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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리포트] “범인 잡기만큼이나 후배 잡기 어렵다” 강력계 형사들의 한숨 

승진·고과서 밀리지만 수갑 채우는 ‘손맛’에 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지난해 하반기 경찰공무원 공채시험에 역대 최대 인원인 6만6000여 명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30대 1을 넘어섰다. 고시라 부를 만큼 바늘구멍인 셈이다. 하지만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강력계 형사는 인사철마다 구인난에 시달린다. 소매치기부터 시신 암매장 사건까지 다양한 범죄를 추적하는 형사들은 범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손맛’의 특별함을 잊지 못해 고된 생활을 견딘다고 말한다.

▎2009년 2월 7일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L골프장에서 경기도 광역수사대 강력팀 형사들이 밤을 새워가며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의 네 번째 희생자의 시신 발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인사철마다 전화통 붙잡고 이리저리 전화 돌려보지만 오겠다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아. 이번에도 온 지 6개월 된 신참 하나가 사정이 있어 나가겠다는데….”

형사 경력 20년이 넘는 서울 강북의 한 경찰서 김모(49) 강력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강력계에 결원이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라는 게 김 팀장의 얘기다. 그는 답답했던지 담배 한 대를 꼬나물고 길게 하소연을 시작했다.


▎강력계 형사라면 누구나 다 범인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손맛’의 특별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 사진·중앙포토
“지난해에도 우리 팀에서 1명이 전출자가 있어서 수사경과 명단을 펴놓고 싹수 있는 젊은 친구들 몇 명한테 전화를 돌렸어. 강력계 형사로 올 생각 있는지 물었더니 ‘다음 기회에 가겠다’는 거야. 그래서 ‘오려면 지금 와야지 왜 빼고 그러냐’고 했더니 ‘(승진)시험 준비해야 해서 그렇습니다’라는 거야. 그 얘길 듣고 순간 화딱지가 나서 ‘시험 봐서 승진할 생각하는 놈이 수사경과는 왜 땄느냐’고 호통을 치고 끊어버렸어. 강력계 형사로 와봐야 자기 시간도 없고, 남들 다 하는 고과 관리니 시험 준비니 할 여유도 없으니까. 젊은 친구들 입장에서야 굳이 형사 생활에 아등바등 매달릴 이유가 뭐 있겠어.”

순경 출신인 김 팀장은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막내 생활을 하며 베테랑 형님들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며 형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김 팀장 주변엔 ‘폼 나는’ 형사 해보겠다며 튼튼한 체력과 깡다구를 내세우는 젊은 20대 경찰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쯤부터 갈수록 20대 젊은 형사들 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1989년 순경으로 들어와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 남대문서 강력계를 거쳐 현재 광역수사대 의료사고 수사전담팀장을 맡고 있는 강윤석(53) 경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2년 전 강 경감이 남대문서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팀원을 뽑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거에요. 수사경과 가진 후배들 중에서 데려올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트레이닝이라도 시켜서 강력계 형사 만들어보려고 지구대에 전화를 돌리는데 다 싫다는 거죠. 강력계 가면 휴가는 어떻게 되느냐, 수당은 또 어떠냐 묻는데 우리 때는 상상도 못하던 질문들이죠. 요즘 분위기가 다 그래요.”(웃음)

28년 경찰 생활의 대부분을 강력계 형사로 살았다는 강 경감은 신출내기 형사시절이던 때를 떠올리면서 쓴웃음을 짓는다.

“20대 젊은 형사들 별로 없어요. 우리 팀만 해도 막내가 경찰 10년차니까. 겉멋 들어서 형사 한번 해보겠다고 달려들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 들어온 젊은 친구들은 경찰 몇 년 해보면 판단이 빨리 선다고 해야 하나. 가령 어떻게 하면 승진을 빨리 할 수 있을지, 공부해서 시험승진으로 갈지 아니면 고과관리 잘해서 심사승진으로 갈지 따져서 자기 갈 길을 정하는 거죠.”

일선 강력계 형사 40~50대가 다수


▎지난해 6월 16일 경기도 의정부경찰서 강력팀 형사들이 강도살인 피의자 정모(45) 씨를 데리고 현장검증을 위해 사패산 사건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일선 경찰서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0년 전부터는 30대가 강력계 막내인 경우가 많다. 40~50대가 팀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경찰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보고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형사 10명 중 6명이 40~50대였다. 전체 외근 형사 7456명 중 40대가 3021명(40.5%), 50대 이상은 1235명(16.6%)이었다. 40~50대 강력계 형사 비율이 전체의 57.1%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30대는 2671명(35.8%), 20대는 529명(7.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근형사는 일선서의 강력계 형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지방경찰청 전체 외근형사(마약, 생활범죄팀 포함) 1678명 중 20대는 117명에 불과했다. 반면 40대는 627명, 50대는 308명이었다. 광주의 경우 전체 247명 중 20대는 1명뿐이었다. 서울에 이어 둘째로 외근 형사가 많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경우 전체 1141명의 외근 형사 중 20대는 81명, 30대 538명, 40대 359명, 50대 이상 163명이었다. 극단적인 사례긴 하지만 2년 전 충북의 한 경찰서 강력팀은 수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청주시 한 경찰서 강력팀은 팀장 포함해 2명이 한 개 팀을 운영해야 했다. 강력계 지원자가 없다 보니 팀 구성 자체가 안 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선 ‘30대 경감 밑에 50대 경위’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경찰대 출신의 젊은 30대 강력계 팀장 밑에 시험승진 못하고, 고과 못 챙겨 매년 승진에서 밀리는 나이 많은 순경출신 50대 경위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살인·강도·절도 등 강력사건을 전담하는 강력계 형사를 ‘경찰의 꽃’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그것도 옛말이 됐다. 젊은 경찰들이 형사 생활을 기피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안정된 가정생활을 하기 어려운 근무조건, 거친 현장근무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승진·진급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수당이 조금 더 나온다고는 하지만 다른 특별한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희생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 한 경찰서 강력계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 모 경위(50)는 “심사 승진 대상자라도 되려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직무교양 및 각종 교육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는 등 평소 관리를 잘해야 하지만 당직과 야근, 현장출동 등 일에 치이다 보면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갈수록 내근직이나 교대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진 지구대 근무를 선호하는 젊은 경찰들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범인 잡기만큼 (강력계) 후배 잡기가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서울 모 경찰서 강력팀 형사는 사명감 하나로 형사 생활을 버티던 시절도 있었지만 갈수록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4교대가 확실하게 돌아가는 지구대와 달리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일단 가정생활이 안 된다”며 “가족 생일 같은 기념일도 못 챙기고 넘어갈 때가 많다”고 말한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총각이나, 신혼인 젊은 형사들은 불규칙한 형사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부서를 옮기라는 가족들의 반대까지 겹치면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2년간 서울 강북의 한 경찰서 강력반에서 일하다 올해 초 지구대로 옮긴 최모 경장. 결혼 3년 차인 그는 “아내는 물론이고 처가 식구들까지 나서서 ‘강력계는 안 된다’며 끈질기게 설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TV에서 애국가 나올 때만 집에 가도 일찍 들어간다고들 했어요. 우리처럼 이미 형사 생활 10년이 넘어가면 가족들도 포기하고 그러려니 하며 살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형사들은 툭하면 이틀, 사흘 밤 새고 집에 들어가는데 좋아할 여자가 어딨겠어요. 명절 연휴거나 비번이 걸려 쉬다가도 발생 사건, 진행 중인 사건 때문에 나가서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에요.”(광역수사대 강윤석 경감)

“수갑 채울 때 느끼는 떨림 누가 알까”


▎지난해 5월 큰 파장을 몰고 온 강남역 살인사건의 현장검증 장면. 서초경찰서 강력팀 형사들은 사건현장과 그 인근의 CCTV 영상을 치밀하게 분석, 마지막 동선까지 파악한 뒤 잠복해 범인을 검거했다. / 사진·중앙포토
실제로 강력계 형사를 남편으로 둔 한 주부가 3년 전 인터넷 게시판에 남긴 글과 남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이런 형사들의 고된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3년,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9월 18일 천안 서북경찰서 관내 한 원룸에서 2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강력2팀(팀장 천성현)과 형사지원팀 직원 등 20여 명은 추석연휴 3일을 반납하고 범인 추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건발생 27시간 만인 20일 새벽, 범인을 인천시 부평구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천성현 강력팀장의 부인은 추석연휴 첫날 사건발생 소식을 듣고 집을 나간 남편을 원망하는 듯한 뉘앙스로 글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이내 남들 다 쉬는 연휴에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출장까지 간 남편에 대한 걱정으로 바뀐다. 그리고 새벽 2시, 남편으로부터 “여보! 범인 잡았어” 하는 전화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는 사연이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도 고달픈 형사 생활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천 팀장은 새벽 4시가 넘은 시간 범인을 천안 서북경찰서로 압송해온 뒤에도 쉴 새가 없었다. 두 시간 넘게 피의자 심문조서를 꾸미고 아침이 다 돼서야 집에 들어간다는 문자를 부인에게 보냈다. 부인 역시 잠 못 자고 꼬박 밤을 새우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근·야근이 워낙 잦다 보니 시간 외 수당 등이 내근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들보다는 조금 더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당 얼마 더 받는다고 선뜻 강력계 형사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하기란 쉽지 않다. 수당 이상으로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강력계 형사로 지내며 베테랑 소리를 듣는 이들은 형사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특별함’이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형사들은 현장에서 범인을 붙잡아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순간 느껴지는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특별한 느낌이라고 했다. 형사들 세계에서는 ‘손맛’이라는 표현을 쓴다. 강력계 경력만 20년이 넘는 서울 중부서의 한 베테랑 형사는 “신참 때나 지금이나 범인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손이 떨린다”며 “형사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서 강력팀장, 강남서 형사계장 등을 거쳐 현재 서울 용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이대우(51) 경감. 이 경감은 28년 형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손맛’을 숱하게 경험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그는 대한민국 형사 중 특히 소매치기, 부축 빼기(취객을 부축하는 척하며 금품을 훔치는 수법으로 ‘아리랑치기’라고도 했다) 범죄자 체포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름 앞에는 ‘범죄 사냥꾼’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그는 자신의 별명을 딴 ‘범죄 사냥꾼’이라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tankcop)도 운영하고 있다. 회원 수 2만5000명인 이 카페는 사건 신고에서부터 이 경감 자신이 다룬 각종 사건 이야기와 형사 생활 경험담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형사기동대에서 막내로 3년 동안 경험을 쌓고 경찰 4년차 때인 1993년 서울 서부서 형사계로 발령이 났어요. 노태우 정부 시절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면서 형사들 사이에서 실적 경쟁이 대단했죠. 서울청 관내에서 우리 팀이 검거 실적 1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구속한 절도범 중에는 네 번이나 내 손에 잡힌 경우도 있었어요. 일명 ‘소림사파’ 일당 중 한 명이었는데 아마 평생 나를 잊지 못할 겁니다.”

그가 ‘손맛’을 자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형사기동대 시절 한 소매치기범을 통해 배운 노하우 때문이었다. 이 경감은 “신출내기 때는 이렇다 할 인맥도 없고, 알고 지내는 망원도 없어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 하염없이 걷고 또 걷고 돌아다니기만 했다”면서 “그러다 당시 종로 3가 피카디리 극장 뒤쪽 벌집 쪽방 촌에서 붙잡은 한 소매치기범과 현장을 함께 다니면서 범죄꾼들이 하는 여러 가지 기법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신혼이던 이 경감은 범인 잡는 재미(?)에 푹 빠져 가정도 포기할 정도였다. “중독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에요. 눈에 보이니까 막 잡아들이는 거죠. 하루에 10명까지 잡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이 경감은 각종 포상을 휩쓸었다. 대통령 근정포장 1회, 장관표창 3회, 검찰총장 표창 1회, 경찰청장·서울청장 표장 37회, 검사창 표창 1회, 서장 표창 11회 등 총 포상, 표창 횟수만 54회나 된다.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강도·조직폭력 베스트 수사팀 인증패도 여러 번 수상했다. 이 경감은 “상도 많이 받고 특진도 했지만 남편으로서, 아빠로서는 빵점이었다”고 고백한다.

“잠복도 추적도 근성 없으면 못해요”


▎고(故) 강찬기 전 용산서 수사과장(왼쪽)과 강윤석 서울청 광역수사대 경감. 2015년 경찰의날 기념식이 열린 세종문화회관에서 부자(父子)가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강 겸감은 부친인 강 전 수사과장의 ‘근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 사진제공·강윤석 경감
‘맨땅에 헤딩’하던 시절에 비해 CCTV, 블랙박스 영상 등 각종 디지털 단서를 분석하는 과학 수사기법이 활성화되면서 예전보다 범인 추적이 쉬워진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형사들의 일감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서울 동대문서 강력 2팀 김민섭 경위(37)는 “CCTV를 분석하느라 수백 시간에 달하는 녹화 영상을 눈이 빠지게 돌려봐야 할 때가 자주 있다”며 “CCTV 화면 속에서 범인의 행적을 하나하나 추적하는 또 다른 중노동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범인들도 CCTV를 의식하고 도주한다. 최대한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버스, 지하철, 택시 등 각종 교통수단을 여러 차례 갈아탄다. 분석해야 할 영상 분량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2015년 12월 관내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흉기 절도범 사건 해결을 위해 김 경위는 1주일 내내 CCTV만 들여다봤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용의자의 얼굴, 이동경로, 마지막 동선까지 모두 확인한 뒤 잠복수사 끝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다.

김 경위는 2003년 순경 시험을 보고 경찰이 됐다. 경찰 재직 중 순직한 부친의 영향도 있었지만, 당시 개봉한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와일드 카드>(배우 양동근씨가 신세대 형사 역으로 나온다)는 그가 경찰이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 경위는 “영화나 TV드라마에서 나오는 폼 나는 형사들과 현실 속 형사들의 모습은 물론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도 “적어도 팀원들 간의 의리, 끈끈함은 영화 속 형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형사를 소재로 한 TV드라마,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잠복, 추격전, 격투를 흔히 떠올린다. 하지만 항상 영화처럼 통쾌하고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건 아니다.

“수사기법 중 가장 어려운 게 차량 미행인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갑자기 차량 비상 깜박이를 켜고 시속 30㎞ 속도로 갓길 운행을 하는 식이죠. 아무리 은밀히 추적해도 이럴 때는 정말 난감해요. 영화에서처럼 흉기를 지닌 범인과 몸싸움이 흔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은 자주 벌어지지 않아요. 범인과 격투를 벌이는 것은 가장 하수가 하는 일, 범인이 알아채기 직전에 낚아채는 것이 고수죠. 몸싸움보다는 범인들과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광수대 강윤석 경감)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많은 형사는 ‘적성’에 맞지 않으면 오래 견디기 어려운 것이 형사 생활이라는 얘기도 자주 한다. 이들이 말하는 ‘적성’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근성’이다. 쉽게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형사 특유의 성향이다. 특히 강력계 형사들이 심심찮게 부딪히는 ‘암수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암수범죄’는 실제로 범죄가 일어났지만 고소·고발·제보 등이 없어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은 사건(절대적 암수)을 말한다. 인지된 사건이라도 그 원인 또는 목격자, 용의자를 찾지 못해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상대적 암수)도 넓게는 ‘암수범죄’에 들어간다고 한다.

강력범죄 중에는 이런 ‘암수범죄’가 적지 않다. 서울청 광수대 강윤석 경감은 ‘암수범죄’와 여러 차례 맞닥뜨린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미제사건 여러 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해결한 베테랑 형사다. 대를 이어 형사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부친은 건국경찰 출신으로 용산경찰서 수사과장을 지낸 고(故) 강찬기 씨다. 197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골동품 가게 가족 살인사건(일명 금당사건), 한국은행 금고털이 사건 등을 해결한 부친의 ‘근성’을 강 경감이 그대로 빼닮았다는 평이다.

유령 같은 ‘암수범죄’ 쫓는 형사들


▎2011년 당시 서대문서 이대우(맨 오른쪽) 경위와 강력팀 형사들. 형사들은 결혼식 같은 기념일이 아니면 정장 입을 기회가 없다. 대부분 점퍼와 청바지가 일상복이다. / 사진제공·이대우 경감
강 경감은 “첩보 수집을 하다 보면 암수범죄로 보이는 사건이 의외로 많다”며 “보이지 않는 유령을 뒤쫓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형사들은 암수범죄를 놓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강 경감이 2012년 서울청 강력계 반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해결했던 한 ‘암수범죄’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범인의 내연녀였던 한 조선족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추적을 했어요. 돈 빨리 갚으라는 독촉에 화가 난 범인이 채권자를 때려 실신시킨 뒤 산 채로 매장해 살해한 사건이었죠. 땅에 묻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정신을 차렸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도 굴착기로 흙을 덮어 묻어버렸다는 겁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과수원이 암매장 현장으로 지목돼 굴착기로 다 갈아엎었는데 결국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어요. 수사비로 원상복구 비용을 다 물어줬어요. 시신은 찾지 못했지만 다른 단서들로 입증을 해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이 났죠.”

강 경감이 비슷한 시기에 해결한 ‘해남 암매장 사건’에서도 이런 근성과 끈질김이 잘 드러난다. 팀원들은 사건 현장으로 지목된 땅끝 해남까지 일곱 차례를 왕복하며 암매장 장소를 찾아 나섰다. 사건 착수 한 달도 안 돼 무려 7000㎞(서울 숭례문에서 해남 땅끝까지 대략 500㎞)를 달린 셈이다. 이 사건 역시 시신 발굴작업에 애를 먹었다. 범인이 지목한 암매장 장소가 세월이 흘러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 굴착기를 동원해 200m 가까운 시멘트 길을 다 깨부쉈다. 열흘 동안 밤낮으로 작업을 했는데도 시신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다른 물증이나 정황증거, 공범의 자백 등 많은 자료가 확보돼 있어 범죄를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 받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흉기도 발견되지 않고 오로지 정황증거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치밀하고 다양하게 또 다른 단서를 추적해야 한다. 사건의 끈을 놓지 않는 형사들의 끈질김과 근성이 요구되는 유형의 사건이 바로 이런 ‘암수범죄’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강력계 형사는 타고나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강 경감은 “강력계 형사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흉포하고 점점 지능화하는 강력 범죄는 형법, 형소법, 경찰 실무를 달달 외웠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밑바닥 현장에서 배운 ‘경험’이 형사들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게 많은 베테랑 형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각종 범죄 첩보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된다. 형사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인맥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각종 범죄 첩보가 들어온다. 소위 ‘망원(網員)’의 존재는 전담팀 형사들에게는 밥줄이나 마찬가지다. 조직폭력배, 마약쟁이(일명 뽕쟁이), 사기꾼 등 범죄자들부터 분야별 전문가까지 망원의 출신은 다양하다. 강 경감은 “비록 범죄자 출신으로 과거 악연을 맺었지만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도움을 준다”며 “첩보를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손맛이 강하게 오는 그런 건들이 있다”고 말한다.

“경험이 쌓이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근성과 인내가 있어야 하고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신참 때부터 준비된 형사라는 건 없습니다. 체력이 뛰어나고 무도에 능하다고 해서 훌륭한 형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죠.”(용산서 이대우 경감)

현장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형사가 많이 배출되려면 결국 20대 젊은 재원이 많아야 한다. 최첨단 과학수사 기법이 갈수록 발전하고 디지털 증거가 아무리 많이 쌓인다 해도 이를 다루는 건 결국 ‘사람’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다리는 풀리지 않는 미제사건이 많이 남아 있다. 베테랑 형사가 줄어들면 악당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영영 숨어버릴지도 모른다.

-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박스기사] 한 강력팀장 아내의 추석 - “시신 나왔어” 전화 한 통에 날아간 연휴


▎2013년 당시 천안 서북경찰서 천성현 강력팀장의 부인이 천 팀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추석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살인범 검거에 나선 남편을 격려하고 걱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 사진·뉴시스
“여보, 이번 추석엔 집에 들어올 수 있어?”

“응 걱정 마. 이번엔 꼭 들어올게! 약속할게.”

남편은 큰소리쳤지만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저의 남편은 천안 서북경찰서에서 강력팀장으로 근무하는 경찰관입니다. 지난해 설에도, 지난 추석에도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이번 추석만큼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와 함께 고향에서 즐거운 명절을 보내자고 남편은 거듭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기대에 부풀었던 연휴 첫날 저녁, 남편은 급한 전화를 받고 나갔고, 잠시 후 제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시신이 나왔어.”

그것은 제게 남편이 추석연휴 내내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말과 같았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화가 치밀어올라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남편은 20대 여자가 칼에 여러 번 찔린 채 사망했다는 말만 제게 전할 뿐,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집에 못 들어오느냐고 쏘아붙이려는 순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울음소리…. 그것은 사망한 피해자 가족의 절규였습니다. (…)

그렇게 올해도 남편 없이 보내는 명절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얼마 후 남편으로부터 범인을 잡으러 인천으로 간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알았다”고 짧게 대답만 하고 이내 전화를 끊었지만 그 순간부터 저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해 할 남편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기 사진과 함께 “아빠 힘내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이내 “진짜 힘 난다”며 답장이 왔습니다. 그제야 제 마음속에 꽁꽁 묶어두었던 남편에 대한 원망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명절이라 문을 연 식당도 없을 텐데 밥은 먹었는지, 잠복은 힘들지 않은지 궁금하고 걱정되었지만, 정작 가장 큰 걱정은 혹여나 남편이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 새벽까지 이어진 잠복은 쉽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점점 제 마음은 타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9월 20일) 새벽 2시경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 잡았어!”

남편은 흥분된 목소리였습니다. 그때까지 걱정으로 밤을 지새면서 가슴 졸이던 저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고마워, 고마워….”

“고생했다, 잘했다”고 말해야 하는데, 제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범인을 검거한 남편이 너무 자랑스럽고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나중에야 우리 남편 말고도 형사과장님, 함께 발로 뛴 다른 형사들 누구 하나 명절을 제대로 못 보냈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제가 너무 속 좁았던 것은 아닌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 함께 근무하시는 과장님, 강력형사 팀원들 모두의 아내 혹은 가족들 또한 저처럼 명절을 함께 보내지 못해 화도 났을 것이고 혹시나 다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였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경찰관의 가족들 또한 그럴 테지요. 제 남편은 제게 100점짜리 남편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강력팀장으로서 사건현장에서 남편은 어느 누구보다 멋진 최고의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 여러분, 지금 이 시간 가족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고 계신가요?

잠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명절 연휴에도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경찰이 있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 남편, 아들… 바로 우리의 가족입니다. (…)

※2013년 당시 천안 서북경찰서 천성현 강력 2팀장의 부인이 한 인터넷 게시판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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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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