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해토머리에서 

 

안영희 시인 / 사진 주기중

▎강원도 철원의 직탕폭포와 순담계곡의 2월. 겨울이 녹아 내리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 아침
물크덩 빠져드는 해토머리를
나는 믿지 못합니다
칼바람 치는 새벽 인력시장의 긴 줄
뭉큰 끼쳐오는 익은 냄새에 화들짝
설이었던가! 읽으며 방앗간 앞에서 뜨거워지던 목울대
흘릴 수 없는 눈물과 활화하지 못한 분노의
백만 개 촛불꽃은 폭설 사이를 질러
2017년 우수언저리에서도 타는데
우리들의 얼음산은 꼼짝도 없는데
일체무상주一切無常住, 또 한 장을 넘기고 계시는 당신
나도 갈무리해 두었던 씨앗주머니들을 챙기겠습니다
세상의 얼음장들 녹아서 흘러가는
함성의 江 하구에다가
새파란 푸성귀밭을 일구겠습니다
밑바닥까지 내려가본 절망이
봄을 삽질하겠지요

안영희 - 1990년 시집 <멀어지는 것은 아름답다>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가끔은 문밖에서 바라볼 일이다> <불빛창> <그늘을 사는 법> <내 마음의 습지> <어쩌자고 제비꽃> 등 총 6권을 냈다. 2005년 도예개인전 <흙과 불로 빚은 詩>를 열었다. 현재 계간 문예지 <문예바다> 편집위원으로 있다.

201703호 (2017.0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