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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농업·농촌문제 해법 모색한 이상욱(전 농협중앙회 경제대표)·오세조(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직거래 확대로 유통비용 줄여야” 난마! 경청·공감·신뢰로 풀자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농협, 농산물 유통 계열화 구조혁신 나서… 사료용 쌀 재배로 수급안정 이룬 일본 사례 배울 만

농축산업과 관련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그 해법은 없을까? 유통전문가인 이상욱 전 농협중앙회 경제대표(농민신문사 대표)와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농협의 사업과 과제를 중심으로 농업·농촌문제 해법을 모색했다. 오 교수가 묻고, 이 전 대표가 답했다. 그 내용을 <새들은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는 제목의 대담집으로 펴냈다.


▎유통 전문가인 이상욱 전 농협중앙회 경제대표(오른쪽)와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난마처럼 얽힌 한국 농업·농촌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 대담집 <새들은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를 펴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와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산지에서 1㎏에 1307원에 거래되는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지난 1월 10일 기준으로 평균 5107원에 거래됐다. 산지가격에 비해 3.91배로 껑충 뛴 것이다. 한우 쇠고기는 산지가격이 1kg에 9731원이었지만 도매와 소매 유통을 거치면서 소비자가격이 7만9892원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근·감자 등 채소와 전곡류도 도매시장에서 소매매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격이 3배 까이 뛰었다.

장바구니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을 손에 꼽을 정도이고, 갑절 이상 오른 품목도 수두룩하다. 가공식품 물가도 들썩여 설을 앞둔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특히 계란 소비자가격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전보다 50% 가까이 폭등하며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미국산 계란의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농민들은 소비자가격이 폭등했지만 정작 남는 건 없다고 푸념한다. 소비자들은 중간유통업자만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한다. 따뜻한 겨울과 태풍 등 기상이변이 식료품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물가 폭등의 이면에는 유통 과정에서 중간유통업자의 마진율이 지나치게 높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대부분 산지에서 농협 등 지역단위 협동조합과 중간도매업자를 거쳐 소매시장으로 유통된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과정이 많게는 6단계까지 이어져 중간 마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간유통업자가 남기는 마진은 6~10%이며, 대형 마트도 많게는 20%까지 마진을 챙기는데 그 중간에 다양한 유통업자가 끼면서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도 중간유통업자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농축산업과 관련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농업·농촌문제를 풀 방법은 없을까? 비판적 시각을 가진 여러 사람의 의견과 제안을 경청하고 공감해가는 과정에서 신뢰가 생기고 해법이 보이지 않을까? 이상욱 전 농협중앙회 경제대표와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가 <새들은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다>는 제목의 대담집을 펴낸 배경이다. 유통전문가인 두 사람이 농협의 사업과 과제를 중심으로 농업·농촌문제 해법을 모색했다.

오세조(이하 오)_흔히 농산물은 유통 마진이 너무 높아 소비자지불가격과 농가수취가격의 차액이 크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농산물의 특성상 100% 완벽하게 개선할 수는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개선 방안이 있을까요?

이상욱(이하 이)_농산물 유통 마진은 소비자지불가격과 농가수취가격의 차액인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비용과 중간상의 이윤으로 이뤄집니다. 농산물 유통 마진은 대부분 수집·선별·포장·저장·운송 등에 소요되며, 공산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사과의 경우 한국은 43.2%, 미국은 69.6%, 돼지고기는 한국 44.2%, 미국 69.7%입니다. 농협은 농산물 유통 마진 축소를 위해 유통비용 효율화, 중간상 이윤 견제 등 유통구조 개선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산조직 육성과 이를 통한 자율적 수급대책 추진을 위해 농가 조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농산물을 수집·선별·상품화한 후 농협 계통 조직을 통해 판매를 추진하는 유통 계열화를 중점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직거래 확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뜨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산물꾸러미사업, 농산물직거래장터, 신토불이창구 등 다양한 형태의 직거래를 추진하는 것도 좋은 사례입니다.

유통비용 절감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직거래 모색


▎사진·아이클릭
오_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이_크게 두 가지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권역별 물류센터 건립과 농산물 직거래 채널 확대입니다. 권역별 물류센터 건립은 유통단계 축소와 물류 효율화를 위한 계획입니다. 외부기관 연구 결과 물류센터 경유 때 유통단계는 평균 2단계 축소되고 물류비는 약 14.7%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업인은 8.4% 더 받고 소비자는 6.2% 덜 내는 구조로 조사됐습니다. 도매시장 출하 농산물은 농업인이 농협(산지 유통인)에 출하하고 도매법인-중도매인-하매인을 거쳐 판매장과 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입니다. 이와 달리 물류센터를 통하면 농업인-농협-물류센터-판매장-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가 되어 결국 유통단계가 축소되지요. 농협 중심의 유통 계열화는 농협의 유통단계별(산지·도매·소매)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사업 연계 체계를 구축해 농산물 판매 확대와 유통비용 절감에 기여하려고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농산물 유통구조 못지 않게 식품 안전도 중요한 문제다. 가끔 농협 사업장에서도 식품위생 관련 불미스러운 사고가 난다. 식품안전 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원산지 위반과 유통기한 경과 표시기준 위반, 품질검사 부적합 등이 있다. 2012년부터 최근 5년간 농협의 식품안전 관련 위반 건수는 193건으로 연평균 38건 발생했다.

오_식품안전 관리 강화 방안은 무엇입니까?

이_현재 농협은 유통단계별로 사전예방적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운용 중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살펴보니 산지단계에서 출하 전 잔류농약검사를 6988건, 도매단계에서 도매물류센터 입고분 잔류농약검사 3440건, 유통단계에서 판매장 현장지도점검 1554건을 실시했습니다. 생산자와 사업장 종사자 식품안전 교육도 9100회나 했습니다. 이렇듯 많은 검사와 교육을 했지만 식품안전 관련 위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안타깝습니다. 좀 더 철저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_최근 가짜 유기농, 가짜 친환경 농산물 유통도 늘고 있습니다.

이_친환경 농산물(유기·무농약)은 국가 전체로 보면 2015년 말 기준 46만t입니다. 그 중 농협이 29만6000t으로 64.4%를 차지합니다. 친환경 농산물의 인증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민간인증기관 68곳에서 실시합니다. 가짜 친환경 농산물 등 유통 단속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맡습니다. 가짜 친환경 농산물 유통 방지 대책으로는 친환경 인증 농산물의 생산·유통 전 과정의 안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부적합 농산물은 폐기하고 해당 농협이나 농업인은 출하를 정지시켜야 합니다. 또 물류센터에서부터 유통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이 혼합되지 않도록 구분 관리 실시도 필요합니다.

오_쌀은 남아돌아 난리입니다. 2016년산 쌀 역시 풍작으로 30만t 내외로 과잉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16∼2025년 연평균 약 23만t의 초과공급이 전망되는데, 농협에서는 쌀 수급을 위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요?

이_주식용 쌀농가의 전작·작목 전환을 유도해야 합니다. 정부의 타 작물 전환사업에 참여하고, 정부에 생산조정제 관련 예산 반영을 건의할 계획입니다. 산지에서 출하까지 엄격한 품질관리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들녘별 계약재배사업 확대로 고품질 쌀 생산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2015년 일본 농협을 방문했을 때 사료용 쌀 재배로 쌀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농협에서도 지난해 사료용 쌀을 시범재배하는 등 정부 사업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일본은 2008년부터 사료용 쌀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2016년 계획은 24만ha에 생산량은 120만t이었습니다. 일본 재무성에서 보조금 지급을 법제화하지는 않았지만 10ha당 57만∼134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일본 농협에서는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돼지·닭·오리 등에 탄수화물이 주원료인 사료용 쌀을 먹여보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 사전에 분석해 놓았더군요. 이런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

사료용 쌀 등 소비 확대 필요


▎지난 2015년 6월 3일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가 춘천시 춘천고 정문에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아침밥 먹기 캠페인’과 우유 소비촉진 나눔 행사를 열고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밥버거’와 우유를 나눠주고 있다. / 사진·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
오_쌀 소비 확대를 위한 농협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이_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11년 71.2㎏, 2012년에 69.8㎏, 2013년 67.2㎏, 2014년 65.1㎏, 2015년 62.9㎏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유관기관과 연계한 쌀 소비촉진 홍보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각종 데이 마케팅, 아침밥 먹기 캠페인, 어린이 쌀요리 체험, 러브미 마라톤대회, 쌀문화공모전 등 쌀 소비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쌀 가공식품 개발과 판매 활성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즉석 나물밥을 새롭게 개발했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판로 확보로 쌀 가공식품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밀양식품공장을 ㈜오리온과 합작투자해 건립 후 쌀과자 등 가공식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밀가루 소비를 쌀가루로 대체할 때 상당량의 쌀 소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쌀가루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_농협이 추진하는 농산물 판로 확대 방안은 어떤 게 있습니까?

이_농산물을 가능한 한 많이 파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선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 새로 만든 농협a마켓과 공영 홈쇼핑이 국내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로컬푸드 직매장을 확충해 중소농에게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있고요. 대외 마케팅 부문은 대형 마트, 식자재업체를 대상으로 업태별 맞춤형 마케팅과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합니다. 해외 수출 부문은 ‘NH Farm’을 중심으로 산지 지원부터 해외 마케팅까지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2020년까지 10억 달러어치 수출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오_농협의 농식품 수출 확대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_해외 식품박람회, 해외 프로모션 등을 통해 ‘NH Farm’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안전하고 우수한 국산 농식품 홍보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골드키위·애호박 등 신규 수출품목 육성으로 제2의 파프리카를 발굴하고, 미국·중국·일본 등 주력시장 외에 동남아·할랄 등 시장다변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농협은 2015년 3억80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목표는 4억2000만 달러였습니다.

오_NH무역을 농산물 수출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NH무역이 2015년 1억3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지만, 20년 역사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_잘 지적하셨습니다. 그동안 전문경영인의 과도한 교체와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역량 미흡, 부족한 자본금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선 2015년 6월 국내 최고 농식품 수출 전문회사로 육성하기 위해 250억원을 증자해 그 중 170억원은 수출농가의 선도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80억원은 해외법인 운영자금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법인을 신설하고 전문인력 육성 등을 통해 2020년에는 수출 3억5000만 달러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특히 계열사의 수출입 업무를 대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너지 효과도 크게 나타나리라 봅니다.

-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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