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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인터뷰] 이수정 교수와 철학의 숲길을 걷다 

“지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주제 자체를 제대로 봐야”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하이데거 철학으로 손꼽히면서 동양철학 영역까지 섭렵한 이수정 창원대 교수가 최근 공자의 말들을 50개의 키워드로 집약해 새롭게 해석한 <공자의 가치들>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에게 철학에서 말하는 진리론부터 철학에 대한 접근법과 행복론까지, 몇 가지 가치들에 대해 물었다.

▎공자의 말들을 50개의 키워드로 정리한 <공자의 가치들>이라는 책(작은 사진)과, 그 책을 소개하는 저자 이수정 창원대 교수. / 사진 오종택 기자
철학교수이자 시인, 에세이스트. 서양철학사 책을 쓰고 특히 하이데거 철학으로는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면서 동양철학 영역까지 섭렵. 서양철학사를 정리한 <편지로 쓴 철학사: 탈레스에서 헤겔까지>(아테네), 그리고 공자의 사상을 새롭게 정리·해석한 <공자의 가치들>(에피파니)의 저자. 이수정(63) 창원대 철학과 교수 이야기다. 그가 우리 학계와 사회에서 그동안 활자화해 온 책들(20권)의 양과 질을 고려하면 그는 이상하리만치 덜 알려진 사람이다. 철학서 <하이데거-그의 물음들을 묻는다> <본연의 현상학>, 시집 <향기의 인연> <푸른 시간들>, 에세이집 <인생론 카페> <진리 갤러리> <사물 속에서 철학 찾기>, 번역서 <현상학의 흐름> <해석학의 흐름> 등도 그가 해낸 작업이다.

<공자의 가치들>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들을 50개의 키워드로 집약해 새롭게 해석한 책이다. 서양철학자의 ‘공자론’인 셈이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양철학을 철학의 범주에 넣지 않고 신비주의의 일환으로 폄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철학=서양철학’이란 등식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시도는 대단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철학끼리는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은 공존할 수 있다. 이를 그는 ‘철학적 공화주의’라고 명명했다.

“서로 문제의식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 철학만 진리라고 하면 다른 철학이 가진 진리를 보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진리조차 하나가 아니라고 보는 게 그의 시각이다.

“철학에는 진리가 뭐냐를 따지는 진리론이 무수히 많습니다. 생각하는 진리 개념 자체가 제각각 다 다르죠.”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전통적으로 진리는 생각과 사실의 일치, 즉 타당한 사실을 진리라고 봤다. 이것은 인식론적 진리다. 그런데 하이데거 같은 경우 우리 눈앞에 드러나 있는 존재 자체를 진리라고 봤다. 이것은 존재론적 진리다. 같은 독일 출신인 하버마스의 진리론은 또 다르다.

“하버마스의 경우 실천적 맥락에서 다양한 요구 주장이 충돌하여 문제가 될 때 비로소 진리가 문제가 된다고 봤어요. 그때 토론을 거쳐 합의된 내용을 진리로 봅니다. 실천적 진리죠. 같은 진리라 하더라도 이렇게 달라요. 철학에서는 같은 용어를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발생하는 혼란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개념의 명료화가 강조되기도 하죠.”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차이는 뭘까?

“철학과에서는 둘 다 합니다. 동양철학에 매력을 느끼면 동양 전문가, 서양철학에 매력을 느끼면 서양 전문가가 되는 겁니다. 그러나 철학적 문제 자체는 동서양이 따로 없고 보편적입니다. 공자가 강조한 ‘어질 인(仁)’도 그렇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 ‘사람’이 동양 사람만 가리킨다면 서양 사람은 사람이 아닌가요? 예수도 사람을 사랑하라고 했죠. 공자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즉 ‘네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하라’고 했습니다. 공자나 예수나 똑같은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문제 자체가 보편적이기 때문이죠.”

원하는 행복은 ‘불행이 없는 상태’

철학에 접근하는 자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지식으로 철학에 접근하지, 그 지식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자체는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학문의 문제가 여기에 있어요. 그렇다 보니 ‘누가 뭐라고 그러더라’는 지엽적 문제만 하다 평생을 보냅니다. 연구자와 철학자의 차이가 거기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 그 자체’죠. 그 문제가 너무 다양합니다. 철학의 역사에는 참고할 것, 배울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그중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만나면 100개 중 하나라도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고교 시절 문학소년이었던 그는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고 싶어한다.

“퇴직하면 소설을 써볼까 합니다. 고교 때 소설도 썼어요. 시집과 에세이집을 낸 것도 그런 동경의 연장입니다. 다만 문학의 그릇에 철학의 내용을 담아내고 싶은 거죠.”

그에게 행복이란 어떤 의미일까?

“천일의 행복론도 가능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것은 일단 ‘불행이 없는 상태’. 왜냐하면 우리 삶에서 불행이 너무 많으니까. 우리에게 행복이 자연스레 찾아올 때도 있지만, 그리고 그것이 삶의 큰 축복이지만, 행복은 적고 불행은 많고, 행복은 약하고 불행은 강하고, 행복은 짧고 불행은 길고…. 그런 삶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불행이 없다는 것만도 큰 행복입니다. 살다 보면 불행이 마치 게릴라처럼 우리를 공격해오지 않던가요?”

문학적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져 놓는다. 학문적 욕심이 많아 보이는 그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다른 일은 뭘까?

“한두 가지겠습니까? 가볍게 말한다면, 제 책에 공언해둔 게 있는데…, 오로라를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공부하느라 평생 눈을 혹사시켰는데 고생한 눈에 보상으로 오로라를 보게 해주고 싶어요. 하하….”

-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박스기사] 이수정 교수가 뽑은 공자를 이해하는 50 키워드 /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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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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