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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세계가 주목하는 ‘리틀 메시’ 이승우 

“키가 작아 서운하냐고? 바지가 안 맞을 때만요!” 

정영재 스포츠 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anag.co.kr
5월 국내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서 예비 월드스타들과 ‘정면충돌’… 다른 클럽 아닌 FC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최고 선수 되는 게 꿈

▎한국 축구의 샛별 이승우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클럽이 아닌 FC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최고 선수가 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유소년의 가장 높은 단계인 후베닐A 소속인 그는 올해 성인 프로팀 바르셀로나B(2군)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리틀 메시’라 불리는 이승우(19·FC 바르셀로나)는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다. 그는 뛰어난 축구 실력 못지않은 당돌함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그의 화려한 플레이에 열광하는 팬들도 많지만, 잘하든 못하든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안티팬’도 많다.

이승우는 2014년 9월 일본과의 아시아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8강전을 앞두고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도발했다. 그리고 실제로 두 골을 넣어 2-0 승리를 책임졌다. 특히 후반에 60여m를 폭풍 질주하며 상대 수비 3명과 골키퍼까지 제친 뒤 넣은 골은, 전 세계가 이승우를 주목하게 만든 ‘원더 골’이었다. 이승우는 골을 터뜨린 뒤 스페인어로 “아키 에스토이(Aqui estoy·내가 여기 있다)”라고 외쳤다.

이승우는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기도 하고,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면 분을 못 이겨 골대를 걷어차기도 한다. 혼자 튀려는 플레이를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고, 동료와 폭행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축구는 잘하지만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들도 나왔다.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 클럽에 들어가 살아남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오해가 쌓였다”는 옹호론도 있다.

어쨌든 이승우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棟梁)이다. 그는 5월 20일 국내에서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성적과 대회 흥행의 키를 쥔 에이스다.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 중 가장 높은 단계인 후베닐A 소속인 이승우는 성인팀인 바르셀로나 B(2군)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연말, 홍명보자선축구대회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한 이승우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인터뷰 자리에 이승우와 온 가족(아버지 이영재 씨, 어머니 최순영 씨, 형 이승준 씨)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사는 이들은 국내에 와서도 늘 붙어 다녔다.

이승우는 듣던 대로 당돌했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얘기도 거침없이 했다. 그러면서도 예의가 발랐다.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국내 정치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이승우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국민들이 U-20 월드컵을 통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악플? 스스로 스트레스 쌓는 타입 아냐”


▎이승우가 2015년 10월 21일 칠레에서 벌어진 2015 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B 승격 예상 시점과 팀내 상황은?

“우리 팀(후베닐A)은 프리메라리가 유스 리그와 유스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고 있다. 스페인 국왕컵도 있다.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감독님도 팀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 4~5차례 B팀으로 올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감독님과 상의해서 논의를 중단했다. B팀에 올라가서 한 경기에 30~40분 뛰는 것보다는 이 팀에서 꾸준히 풀타임을 뛰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낫다고 본다. (FIFA의 출전정지 징계가 풀려) 공식 경기를 뛴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나와 후베닐A팀 감독님, 바르셀로나B팀 감독님, 구단 수뇌부까지 함께 논의해서 일단 후베닐A에 남기로 했다. 6개월 후에는 무조건 B팀으로 올라간다. 다음시즌(2017~18)은 B팀에서 시작한다.”

1군 진입 담장이 높은 바르셀로나를 떠나 좋은 대우를 받고, 다른 팀에서 성인 무대에 도전하는 게 어떠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아니고 다른 팀에 갔다면 충분히 1군으로 갈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세계 최고인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싶었다. 그런 팀에서 뛰어야 세계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서 1군 데뷔를 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징계가 풀린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른 팀에서 제의가 오더라도 쉽게 자리를 옮길 것 같진 않다. 바르셀로나에서 행복하고 최근에는 경기에도 꾸준히 뛰고 있다.”

어린 시절 인터뷰에서는 메시에 대해 ‘신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성인팀 데뷔를 앞둔 지금은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끼나?


▎2015년 10월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JS컵 국제청소년 축구대회(U-18) 한국 대 벨기에의 경기. 이승우가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메시는 넘사벽(절대 넘을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축구 게임에서나 나올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손쉽게 해내는 선수와 나를 비교하는 건 무리다. 메시가 30대 후반 정도로 나이를 먹으면 모를까. 그는 나의 영원한 롤모델이다.”

“스페인에선 스페인식으로, 한국에선 한국식으로 하라”는 홍명보 감독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던데.

“나에 대해서 누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쓰고 누구는 댓글로 달고 여러 말이 많았다. 홍 감독님과는 직접 만나서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그분 말씀이 더 공감이 됐던 것 같다. 스페인과 한국은 문화가 다르고 개개인의 성향도 다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식으로, 한국 정서에 맞게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렇게 하면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본인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가 뭐라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인성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경기장에서 욕심이 많다는 말도 듣는데 나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지만 신경이 쓰인 건 사실이다. 욕심이 많다는 말이 자꾸 나오길래 한국에서 경기할 때는 가급적 볼을 동료들에게 주곤 했다. 아마 골 보다 어시스트가 더 많을 거다. 그랬더니 슈팅에 인색하고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러다가 또 골을 넣으면 패스를 안 한다고 하고. 사실 힘들지만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악플이나 의도적인 비난을 의식하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쌓는 타입은 아니다.”

재능 출중 그러나 다루기 까다로운 선수


▎한국은 2015년 10월 29일 칠레에서 열린 2015 FIFA U-17 월드컵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0-2로 패해 8강행이 좌절됐다. 경기가 끝난 뒤 이승우가 서럽게 울자 최진철 감독이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키가 좀 더 컸으면 싶을 때가 있나?

“이전까지는 없었는데 요즘엔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바지가 있는데 길이가 조금 안 맞을 때?(웃음) 축구 할 때는 전혀 없었다. 아빠도 형도 늦게 키가 큰 스타일이라 아직은 모른다. 지금도 조금씩 크고 있다.(이승우의 프로필상 신장은 170㎝이지만 작년까지는 실제 키가 168㎝ 정도였고, 현재는 170㎝가 조금 넘는다.)

다른 선수의 장점을 부러워한 적이 있나?

“우리 팀 동료 카를레스 알레냐의 왼발이 부러웠다. 나는 오른발을 쓰는 선수니까. 다른 선수의 재능을 갖고 싶은 건 엄청 많은데 그걸 다 욕심 낼 수 있나?”

17세 월드컵 당시와 비교하면 몸이 많이 단단해진 느낌인데.

“경기도 많이 뛰고 스페인에서 함께 생활하는 트레이너와 꾸준히 피지컬(physical) 훈련을 하면서 근력을 키운다. 경기장 안에서 부딪쳐보면 내 몸이 좋아졌다는 걸 알게 된다. 트레이너 형도 내 몸의 변화를 보면서 만족하고 있다.”

손흥민은 승부욕이 남달라서 경기에 지면 곧잘 운다. 그 승부욕이 지나치면 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경기 끝나고 우는 건 나쁘다고 보진 않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는다. 지더라도 경기가 끝난 뒤에 이긴 선수에게 축하를 보내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나도 17세 월드컵 16강전에서 진 후에 그라운드에 엎드려 울었다. 그때는 ‘나 때문에 졌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라운드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승우는 워낙 재능이 출중하다 보니 감독으로서도 다루기 까다로운 선수다. 어떤 지도자는 그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억제시키려 했고, 어떤 감독은 지나치게 풀어주거나 심지어 그에게 의존하기도 했다.

‘볼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다가 한방에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는데 이런 스타일이 어떻게 몸에 배게 됐나. 혹시 이 부분에서 기존 지도자들과 생각이 다르지는 않았나?

“한국 대표팀은 잉글랜드·독일·이탈리아 등 좋은 팀들과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결정적인 찬스에 골을 넣어야 한다. 효율적인 축구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박지성은 엄청나게 많이 뛰는 걸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의 차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수원컵(한국 우승)에서는 정정용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전술적으로 잘 맞는 플레이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정말 좋았다. 반면 17세 월드컵에서는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 소통에 아쉬움이 있었다.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배웠다.”

2009년 바르셀로나에 가서 미구엘 푸이그 유소년 담당 코치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가 “타 구단은 체격이나 체력 등을 보지만 우리는 두뇌·기술·판단력 세 가지만 본다”고 했다. 본인이 느낀 바르샤만의 남다른 점은?

“바르샤의 DNA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점유율 축구’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두뇌와 기술, 판단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신체적으로 뛰어난 선수 위주로 뽑았다면 나는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방출됐을 거다. 어떻게 하면 판단을 빠르게 하고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신태용 감독님과의 만남 기대돼요”


▎올해 1월 6일 만 19세 생일을 맞은 이승우가 팬들이 선물한 케이크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세 대표팀 신태용 감독과의 인연은? 신 감독은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인데.

“신태용 감독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기사로만 본 게 전부다. 기자들이나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정용 감독님과 비슷한 성격과 스타일을 가지신 것 같다. 지난 연말 제주도에서 신 감독님과 함께 훈련해본 선수들도 ‘너와 잘 맞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더라.”

이승우와 인터뷰를 마친 뒤 아버지 이영재 씨를 따로 만났다. 그는 “승우가 어릴 적부터 승부욕이 남달랐다. 저보다 일찍 축구를 시작한 형과 내기를 해도 지지 않으려고 했다. 깡통 세워놓고 축구공으로 맞히기를 해서 지면 집에 안 들어가고 이길 때까지 하자고 했다. 형이 일부러 져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승우는 서울 대동초 6학년 때 ‘차범근 축구상’ 대상을 받았다. 당시에도 축구는 잘했지만 독불장군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주먹을 휘두른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영재 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축구부 동료를 때린 게 아니라 축구부를 때린 일반 학생을 찾아가 일대일 대결로 ‘응징’을 한 거였다. 당시 감독님도 ‘난 승우가 멋있었다. 승우 아니었으면 그 친구는 졸업할 때까지 바보 소리 들었을 거다’고 하셨다.”

“A팀 올라가면 담배 끊으세요”


▎이승우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를 마친 뒤 시민마이크 (www.peoplemic.com)에 새해 소망을 적었다. 중앙일보와 JTBC가 함께하는 시민마이크는 광화문을 밝힌 1000만 촛불에 담긴 시민들의 열망을 담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럼 바르셀로나 입단 동기인 장결희와는 왜 주먹다짐을 했을까? 이씨는 “승우가 ‘지금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철없을 때 욱하는 마음에서 그랬겠지만 그땐 호되게 나무랐고, 결희 부모님께도 사과했다. 지금은 바르셀로나에서 결희 가족과 잘 지내고 있다. 요즘은 주먹 쓰는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승우는 FIFA가 바르셀로나 구단에 내린 징계로 인해 2년 가까이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18세 미만 선수가 이적할 때는 부모가 함께 와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만 18세가 될 때까지 경기 출전을 금지한 것이다. 이영재 씨는 “승우가 큰 충격을 받았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게 고마웠다. 특히 경기가 있는 날 관중석에서 동료가 뛰는 모습을 지켜만 보다가 돌아온 날은 가족 모두가 승우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썼다”고 회고했다.

이승우 가족과 전담 직원·트레이너 등이 사는 집은 늘 손님들로 북적댄다. 이씨는 “한국에서 온 지인들이 우리 집에 며칠 묵으면서 승우를 지켜보고는 ‘승우가 원래 이렇게 말이 없는 아이냐’며 놀란다. 또 가족이나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역시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들을 한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축구 외의 일로 구설(口舌)에 오르는 걸 보면 속상하지만 어차피 이겨내야 할 일들이다. 오히려 승우로 인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豪奢)를 다 누려봤다. 전 세계에서 축구선수 아들을 둔 부모 중에 FC 바르셀로나 회장의 저녁 초대를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승우는 선수로서 더 높은 목표가 있겠지만 난 아무 욕심 없다. 그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해주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이씨는 홍익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에 그만뒀다. 일본에서 관광 가이드도 했고,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돈을 좀 벌었다. 이승우의 남다른 끼와 패션 센스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 같다.

이씨는 요즘 싫지 않는 고민이 생겼단다. 애연가인 아버지에게 승우가 “아빠 담배 좀 끊어. 내가 바르셀로나A팀 올라가면 끊을 거지?”라고 해서 얼떨결에 그러겠노라고 했단다. “막연히 그날이 언제 올까 싶었는데 곧 다가올 것 같아요. 아쉽지만 승우하고 약속한 거니까 끊어야죠. 하하.”

- 정영재 스포츠 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a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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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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