면대결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는 앞으로 중국의 도전에 대비해 해군력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트럼프는 ‘힘에 의한 평화’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으며 현재 276척인 해군 함정 수를 350척으로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해 차세대 항모인 제럴드포드호를 취역시킬 예정이며 두 척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군사협력도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미·중 관계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강대강(强對强)의 대결구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산 하나에 두 마리 호랑이가 같이 있을 수 없다”(一山不容二虎)라는 중국의 속담처럼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벌이는 ‘진검승부’의 불똥이 자칫하면 한반도는 물론 아·태 지역에 튈 것이 우려된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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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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